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339)
마족답게 사는 법-339화(339/385)
마족답게 사는 법 339화
339 잿더미 수프 (5)
루시퍼는 원래 인간이었다.
그것도 영혼에 쌓인 업보가 너무 많아 천사의 자리는 절대 넘볼 수 없을 정도의 밑바닥 인간.
그런 놈을 천사의 위(位)에 올려놓고 ‘루시퍼’라는 이름을 준 이가 바로 메타트론이었다.
“저, 저 미친…… 놈.”
메타트론이 거두어서인지, 원래 강인한 영혼이어서인지 루시퍼는 무척 강한 천사가 되었다.
인간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천사로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천계의 누구도 그가 대천사와 견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무식하게 힘만 센 건, 정말 여전…… 윽.”
“말하지 마. 상처 덧난다.”
우리엘의 욕지거리에 그녀를 치료하던 라파엘이 한숨을 내쉬며 멀리서 싸우는 두 그림자를 흘긋 곁눈질했다.
하품 천사들은 힘의 충돌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지 오래다. 중품 천사 중에서는 카마엘이 그나마 버텼지만.
“쿨럭, 큭…….”
지금은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미카엘과 타리크는 여전히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누구든 한 치도 밀리지 않는 공방에 라파엘이 이마를 짚었다.
“설마 성창 롱기누스를 저 녀석이 쓸 수 있었을 줄이야.”
“인정하긴 싫지만, 그분의 권속이니 불가능하진 않겠지.”
하지만, 롱기누스가 대체 왜 배신자 루시퍼에게 응해 주는 걸까.
우리엘이 라파엘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롱기누스는 옥좌를 수호하는 성창이잖아. 그런데 왜?”
“…….”
“그분과 천계를 수호해 온 성창이 왜! 그분의 의지를 따르는 성창이 대체, 왜…….”
그분은, 총관은, 메타트론 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셨을까.
“내가, 우리가 너무 약해.”
우리엘이 고개를 툭 떨어트리고 흐느꼈다. 메타트론이 사라진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천사들의 힘은 점점 약해졌다.
빛나던 순간을 알고 있으니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천계는…… 몰락하고 있다.
메타트론이 모습을 숨긴 그날부터, 끊임없이 계속.
“부정할 수 없군.”
아무리 과거에 천사였다고 하나 지금 루시퍼는 마족이었다. 그러니 천계에서 힘을 쓰는 데에 한계가 있을 텐데 이렇게 압도적일 정도의 힘이라니.
“정말 최악이야.”
안 그래도 강한 녀석이었다.
그런 놈이 전투에 특화된 마족의 육체로 전투 경험을 쌓았다.
전성기면 모를까 전반적으로 약해진 지금의 천사들은 그를.
감당할 수 없다.
쿠구구궁!
“컥! 크윽!”
결국, 미카엘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와 동시에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천제가 움직였다.
위이이잉.
천제의 수많은 깃털이 고리처럼 모였다. 깃털이 날카롭고 거칠게 돌아가며 위협적으로 돌았다.
“무슨 생각인진 몰라도, 더 이상의 방종은 용서하지 않겠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환생한 지금도 다루기 까다로운 놈이다.
천제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깃털로 만들어진 차크람이 빠른 속도로 타리크를 향했다. 타리크는 성창 롱기누스로 천제의 공격을 받아치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부터 기억을 찾았지?”
“글쎄, 언제부터일 것 같아?”
“……한 달, 아니, 두 달쯤은 되었을 것 같은데.”
기억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 이렇게 성창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었을 터다.
그보다 전에 기억을 되찾았다면 가만히 있었을 리 없고.
“썩어 빠진 머리인 줄 알았더니, 마냥 그런 건 아니었나 봐.”
“속셈이 뭐냐, 루시퍼.”
“음, ‘나’는 잘 모르겠는데?”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답이었다. 미카엘이 다시 나서려는 것을 천제가 막았다.
“상제님, 제가 가겠습니다.”
“가만히 있어라.”
미간이 일그러졌다.
천제는 좀처럼 루시퍼의 속셈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가 굳이 천계에 돌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마왕의 명령을 따랐을 뿐인가?
