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166)
마족답게 사는 법-166화(166/385)
마족답게 사는 법 166화
166 마왕과 용사 (6)
“크억! 커억!”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렸다. 곧 헹가래를 빙자한 마왕성 구경이라며 서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난리통인지 모르겠다. 시장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을 텐데.
물론 루시어스도 타겟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우오오! 각오해라, 루시어스 켄드릭!”
“저 녀석은 내 먹잇감이다!”
“정정당당하게 모두 동시에 덤벼!”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당한다!”
그러니까 왜 헹가래에서 먹잇감을 찾냐고.
루시어스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는 학생들에게 순순히 헹가래 당해 주었다.
받아주지 않겠으니 스스로 착지하라고 호언장담한 녀석들치고는 서로 달려들어서 헹가래를 치느라 루시어스의 발이 바닥에 떨어질 일이 없었다.
위아래로 타의적으로 날아다니며 루시어스가 가만히 고민했다.
놀랍게도 루시어스는 와인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평화롭게 홀짝이고 있었다.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인 만큼.
‘나름의 보답을 해 줘야겠지?’
루시어스가 가볍게 마기를 움직였다. 이런 분위기에 딱 맞는 좋은 식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트렘펄’이라는.
도용!! 디요오옹!
아주 푹신푹신하고 탄력이 좋아 밟기만 하면 몸이 하늘로 떠올라 버리는 커다란 버섯이었다.
“어하아아으악!”
“흐아악!”
“이게 뭐야!”
홀 바닥에 트렘펄이 쫙 깔렸다.
너 나 할 것 없이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푸하하하, 이거 진짜 재미있다!”
“이거 루시어스 녀석 짓이지!”
“우리 집에 하나 놓고 싶네, 으앗!”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이 울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루시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진짜 못 말리는 녀석들이었다.
* * *
즐거웠던 파티가 끝나고 난 이후.
레이얼과 레녹스, 그리고 루시어스가 기숙사 방에 뒤풀이를 위해 모였다.
서임 후 정신이 없어 서로 인사도 나누지 못했으니 이번 기회에 서로 다시금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손등의 인장 때문에 동료가 누구인지 서로 본능적으로 느꼈던 탓에 둘 다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레녹스 외에도 아르놀트 또한 루시어스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걸 안 레이얼이 ‘정체를 숨길 생각이 있긴 하신 거예요?’ 하고 잔소리를 했을 뿐이다.
“그나저나 키안은 어쩔 생각이야?”
“아, 키안 말이에요?”
“둘이 친하니 언제까지고 숨길 순 없잖아. 손등에 그런 것까지 생겼는데.”
“음…….”
“말해도 괜찮아. 그 녀석이 입이 가벼운 것도 아니니까.”
루시어스의 말에 레이얼이 고민을 거듭했다. 물론 정체를 떠벌리고 다니진 않겠지만.
“나중에 말해 준다고 했으니 기다려 주겠죠. 당분간은 입 딱 닫으려고요.”
이런 패는 굳이 뒤집어 둘 이유가 없다. 이런 비밀은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험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전하가 ‘정체를 숨겨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하지 않았나. 이 사실을 아는 것 자체만으로도 폭탄이 될 수 있다.
자신이나 레녹스야 서임을 받았으니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키안은 아니었다.
그 성격이라면 분명 서임을 권유해도 거절할 테니까.
레이얼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 키안이 좀 유별나죠?”
“그런 편이기는 하지. 너에 대한 일이라면 생각보다 더 예민하더라고.”
축제 때문에 마을에 찾아갔을 때도 따로 루시어스에게 주의를 시킬 정도로 키안은 레이얼을 싸고돌았다.
레이얼이 머뭇거리다 머리를 긁적였다.
“옛날에 일이 좀 있었어요. 제가 어렸을 땐 좀 반항이 심했거든요.”
“……반항?”
“네. 그래서…… 음, 좀 삐뚤어졌었다고 해야 하나. 무슨 생각이었는지 가출을 좀 했어요. 덕분에 좀 죽을 뻔했지만.”
그 뒤로 키안이 절 정말 신경 써요. 정말 이젠 괜찮은데.
레이얼이 말끝을 흐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레이얼은 더 말을 이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루시어스는 구태여 뭔가를 더 묻지는 않았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레녹스가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런데 이번 작전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지? 왜 하필…….”
