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372)
마족답게 사는 법-372화(372/385)
마족답게 사는 법 372화
372 후회 (3)
“……메타트론.”
마리엘라는 루시어스의 눈에 깃든 힘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의 말대로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이는 루시어스가 아니라 메타트론이었다. 그가 품은, 그에게서 일렁이는 힘이 그걸 증명했다.
“……하멜, 나비.”
크르르릉…….
루시어스가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짐승 두 마리도 숨을 죽이고 저를 내려다본다.
걱정스러운 눈빛들이었다.
“진정하고 이리 오렴.”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다. 루시어스의 피를 보고 흥분해 이성을 잃었던 나비의 몸이 줄어들었다.
“삐이이이……?”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고.”
소모가 심했었는지 나비는 루시어스의 품에서 구슬피 울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눈을 감았다.
루시어스가 하멜을 돌아보았다.
하멜 또한 다르지는 않았다.
청량하고 맑은 목소리에 목울음소리를 내며 날을 세우던 하멜도 진정하고 모습을 바꾸었다.
“몸은 어떻습니까. 딱 죽기 직전이던데, 움직여도 괜찮습니까?”
하멜이 당장 루시어스에게 다가와 상처 부위를 살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처가 점점 아물고 있었다.
“……이건?”
“네 걱정을 받다니 의외로군. 내가 죽으면 오히려 좋지 않나?”
“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루시어스의 장난스러운 말에 화를 내려던 하멜이 입을 다물더니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천계 말고, 죽어도 마계에서 곱게 죽어야죠. 여기서는 메타트론으로 환생할 뿐이지 않습니까.”
그럼 제 몫은 어디 있고요?
하멜은 아무리 생각해도 밑지는 장사라며 계약 조건을 운운했다.
루시어스는 이 녀석도 솔직하지 않은 성격이라며 웃음 지었다.
“루시어스 켄드릭…….”
까드득.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린다.
루시어스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제가 루시어스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분명 심장을 관통했는데.”
네놈들이 아무리 용써도 살려 낼 수 없을 터였는데. 내 검에 찔린 마족의 육체는, 무슨 수로도.
살려낼 수 없을 텐데.
메타트론이 눈을 뜨지 않더라도 루시어스는 죽었어야만 했는데.
“애석하게도 죽지 않았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산달폰이 버럭 외쳤다.
“언제까지 메타트론을 속박하고 있을 셈이야? 녀석은……, 메타트론은 천계에 있어야 하는데!”
“……제가 없으면 메타트론이 천계에 돌아오리라 생각합니까.”
내가 메타트론을 속박하고 있다고, 그래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루시어스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네놈 때문이야, 네놈이 모든 걸 망쳤어! 너만 아니었으면 메타트론이 돌아왔을 텐데, 네가!”
네가 메타트론을 빼앗았어!
끊임없이 외치는 천제의 두 눈에 핏발이 선연하게 서 있었다.
“어째서 너야?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나한테 부족한 게 대체 뭔데? 왜, 왜 하필…….”
저 금색 눈동자가 원망스럽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나는 그저, 그저…….
“아아아아아악!”
천제가 악에 받쳐 울부짖었다.
전신에서 신성력이 폭발하듯 일렁이며 요동쳤다. 레녹스가 손에 쥔 롱기누스를 바라보다가 루시어스에게 던졌다.
롱기누스가 검에서 창으로 변해 루시어스의 눈앞에 내리꽂혔다.
루시어스는 잠시 고민했다.
롱기누스를 잡는 순간부터 나는 메타트론이 된다. 권능을 휘두른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과연 나는 그럴 준비가 되었나?
마계의 장로 루시어스 켄드릭이자 천계의 총관 메타트론으로 살아갈 준비가 정말 되었는가?
이런 변화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엇도 단언할 수 없었다. 지금 하는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메타트론을 포함해 자신을 위해 싸워 준 모든 이들이 이것을 지지해 주리라는 것이다.
