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143)
마족답게 사는 법-143화(143/385)
마족답게 사는 법 143화
143 발령 (4)
각오하기는 했지만 토르벤과는 무척 다른 분위기가 놀랍다.
퍽! 우당탕!
그 넓은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 서로 말싸움을 하는 학생들만 보다 이렇게 투쟁적이고 혈기왕성한 학생들을 보니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우으, 이게 뭐야.”
“뭐가 이렇게 단단해?”
“내 머리로도 못 깨다니 키아라의 돌머리라는 별칭이 아깝다.”
“그거 머리가 단단해서 얻은 별명 아니잖아.”
달려들던 학생들이 투명한 방패에 부딪히며 튕겨 나갔다. 머리부터 들이밀고 봤는지 혹이 난 머리를 쓰다듬는 학생도 주먹을 후후 불며 눈물을 머금는 학생들도 있었다.
루시어스는 멀리서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또한 어이가 없는지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타리크가 손을 살짝 들었다.
모래알갱이가 스르륵 모여 학생들의 목덜미를 하나씩 잡았다.
“우아아아!”
그러고는 적당히 학생들을 자리에 던지듯 앉혀 두었다.
타리크는 그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 무사히 교탁까지 다다랐다.
선생이라는 직업에 별다른 감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교탁에 서서 학생들을 둘러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으아, 마법학 선생님이라더니 방금 그건 대체 뭐야. 실드 마법?”
“정말 꿈쩍도 안 하던데. 어쩌지?”
“자, 제게 더 볼 일이 없으면 이대로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타리크의 말에 학생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작전을 토론하기보다는.
“이러다 재미없는 마법학 수업이 시작되겠어. 누가 좀 더 나서봐.”
끔찍한 이론 수업을 어떻게든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뽀삐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키아라의 명예가 걸려 있어. 어떻게 좀 해 봐!”
“아씨, 누구야! 첫 수업부터 누가 또 뽀삐라고 불렀어!! 죽고 싶냐!”
뽀삐라는 말을 들은 포르비가 벌떡 일어나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쉭쉭 살폈다. 학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닫고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포르비를 쳐다보았다.
으르릉, 으르릉.
목 울음소리까지 내며 금방이라도 범인을 색출해 응징할 듯 학생들을 노려보던 포르비가 선생을 한 번 보고는 다시 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평소 같았으면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해 솔선수범해 환영회를 열어 주었겠지만.
‘그래도 사이러스의 새로운 친구들이 있는데 체통을 지켜야지. 음음.’
그런 이유였다.
믿었던 포르비마저 얌전히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자 키아라 학생들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책상에 털썩 엎어졌다.
모두 수업에 흥미가 없는 눈치였다. 의외로 레이얼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아직 어리다니까.’
루시어스가 피식 웃으며 학생들을 훑었다. 자신도 한참 마법학이 귀찮고 재미없었던 때가 있어서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저택에 있는 마법학 책들을 열 번씩 읽고 난 다음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계속 돌려 읽었더니 있던 흥미도 사라지더라.
그때부터 실베스터의 도서관을 찾아가고는 했었던 것 같다.
“자, 수업을 시작해 볼까요.”
분위기가 진정되자 그가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타리크, 아니 ‘리크 라하위스’ 선생님은.
‘정말 수업을 못 하는군.’
정말 최악의 선생님이었다.
러드는 사막 아래에 폐쇄적이지만 그와 동시에 저들끼리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마법이 많이 발달해 있다.
타리크는 그중에서도 정점에 이른 마족이었고 누군가에게 배움을 줄 만큼 마법학에 대한 조예가 남달랐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많이 안다는 것이 가르치는 능력이 좋다는 것을 시사하지는 않는다고.
자신만 아는 이야기를 학생의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늘어놓으니 학생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다.
물론 마법학을 깊게 공부한 이들이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 주고 있지만.
문제는.
“드르렁.”
“쿠우…….”
그걸 알아들을 학생이 없다는 것이다.
토르벤이었다면 상황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는 마법학의 ‘마’자도 듣기 싫어하는 키아라 학생들이 모여 있다.
그가 아무리 지식을 뽐내도 알아주지 않는단 소리다. 그냥 저렇게 듣기 좋은 자장가가 될 뿐이지.
루시어스가 턱을 가볍게 괴고 타리크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딴에는 선생이라고 열심히 하는 게 참 신기했다.
아마 그가 여기까지 온 건 전하의 명령이겠지. 얼마 전에 건축 비리에 관한 보고서를 올렸으니까.
정말 마왕의 명령이면 안 되는 게 없구나.
다른 이들의 목숨을 지나가는 날파리쯤으로 여겨서, 다 죽여 버리면 되겠냐고 하던 게 어제 같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전하께 좀 처리해 달라고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럼 좀 더 일찍 정신을 차렸을까.
“그 결과 헤르완 식 마법진은 안정성이 좋지만, 마력 소모가 비효율적인 패턴이라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에 대조해 마력 소모가 적지만 상당히 불안정한 구조를 띠고 있는 페르 식은…….”
정말 청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강의였다. 애초에 헤르완 식 마법진이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이유는 페르 식을 다룰 만한 마력 제어력을 갖춘 마족이 적기 때문인데.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야 몇 개가 있다지만, 그걸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루시어스가 속으로 줄줄이 늘어놓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계속 듣고 있자 하니 왠지 입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저놈과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 같아 말문을 트고 싶지 않았다.
