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360)
마족답게 사는 법-360화(360/385)
마족답게 사는 법 360화
360 천계의 문 (7)
“루시어스의 위치는 아나?”
“아니, 나는 몰라.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어. 몸을 잘 숨기고 계시는 것 같아.”
“……넌 죄인을 징벌하는 대천사 우리엘이지? 혹시 케루브와 타리크를 빼내 오는 건 가능한가?”
“애석하게도 그건 불가능해.”
우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죄인의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천사는 천제와 메타트론 뿐이다.
대신 우리엘에게는 다른 수단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들이 수감된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지.”
“그렇군, 그럼…….”
“그리고 케루브처럼 자유롭지는 못해도, 천계의 문을 열 수 있어.”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레녹스를 바라보았다.
“잘 들어, 레녹스. 문을 열어 줄 테니 너는 어떻게든 돌아가.”
“돌아가라고?”
“걱정하지 마. 천사들은 내가 막을 테니까.”
징벌의 천사, 우리엘.
몇몇 천사를 제외하면 천계에서 무력으로는 그녀를 따라올 자가 없다.
그뿐인가, 천계의 많은 천사가 약해진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면 미카엘과도 맞붙을 수 있다.
“케루브와 타리크를 탈옥시킨다 해도, 상황을 타파하기는 힘들어. 차라리 돌아가서 원군을 불러오는 편이 나을 거야.”
“그럴 순 없다, 루시어스를 여기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
“너도 알잖아, 지금 루시어스 님에게 넌 인질이나 다름이 없어.”
마계에서도 지금 천계로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을 터.
차라리 돌아가서 몸을 회복하고 루시어스를 구하러 오는 것이 차라리 나은 선택일 것이다.
레녹스가 한숨을 얕게 쉬었다.
“맞아, 그게 나을지도 모르지.”
“그럼 돌아가는 게…….”
“인질인 줄은 알고 있다. 나 때문에 루시어스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안 돼.”
“천계는 당장 루시어스 님은 못 건드려. 하지만 너는 아냐. 넌!”
“당장은 그렇겠지. 하지만 그 후에는? 시간이 흐르면?”
“…….”
“루시어스를 죽이려 하겠지?”
내 목숨 건사하자고 루시어스를 적들만 있는 곳에 두고 가라니.
“죽는다면 주군의 곁에서.”
“……진심이야?”
“내가 목숨을 다하는 장소는, 루시어스 켄드릭의 곁일 거야.”
그것이 천계든, 마계든.
주군께 역경이 닥쳤다면.
당연히 함께 견뎌내야지.
“내 목숨은 그런 거야.”
“하아…….”
우리엘이 손으로 얼굴을 쓸어대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마족은 이래서 싫다.
합리성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고, 고집도 세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의 자신과는 다르게.
한숨을 쉰 우리엘은 레녹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지하 감옥에 가서, 타리크 라하위스와 케루브를 구출한다.”
둘에게 상황을 알리고 앞으로의 일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지하 감옥 앞까지 안내해 줄게. 나는…… 시선을 돌려보도록 할게.”
“정보 오염이라도 시키려고?”
“맞아,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네 방에 있던 천사들에게 걸린 환영 마법도 강화해 놨으니 오래 버틸 수 있을 거야.”
“혹시 그걸로 가브리엘의 눈을 속일 수는 있나?”
“아니, 라파엘은 속일 수 있어도 가브리엘은 안 돼.”
천리안을 속일 수는 없어.
우리엘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이렇게 머리를 굴려보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이런 역할은 항상 가브리엘이나 케루브의 몫이었는데.
“……난 우선 가브리엘의 시선부터 돌릴게. 너는 감옥에 가서 녀석들을 탈옥시키도록 해.”
“감옥을 나올 방법은?”
“내가 알기론 없어. 하지만 내가 감옥에 갔을 때, 그 녀석들이 몰래 뭔가를 하고 있었거든.”
