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190)
마족답게 사는 법-190화(190/385)
마족답게 사는 법 190화
190 홈 파티 (2)
때아닌 난리를 피우고 나서 다시 반으로 돌아온 조금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아르놀트의 낯빛과는 달리 학생들은 무척 만족스러운 듯 양 뺨이 분홍빛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래 너희들이 재미있었으면 됐다.
아이들끼리 좀 더 떠들도록 허락해 주고 싶었지만, 학생들에게 전달할 사항이 많았다.
조금 전에 아이들이 제게 장난치는 것을 받아 주느라 미처 파티에 관한 사항을 마저 전달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티 말인데, 이벤트 중 하나로 ‘선물 교환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물 교환식이요?”
“그래, 각자 선물을 가져오면 음악에 맞춰서 선물을 돌리는 거야. 음악이 끝날 때 자기가 들고 있는 선물이 본인이 받을 선물이 되는 거다.”
“오오…….”
누가 받을지 모르는 무작위 선물 교환식이었다. 학생들이 무엇을 준비할지 고민하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선물은 뭘 줘도 괜찮은 거죠?”
“물론이지.”
“……!”
“누구든 받고 감동할 만큼 정성이 들어간 선물인 편이 좋겠구나.”
장난스러움이 섞인 대답에 학생들이 서로 빠르게 시선을 교환했다. 아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선물이라…….’
루시어스가 학생들을 바라보며 턱을 느른하게 괴었다.
무작위 한 명에게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아쉬웠다. 이왕 함께 즐기는 파티이니 모두에게 주면 참 좋을 텐데.
‘이 녀석들에게는 받은 것도 많고.’
그냥 모두에게 줄 수 있을 만큼의 선물을 준비해 볼까? 딱히 선물의 개수에는 제약이 없어 보였으니까.
루시어스가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옅게 웃었다.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 레이얼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세요?”
“응? 아, 으음.”
잠시 고민하던 루시어스가 고개를 살짝 낮추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작게 속삭였다.
“모두에게 간단한 선물이라도 해 주고 싶어서.”
“아하.”
“그런데 생각해보니 뭘 주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공부할 때 먹을 간식이라도 준비해 줄까?”
벌써 아카데미에 다닌 지 2년이다.
앱실론에서 델타로는 자동으로 승급되기 때문에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델타 클래스 이후로는 성적에 따라 반이 갈리게 된다.
그러니 다들 곧 승급시험을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텐데, 공부할 때 먹을 수 있는 작은 간식이라도 있으면 더 힘이 나지 않을까.
“……승급이라.”
루시어스가 중얼거리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레이얼이 잠시 루시어스를 응시하다가 활짝 웃었다.
“좋은 생각이신 것 같아요.”
“역시 그렇지?”
“네, 그런데 그것도 그거지만, 선물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는 거죠?”
“……뭔가 따로 있나?”
레이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루시어스에게 말해주었다.
“요즘 홈 파티에서 쓸모없는 선물을 교환하는 게 유행이거든요.”
“쓸모없는 선물……?”
처음 듣는 이야기에 루시어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레이얼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평범한 선물은 언제든지 줄 수 있잖아요. 친한 친구끼리 모이는 파티니까 색다른 장난을 치는 거예요. 그래서 다들 저렇게 들뜬 거고요.”
“그런 거였나?”
예상치 못한 사실에 루시어스가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그냥 선물을 고민하기도 힘든데 ‘쓸모없는’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니.
갑자기 난이도가 확 올라갔다.
아르놀트가 때마침 돌아다니며 책상 앞에 하나씩 외출증을 올려놨다.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아카데미 안에만 잡아 둘 순 없지. 외출증을 줄 테니 각자 파티 준비를 하도록 해라.”
“네, 선생님!”
학생들이 씩씩하게 외쳤다.
선물 준비라는 숙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루시어스가 잠시 이마를 짚었다.
* * *
“레녹스, 너는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을 해 본 적이 있나?”
루시어스는 가장 먼저 레녹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왠지 레녹스라면 뭐든 잘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레녹스는 잠시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취미가 온갖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여기저기 다닌 기억이 있었다.
그중에는 루시어스가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쓸모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파티도 있었다.
“해 본 적 있지. 그런데 갑자기 왜?”
“……홈 파티를 여는데, 선물 교환식을 한다고 해서 말이야.”
“아, 반마다 한 번씩 하기로 했다는 그걸 말하는 거군.”