‘그럴 리 없지.’
루시퍼는 자기중심적인 놈이다.
얻는 것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약삭빠르고 계산적이었다.
단지 마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마왕의 명령을 따를 리 없다.
그런 놈이었으면 천사일 때, 천제인 자신의 명령을 들었겠지.
옛날부터 메타트론의 명령이 아니면 좀체 듣질 않았는데…….
‘잠깐, 메타트론?’
설마 이게 메타트론의 뜻인가?
‘그렇다면 확인해 봐야……!’
문득 스쳐 지나가는 의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때.
타리크가 도약하며 빠르게 접근했다. 두 손으로 창을 쥐고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자세가.
메타트론과 똑 닮아있었다.
까가가가각!
차크람 두 개가 교차한다. 코앞에서 겨우 멈춘 창 너머로 타리크의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아주 여유롭게 웃음 짓는.
푸른색 눈동자가.
등줄기가 절로 오싹해진다.
“너는 대체……!”
“누구냐고? 이미 말했잖아. 나는 지금 타리크 라하위스라고.”
“웃기지 마라! 루시퍼!!”
끼기기긱. 끼긱, 끽.
미카엘이 타리크에게 검을 겨누었다. 하지만 타리크는 미카엘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단지 힘겹게 창을 막고 있는 차크람 너머, 천제를 바라보았다.
비슷한 얼굴. 비슷한 기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지.”
타리크의 눈꺼풀이 과거를 되짚으며 반쯤 감겼다. 그러다 픽 웃고는 창을 꽉 쥐었다.
끼기, 기, 끽! 까가각!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지.”
“흐읍……!”
“이봐. 영영 뒈지기 싫으면, 입 꽉 다물고 있어.”
“큭……. 네게는, 내가 죽는 것이 더 나을 텐데?”
“응? 아니, 네 녀석이 여기서 맥없이 죽으면 무척 곤란해.”
나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거든.
게다가 제멋대로 움직이면.
루시어스 님께 혼나.
“자, 이제 다음 장소로 가자고.”
타리크가 말 그대로, 창에 마기를 때려 부었다. 백색 창에서 보랏빛 마기가 흘러넘치며 창대가 점점 까맣게 변했다.
성창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본래 그가 가진 것보다 훨씬 순수하고 맑으며 파괴적이었다.
쿠구구구구궁!
찍어누르는 듯한 힘.
노도처럼 몰려온 마기가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을 조각냈다.
“라파엘, 우리엘!”
설 곳이 사라지자 그 둘이 다급하게 날개를 펼쳤다. 당장이라도 천제에게 뛰어오려고 하던 미카엘은 천제의 눈짓에 입을 다물고 천사들 주위로 보호막을 쳤다.
천제가 눈을 부릅떴다.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난 천계를 다스리는 지배자다.
“타리크 라하위스!”
우선 이 녀석을 제압해야 한다.
세계수를 위한 거름으로 삼을지 아니면 그냥 죽여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그 후가 되어야 한다.
마계가 무슨 생각인지.
마계에서 어디까지 알았는지.
그리고 루시어스 켄드릭……, 메타트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창이 왜 너를 따르는지.
이놈에게서 모두.
“네게서, 전부 알아내야겠다!”
하얀 깃털이 사방에 휘날렸다.
천계의 지배자다운 거대한 신성력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타리크의 몸을 옥죄었다.
어느새 천제는 타리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단죄하기라도 하는 듯이.
하늘을 등지고 있다.
―촤자자자작!
신성력이 몰아친다.
천계와 아발론이 흔들릴 정도로 아주 격렬하게 휘몰아친다.
그리고 쇄도한다.
쿵! 쿵! 쿠구구구궁!
하나, 둘, 셋. 격렬한 힘에 바닥이 계속해서 무너졌다. 타리크는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몇 층이나 아래로 떨어졌을까.
타리크의 몸이 공중에서 휙 돌아갔다. 마치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준비된 자세였다.
“마음이 급해지면.”
주변을 잘 보지 못하게 되지.
위이이이잉!