배신자 루시퍼. 그 녀석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성격도 아니니까.
지금쯤이면 방법을 찾았겠지.
“계획이 있는 척, 계획이 없군.”
“아쉽게도 난 두뇌파가 아니라서 말이야.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그 둘부터 구해.”
우리엘이 몸을 돌려 뛰어가며 소리쳤다.
“자, 시간이 없어. 안내해 줄 테니 따라와!”
* * *
“늦어서 죄송합니다.”
“드디어 모두 모인 건가?”
레이얼과 함께 마왕성에 도착한 아르놀트가 고개를 숙였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 죄송했다.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아이들은 아르놀트의 무사를 보고 당장이라도 담소를 나누고 싶었으나, 분위기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르놀트 선생, 특별반 제군.”
“예. 전하.”
“네? 네?”
아르놀트가 공손하게 답했다.
학생들은 갑자기 호명당해 화들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입술을 달싹이던 마왕, 루겔 르완이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를 고민하며 머리를 쓸어넘기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놀트의 앞에 섰다.
곧 루겔이 허리를 숙였다.
“미안하네.”
“가,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루시어스가 납치된 것, 그대들이 위험에 빠진 것,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것 모두.”
내 책임이 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아르놀트가 확실하게 들을 수 있도록 힘이 실려 있었다.
아르놀트가 입을 뻐끔거렸다.
누가 예상이나 할까. 마계를 다스리는 지배자가 한낱 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리라고.
“……루시어스가 아카데미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건 그대들 덕분이었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선생 덕분이었어.
루시어스의 정체를 알든 모르든 친구로 지낸 그대들 덕분이었어.
그렇기에 더욱.
“루시어스는 그대들 앞에서 5장로가 되고 싶지 않았을 거야.”
말할 수 없었겠지.
말하고 싶지 않았겠지.
5장로가 되는 순간 누군가는 고개를 숙여야 하니까. 루시어스는 스스로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거야.
“그 모습이 기특해서.”
“…….”
“……아이가 점점 커가는 모습이 신기해서. 그대들이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았어.”
시선이 아르놀트에게 향했다.
“내 적어도 그대에게는 모든 것을 말했어야 했어.”
루시어스를 대신해서, 내가.
루겔이 한숨을 얕게 내쉬었다.
특별반 아이들이 겁 없이 집무실에 쳐들어왔을 때 그는 무엇보다 학생들 곁에 아르놀트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학생들에게 아르놀트가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걸 듣고 난 후에야, 생각이 미쳤다.
아르놀트 스키아가 루시어스 켄드릭을 위해 얼마나 힘썼었는지.
학생들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루시어스를 눈앞에서 잃고 학생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보며, 얼마나 무력감을 느꼈을지.
마왕인 나조차도 그랬는데.
그대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렇게 여기까지 와 주어서 고맙네. 루시어스의 선생임을 포기하지 않아서 고마워.”
갑작스러운 상황에 계속해서 놓이면서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학생이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평범한 선생이 겪지 않을 일들을 겪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도 다시 여기에 오려고.
얼마나 큰 결심을 했을까.
단지 루시어스를 위해서…….
내 학생을 위해서.
“그대가 루시어스의 담임 선생이라 정말 다행이야.”
“……전하.”
“정말, 감사하네.”
그렇기에 출발하기 전에.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었다.
마왕이 아니라 루겔 르완으로서 꼭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루겔은 그런 후 더미트에게 시선을 넘겼다. 고개를 끄덕인 더미트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대장군이 아니라 그 아이의 아버지로서 부탁하고 싶다.”
“……대장군.”
“부디, 루시어스를 함께 데리러 가주지 않겠나?”
더미트의 눈동자가 여느 때보다 선명하게 빛났다. 아르놀트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벅차올랐다.
도망치려고 했는데.
……나약한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고만 했는데.
“도움은 하나도 되지 못했는데.”
