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374)
마족답게 사는 법-374화(374/385)
마족답게 사는 법 374화
374 천제 산달폰 (1)
정신을 잃은 루시어스는 메타트론이 지내던 방으로 옮겨졌다.
마왕의 마음 같아서는 루시어스를 바로 마계로 데려가서 안정을 취하게 하고 싶었다.
다만 그랬다간 상처가 덧날 수도 있고, 탈진한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며 케루브와 리브레가 만류했다.
마침 도착한 리브레와 타리크까지 같은 말을 하자 마왕은 어쩔 수 없이 루시어스가 기력을 회복하면 돌아가기로 했다.
“후우우, 다 됐습니다.”
“루시어스는 괜찮은 건가?”
“탈진하신 것뿐이에요. 관통상을 입으셨다고 해서 오는 동안 얼마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한시름 놨어요. 다행이에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늦지는 않았을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늦지 않게 도착해서 다행이다.
“천계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시간이 걸릴 뻔했는데…… 후우우.”
중간에 길잡이를 만났으니 다행이었다. 그가 숨을 고르며 루시어스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본인이 쓰러져서 한바탕 난리가 안 걸 아는지 모르는지 루시어스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그럼 루시어스는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 거죠? 루시어스가 피를 엄청 많이 흘렸었는데.”
아이들이 루시어스가 누운 침상에 옹기종기 모여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리브레가 웃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루시어스의 상태와 꼭 맞는 약을 썼으니까요. 리브레가 따듯한 미소로 쌍둥이를 보며 그들의 걱정을 덜어 주었다.
둘이 눈을 빛내며 다행이라며 펄쩍거렸다. 그러다 저들끼리 깜짝 놀라 루시어스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소리를 죽였다.
“헤헤, 다행이에요.”
“그럼 우린 슬슬 돌아갈까?”
“음, 그게 좋겠다찌!.”
아이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마왕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먼저 갈 생각이냐? 루시어스가 깰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하지만 저희가 여기 있으면 루시어스가 못 쉴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면 편히 자지도 못할걸요?”
엄청 부담스러워할 거예요.
쌍둥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의 의견에 동조했다. 어쨌든, 루시어스를 구하며 무사한 것을 확인했으니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여전히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루시어스가 눈을 뜨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거든요.”
“맞다찌, 우리한테 할 말이 많을 테니 시간을 좀 줘야 한다찌.”
어차피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마계로 돌아가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맞다.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모여서 루시어스가 돌아오면 좀 골려 주자며 쑥덕이기도 했다.
“전하찌. 저희는 돌아가겠다찌.”
“가서 루시어스를 기다릴게요.”
고집스러운 부탁을 이렇게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전하.
학생들이 공손하게 마왕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 번 장난스럽게 웃은 아이들이 후다닥 방을 나갔다. 그리곤 길을 안내해달라며 케루브에게 달라붙었다.
케루브는 알겠으니 좀 떨어지라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면서도 아이들을 마중해 주러 갔다.
“루시어스님은 수습이 되었으니 전 다른 분들을 살펴야겠군요.”
탁!
리브레가 의료 도구가 든 상자를 닫으며 멀쩡한 척 서 있는 환자들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모두 슬금슬금 고개를 돌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리브레의 약은 냄새가 고약하고 맛이 없으니까!
“다른 분들은 저와 긴밀한 대화를 하셔야 하니 밖으로 나가죠.”
“저는 괜찮…….”
“저도 괜찮…….”
“아니요, 안 괜찮습니다.”
리브레가 레녹스와 레이얼을 양손에 하나씩 잡고 끌고 나갔다.
그러다 뒤를 휙 돌아보았다.
“두 분도 오셔야지요.”
“……저는 마수라.”
“……나는 바빠서.”
“아주 영원히 여기 있게 만들어 드려요? 그래야 정신을 차릴래요?”
안 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당장 치료받지 않으면 리브레한테 뼈도 못 추릴 만한 큰일을 당할 것 같은 기세였다.
타리크와 하멜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딱 다물었다.
루시어스가 신경 쓰이는지 좀처럼 따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리브레가 한숨을 푹 쉬었다.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나오시면 비장의 무기를 꺼낼 수밖에.”
리브레가 그렇게 말하면 주섬주섬 뭔가를 안에서 꺼내더니.
치익! 칙, 칙!
재빨리 둘의 얼굴에 뿌렸다.
“윽, 이, 이건……!”
“제, 젠장. 당했……다.”
털썩! 드르렁.
리브레는 어김없이 쓰러진 둘을 향해 턱짓했다. 더미트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레녹스와 함께 한 놈씩 들쳐 메었다.
“고작 이걸로 쓰러지면서 무슨.”
리브레가 콧방귀를 뀌었다.
조금 전, 리브레가 사용한 것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꽃으로 만든 진정제였다. 그들에게는 원래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약한 꽃이었다.
그런데 이것의 냄새를 맡았다고 저렇게 단번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둘이 피곤했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전하.”
“그래, 녀석들 좀 잘 돌봐 주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리브레가 웃으며 방을 나섰다.
이제 얼추 정리가 되었나.
물론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적어도 주변 정리는 좀 된 것 같다.