타리크가 창에 힘을 한껏 불어넣었다. 창끝에 계속해서 순수한 마기가 응집했다.
천제가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발론이 내 힘으로 부수긴 좀 딱딱하긴 하거든.”
“설마…… 안 돼, 멈춰!”
“덕분에 아주 딱 좋아.”
멈추라고 말하면 멈출 거였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지.
휘몰아치는 신성력과 반대 방향으로 창을 휘두르자.
콰과과과과광!
이내 마기와 만난 신성력이 폭발했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아발론이 폭발에 휘말렸다.
벽이 무너지고 바닥이 내려앉았다.
그것들이 존재했던 흔적을 찾을 수 없도록 하얀 먼지가 되었다.
그리고 아발론 가장 아래.
“자, 이제 모두 동작 그만.”
천계에서 가장 깊은 곳.
“한 놈이라도 움직이면.”
위그드라실의 뿌리 층에.
“네놈들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세계수를 말려버릴 테니.”
타리크 라하위스가 도착했다.
* * *
타리크를 천계로 보낸 후.
방으로 돌아온 가브리엘이 안절부절못하며 테이블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뭔가 이상해. 뭔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계속 든다.
‘어차피 그 녀석을 천계로 보낼 생각이기는 했고…….’
천제 또한 조금 더 일찍 보내도 괜찮다 허가하기는 했지만.
“젠장, 되는 일이 없군.”
가브리엘이 한숨을 토하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무래도 완전히 휘말린 것 같았다. 애초에 그는 이번 사건을 이렇게 키울 생각이 없었다.
사실 가브리엘은 하멜의 결백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하멜이 ‘마수’임을 들키고 마족들의 반발과 의심을 사며, 최종적으로는 선생으로 활동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오히려 배후를 찾지 못해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좋았는데.’
루시어스에게 집중된 마계 고위 인사들의 눈이 분산될 테니.
“하아…….”
조사단이니 정보 오염이니.
천년마수가 대놓고 날뛰는 바람에 이도 저도 못 하게 됐다.
당연히 밖으로 빼돌리고 상황을 수습하려고 할 줄 알았는데.
설마 이렇게 판을 뒤엎을 줄은.
위험하다.
이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가망이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다.
가브리엘이 이를 갈았다.
“……이건 루시어스 님의 생각인가? 아니면 옆에 있던 보좌관?”
마왕은 아닐 터다.
루시어스 켄드릭을 귀중하게 아끼고 있으니 그의 계약마수를 이용하는 계획을 제안할 리 없다.
“이상해, 너무 이상해…….”
주변을 소중하게 여기는 루시어스가 천년마수를 이용해 아카데미 건물을 부순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 리 없는데.
너무 대담하지 않나?
몇 가지 수로 단번에 전황을 뒤바꾸었다. 그저 똑똑하다고 나올 수 있는 수가 아니다.
마계가 쓸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천계의 말 또한…….”
천계의 진영에 어떤 말들이 남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만.
앞으로 내가 어떤 수를 쓸지 훤히 알고 있어야만.
그래야만 가능한.
“……하, 하하, 하.”
그런 작전이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생각을 이어가던 가브리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말 그대로, 정말 미친 듯이 폭소했다.
그러던 가브리엘이 웃음을 멈추고 비틀거리며 소파를 짚었다.
눈앞이 아찔했다.
“케루브……. 케루브, 케루브!!”
답은 하나뿐이었다.
루시어스에게 천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전달할 만한 이는.
지천사 케루브밖에 없다.
“천계를 배신했구나……!”
그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돌아섰던 것이었어.
지금껏 케루브를 잘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케루브가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까드득.
이가 갈렸다.
케루브가 완전히 마계에 붙었다면, 이쪽 계획이나 상황이 모두 들통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잠깐, 그렇다면.”
그렇다면 타리크 라하위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가브리엘이 벌떡 일어났다. 연락용 수정구를 꺼내 신성력을 주입하자 웅웅대는 신호가 갔다.
우웅……, 웅…….
“제발……, 제발 받으십시오.”
웅, 우웅…….
“제발.”
쉬이이익.
한참 울리던 수정구의 빛이.
그대로 맥없이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