마왕과 용사 놀이가.
레녹스가 말을 삼키자 레이얼이 귀 끝까지 벌겋게 얼굴을 달아 올리고는 자기 생각은 아니라며 잽싸게 반박했다.
“아니, 들어 보세요. 이 계획도 저 계획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전부 반대했더니……!”
“반대했더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겠으니 꼰대는 빠지라고……!!”
“쿡.”
루시어스가 터지는 웃음을 눌러 참았다. 레이얼이 울상으로 루시어스를 바라보았다.
“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루시어스의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고요! 그리고 결국 그런, 그런 걸…….”
“흠흠.”
“흑흑.”
레이얼이 우는 시늉을 했다.
루시어스가 피식 웃곤 차나 마시고 진정하라 말하자 하멜이 옆에서 차를 따라 주었다.
레이얼이 찻잔을 기울여 단숨에 차를 들이켰다.
“으음. 루시어스.”
“음?”
“확인 차 물어보는 건데요. 왜 하멜 선생님이 여기 계세요?”
레이얼이 물으며 하멜을 흘긋 곁눈질했다.
하멜과 5장로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거야 사이러스에 있을 때 드러났었으니 하멜이 루시어스와 사적으로 아는 사이인 건 의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휴직한다던 하멜이 왜 굳이 루시어스의 방에 있는 것인가!
저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니 함께 지낸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단순히 아는 사이였으면 방에서 함께 생활할 리가 없다. 곰곰이 고민하던 레이얼이 장갑으로 가려진 제 손등을 바라보았다.
기사의 문장이 제 동료가 누군지 본능적으로 느끼게 한다.
“루시어스, 분명 제가 두 번째 기사라고 하셨잖아요. 첫 번째는 레녹스 선배고.”
“그렇지.”
“그럼 하멜 선생님은요?”
굳이 여기 계실 이유가 있나?
상황을 지켜보던 하멜이 목덜미를 가볍게 긁적이며 물었다.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까?”
“……뭔가 비밀이 있나요?”
레이얼이 의문스레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루시어스가 테이블에 앉아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음…… 간단하게 말하면.”
“네.”
“계약 마수야.”
“……네?”
루시어스가 옆머리를 가볍게 손에 얽다가 턱을 괴고 레이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화등잔만 하게 커진 눈이 저와 하멜 사이를 몇 번이나 오갔다. 레이얼이 쪼르르 하멜에게 가까이 다가가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마치 마수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이.
하지만 그런 걸 찾을 수 있었으면 아카데미의 선생으로 잠입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레이얼이 눈을 끔뻑거리다가 옅게 실소하며 루시어스에게 말했다.
“하하, 농담도 참. 하멜 선생님이 어떻게 마수라고 그러세요. 놀리지 마시고 말씀해 보세요.”
“그럼 그 녀석이 무슨 종족 같은데?”
“……그, 그건.”
게슴츠레하게 떠진 눈이 하멜을 훑었다. 그의 종족은 아카데미에서도 소란이 일었을 만큼 난제였다.
그때 저도 하멜의 종족이 궁금해 수많은 서적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알아낼 수 없었는데.
그게 설마, 정말로.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마수라니!”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이런 마수도 있는 법입니다. 굳이 종족을 숨기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고요.”
“세상에.”
레이얼이 입이 떡 벌어졌다.
눈앞에서 마족처럼, 마치 인간처럼 멀쩡하게 행동하고 있는 하멜의 존재가 정말이지 놀랍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이런 존재가 있을 수가. 마계의 긴 역사에서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현상이잖아요. 마수도 이 정도의 지성을 가질 수 있다는 걸까요? 대체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하죠?”
레이얼의 눈동자는 곧 학자 특유의 호기심과 학구열에 불타기 시작했다.
“대체 몇 살이나 되신 거예요?”
“제대로 센 적이 없는데…….”
“그래도요, 그래도요!”
“천 살은 넘었겠죠.”
“와, 그야말로 천년마수네요!”
대단해! 혹시 천년마수라는 에피알티스도 이만한 지능을 가졌을까요?
여과 없는 감탄에 하멜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순수한 눈망울을 버티기 힘든 모양이었다.