학생들보다 선생님들이 더 유난을 부리며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통에 레녹스도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올해부터 소속되게 된 알파 클래스의 첫 번째 반도 열 몇 번째로 파티를 한다고 하더라.
첫 번째로 파티를 여는 곳이 루시어스의 반이라고 듣기는 했다. 레녹스가 고민하며 루시어스에게 물었다.
“선물은 준비했나?”
“사실 그게 제일 고민이야.”
대체 쓸모없는 선물이란 무엇인가?
쓸모없는 선물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주장하는 쌍둥이는 쓸모없는 선물을 이렇게 설명했다.
바로 ‘자기 돈으로는 사기 아깝지만 남의 돈으로 받기엔 썩 유쾌한 물건’임과 동시에, ‘쓸모 있음이 3, 쓸모없음이 7 정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물건’이라고.
대체 무슨 논리인가 싶어 다시 물어도 돌아오는 건 같았다.
딱 보면 와 진짜 쓸모없다! 싶은 걸 고르라고 하더라.
루시어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두 손을 깍지를 끼고 턱을 괴었다. 이만큼 고민이 되는 건…….
일기를 처음 쓸 때 이후 처음이었다.
레녹스는 루시어스의 표정을 마주하고는 지금이 주군을 위해 자신이 나설 때라는 걸 직감했다.
이번만큼은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다!
“나는 양말을 선물로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양말? 그게 쓸모없어?”
“머리카락이 달려 있었지.”
“………??”
부연설명에 루시어스의 눈동자가 얕게 흔들렸다. 대체 왜 양말에 머리카락이 달려 있느냐는 눈빛이었다.
레녹스가 진지하게 덧붙였다.
“빗질해 줄 수 있게 고급 모발로 만들었었다.”
“…….”
“꽤 예쁜 금색이었지.”
진짜 미치겠다.
루시어스는 점점 더 쓸모없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쌍둥이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조금 알 것도 같지만…….
대체 왜 양말에 머리카락을 달아놓는 거야. 그걸 빗질해서 정리해 준다는 생각은 어느 머리에서 튀어나온 거고?
“한쪽으로 넘겨서 빗으면 상당히 봐줄 만했어. 내 야심작이었다.”
레녹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랑스러운 듯 눈을 번뜩였다. 루시어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지친 듯이 중얼거렸다.
“쓸모없음이란 대체…….”
루시어스에게 레녹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주었다.
“쓸모없는 선물은 쓸모가 묘하게 있으면서도 없어야 한다. 그게 포인트야.”
“……쌍둥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군.”
“쌍둥이? 아, 그 랜턴 일족의 쌍둥이 말이지. 좋은 조언을 해 줬군.”
그게 대체 어딜 봐서 좋은 조언이야.
반문하고 싶었지만, 레녹스가 이런 것으로 저를 놀리거나 거짓말을 할 리도 없었다.
루시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예를 들어줄 수 있나?”
“음……, 예를 들면. 수염이 달린 털모자가 있겠군.”
“수염이 달린……? 혹시 머리카락 양말처럼 진짜 수염을 달아놓나?”
“그건 아니지. 수염이 달린 털모자는 털실로 열심히 뜬 수염이어야 한다.”
“……??”
대체 왜?
왜 머리카락은 머리카락인데 수염은 수염이 아니라 털실인가. 루시어스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레녹스가 덧붙였다.
“잘 생각해 봐라, 루시어스. 털모자를 쓰고 다니면 무척 따뜻하겠지?”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수염이 달렸어.”
“…….”
“그것도 털실로 짠 이상한 수염이.”
따뜻하긴 해도 쓰면 꽤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우선 내 돈을 주고 사라면 절대 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남에게 선물 받으면 웃길 것 같기는 했다. 게다가 한 번 머리 위에 얹어 보고 거울을 보면 재미있기야 하겠지.
루시어스가 조금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알겠다. 그게 바로…… 쓸모없는 선물이군.”
“줄여서 쓸없선이다.”
“별걸 다 줄이네.”
루시어스가 가볍게 마른세수를 했다.
쓸모없는 선물이 무엇인지 대충 이해는 했지만, 정말 너무 어려운 문제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은 대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레녹스에게 이것저것 듣기는 했지만, 레녹스가 썼던 선물들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주기에는 너무 진정성이 없어 보여서 고민이었다.
