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349)
마족답게 사는 법-349화(349/385)
마족답게 사는 법 349화
349 납치 (1)
‘이건…… 드래곤인가?’
특별반 담임 선생이라는 녀석의 힘인 모양이다. 그림자가 두꺼운 벽이 되어 순식간에 주위를 감싸며 시야와 감각을 차단했다.
추락하던 가브리엘의 몸이 잠시 떠올랐다. 손끝에 모인 신성력이 긴 형상을 만들었다.
가브리엘이 옅게 웃었다.
“제 목적을 잊으면 안 되죠.”
자신의 목적은 쓸모없는 소모전을 하는 것도, 대화나 나누며 시간을 끄는 것도, 마계와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개죽음 또한 아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메타트론, 그를 천계에 데려가려 할 뿐.
우우웅!
신성력이 모여 활대가 되었다.
그 위에 검고 순수한 마기가 덧씌워지며 격렬히 충돌했다.
마기는 저를 제멋대로 다루려는 가브리엘을 거부했다. 살갗을 찢고 상처를 들쑤시며 체내로 들어가 속을 헤집었다.
가브리엘이 입술을 깨물었다.
메타트론을 천계로 데리고 가는 데에는 큰 조건이 필요치 않다.
지금 그를 지키고 있는 마왕.
‘단 한 번, 단 한 순간만 마왕보다 강해지면 돼.’
모든 포위망을 뚫고.
루시어스 켄드릭에게 다다를 수만 있으면 된다.
“흐읍!”
우우우웅!
격통에도 그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시위를 타고 활대, 활촉까지 핏물이 뚝뚝 떨어져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한 발의 화살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일순간 찾아온 정적에서.
피이이잉!
가브리엘이 화살을 놓았다.
시위에서 떠난 화살이 내리꽂힌다. 한 점에 집중된 힘이 바람을 가르고, 검은 벽을 뚫는다.
파아아앗!
작은 점을 통해 스며들던 빛이 이윽고 크게 퍼지며 시야를 밝힌다. 가브리엘은 화살의 자취를 따라 아래로 몸을 날렸다.
루시어스 주변에 케루브를 포함한 학생들이 있는 것이 보인다.
가브리엘이 웃음 지었다.
“마왕만 돌파하면.”
저것들은 문제도 되지 않지.
까가가각!
그가 쏜 화살이 몇 중으로 쳐진 결계와 맞부딪혔다. 가장 바깥에 있는 케루브의 결계는…….
―쨍그랑!
화살에 심은 마기로 깨트리고.
어린 마족이 친 중간의 결계는.
―쨍그랑!
신성력으로 깨트릴 수 있고.
가장 마지막, 마왕의 결계는.
―쿠구구구궁!
신성력과 마기를 충돌시킨 폭발력으로 단번에 공략하면.
―쨍그랑!!
깨트릴 수 있다.
‘그리고…….’
루시어스 켄드릭을 지키는 기사를 처리해야 할 텐데.
콰과과과광!
화살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흙먼지가 일어나는 사이로 가브리엘이 사뿐하게 땅에 내려왔다.
“…….”
팔락, 팔락…….
바람결에 옷자락이 휘날렸다.
가브리엘은 일순간의 정적을 즐기며 고개를 들었다.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가 점차 가라앉았다.
천천히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조금 전황이 바뀌었습니다, 바알. 움직이지 마십시오.”
“가브리엘, 네놈…….”
“누구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자폭할 겁니다. 그럼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겠지요.”
“루시어스를 죽일 셈이냐?”
“당신만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그럼 아무도 죽지 않아요.
가브리엘이 말하며 한 번 주변을 훑어보았다.
레녹스 자카르는 검을 든 채 루시어스를 보호하고 있고, 레이얼 페오는 결계가 깨진 여파 때문에 안색이 새파래졌다.
특별반 담임인 아르놀트 스키아는 좀 전에 힘을 크게 써서 한계에 다다른 것 같고.
시선이 하멜에게 다다랐을 때.
가브리엘이 피식 웃었다.
“다행스럽게도, 마수들의 상태가 썩 좋지만은 않군.”
“으르르릉…….”
“주인이 쓰러진 영향을 받는 거겠지? 어떤가, 천년마수.”
하멜이 눈을 크게 뜨다가 이를 갈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짐승의 손톱이 땅을 긁었다.
가브리엘의 말대로 하멜과 나비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크르르릉, 크르릉.
특유의 거친 목울음이 퍼졌다.