아르놀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런 제가 정말 아이들의 선생님이어도…… 괜찮겠습니까?”
“그대밖에 없다.”
“난 그대만큼 훌륭한 선생을 지금껏 본 적이 없어.”
더미트와 루겔이 말했다.
아르놀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개를 돌려보자 특별반 학생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기가 차올랐다.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 *
“선생님. 눈 엄청 빨개요.”
“아무튼, 선생님은 울보야 울보. 그 뒤로 얼마나 우셨지, 훌른?”
“세 시간은 운 것 같아, 베른.”
퉁퉁 부은 아르놀트의 눈 위에 에스메리다가 만들어낸 얼음덩이가 올라가 있었다.
아르놀트가 눈썹을 들썩였다.
“얘들아, 거짓말하지 마라. 그렇게까지 울지는 않았다.”
“에이,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저희가 없는 곳에서 운 것까지 포함하면 세 시간은 되잖아요!”
“아니, 누가 울었다고……!”
툭!
쌍둥이의 모함 아닌 모함에 아르놀트가 얼굴에 올리고 있던 얼음을 떨어트리며 일어났다.
쌍둥이가 한 명을 가리켰다.
“반장이 그러던데요!”
옆에서 열심히 계획을 의논하던 레이얼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방긋 웃었다.
아오, 저 녀석을 그냥!
아르놀트는 짐짓 화난 표정으로 레이얼을 노려보다가 픽 웃었다.
“좀 진정했어?”
레이얼과 계획을 정리한 마리엘라가 아르놀트가 누워 있는 소파에 다가와 걸터앉았다.
아르놀트가 몸을 일으켰다.
“배려해 주신 덕에요. 못난 꼴을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뭘, 내 책임도 있는데.”
나도 루시어스의 보호자잖아.
마리엘라가 미소 지으며 눈꼬리를 접었다. 1장로인 자신까지 나섰다가 상황이 부담스러워질까 봐 일부러 나서지 않았었다.
우리들의 사과와 감사를 그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다들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할게.”
“무슨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지금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천계가 왜 루시어스를 노렸으며 우리는 왜 루시어스를 구하러 가야 하는지, 모두.”
마리엘라가 아르놀트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진중한 목소리와 시선에 아이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고민을 하는 듯한 기색들.
눈치를 살피던 아이들 사이에서 아이런이 불쑥 나와 외쳤다.
“우리도 궁금하긴 합니다! 하지만, 루시어스에게 듣고 싶어요!”
“……? 응?”
마리엘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기울였다.
“애들 다 같이 약속했습니다. 루시어스가 장로라거나 메타트론이라거나 하는 건 모두 루시어스에게 직접 듣기로요!!”
“……너희 이미 다 아는 거 아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듣고 싶다고요!”
아이런이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당당하게 외쳤다. 그녀는 도무지 저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면…… 그냥 들으면 되잖아?
옆에서 아르놀트도 손을 들더니 아이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맞아요, 그건 저도 직접 루시어스에게 듣고 싶습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루시어스는 제 학생입니다. 그러니 구하고 싶습니다. 당장은, 그거면 돼요.”
못 말리는 마족들 같으니.
마리엘라가 옅게 미소 지었다.
“어쩔 수 없지. 어떻게 루시어스를 구할 건지부터 말해 줄게.”
“네, 말씀해 주세요!”
“말하자면 간단해. 문을 열고 천계에 들어가 난리를 친 후에, 루시어스를 데려오는 거야.”
“문이라면 마계의 문인가요?”
“자세한 계획을 알려 줄게.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
마리엘라의 붉은 눈동자에 희미한 바닷빛이 일렁였다.
“먼저 오빠…… 전하께서 마계의 문을 열면.”
천사의 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나 또한 메타트론의 권속이라 불릴 수 있는 영혼을 가진 몸.
그렇다면 분명 할 수 있다.
“내가, 천계의 문을 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