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211)
마족답게 사는 법-211화(211/385)
마족답게 사는 법 211화
211 학술제 개최 (3)
“오호라……, 그러니까 지금.”
우리를 전부 한꺼번에 상대하겠다?
날아드는 장갑으로 뺨을 한 대 철퍽 얻어맞은 포르비가 툭 떨어지는 장갑을 꽉 쥐며 눈에 불을 켰다.
모두의 시선이 사이러스 학생들에게로 꽂혔다.
우득, 우드득.
한둘씩 손목이나 어깨를 풀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무래도 저희가 좀 많이 얕보인 것 같다고 음산하게 웃기도 했다.
“아이런, 빨리.”
“그, 그래!!”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런이 루시어스의 말에 후다닥 경기장 중앙으로 향했다. 남은 세 명이 아이런의 주변을 둘러싸고 호위했다.
단상에 떡하니 올라간 아이런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사이러스 소속, 루시어스 켄드릭 외 3명! 발표하겠습니다아아악!!”
“누구 맘대로!”
“이의있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연구는 뭔가 이상하다!”
철퍽! 휘리릭! 휙!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장갑이 날아왔다. 아이런이 숨을 헙 들이마시고는 이리저리 몸을 굽히고 휘며 주제에 대해 외치기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 같은 모양새였다.
루시어스가 외쳤다.
“어쨌든, 발표만 마치면 돼! 하나하나 전부 상대할 필요 없으니까 적당히 넘겨!”
“알겠다!”
이리누슈카가 씩씩하게 대답하며 주문을 외우며 봉을 휘둘렀다. 전보다는 훨씬 빠른 상황 판단과 몸짓에 얼굴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에스메리다는 아이런 주변으로 얼음 보호막을 만들어 그를 보호했다.
‘최대한 빨리 발표를 끝내야 해!’
아이런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저를 잡아먹을 듯 사방으로 몰려오는 학생들의 기세에 눌려 입 벙끗하기도 힘들었지만, 계속 시간을 끌면 조원들과 자신만 힘들어질 뿐이었다.
“마계 각 지역에서 채굴되고 있는 마정석 및 기타 자원의 기대 매장량에 대하여!!”
“조사할 필요도 없다!”
“마신의 축복을 받은 마계의 땅에서 자원 걱정이 웬 말이냐!”
시작은 예상했다시피 가벼운 반박부터 들어왔다. 루시어스는 다른 학생들을 잘 막고 있는 이리누슈카와 에스메리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조만간 저를 노리고 달려드는 기척을 느끼고 몸을 슬며시 피했다. 그는 예상했다는 듯 반동을 이용해 몸을 비틀었다.
한 걸음 작게 물러났다. 부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발꿈치가 지나갔다.
발끝에 모여있던 마기가 날카롭게 쏘아졌지만 루시어스의 머리카락에 닿지도 못하고 푸스스 흩어졌다.
루시어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자세를 낮춘 포르비가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이 녀석은 내가 맡는다! 나머지는 합공! 어떻게든 단상을 빼앗아!”
“맡긴다!”
키아라 학생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포르비가 가볍게 뜀박질을 하며 루시어스를 바라보았다.
“안 잡냐?”
“혼자 하는 학술제가 아니잖아.”
팀을 믿어야지.
게다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데 이 정도도 못 버텨 내겠어?
‘그래도 포르비는 조금 벅찰 테니.’
루시어스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포르비는 레녹스와 엇비슷할 정도의 실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실력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다른 학생을 상대하면서 포르비의 공격까지 막아 내기는 힘들 터다.
그러니 이 정도는 맡아줘야지.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도록.
포르비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루시어스를 노려보았다.
‘장난 아니네.’
빈틈이 없다.
저렇게 가만히 서 있는데, 손에 무기조차 들지 않았는데도 빈틈이 보이지를 않았다.
학기말 시험에서 잠깐 힘을 겨루었으니 루시어스가 얼마나 강한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닿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방학 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더 튼튼한 육체를 만들고 마기를 어떻게 다루는지 익혔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만큼 마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만날 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안 올 건가?”
“…….”
“기다리고 있는데.”
휘익.
여유로운 몸짓과 함께 루시어스가 장봉을 하나 꺼내 들어 가볍게 휘둘렀다. 포르비가 두근두근 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웃음을 머금었다.
“가야지, 그럼.”