하멜의 눈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벌게져 있었다.
케루브가 주먹을 꽉 쥐다가 하멜에게 달려들어 몸을 잡았다.
“움직이지 마, 가브리엘 님은 한다면 하시니까. 그리고…….”
케루브가 고개를 푹 숙였다.
“지금 애들이 너무 놀랐어.”
“…….”
“루시어스를 위해서, 진정해.”
하멜이 움칫거리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들은 가브리엘이 발산하는 힘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저를 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무척 놀란 얼굴로.
솔직히 하멜은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냐 묻고 싶었다. 하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루시어스의 안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을 마주하니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루시어스의 웃음이 생각나서.
“……알겠습니다.”
숨소리가 잦아들며 하멜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브리엘이 옅게 비웃었다.
“천년마수 에피알티스도 이렇게 보니 길든 개새끼일 뿐이군.”
“닥쳐, 주인이 저 꼴만 아니었어도 이럴 일 없었으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어쨌든 지금은, 이 꼴인 것을.”
하멜이 혀를 쯧 찼다. 가브리엘은 어깨를 으쓱이고 천천히 루시어스에게 다가갔다.
“루시어스는 더 이상 네놈들이 찾는 총관이 아니다.”
“그대는 날 바보로 아나? 나 또한, 그따위 것은 알고 있어.”
레녹스가 자세를 낮춘 채 긴장하며 검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우리의 총관이다.”
영혼의 본질이 맞닿아있기에.
루시어스 켄드릭이 마족이든 천사든, 여전히 우리의 총관이다.
그러니 데려가야만 해.
“……말이 안 통하는군.”
그렇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밖에 없다. 레녹스의 발이 땅을 박차며 단숨에 몸을 튕겼다.
까가가각!
가브리엘이 활대로 검격을 막았다. 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이 녀석…….’
성년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알고 있는데, 이 정도라니.
5년, 아니, 1년만 더 뜸을 들였어도 상대하기 까다로워졌겠다.
‘여기서, 죽일까?’
가브리엘의 시선이 빠르게 돌아갔다. 빨리 죽이는 것이 후일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 같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메타트론’의 분노를 살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죽이지 않고.
곁에 두고 인질로 사용하는 게 좋겠지.
“이해를 바란 것은 아니다.”
가브리엘의 눈가가 휘었다.
슬슬 한계가 임박해 왔음이 느껴진다. 잡담은 이제 끝낼 때가 되었다. 더 지체하다가는 마족들이 무슨 짓을 또 벌일지 모른다.
이만 돌아갈 때다.
콰과과광!
가브리엘이 힘을 실어 레녹스를 뿌리쳤다. 레녹스의 마기와 그의 신성력이 만나 굉음을 냈다.
폭발에 휘말린 몸이 위로 뜨기도 전에 가브리엘이 레녹스의 목을 움켜잡았다.
“컥! 큽……!”
가브리엘이 옅게 웃음 지었다.
“레녹스 자카르랬나? 총관을 모시던 자로서 그대의 충성심에 경의를 표하지.”
“이, 거……, 놔……!”
“그렇게 반항하지 마.”
루시어스 켄드릭의 발을 묶어 놓을 미끼도 하나쯤은 필요하니.
“그렇게 총관의 곁에 머물고 싶다면, 데려가 주도록 하지.”
“……!”
레녹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신성력이 목덜미에 스며들며 화끈거리는 자국과 함께 굵은 띠를 만들었다. 가브리엘이 띠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다.
“으윽!”
레녹스의 몸이 아래로 꺾였다.
죄인에게 주로 사용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고 움직임을 봉쇄하는 마법이었다.
‘저런 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
가브리엘은 반항적인 여전히 반항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레녹스를 옅게 웃다가 루시어스의 몸을 안아 들었다.
“지천사 케루브. 천계의 문을 열어라. 네 죄는…….”
“…….”
“천계에서 묻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가브리엘 님.”
케루브가 숨을 삼켰다.
루시어스는 여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고, 마왕과 레녹스의 발목도 묶여 있는 와중이다.
여기서 그를 자극했다가는 아이들까지 휘말릴 것이다.
아니,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이 일대 전체가.
“……나비.”
하멜이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고 나비를 작게 불렀다.
“삐잇!”
폴짝!
나비가 루시어스의 위에 올라탔다.
케루브가 화들짝 놀라며 눈치를 살폈으나 가브리엘은 아직 어린 마수인 나비를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브리엘이 마왕을 바라보았다.
