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141)
마족답게 사는 법-141화(141/385)
마족답게 사는 법 141화
141 발령 (2)
“오늘부터 사이러스 측에서부터 새로운 선생님이 오신다 합니다.”
“……사이러스로부터요?”
교무 회의가 끝날 때쯤 키론 학장이 덧붙였다. 아르놀트는 저도 몰랐던 소식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면 개인 사정으로 한 학기를 쉬겠다던 하멜 선생님이 복귀할 때도 됐던 것 같다.
그 또한 실력이 대단한 편이니 키아라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리크 라하위스 선생 말입니다. 아마 곧 도착하리라 생각하는데.”
“리크 라하위스……?”
드르륵.
키론 학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실 문이 열리며 마족 하나가 들어왔다.
가장 먼저 포도주 빛 머리카락이 보였다. 눈을 덮을 정도로 길게 내려온 앞머리 밑으로는 두 눈을 가린 검은 천이 보였다.
그는 그을린 듯 보기 좋은 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선생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새로운 마족의 등장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르놀트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왠지 불안한데.’
새로운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합류한다는데 아무런 언질이 없었던 것도 이상하고, 합류한다던 선생님이 하멜이 아니라 처음 보는 스콜피온 족 남자인 것도 수상하다.
아르놀트는 책상 밑으로 두 손을 꼭 쥐며 생각을 정리했다.
‘……정말 학장님께서 보낸 것이 맞는지 연락을 드려 봐야겠군.’
자신의 착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뭔가 수상쩍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후우.’
아르놀트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스콜피온은 그렇게 개체 수가 적은 종족이 아니다. 대부분이 러드에 살아 밖으로 잘 나오지 않을 뿐이지.
그러니 보통 이런 걱정을 하지는 않을 테지만, 지금 제 반에 떡하니 학생으로 있는 녀석을 생각하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저 남자가 사실은 사막의 패자라고 불리는 타리크 라하위스일 수도 있지 않은가.
5장로가 학생으로 있는 상황이다.
7위인 그가 선생으로 찾아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우연인지 아닌지 이름도 비슷하지 않나.
‘만약 납치 사건과 그가 연관되어 있다면 큰일이야. 루시어스가 러드에서 벌인 일을 생각하면 보복하려고 찾아왔을 수도 있어.’
타리크 라하위스의 성정은 익히 알려져 있다. 도시의 지도자로서는 훌륭하지만, 선생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잔혹한 성격이었다.
게다가 정말 그가 타리크 라하위스이며 납치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루시어스나 아카데미에 접근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첫 번째는 러드의 납치 사건.
두 번째는 구스타프 제전.
그리고 세 번째가 지금이다.
구스타프 제전에서도 타리크 라하위스의 등장 때문에 관객석 쪽에서 잠깐 난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관객석이 루시어스 때문에 반파될 뻔했을 때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설마 루시어스와 관련이 있나?’
루시어스는 저 선생이 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까?
열심히 고민하는 아르놀트 쪽으로 타리크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저쪽이 루시어스 님의 담임이군.’
도플갱어에 드래곤과의 혼혈이라고 했으니 찾아내기는 참 쉬웠다. 드래곤의 기운이 미미하게 섞인 마족은 따로 없을 테니까.
타리크가 옅게 웃음 짓곤 입을 열었다.
“사이러스 소속으로 합류하게 된 ‘리크 라하위스’입니다. 원래 계시던 마수학 선생님의 복귀가 늦어질 것 같아 몇 개월만 임시로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었다고 하니 리크 선생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두 힘내 주었으면 좋겠군.”
“잘 부탁드립니다.”
타리크가 공손하게 답했다.
키론 학장은 가볍게 인사하는 타리크 뒤에서 씨익 웃으며 선생들과 시선을 나누었다. 잘 ‘환영’해 달라는 의미였다. 선생들은 알겠다는 듯이 눈을 번뜩 빛내며 웃었다.
서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나눈 후 타리크는 아르놀트와 함께 행동하게 되었다.
사이러스 측 신임교사인 만큼 아르놀트가 여러 가지를 알려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으니까.
아르놀트가 타리크를 데리고 아카데미를 안내하며 입을 열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아르놀트 스키아라고 합니다.”
“리크 라하위스입니다.”
“……한 식구가 되신 걸 환영합니다. 교류회 중간에 갑작스럽게 합류하게 되어 당혹스러우시겠지만,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아르놀트는 이어서 타리크가 숙지해야 할 교칙이나 행동 방침에 관해서 설명했다.
터벅터벅 걷는 아르놀트의 시선이 이따금 타리크를 흘긋거리며 훑었다.
“아시겠지만, 사이러스의 전교생은 키아라를 포함한 각 아카데미에 교류를 목적으로 파견된 상태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현재 사이러스에서는 키아라와의 합동 수업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며칠간 서로 친해졌으니 협력을 주제로 한 수업을 개시할 생각입니다.”
“그건 언제쯤이죠?”
“일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그 전까지는 이론 수업을 진행할 생각이고요. 선생님께서 적응하시려면 학생들을 빨리 만나 보는 게 좋겠죠. 시간을 조정해 드리겠습니다.”
“사정을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런데 혹시.”
아르놀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타리크를 바라보았다.
탐색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키아라 출신이십니까?”
“어떨 것 같습니까?”
되묻는 말에 아르놀트가 숨을 짧게 내뱉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떨 것 같은지 반문하는 걸 보니 키아라 출신은 아닌 모양이다.
타리크가 뒤를 따르며 덧붙였다.
“토르벤 출신이었습니다.”
“토르벤이요?”