“…….”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가야지!”
본능이 꿈틀거린다.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의 시선이 루시어스를 훑었다.
패기로운 기세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루시어스는 기운을 맞으며 가만히 봉을 들었다.
올라가는 입꼬리 사이로 짐승을 닮은 뾰족한 이빨이 드러났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이.
쿠우웅!!
묵직하게 루시어스의 머리 위로 꽂혔다.
커다란 울림에 장내에 있는 시선이 잠깐 둘에게 모였다. 루시어스는 가느다란 봉 하나로 그의 일격을 막고 있었다.
봉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지만, 루시어스의 주변으로 도넛 모양의 작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우드득, 우득.
꽉 쥔 손에 더 힘이 세게 들어갔다. 포르비가 그대로 짓눌러 버릴 듯 흉포한 기세로 루시어스를 압박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서서히 가라앉고 고요한 금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흡!”
포르비가 숨을 들이켜며 순식간에 세 걸음쯤 크게 물러났다. 몸을 낮춘 그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무서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무서워.’
포르비는 그제야 깨달았다.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목표점이 그저 제 실력의 한계점이었음을.
루시어스 켄드릭의 힘이 감히 제가 재단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하다는 것을.
“너, 대체 정체가 뭐야?”
평범한 학생일 리가 없다. 대체 어느 학생이 선생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스윽.
루시어스가 발을 한 걸음 내디뎠다. 포르비가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나긋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귀를 두드렸다.
“누구긴.”
“…….”
“사이러스 아카데미의 학생이지.”
* * *
“분석에 대해서는, 으헑!!”
“비켜, 이 드워프 꼬맹아!”
“컥!”
옆에서 날아오는 발차기에 얻어맞은 아이런의 몸이 위로 날았다. 수비가 뚫린 걸 본 에스메리다가 혀를 쳇 걷어차며 바로 아이런에게 손을 뻗었다.
팔을 타고 손끝을 향해 뻗어 나간 얼음 줄기가 채찍처럼 휘었다. 아이런의 발을 잡은 그녀가 제가 있는 곳으로 그를 휙 끌어당겼다.
한 대 얻어맞아 당황스러워하던 것도 잠시.
‘이대로 당하면 몰라다!’
루시어스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절로 움직였다.
“흐랴아아압!!”
우두두두두두두!
아이런이 미리 준비해온 기관을 꺼냈다. 굵직한 나무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에스메리다의 도움으로 땅에 안착한 아이런이 단상에 올라간 학생을 향해 몸을 박치기했다.
배후의 공격을 막아낸 에스메리다가 눈을 꿈뻑이다가 피식 웃고는 손을 꽉 쥐었다. 등골까지 시린 한기가 손 가득 모였다.
‘잘못 대답해서 몰라를 키울 바엔.’
선공이다!
그녀가 눈을 번뜩 빛내며 빠른 속도로 몰아치듯이 말했다.
“피아리식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마정석의 순도가 결계의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을 증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결론을 그렇게 낸 이유는 뭐지?”
“뭐…… 뭐? 그, 그야 당연히!”
“오차 분석이 잘못되었잖아!”
관련 자료가 하나도 없어!
갑자기 연구 주제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공격해오던 남자가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그게, 그러니까. 으으음.
눈을 빠르게 움직이던 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갑을 주워 에스메리다를 향해 던졌다.
“대충 우리가 맞아! 납득하지 못하겠다면 결투다!”
“오냐!”
퍼어억!
에스메리다가 날아오는 장갑을 물 흐르듯 피한 후 깔끔하게 복부에 한 방을 묵직하게 먹였다. 권로를 따라 아스라한 눈송이들이 흩어졌다.
두 발로 단단히 지면을 디디고, 몸을 쥐어짜듯이. 마력은 항상 뻗어 나가듯이!
그녀가 루시어스가 몇 번이나 해주었던 조언을 되새기며 몸을 비틀었다.
“흐아아압!”
“커억!”
쿠웅!!
남자의 몸이 경기장 밖으로 맥없이 날아갔다. 에스메리다가 숨을 가볍게 몰아쉬며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정말 형편없네, 다들.’
이놈이고 저놈이고 어떻게 자기의 연구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 대답도 못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면 움찔거리며 몸이 느려졌다. 주장에 자신도 없는 놈들이 어떻게 이 험한 학술제에서 살아남겠다고 나왔는지 의문이다.
