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344)
마족답게 사는 법-344화(344/385)
마족답게 사는 법 344화
344 총관 메타트론 (1)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브리엘이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마음 같아선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않겠노라 선언하고 싶었다.
초조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
끼이익.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도 문이 열렸다.
가브리엘은 마계에서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명확히 변했음을 느끼며 눈을 떴다.
천계에 연락이 닿지 않는 건.
역시…….
“실례하겠습니다. 지내시는 데에 불편함은 없습니까?”
“조금 답답하긴 하군요.”
가브리엘이 방에 들어온 제 9군단장, 이켈 자카르를 바라보았다.
천계와 연락이 닿지 않으니, 이 방에만 앉아 있으려니 답답하다.
그렇게 말했음에도 이켈은 그저 빙긋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그 기분 이해합니다.”
이해한다고.
“다만 천년마수는 물론이고, 아직 학생들의 배후에 있다는 반천세력을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네가 악수를 둔 탓이 아니겠느냐고.
“그러니 좀 더, 여기 계시지요.”
닥치고 처박혀 있으라고.
그렇게 얘기할 뿐.
“그럼 조사 진행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워낙 특이한 용모라 금방 용의자도 추릴 수 있었고요.”
이켈이 피식 웃으며 가브리엘의 앞에 그간 조사한 자료를 내려놓았다. 가브리엘이 눈을 굴렸다.
시선이 일그러진다.
“목격된 인상착의와 가장 유사한 마족은 바로 ‘하멜’이라는 사이러스 아카데미의 선생입니다.”
“선생이라니, 정말입니까?”
조금도 놀라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이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아닌가.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뻔히 안다.
“예, 그런데…….”
“말씀하시죠.”
“하멜 선생님이 키아라에 온 적이 있으며 학생들을 불러 모은 적도 있다고 진술하더군요.”
그럴 리가, 적당히 함정에 빠트리려고 만든 증거뿐인데.
범행을 시인했다고?
의아해하자 이켈이 탁자 위 서류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키아라 학생들을 모아 천사들을 잘 돌보라고 했다고요.”
“……뭐?”
“하멜 선생님께서는 전에 아카데미 간 교류회 때 키아라로 간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상당히 친하다 합니다.”
“풉, 큭…….”
“관련된 증언도 모두 받았고요.”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알고 있었다.
이켈이 지금 말하는 것 모두 이미 알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이 이용하려고 했던.
그런 정보들이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가브리엘이 웃음을 터뜨렸다.
불쾌한 건지 유쾌한 건지 분간할 수도 없을 만큼 크게 웃었다.
이켈은 여전히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특별히 신기하거나 놀랍지는 않았다.
궁지에 몰린 이들이 어디까지 망가지는지는.
이미 수없이 많이 봐 왔는걸.
“하하, 하하하. 하하, 하…….”
“다 웃으셨습니까?”
“하아…… 후.”
속 시원하게 웃고 났더니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가브리엘이 피식 미소 지었다.
이켈은 자신이 가브리엘에게 내밀었던 의미 없는 서류를 치워 버리며 눈을 곱게 휘었다.
“물러설 곳은 더 없습니다, 가브리엘 경.”
“그래, 그래 보이는군.”
“오, 내숭은 집어치우기로 한 겁니까?”
“이제 필요 없어졌으니까.”
가브리엘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눈을 반쯤 감고 이마를 짚은 그의 시선이 여유롭고 느릿하게 굴러갔다. 초조함 따윈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얇은 입매가 서서히 휘었다.
“어디 지껄여 봐. 들어줄 테니.”
“지금껏 마계가, 전하께서 조용히 계셨음은 모두 그분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이라.”
“예, 그분께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기에 가만히 있던 겁니다.”
가브리엘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다시 실소를 터뜨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계획을 수정해야겠군…….”
“수정할 게 어디 있습니까? 그냥 나가서 무릎 좀 꿇고 마왕님께 비시죠.”