조금 더 자신만이 줄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하고 싶은데.
고민하는 루시어스에게 레녹스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깊게 고민할 필요 없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 봐라. 나도 외출증을 끊어 올 테니 잠깐 랜턴 마을에 함께 가자.”
“랜턴 마을에?”
“여기서 그다지 멀지도 않은데다가, 거기에 쓸모없는 선물을 파는 가게가 있거든.”
“…….”
아니, 왜 그런 걸 모아 놓고 팔아?
랜턴은 겁도 많고 장난기도 많은 마족이었다. 그 때문에 마계의 온갖 기상천외한 장난이며 축제들이 그들로부터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설마 그런 걸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도 있을 줄이야.
“거기서 굳이 사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게 많으니 가보면 선물을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다.”
레녹스가 웃으며 교무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방을 나섰다.
* * *
정말 놀랍게도.
루시어스에게는 정말 놀랍게도, 레녹스가 말한 쓸모없는 선물을 파는 가게가 정말 랜턴 마을에 있었다.
딸랑딸랑.
“어서 오세요!”
가게에 들어간 루시어스가 제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해 오는 가게 주인에게 가볍게 고개를 까딱여 준 후 넋을 놓고 이리저리 가게를 둘러봤다.
레녹스가 루시어스를 가게 한편으로 데려갔다. 벽장에 온갖 물품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레녹스가 말한 수염이 달린 털모자뿐만이 아니라 거의 문어처럼 머리를 모두 가리는 모자도 있었다. 멋있는 복근이 그려진 앞치마 같은 것도 있었다.
인형들도 참 이상한 게 많았다. 귀엽거나 예쁘다기보다는 기괴하다는 표현이 올바른 것 같았다. 한쪽에 만년필도 진열되어 있었는데.
“……대단하군.”
크기가 루시어스의 키만 했다.
이걸 쓰려면 만년필을 온몸으로 붙잡고 커다란 종이 위에 붓질하듯 써야 할 것 같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온갖 이상한 모양의 안경이나 웃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양말도 있었다.
‘이 정도면 쓸모없는 선물교환을 위해 쓸모가 없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경지군.’
루시어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연신 감탄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정말 한계가 없는 것이라면서.
“어때? 눈에 띄는 게 있나?”
“……정말 뭐든 대단해서 전부 눈에 띄어.”
“그쪽 친구는 우리 가게가 처음인가 봐?”
대화를 나누는데, 가게 주인이 흘긋거리며 루시어스에게 다가왔다. 루시어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인이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다.
“드라이어드인 모양인데, 이런 건 어때?”
그러며 루시어스에게 이것저것 상품을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보여 준 건 잎사귀가 꽤 조잡해 보이는 모형 식물이었다.
“이건……?”
하지만 루시어스는 섣불리 행동하거나 방심하지 않았다.
이곳은 바로 쓸모없는 선물을 파는 가게가 아닌가. 분명히 이 모형에도 큰 의미가 부여되어 있을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가게 주인이 트리를 한 번 툭 건드렸다. 그러자.
빠빠빠, 빠! 빠, 빠빠! 빠빠!!
뭔가 흥겨운 소리와 함께.
좋은! 아! 침!
하고. 노래가 들렸다.
루시어스가 화들짝 놀라 뒤로 주춤 걸음을 물렸다. 가게 주인이 그런 루시어스의 반응을 보고 무척이나 만족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빠빠빠, 빠! 빠, 빠빠! 빠빠!!
둠! 칫! 땃! 취!
모형은 이제 노래에 맞춰 격렬하게 가지를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루시어스는 그 모습을 굳은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난리야.’
정말 난리였다.
루시어스가 무척 혼란스러운 눈으로 심각하게 모형 식물을 바라보자, 옆에서 웃음이 터졌다.
“푸하하하하! 이 친구 진짜 이런 거 처음인가 보네!”
“크흡, 큼. 푸흐흐.”
레녹스도 가게 주인 옆에서 웃음을 꾹 참고 있었다.
루시어스가 조금 부끄럽게 입을 꾹 다물고 둘을 노려보았다. 둘이 큼큼, 하고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다른 것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루시어스는 그 기상천외한 물건들을 볼 때마다 마계의 창의력 수준에 대해 적잖게 감탄하며.
몸을 굳혔다.
그런 그를 보며 둘이 몇 번이나 웃었다. 레녹스는 이제 아예 대놓고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선물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