‘후회해도 괜찮아.’
먼 훗날에는 지금 한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만, 후회는 항상 늦은 법이다.
그러니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한 선택을 하겠다.
이들을 지키기위해 필요한 힘이라면 휘두르길 마다하지 않겠다.
루시어스의 입이 열렸다.
“천제, 산달폰은 답하라.”
“닥쳐! 감히 네놈이 날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루시어스가 눈을 감았다가 뜨고 롱기누스를 쥐었다.
자신을 반가워하기라도 하는지 롱기누스에게서 따뜻한 기운이 밀려온다.
통증이 점점 가신다.
“루시어스 켄드릭!”
천제가 그대로 내리꽂히듯 루시어스에게 달려들었다. 무심한 금색 눈동자가 그에게로 향했다.
루시어스는 지체하지 않고 뛰어올라 천제의 공격을 막았다.
“루시어스……!”
더미트가 루시어스의 앞에 나서려 움찔거렸으나 마왕은 손을 들고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말렸다.
마왕은 남은 학생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결계를 쳤다.
그리고 루시어스의 부탁대로.
뒤로 물러나 주었다.
레녹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마왕의 결계 안으로 들어왔다.
레녹스가 레이얼을 포함한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이후는 루시어스에게 맡기고 너희는 쉬어, 고생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으나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 끝나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요.”
루시어스가 하는 일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곁을 지켜 주고 싶다.
레녹스는 그들의 뜻을 존중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그대에게.”
루시어스의 작은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계율을 묻겠다.”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천제가 이를 갈았으나 루시어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천제는 난잡하게 무기를 휘둘렀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계산도, 곧잘 하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방법도 쓰지 않았다.
그에겐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쾅! 쿠궁! 콰과광!
맞댄 무기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압박감에도 두 눈동자는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하나, 그대는 겸손하였는가.”
“다, 닥쳐.”
“하나, 그대는 모든 생명을 진심으로 사랑하였는가.”
쿠구구궁!
그가 튕겨 나간 무기를 바로 갈무리하며 달려들었다. 충격에 손바닥이 아리고 손이 떨렸다.
천제는 위화감에 잇새를 악물었다. ‘메타트론’이 계율을 입에 담는 모습을 한두 번을 보는 것이 아닌데 왜 이런 기분이 들까.
“하나, 그대는 모든 생명에게 진실로 친절하였는가.”
“닥쳐, 닥치라고!”
“하나, 그대는 인내하였는가.”
아……, 알겠다.
천제는 뒤늦게 깨달았다.
계율을 읊는 메타트론의 눈동자는 항상 어딘가 공허했다. 아무런 슬픔도 기쁨도 실망도 기대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루시어스는 달랐다.
또렷하고 선명한 금색 눈동자에는 갖은 감정들이 담겨 있다.
“하나, 그대는 그릇된 욕망을 절제하며.”
슬픔과 기쁨.
실망과 기대.
그리고 작은…… 미안함까지.
“하나, 순결하게 행동했는가.”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네가 왜 그런 눈을 하지?
너는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너는 메타트론이 아닌데.
“하나,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며 근면하였는가.”
너는…… 메타트론이기를 거부했는데, 왜 나를 그렇게 바라봐.
“답할 수 없다면 천상의 계율을 어기고 죄를 지었음이라.”
촤르르륵!
루시어스가 계율을 읊자 허공에서 사슬이 나타났다.
은색으로 빛나는 사슬이 하나씩 천제의 몸을 속박했다.
“컥!”
첫 번째 사슬이 목을 낚아채어 루시어스에게서 떨어트렸다.
네 개의 사슬은 팔다리를 결박하고 두 개의 사슬은 날개를 묶는다. 그렇게 총 일곱 개.
계율의 수와 똑같이, 일곱 개의 사슬이 천제를 묶었다.
쏴아아아…….