그리고 화해의 증표로, 그 싸디싼 목이라도 좀 걸어 놓으면 화가 풀리겠죠. 이켈의 비아냥에 가브리엘이 웃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저는 제법 진심인데요.”
“고작 그런 말을 하려고 ‘제9군단장’이 나를 찾아왔겠나.”
바짝 말려 죽일 작정이었으면 이렇게 번거로운 짓은 안 하지.
그리고 타리크 라하위스를.
천계에 보내지도 않았겠지.
“그대 말대로 우린 물러설 곳이 없어. 가망이 없다고 봐도 돼.”
“…….”
“전쟁이 벌어지면, 필패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리 손으로 만들었으니까.
가브리엘이 빙긋 웃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할 수 있어.”
목숨? 그딴 것은 아깝지 않아.
천계를 위해서라면.
“지킬 것이 많은 자는 불리하지. 그건 천사든, 마족이든 똑같아.”
가브리엘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신기루처럼 모습이 흐려지고 신성력이 흩어졌다.
“마지막에 웃는 건 천계다.”
이켈이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가브리엘의 모습이.
정확히는 그의 분신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 * *
아이들에게 괜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려던 루시어스의 계획은 금방 물거품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케스판의 작업실에서 나가자마자 아이들이.
“루시어스! 너 상태가 왜 이래!”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실력 좋은 선생님이라길래 믿고 우리 애 맡겨 놓고 갔더니!!”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아이들이 반은 케스판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고, 남은 반은 루시어스에게 다가와서는 만지작거리며 몸을 살피고 있었다.
멱살 잡히느라 목이 졸린 케스판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옆에서 켁켁대고 있었다.
루시어스의 뺨에 손을 대자마자 그들이 화들짝 놀랐다.
케루브가 경악했다.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
“움직일 수 있겠어? 이 정도면 이동진 쓰면 안 되지 않나?”
“토할 것 같진 않아?”
“아니, 마족들 3차 성년은 원래 이따구야? 마신께서는 종족을 뭔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놨대!”
여기저기서 아주 걱정이 한사발이다.
몸에 열이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까지 흐릿해지는 기분이다. 루시어스가 멍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나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냐찌!”
괜찮다고 하니 라타트리아가 펄쩍 뛰었다. 그녀가 허리춤에 주먹을 딱 올렸다.
“대체 언제부터 아팠냐찌!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찌!”
“응, 괜찮았는데.”
“이렇게 친구 걱정시킬거냐찌!”
“아니, 미안해.”
“미안한 줄 알아서 다행이다찌. 그런데 설마 여기서 연구할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찌?”
정신은 몽롱하고 몸은 나른해.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네.
키득키득 옅게 웃자 라타트리아를 포함한 아이들이 웃지 말라고 타박했다. 웃을 기력 아끼라면서.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다찌. 루시어찌를 방에 데려가는 건 케루찌랑 레녹찌 선생님한테 맡기면 되겠찌.”
“내가 립톤 선생님 불러올게!”
“그럼 나는 깨끗하게 빤 이불을 좀 가져와야겠다. 개운하고 기분 좋게 쉬려면 그게 최고지.”
“아예 팀을 나누자. 몇 명은 재료 준비해서 루시어스 먹일 환자식도 만들어야겠어.”
그러니까, 이런 데에서 단합력 선보이지 말라니까.
아이들이 여느 때보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팀을 나누었다.
루시어스가 다시금 픽 웃었다.
“얘들아. 걱정해주는 건 좋은데, 웬만하면 이 이후로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응? 왜?”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유를 아는 아르놀트가 뺨을 긁적거리다가 대신 설명했다.
“아프면 힘을 잘 제어하지 못할 수도 있거든.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너희가 다칠 수도 있어.”
“어, 그건 진짜 위험하네요.”
“그런데 루시어스가 그만큼 아픈 거예요?”
“혹시 성장통이다찌?”
라타트리아가 동그란 눈을 꿈뻑거리며 물었다. 나이가 나이다보니 당연한 추측이었다.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성장통?”
“그러네. 성장통이네!”
“곧 성장하는 건가? 루시어스가 성년이 된다고?”