루시어스가 저희들을 볼때에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게다가 뭔가…… 엄청 느리고.’
참 이상했다.
루시어스와 싸우면서도 그가 빠르다고는 느끼지 못했는데 참 이상하게도 전보다 학생들의 움직임이 느려 보였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자신의 몸은 무척이나 가뿐했다. 생각하며 원하는 대로 몸이 정확히 움직였다.
어느 곳으로 공격이 들어와도 신기하게 다 눈에 보인다. 시야가 전체적으로 넓어진 것 같기도 했다.
‘대체 뭘 했다고?’
내가 대체 뭘 했는데 이렇게 된 거야?
에스메리다가 속으로 의아해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간 자신들이 한 것이라고는 몰라를 키우고, 공부하고, 루시어스와 문제를 풀면서 쉼 없이 훈련한 것밖에 없었다.
그것도 3대 1로.
물론 우리가 3, 루시어스가 1.
“결투 중에 딴 생각이라니, 간이 배 밖으로……!”
“조용히 좀 해봐. 중요한 생각 중이니까.”
“으헉!”
까앙!
에스메리다가 달려드는 학생의 머리통을 얼음만큼 단단한 손으로 내리치며 밑으로 처박아 두었다. 그리고는 그 위에 발까지 올리고 턱을 괴었다.
달려든 학생에게서 도저히 머리와 주먹이 부딪히는 것 같지 않은 소리가 나자 학생들이 모두 주춤거렸다.
이리누슈카가 숨을 몰아쉬며 에스메리다의 뒤로 슬금슬금 걸음을 물렸다.
“있잖아, 이리누슈카.”
“음……?”
“우리 좀 세진 것 같지?”
루시어스가 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세진 것 같다. 에스메리다는 결국 그렇게 생각하며 이리누슈카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이리누슈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던 탓이다.
둘이 주변을 살피며 아이런을 단상으로 보냈다. 아이런이 신중하게 움직이며 다시 발표를 시작했다.
“야.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무슨 수로?”
“…….”
학생들은 아이런의 발표를 들으면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애들을 차례차례 경기장 밖으로 날려 버린 건 문제도 아니었다.
설마 그렇게 아프게 연구의 허점을 찔러올 줄은 몰랐던 게 더 문제였지!
차라리 아무 말이나 지껄였으면 타격도 없었을 텐데, 정상적인 질문이 들어오니 ‘어, 그랬었나?’ 하고 연구 내용을 되새겨 보게 된다.
그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몸이 굼떠질 수밖에 없고.
그들이 슬쩍 옆을 흘겨보았다.
“……뽀삐는?”
“저기 신나게 싸우고 계시는데요.”
“아니, 진짜 도움이 안 되네.”
아닌가? 루시어스 켄드릭을 혼자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명을 다했다 해야 하나?
‘이 녀석들이 이 정도면 저놈은 얼마나 세다는 거야?’
‘뽀삐랑 혼자 싸우고 있는 걸 보면 무지막지하게 센 건 맞는데.’
‘드라이어드라며, 드라이어드라며!’
쿠당탕탕!!
쑥덕거리는 사이 포르비의 몸이 직선을 그리며 경기장 벽에 꽂혔다. 루시어스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넘기며 터벅터벅 단상으로 향했다.
우글우글 몰려있던 학생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발을 물렸다. 루시어스는 아이들이 터준 길을 따라 똑바로 걸었다.
“고생했어. 계속 발표해.”
그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아이런이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크흠흠. 이어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루시어스가 단상 앞에서 딱 버티고 있기 때문인지 누구도 발표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키론 학장이 조급하게 발을 동동 굴렀다.
다그닥! 다그닥!
기껏 힘을 써서 심판으로 선출되기까지 했는데 사이러스에게 이렇게 대놓고 밀리다니!
“음머헠헠헠헠!!”
“히힝?”
“머헠헠헠! 아무래도 이번은 우리의 승리인 것 같군요! 음하하하하학!”
어느새 키론의 옆에 자리한 글렌이 허리며 목이 부러져라, 뒤로 젖히며 웃었다. 아주 세상이 거꾸로 보일 정도로 그의 허리가 뒤로 접혔다.
키론은 그 웃음을 들으면서도 그저 부들부들 떨며 가끔 다그닥거릴 수밖에 없었다.
완패.
부정할 수도 없는 완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