아르놀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
토르벤은 학문적인 마족들이 워낙 많이 가는 곳이라 아무리 폐쇄적이라고는 해도 호전적인 종족인 스콜피온이 가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타리크가 옅게 웃었다.
‘학생을 끔찍이 아낀다 했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들여다보였다. 지금 아르놀트는 제 정체를 의심하고 있었다.
혹시 학생들이 위험해질까 걱정이겠지. 자신에 대해서는 많은 소문이 나 있으니 말이다.
‘학생들 털끝 하나라도 상하면 루시어스 님께서 날 가만히 있지 않을 테지만, 아르놀트 선생은 자기 반에 5장로가 있다는 사실도 모를 테니.’
주제도 모르고 날을 세우며 경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평소 같았으면 괘씸했겠지만.
마찬가지로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루시어스에게 자신이 혼날 것이다.
사막에서 혼난 것보다 더.
이 몸 상태로 또 진노를 샀다가는 진짜 죽을지도 모르지. 아직 죽기는 아까우니 몸은 사려야 하지 않겠나.
‘어떻게 회유해 볼까.’
내가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다는 걸 어떻게 하면 믿어 줄까.
타리크의 입가에 즐거운 웃음기가 감돌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또 색달라서 퍽 재미있었다.
고민을 마친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꿍꿍이가 없다고 논리를 펼쳐 봐야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그 ‘타리크 라하위스’니까.
그렇다면 감정에 부딪혀야지.
동질감을 느끼게 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도록 서서히 함락시켜야지. 그래야 내 말을 믿어 주겠지.
그렇지?
아르놀트 선생.
“저를 의심하고 계시는군요.”
오싹.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오금이 저렸다. 몸이 절로 굳은 아르놀트가 그대로 못 박힌 듯이 서자 타리크도 같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타리크가 뻗은 손이 아르놀트의 목덜미를 따라 안쪽까지 파고 들어갔다.
손끝이 귀 뒤쪽에 있는 비늘까지 닿았다.
살짝 거칠고 딱딱한 감촉.
아르놀트가 살짝 몸을 움츠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타리크의 손을 쳐 냈다.
“……무슨 뜻입니까.”
“큰 뜻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타리크의 입가가 비죽하니 올라갔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한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절로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정말 ‘사막의 패자’ 인가?
불안한 예감이 가시지 않았다.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아르놀트를 보며 타리크가 웃었다.
“아르놀트 선생님. 저는 당신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타리크를 보며 아르놀트는 혼란에 빠졌다.
“누구나 태생적인 문제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태생적인 문제라면?”
아르놀트의 눈썹이 꿈질 움직였다.
자신이 드래곤과의 혼혈임을 알고 있는 건 크게 놀랍지 않지만, 태생적인 문제까지 거론한 건 놀라웠다.
마족은 기본적으로 다른 종족과 섞이는 게 무척 어려운 편이다. 어쩌다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도 부모 중 한쪽의 종족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따금 종족이 섞인 아이가 태어나고는 한다. 아르놀트는 마족과는 전혀 다른 종족인 블랙 드래곤과 도플갱어 사이의 혼혈이었고.
그 때문에 드래곤의 힘이 되는 원천인 드래곤 하트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다만 혼혈인 탓에 하트가 제대로 성숙하지 않아 제대로 힘을 다룰 수 없었다. 그 힘 때문에 아르놀트는 성장통을 유독 심하고 길게 겪었다.
그리고 그 결과 아직도 힘 일부분을 드래곤의 힘을 묶어 두느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당신도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태생적인 문제와 후천적인 문제를 하나씩 가지고 있죠. 하나는 눈입니다.”
타리크의 손가락이 아르놀트의 목을 휘감았다. 마치 그대로 조르기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아르놀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선 그의 말을 얌전히 듣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설마 아카데미에 오자마자 저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스콜피온은 강함을 대가로 시력을 빼앗기죠. 저는 그게 싫어서 토르벤으로 갔습니다. 시력을 회복할 방법을 찾고 싶었거든요.”
“제가 드래곤의 힘을 제어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키아라에 갔던 것과 비슷하군요.”
“네. 그리고 제가 여기에 선생으로 온 것도 그런 노력의 연장선입니다.”
타리크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아르놀트의 행동이 퍽 마음에 들었다. 감도 좋고 상황 판단도 꽤 빠른 녀석이었다.
그분의 마음에 들 만했다.
손끝이 아르놀트의 목울대를 쓸었다. 적의를 드러낼 듯 말 듯 은근하게 도발하고 있는데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모습이 퍽 볼 만 했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긴장했는지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아르놀트의 목소리에는 전혀 떨림이 없었다. 아르놀트가 놀랍도록 침착하게 물었다.
“작년에 사이러스는 수학여행으로 사막 도시 러드에 갔습니다.”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이군요.”
“그리고 불미스럽게도 두 명의 학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졌지요.”
“…….”
“사막 도시 한복판에서 학생이 납치되고 지반이 무너지며 가장 높이 있던 첨탑이 붕괴하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상대에게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알고 있는 걸까.
아르놀트의 눈매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죽음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참으로 용감한 눈이었다.
“저는 징계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커지기 전에 학생들을 찾아 수습하기는 했지만, 수학여행에서 학생이 실종될 만큼 관리가 미흡했던 건 사실이고 그 때문에 도시의 자랑이던 첨탑이 무너졌으니까요.”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사막 도시를 다스리는 ‘타리크 라하위스’님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더군요.”
“…….”
“마치 이 일을 그냥 덮고 넘어가려는 듯이 말입니다.”
타리크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