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252)
마족답게 사는 법-252화(252/385)
마족답게 사는 법 252화
252 흔들림 (2)
타리크는 바로 도시의 결계가 설치된 곳으로 향했다. 강한 지진 때문에 도시 건물이 무너져 결계가 흔들릴 수는 있어도, 반동을 견디지 못해 깨져 버리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만큼 어중간하게 설계하지도 않았다. 타리크 라하위스가 러드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을 구축해 놓았었다.
그렇게 조치해 두지 않으면 제 발이 너무 러드에 묶이게 되니까.
그런데 대체 왜 갑자기?
“……문제가 뭐지?”
타리크가 결계를 살펴보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결계의 상태가 말도 안 되게 불안정했다.
신경 써서 구축해 놓은 결계와 마기의 흐름이 이상하게 전부 뒤틀렸고, 정교하게 맞춰 놓은 속성의 균형도 오차 범위를 넘어 치우쳐 있다.
이러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는 한데.
“어쩔 수 없이 마력으로 버텨야 하나.”
이대로 두면 도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결계를 수복하려면 적어도 자신과 동급 이상의 마력과 마법학 지식을 가진 마족이 둘 이상 필요하다.
한 명은 도시가 무너지지 않도록 결계를 감당하고, 한 명은 원인을 찾아 수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수식의 재구성에 맞춰 바로 결계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마족은 러드 안에 없다.
레이얼이 바깥에 상황을 알린다고 해도 장로급 이상의 지원이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다못해 각종 결계와 수식을 담당하는 제6군이 파견되는 데에만 해도…….
‘곤란하군. 제6군이 전부 몰려와도 결계 이론을 알려 주는 데에만 며칠이 걸릴 텐데.’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재구축한 결계라 지원이 와도 이론부터 알려 줘야 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다못해 지원군에게 결계에 마력을 공급하며 버티라고만 해도, 타리크 혼자 수식을 재구성하고 결계를 구축하려면 시간이 두 배가 아니라 세 배가 넘게 소모된다.
결계의 상태가 불안정하니 결계를 유지하는 데에 평소보다 약 열 배는 많은 마기가 필요할 것이고.
그동안 안전하게 러드를 지키려면.
“이럴 줄 알았으면 마왕군 쪽에 미리 결계 이론을 전달해 둘 걸 그랬나.”
그걸 몇 명이나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 같아 깊은 한숨이 나왔다. 어떻게 해도 당장은 답이 없으니 우선은 적어도 도시 시민이 전부 피난할 때까지 버텨야 했다.
최악의 상황에는, 러드를 버려야 한다.
“남아 있는 마정석부터 가져와야겠군.”
타리크는 우선 창고와 보고에 남아있는 마정석을 있는대로 가져왔다. 통상대로였다면 몇 달은 쓸 물량이었을 텐데 이렇게 보니 참 적어 보였다.
이걸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이 사태가 무사히 끝나고 나면 마정석을 더 많이 준비해 놔야겠다.
타리크는 러드의 예산을 헤아려보다가 베르틴에게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어깨를 으쓱였다.
준비를 끝낸 타리크가 결계 중앙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삐딱하게 앉으며 작게 실소했다.
‘그냥 내 몸 하나 쓱 빼면 끝날 일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다른 마족들이 얼마나 뒤지던 알 게 뭐라고. 러드 밖에서는 누가 보든 말든 그냥 다 죽이고 다녔는데, 러드에 있는 마족이라고 다를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놈의 빛이 대체 뭐라고.’
루시어스 켄드릭이라는 마족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던 타리크가 아예 자리에 뻗어 누워 눈을 감아 버렸다.
레이얼이 조금 전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다녔다.
“루시어스 때문이라면서요!”
……짜증나는 꼬맹이가 눈치만 빨라서는.
타리크는 루시어스가 러드와 그곳에 사는 마족들을 지켜 마왕에 대한 예우를 보이라는 말 때문에 좋은 지배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때의 그 말이 아니었다면 이런 귀찮은 짓은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버려 두고 무너져 가는 걸 감흥 없이 지켜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만 했겠지.