마치 도움을 바란다는 듯 흘금흘금 다가오는 시선에 루시어스가 레이얼을 테이블로 끌어와 앉혔다.
“이 녀석이 에피알티스야. 본명은 천 년마수, 에피알티스. 하멜이라는 이름은 계약명이지.”
루시어스의 말을 들은 레이얼이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마치 돌이 된 것처럼.
한참 말이 없던 레이얼이 후우, 숨을 길게 내쉬고는 턱을 괴었다. 그러곤 믿기지 않는지 말을 늘어놓았다.
“아니 그럼 루시어스는 대장군의 아들이고 마왕 전하와 1장로 마리엘라 님을 배경으로 두고 있으며, 동시에 본인 또한 미성년에 장로가 될 만큼 강하고.”
“음.”
“그에 더해 마계에서도 악명이 높아 모르는 마족이 없는 천년마수 에피알티스와 계약하기까지 한 거네요?”
“맞아. 정확히 그런 사정이지.”
“……정말?”
“정말.”
“진짜 세상 불공평하다.”
허탈한 듯 레이얼이 테이블에 엎어졌다.
정말 루시어스는 불공평한 존재였다.
* * *
“내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두 분이 아주 거한 일을 벌여 놓으셨네?”
마리엘라가 작위적일 만큼 고혹적으로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더미트는 입술을 꾹 닫고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마왕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여동생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루시어스가 얼굴도 안 보겠다고 하니까 조언을 구하려고 나를 불렀다, 이 말이지?”
“그런 셈이지.”
“그럼 그 전에 한 번 물어보자. 우리 오라버니와 대장군은 루시어스에게 뭘 잘못했을까요?”
“…….”
“음…….”
대장군은 여전히 말없이 마리엘라를 바라보다가 반성하는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두면 이마를 땅에 박아서 땅굴을 팔 것만 같았다.
“제 잘못은…….”
“대장군은 조용히.”
잘못을 말하려 하자 마리엘라가 잽싸게 그의 입을 막았다. 반응을 보아하니 더미트는 루시어스에게 적어도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마왕, 제 오라버니는.
식은땀만 삐질 흘릴 뿐이다.
“우리 멋진 오라버니.”
“으응?”
“대답.”
“…….”
잘못.
마리엘라가 제 잘못을 물었다.
마왕은 턱을 괸 채 질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마리엘라가 한숨을 내쉬며 마왕이 벌인 일을 차근차근 정리해 주었다.
“루시어스가 키아라로 가서 건물 비리가 있는 것 같다는 보고서를 보냈고 오빠는 타리크 라하위스를 보냈지.”
“감찰관으로 제격이었으니까.”
“그리고 어느 날 타리크 라하위스가 계획서를 올렸어. 내용인즉.”
“힘들게 일하는 루시어스를 위한 계획서였지. 마물을 이용해 건물 비리부터 루시어스가 가지고 있는 단점까지 극복하게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계획이었어.”
“좋은…….”
“흔쾌히 허락했지. 루시어스를 매번 귀찮게 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 처리 방식은 참 깔끔하단 말이지.”
“……하아.”
“감탄까지 했다니까.”
보고서를 받아 보니 루시어스에게 꽤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더라. 마왕이 신이 나서 늘어놓았다.
마리엘라는 정말 질린 표정으로 제 오빠를 바라보았다.
이놈이 제 잘못을 모른다.
‘용서를 받을 날이 요원하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왜 이 오빠는 항상 제가 없는 틈에 이런 대형 사고를 쳐 놓는 걸까.
“그래서 루시어스가 뭐랬다고?”
“일을 쉬는 것까지는 예상했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얼굴도 안 비칠 생각인 것 같더라고. 왜 이렇게 화가 난 걸까?”
“…….”
얼굴을 보여 주지 않겠다니.
마리엘라가 턱, 이마를 짚고 오빠에게 날카로운 눈매를 흘렸다. 그 순하디순한 루시어스가 그렇게 나올 정도면 정말 단단히 화가 난 건데.
바보 같은 오빠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제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마리엘라, 이유를 알겠어?”
천진한 물음에 마리엘라가 외쳤다.
이렇게 말하는 건 루시어스가 어렸을 적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애를 대체 어떻게 키우려는 거야! 이 미친 마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