얕은 바람이 몸을 감싼다. 루시어스와 사슬에 묶인 천제의 몸이 밑으로 서서히 내려왔다.
천제는 미동도 없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루시어스는 천제에게 다시금 롱기누스를 겨누고 물었다.
“천제, 그대는 천계를 다스리는 왕으로서 계율에 충실했는가?”
“…….”
천계에는 계율이 존재한다.
계율은 중간계나 마계로 따지면 법보다는 도덕에 가까웠다.
천사로 살아가며 지켜야 하는 옳음.
천계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천사들이라면 누구든 지켜야 하는 것이 바로 규율이다.
천제는 감았던 눈을 떴다.
죄인을 구속하는 사슬은 자신을 속박했으나 강하게 옭아매진 않았다. 천제의 권능으로 뿌리친다면 얼마든 뿌리칠 수 있었다.
“…….”
하지만 천제는 그러지 않았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이자 선택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으니.
천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도.”
말꼬리가 가늘게 떨렸다.
“어떻게 해도, 돌아올 수 없나? 메타트론은 정말…… 죽었어?”
어째서 메타트론은 루시어스 켄드릭과 마계를 선택했을까.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루시어스 켄드릭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메타트론과 달리 드넓고 자유로운 하늘 아래에 소담하게 피어난 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죽었다니, 그걸 어떻게 믿어.”
사실 메타트론을 가장 속박하고 있었던 것은 루시어스가 아니라.
나였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널 놓아줘.”
푸른 눈동자가 일렁이다 투명한 눈물방울을 뚝뚝 흘렸다. 천제의 두 뺨을 타고 눈물길이 났다.
“한 번만……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게 기회를 줘, 나는!”
철그럭!
몸에 얽힌 사슬이 부딪쳤다.
“메타트론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어, 할 말이 너무 많아!”
“…….”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넌 내가 원망스러웠나.
그래서 나를 떠나갔느냐.
천제가 옅게 흐느꼈다. 그 모습을 보며 루시어스가 작은 한숨을 삼키고 그에게 다가갔다.
“메타트론은 제게 결국 어떤 기억도 남겨 주지 않았습니다.”
“…….”
“……그렇기에 저는 당신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나는 분명 메타트론이지만 당신이 아는 메타트론은 아니다.
그러니 어떤 위로와 질책, 동정과 원망도 대신해줄 수 없다.
내게는 당신들의 제멋대로인 계획에 휘말린 것에 대한 분노만이 허락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하나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적어도 메타트론은.”
루시어스가 손을 뻗었다.
손끝이 천제의 뺨을 훑고 눈물을 닦았다. 그는 손길을 따라 루시어스를 올려다보았다.
“당신들을 가족이라 했습니다.”
“……가족, 이라고.”
“못났으나,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가족들이라고요.”
촤르륵.
루시어스가 들고 있던 롱기누스를 갈무리하며 손짓하자 일곱 개의 사슬이 물러 나갔다.
사슬에 매달려 있던 천제의 몸이 힘없이 밑으로 쳐졌다.
“그리고 제 가족은, 여기 있습니다. 천계가 아니라 마계에.”
루시어스가 뒤에서 저를 지켜봐 주는 마족들을 가리켰다. 천제는 루시어스의 손짓에 따라 마족들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이들이 네 가족이라고…….
“메타트론은 정말 죽었구나.”
뚝, 투둑, 툭. 뚝.
쉼 없이 눈물이 흘렀다. 멈추려 하면 할수록 감정이 흘러넘친다.
주체할 수 없는 많은 감정이.
하나, 둘. 흘러나간다.
“이제는 정말, 볼 수 없구나.”
산달폰은 소리 없이 웃었다.
넘쳐흐르는 눈물에 모든 감정을 쓸어 보내려는 것처럼 홀연하게.
“나는 널 괴롭히기만 했는데, 그래도 너는 마지막까지 날 가족이라 해 주는구나. 메타트론.”
우는 듯,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