마왕이 시선을 돌렸다.
천제는 벽 한쪽에 서서 그 광경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어쩔 생각이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제가 한 일에 책임을 질 생각이니…….”
등을 돌리고 메타트론의 방에서 나가려던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단지,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잠시 숨을 고른 천제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천제는 여전히 방을 등진 채 돌아보지 않았다.
“루시어스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꼭 돌아오겠습니다, 바알.”
그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천제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대천사들을 소집했다.
얼마 전에도 회의를 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새삼스러운지 모를 노릇이다. 천제는 제 앞에 앉은 바라보다가 이유를 깨달았다.
‘……모두, 느낀 바가 있구나.’
아, 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난 후 성장하기라도 한 것처럼 늠름하다.
“모두 모여 주어서 고맙다.”
천제는 자리에 앉은 대천사들의 면면을 하나씩 전부 살폈다.
다들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특히 루시퍼를 상대한 미카엘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누워있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너희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이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내 어떤 말로도 보상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는 말해야 한다.
“내 고집에 어울려 주느라.”
고민하던 천제가 입을 열었다.
그 어떤 말보다 먼저 해야만 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천제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정말 고생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루시어스는 자신이 헤아리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신이 들 때마다 걱정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리고는 했으니까.
언제는 마왕이었고.
언제는 더미트였고.
또 언제는 내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도 잘 아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제 일어나야지, 루시어스.
무미건조한 듯하지만 따뜻한 목소리. 루시어스는 새삼스러운 반가움에 옅게 웃었다.
그것에 답해 주듯.
작은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다.
루시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
하얀 천장이었다.
낯설지만 익숙한 천장.
왜 내가 아직도 여기에 있지.
루시어스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릿속으로 한 번 더 되새겨 보았다. 아. 익숙하지 않은 힘을 쓰고 탈진해서 쓰러졌었구나.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 마계로 가지 않았군.’
금방 상황을 판단한 루시어스가 고개를 돌려보았다. 타리크가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루시어스는 옆에서 책을 읽는 이가 타리크라는 사실을 눈치채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일어나셨습니까?”
“경, 그게 대체 무슨 꼴인가.”
“리브레 경한테 물으십시오.”
타리크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리크가 들으라는 듯 한숨을 쉬며 붕대를 풀었다.
붕대가 질질 끌렸다.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그 녀석이 유난을 떤 거죠. 모래찜질 몇 번이면 된다고 계속 말했는데.”
“그만큼 상태가 안 좋았나 보지.”
“제 상태가 안 좋아도 당신만큼 안 좋을까. 죽다 살아났으면서.”
타리크가 슬쩍 루시어스를 곁눈질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몸은 어떻습니까?”
“음…….”
루시어스가 몸을 한 번 들썩여 보았다. 손발이 움찔거리며 움직이기는 했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온몸이 물먹은 듯이 무겁다.
루시어스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포기했다. 아직 회복이 덜 된 모양이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래도 조금 답답하기는 한데.”
“일으켜드릴까요?”
“으음, 그대가?”
타리크의 말에 루시어스가 밑에 널린 붕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몸에 힘이 안 들어가 누워있다고는 해도, 저렇게 붕대를 칭칭 감아야 하는 놈에게 수발을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타리크의 눈썹이 불만스러운 듯 들썩였다. 집요한 시선에 루시어스가 어쩔 수 없이 부탁했다.
“좀 앉고 싶군.”
“처음부터 그렇게 하시지.”
타리크가 피식 웃으며 루시어스의 몸을 비스듬히 앉혀 주었다.
루시어스는 몸을 머리맡에 기대고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타리크는 그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만나실 겁니까? 싫으시면 쫓아내겠습니다. 솔직히 무슨 낯으로 기어 왔는지 잘 모르겠네요.”
타리크가 험하게 인상을 구기며 혀를 찼다. 루시어스는 타리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만나야지.”
“굳이요?”
“상당히 적대적이군.”
“당연하죠. 루시어스님도 마찬가지로 그래야 하고요.”
그놈들이 뭐가 예쁘다고 시간을 할애하려 하십니까. 타리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이 만나 주지 않는다며 여기저기 아주 난리를 쳐 놨던 마족이 어디의 누구였더라.
루시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타리크는 시선의 의미를 눈치챘으면서도 모른척하기만 했다.
“경도 알고 있지 않나. 마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끝나지 않아.”
“…….”
“그리고 무엇도 시작할 수 없게 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타리크는 얕게 한숨을 쉬었다.
눈을 뜬 루시어스에게서 이상하게 익숙한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메타트론이 아무런 기억도 넘겨주지 않은 것 같은데도.
어딘가 그를 떠올리게 한다.
메타트론의 권능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를 안으로 좀 들이도록 하지.”
가만히 두면 평생 저러고 있겠어.
루시어스의 말에 타리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천제가 있었다.
“루시어스, 잠시 실례하지.”
아니, 루시어스를 찾아온 이는.
천제가 아니라 산달폰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도 괜찮겠나?”
산달폰이 문턱을 마음대로 넘지 않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들어가도 괜찮겠냐고 묻는 그에게서 얕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루시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세요, 산달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