그러니 자신이 이렇게 노력하는 건 오롯이 루시어스 때문이었다. 비록 본인이…….
‘기억을 못 하고 계신다고 해도.’
루시어스가 한순간이라도 제게 그걸 바랐으니 그렇게 했을 뿐이다.
타리크는 입가로 조금씩 흐르는 피를 다시 문질러 닦고 피식 웃었다. 온몸에서 마기를 내뿜으며 조금씩 결계에 불어넣었다.
“이번에는 와 주시려나.”
친구들이 러드에 있으니 이변을 들으면 반드시 오려고 하겠지.
그게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러드에 한 번쯤은 들러 주겠지.
그러면 한 번쯤은, 날 찾아오시겠지.
눈동자에 잠시 푸른 빛이 감돌았다.
“……오래 기다리는 건 자신 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얄팍한 인내심이 언제 종이처럼 찢어져 버릴지 모르겠으니까.
그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 정도면 나도 제법 곱게 미쳤구나.
* * *
“요즘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네.”
“응, 나도 확실히 느끼고 있어. 몸을 계속 움직이니까 적응하기 훨씬 편해.”
레녹스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여전히 땀 한 방울도 나지 않은 루시어스를 조금 불만스럽게 쳐다봤다.
마기가 조금씩 갈무리되며 실력이 쭉쭉 성장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정작 저를 맨날 상대해 주는 루시어스는 언제나 지친 기색이 없으니 괜히 불안했다.
이렇게 노력해도 사실 루시어스에게 도움조차 되지 못하는 것 아닐까.
그냥 쓸모 없는 노력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아…….”
“……?”
한숨 소리에 루시어스가 레녹스를 돌아보았다.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법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 나도 슬슬 상대해 주기 힘들다고 느끼고 있을 정도니까.”
“……못 믿겠는데.”
“조금 과장이기는 해도 빈말은 아니야.”
실제로 3차 성장을 한 후 레녹스는 무척이나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루시어스도 레녹스를 상대로는 어린아이들 장난 같은 대련을 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무척 집중해서 손을 섞었다. 방심했다가 한 방 먹으면 5장로이자 주군으로서의 위엄이 상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조금 하면서.
기사가 되지 않았다면 정말 뤼디거의 뒤를 이어 장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레녹스도 기사와 보좌관을 두게 되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이게 다행일지도.’
상상해 보니 왠지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금 레녹스는 명실상부 자신의 기사이지 않나.
제 말을 믿지 못하겠는지 레녹스가 여전히 툴툴거리고 있었다. 루시어스가 속으로 웃어버렸다.
드드드드……. 드드…….
“음?”
“이건?”
그러던 와중 훈련장이 가볍게 흔들렸다.
집중하지 않으면 느끼지도 못할 요동이었다. 루시어스가 고개를 들고 기운을 펼쳐 주변을 살폈다. 더미트의 저택이 위치한 곳은 지진이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어 당황스러웠다.
근처에서 기운이 비틀어지거나 요동치는 곳이 없는 걸 보면 먼 곳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파가 저택까지 닿았다는 소리인데, 저택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과도 무척 멀리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먼 곳에서 그만큼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뜻이 되는데…….
“레녹스, 우선 올라가자.”
“그래,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레녹스와 루시어스가 시선을 한 번 마주하고 들고 있던 무기를 정리한 후 위로 올라갔다.
무척 미약한 진동이 끊어지지 않고 간헐적으로 저택을 울렸다.
루시어스가 복도를 걸으며 바로 하멜을 불렀다. 하멜이 바로 루시어스의 곁에 나타나며 보고했다.
“아카데미에서 진동을 느꼈습니다.”
“……그쪽도? 강도는?”
“예민하면 느낄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선생들 몇몇은 느끼지도 못했고요. 다만 나비가 조금 놀란 것 같아 우선 아르놀트 선생에게 맡기고 왔습니다.”