길지만 짧았던 3년.
짧지만 보람찼던 3년.
그동안 함께했던 친구의 성장통이라니 반갑지 않을 리 없다.
아이들이 활짝 웃었다.
당장 파티를 열 기세였다.
“그럼 더 자극하면 안 되겠다!”
“맞아, 성장통일 땐 안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
“우선 돌아가기나 하자. 여긴 너무 더워서 루시어스한테는 안 좋을 거야.”
“…….”
어째 나는 한마디도 안 했는데 애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 것 같다.
루시어스는 조금 들뜬 것 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른 마족의 3차 성장에 왜 저렇게 즐거워하는 걸까. 본인들이 성장하는 것도 아니면서.
옆에 있던 레녹스가 속삭였다.
“저번이랑은 좀 다르지?”
“……제전 때 말하는 거야?”
“응, 그땐 애들이 네가 아픈 줄도 몰랐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그때처럼 지금도 들키지 않으려고, 의연하려고 노력 중이었는데.
이상하게 금방 들켜 버렸다.
“그리고 너도.”
“나도?”
“기억 안 나? 그땐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었어.”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든.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든.
어떤 이유든 너는 네 상태를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했는데.
“그러네, 네 말이 맞아.”
루시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이동진이 가동되었다. 케스판이 손을 흔들며 배웅했으나 그쪽에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다들 돌아갈 생각뿐이었다.
“빨리 가자!”
“우리 애 죽겠다!”
이 정도로는 안 죽는다, 얘들아.
루시어스는 이동진에서 나온 빛에 휩싸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데윈 화산.
‘그래도 참 다행이네.’
모든 마정석이 슬픔에 잠겨있던 것은 아니라서.
정말 새삼스럽게 다행이다.
* * *
척, 척척.
시야가 맑아지기도 전에 갑옷과 장병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에 의아해하며 주변을 살폈다. 빛이 물러가자 상황이 보였다.
제2군단장 에노쉬.
그가 누군가를 향해 한쪽 무릎까지 꿇은 채 정중하게 말했다.
“특별반 귀환, 확인했습니다.”
“그럼 학생들 모두 교내에 있나. 우선 경계를 강화하도록.”
“명 받듭니다.”
에노쉬의 몸에서 가벼운 불길이 일어나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루시어스가 아르놀트와 하멜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도 전달받은 바가 없는지 당혹스런 눈치였다.
“바알 벨제뷔…….”
“예는 생략하도록.”
장엄하고 근엄한.
지배자의 목소리.
“……전하.”
마왕, 루겔 르완이었다.
무릎을 꿇으려던 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아르놀트가 앞으로 나섰다.
“전하,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가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정 그렇다면 내 나중에 설명해 주지, 다만…….”
말끝을 흐리는 마왕의 눈동자 어딘가에 불쾌한 기색이 비쳤다.
혹 천사와 관련한 문제가 터진 건가 싶어 미간을 찌푸리는데.
성큼, 성큼, 성큼.
망토가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마계의 지배자께서 걸음을 옮기시는 소리가 들렸다.
루시어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왠지 여기로 오시는 것 같다.
……설마.
지금 마왕의 모습이신데 설마, 나를 찾으시겠어?
“애 상태가 왜 이래?”
“…….”
설마가 마족 잡는다는 말을 잠깐 잊고 있었구나.
마왕이 루시어스의 뺨을 두 손으로 딱 잡아 만지며 말했다.
“몸은 왜 이렇게 뜨거워. 움직일 수 있겠어? 상태가 이런데 이동진을 쓴 건가?”
“아니, 전하. 저기.”
“언제부터 이랬지? 설마 선생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이래서 뭇 마족들이 아카데미의 뭘 믿고 어린 마족들을 맡기겠어?”
“…….”
“토할 것 같진 않나?”
“……괜찮습니다.”
“마족들 3차 성년은 왜 이딴 식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마신께서 설계를 잘못하셨어, 설계를.”
루시어스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저기, 그런 말을 당신께서 해도 괜찮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