“결국, 이렇게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바알.”
“……그래, 나 또한 안타깝군. 이럴 줄 알았으면.”
까드득.
마왕이 이를 갈았다.
“처음부터 그냥 전부 죽여 버렸을 텐데.”
“아쉽지만 이제 뜻대로는 안 될 겁니다. 마계가 애지중지하는 5장로가 천계에 있는 이상은.”
구구구궁.
케루브가 천계의 문을 열었다.
“당신 또한 날개 꺾인 새일 뿐일 테니까.”
새하얀 빛이 그들을 단번에 집어삼켰다.
* * *
“……젠장.”
타리크가 욕설을 토한 것은, 고요하던 세계수가 빛을 내뿜기 시작했을 때였다.
찬란한 광경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천사들의 눈이 휘둥그레하게 커지더니 희열에 차올랐다.
천제가 빙긋 미소 지었다.
“아쉽게 되었군. 작전은 참 좋았는데 말이다.”
“그쪽 머저리들을 믿은 내 잘못이지, 계획은 완벽했는데.”
터벅, 터벅, 터벅…….
이곳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천제가 시선을 돌렸다.
가장 선두에는 가브리엘.
케루브가 레녹스를 부축해 뒤를 따랐다.
타리크가 레녹스의 목에 새겨진 속박문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하필 저것까지.’
철두철미한 놈 같으니.
타리크가 입술을 짓이겼다.
펄럭.
천제에게 다다른 가브리엘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대천사 가브리엘, 임무를 수행하고 천계로 귀환했습니다.”
“고생했다. 그런데…….”
하지만 가브리엘과는 달리 케루브는 천제에게 무릎을 꿇고 귀환을 보고하지 않았다.
미카엘이 케루브를 불렀다.
“케루브, 이게 무슨 무례란 말이냐. 상제 앞에서 예를 보여라.”
“그럴 수 없습니다.”
술렁.
지천사 케루브가 보이는 행동에 자리에 있는 천사들이 술렁였다.
자세를 낮추고 있던 가브리엘이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들었다.
“케루브!”
“이미 모든 분께서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케루브는 천계의 명령을 거부했으며.”
가브리엘의 일갈에도 케루브는 고개를 치켜세우고 말했다.
“앞으로도 천계와 뜻을 함께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케루브가 입을 다물었다가 눈을 부릅뜨고 말을 이었다.
“상제……, 천제 산달폰에게 예를 올릴 수는 없습니다.”
천계에 반발한 천사들은 단죄를 받고 천사의 위를 박탈당한다.
대천사급 천사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에 대한 가장 올바른 예시가 바로 이곳에 있는 루시퍼.
타리크 라하위스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천제의 눈이 번뜩였다.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을 터.”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지식의 총아라 불리는 케루브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런 선택을 했다면.
굳이 잡을 필요는 없겠지.
처저저적!
천제가 손짓하자 천사들이 일제히 움직여 병장기를 케루브와 타리크에게 겨누었다.
“…….”
“하아…….”
케루브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듯 눈을 가볍게 감았다 떴고, 타리크는 한숨을 쉬며 위그드라실에서 몸을 떨어트렸다.
그가 두 손을 위로 올리자 천제가 미카엘을 불렀다.
“미카엘.”
“예, 상제님.”
미카엘이 천제 앞에 무릎을 꿇고 명을 기다렸다. 천제는 한 번 케루브를 흘긋 바라보았다.
차마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참으로 너다운 선택이구나.
“케루브와 타리크 라하위스를 아발론 지하에 구금해라. 처분은 추후에 명하겠다.”
“명 받들겠습니다.”
“우리엘은 저들에게 메타트론이 쓰던 방을 내어 주고.”
우리엘이 자세를 낮추었다.
“알겠습니다.”
“라파엘은 가브리엘을 치료실로 데려가거라. 상태가 심각하구나.”
천제의 시선이 돌고 돌아 다시 가브리엘에게 향했다.
가브리엘이 고개를 푹 숙였다.
“휘하 천사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죄는 나중에 묻겠다.”
“송구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했으니…… 고생했구나.”
천제가 살짝 자세를 낮추어 가브리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렵고 중요한 임무였으니만큼, 이 정도의 희생과 손해는 각오했던 바였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조차도 성공하지 못했을 터다.
“총관 메타트론이 귀환했으니.”
더는 쥐새끼 한 마리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도록.
“이제 천계의 문을 닫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