꾸욱, 턱을 괴는 척 손바닥으로 입을 가려 막았다.
한숨을 삼키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유난히 타리크에게 반짝이는 시선을 보내는 학생이 있었다.
“페르 식의 문제점은 몇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우선 첫째는 본인의 제어력 자체를 높이는 것, 둘째는 좋은 매개체를 통해 마기의 흐름을 안정화하는 것, 그리고 셋째는 밀로룬 식과의 연계입니다.”
“와아…… 밀로룬 식?”
레이얼이었다.
적잖게 지루해하던 레이얼은 수업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들뜬 표정을 지었다. 눈에 별이라도 떠다니는지 반짝반짝 빛나기도 했다.
이제껏 저렇게 즐거운 표정을 짓는 레이얼을 본 적이 없었다.
레이얼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앞에 둔 학자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선생님, 하지만 그러면 수식 간의 충돌을 피할 수 없지 않나요? 밀로룬 식의 특징을 생각해 보면 페르 식과는 특히 효율이 높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맞아요. 기존의 연계는 그렇습니다. 다만 다르게 연결하게 되면 상당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죠. 물론 그만큼 운용이 까다로워지긴 하지만, 금방 해결됩니다.”
“다른 방법이 있나요?”
“기존의 방법이 병렬식이라고 한다면, 이건 직렬식 연계가 되겠네요.”
이건 좀 흥미로운 이야기다.
루시어스가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직렬식 연계와 ‘간단한’ 변형 방법을 알려 주는 타리크의 목소리는 꽤 차분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말이 빨라진 걸 보면 그 또한 레이얼의 관심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전혀 간단하지 않잖아.’
타리크는 본인이 천재라는 사실을 좀 자각할 필요가 있었다. 타리크는 순식간에 손 위에 예시가 되는 마법진을 그렸지만.
다른 마족들은 저 수식을 해독하는 데에만 수십 년, 그리고 본인이 쓸 수 있도록 적응하는 데에만 수백 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마법학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루시어스도 저 정도의 수식 계산능력은 없었다.
타리크가 사용하는 방법은 그가 타리크 라하위스이기에 가능했다.
아무리 타리크에게 불만이 많은 루시어스라도 그의 능력 자체를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었다.
‘그나저나 레이얼은 어떠려나.’
저 녀석의 말을 전부 알아들을 정도일까, 궁금해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레이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음, 어…….”
얼굴에 물음표가 그려져 있다.
그래도 레이얼은 본인의 의문과 궁금증을 차근차근 풀고 있었다. 레이얼은 열심히 질문했고 타리크는 열심히 대답해 주었다.
딩동댕동.
수업이 끝났는데도 둘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학생들은 종소리에 슬그머니 일어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반절 이상 지났는데도 토론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으아아아! 그만해, 그만!! 수업 그만!”
“언제까지 마법학 이야기를 할 셈이야!! 내가 모르는 이야기 그만해! 모르는 이야기는 남의 첫사랑 이야기로 충분하다고!!”
우아아아! 으아아아!
학생들이 몸을 베베 꼬며 책상을 쾅쾅 두드렸다.
더 수업을 진행하면 책상도 부수고 건물도 부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타리크는 그제야 시간을 한 번 확인하더니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대화에 집중하느라 종소리를 못 들었네요. 그럼 수업은 이만하겠습니다.”
정말 학생들이 싫어할 선생님의 조건을 고루 갖춘 놈이었다.
“헉, 잠시만요! 같이 가요, 선생님!”
다만 레이얼은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었다. 수업이 끝이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타리크의 뒤를 따라 쌩하니 나가 버렸다.
루시어스는 그런 레이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뒤를 따라 나갔다.
드디어 해방이라고 울먹거리던 학생들은 이제 다가오는 점심시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떤 길로 어떻게 뛰어가야 일찍 도착할지가 화제였다.
타리크와 레이얼은 교무실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루시어스는 복도 코너에 몸을 숨기고 대화를 들었다.
혹시 허튼소리를 하지는 않을지.
“기존의 수식 연계는 서로 대치되는 식들의 교차점을 이용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직렬식은 아예 다른 식들을 늘어놓고…….”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이쪽에 틈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걸 다른 식으로 보완해 줘야 합니다.”
걱정과는 달리.
정말 대단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귀찮게 한다며 내치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타리크는 교실 안에서와 다름없이 ‘선생’의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 수업이 끝난 후 한 번 대화나 하러 가봐야겠다. 둘의 모습을 잠시 눈에 담다가 자리를 비켜 주었다.
‘조금 철이 들었군.’
어린아이처럼 가지지 못한 것을 시샘하고 떼를 쓰며 억지를 부리던 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엉망진창이었는데 나쁘지 않아.
루시어스가 옅게 미소 지었다.
*
“짐작은 가지만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하지. 여기까지는 무슨 일인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루시어스는 밖으로 나와 외진 곳에 가서 그를 기다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타리크는 바로 루시어스를 찾아왔다.
그가 눈을 가린 검은 천을 살짝 들추었다.
탁한 시선이 루시어스에게 향했다.
“그야 당신을 보러 왔다고 하고 싶지만.”
“싶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예상하셨다시피, 전하의 명을 받들어서 감찰관으로 파견된 것뿐이거든요.”
“……네가 감찰관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