“잘했다.”
루시어스는 마계의 지리를 한 번 가늠해 보았다. 아카데미와 저택의 위치를 생각하며 지진이 발생했을 만한 곳들을 가늠해 보는데 불안한 예감이 가시지 않았다.
설마 지진의 발원지가 한곳이 아닌가?
“……하멜, 혹시 영역 내에 피해가 발생했는지 살펴봐라. 지진 때문에 마물이나 마수가 날뛰고 있다면 처리해도 좋다. 혹 피해를 본 마족이 있다면 적당히 처리해 주고.”
“알겠습니다. 지역별로 분리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놓도록 하죠.”
“나는 레녹스와 마왕성으로 가서 따로 보고가 들어온 것은 없는지 확인하도록 하지. 영역에 아무 이상이 없다면 우선 다시 부를 때까지는 아카데미에서 대기하도록.”
“네, 특이사항이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하멜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루시어스는 그 길로 바로 마왕성으로 향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 * *
마왕성에 도착하자마자 더미트가 마중을 나와 루시어스를 회의장으로 데려갔다.
정중하게 인사하고 사담 없이 회의실로 향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회의실에는 이미 마왕과 마리엘라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찰대를 맡은 제 5군단장이 루시어스와 더미트를 보고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다 왔군, 시작하라.”
그제야 제 5군단장이 입을 열었다.
“현재 마계에서 원인 미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고 받은 진원지는 총 네 곳으로 각지에 주둔하고 있던 정찰대에게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가 찬찬히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원지는 룬타 지방, 사막도시 러드, 리마이라 해구, 그리고 캐들입니다. 내륙 지방에는 큰 영향이 없었으나, 놀란 마수과 마물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각 지역의 상황은?”
“룬타 지방은 놀란 마물들이 공격하고 있으나 자경단이 잘 구성되어 있어 큰 피해는 없습니다. 뤼디거 2장로께서 바로 기사들을 이끌고 그쪽으로 향하셨습니다.”
“거기는 2장로의 영역이니까.”
룬타 지방은 설산에 고립되어 있기는 하지만 마물이 많은 만큼 전투력이 뛰어난 편이라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다만 상주하는 마족이 적어 피해를 보면 복구하기가 힘들다. 추후 관리를 위해서라도 1개군 정도는 보내놔야 했다.
“리마이라 해구는 아론 아카데미와 멀지 않은 곳이라 3장로께서 아카데미 선생들과 함께 바로 출격하셨다고 합니다.”
“방학 중이니 다행이군.”
“네, 그런데 해구 근처의 화산이 마구잡이로 폭발하고 있어 손이 모자랄 것 같다며 지원을 요청하셨습니다.”
“……리마이라면 마물도 문제일 테니.”
마왕이 턱을 매만지며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해상 마족이 아니면 물밑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지원을 요청했다면 해상 마족의 비율이 높은 제3군이 적합하다.
캐들은 비행 마족이 대부분인 제2군을 보내야 할 테니, 룬타 지방에는 제1군을 보낼 수밖에 없다.
루시어스가 제5군단장에게 물었다.
“캐들에는 4장로님께서 가셨나?”
“그렇습니다.”
“그럼 전하, 하멜도 함께 보내 놓겠습니다. 그곳에서 왕으로 군림했던 녀석이고 내부 지리를 상세히 알고 있으니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마왕이 루시어스를 잠시 바라보다가 뜻대로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배치하고 나면 남은 건 러드.
러드는 원래 지진에 익숙하고 결계가 형성되어 있으니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터다. 다행히 그곳의 지배자가 제7위나 되는 타리크 라하위스이니 더더욱 괜찮겠지.
생각하는데 제5군단장이 보고했다.
“러드의 시민들이 타리크 라하위스 경의 명령으로 도시 밖으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지휘부에서 지원을 부탁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보금자리를 버리고 탈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건, 그만큼 그곳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결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상황이 안 좋군.
마왕이 미간을 찌푸리는데 루시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러드에는 제가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