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58)
마족답게 사는 법-58화(58/385)
마족답게 사는 법 58화
058 바다 여행 (2)
“루시어스 님께 편지가 왔군요.”
하멜이 루시어스의 앞으로 온 편지의 앞뒤를 살폈다. 하나는 아카데미의 인장과 함께 아르놀트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다른 하나는 레이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르놀트가 왜 편지를 보냈을까? 미간을 잠시 찌푸리던 그가 페이퍼 나이프와 함께 루시어스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스윽.
레이얼에게서는 곧 편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제법 깜찍한 엄포를 놓으면서까지 방학에 놀러 가자고 했었으니까.
하지만 아르놀트의 용건은 짐작할 수가 없다. 루시어스가 아르놀트의 편지부터 열어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과제를 내줬군.”
“과제라고요?”
“그래, 아카데미와는 관계없이 본인이 내주는 개인 과제라는데.”
루시어스가 받은 과제는 총 두 가지였다.
첫째, 파트너인 레녹스 자카르와 여행을 다녀오고 무엇을 했는지 일기를 써 오기.
둘째, 친구의 인장을 동봉된 종이에 받아 오기. 그것도 5명 이상.
웃음이 피식 나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과제를 내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선생이었다.
‘친구가 없어 보였나? 다섯 명 정도야 금방…….’
루시어스가 가만히 고민에 빠졌다. 아르놀트의 걱정과는 달리 자신은 친구가 많았다. 레녹스라던가, 레이얼이라던가……. 음.
“…….”
음…….
나비라던가.
“나비는 친구가 아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레녹스가 단박에 잘랐다. 루시어스가 그를 약간 불만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굴에 다 보인다.”
“그럴 리가.”
“루시어스 님. 나비가 친구면 저도 친구가 되는 건데요.”
옆에서 편지를 같이 읽던 하멜이 거들었다. 이번엔 루시어스가 단칼에 잘라냈다.
“너 같은 놈을 친구로 두진 않지.”
“너무한 말씀이시네요.”
그렇게 말하기는 했어도 하멜은 그리 상처받은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친구처럼 친밀하고 희망이 넘치는 관계는 그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루시어스가 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더미트는 아버지니까 안 되고, 그렇다고 군단장들을 불러 모아서 찍으라고 할 수도 없고.
고작 친구 다섯 모으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던 루시어스가 미간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마음 같아서는 나비의 발도장이라도 꾹 찍고 싶었다.
“루시어스 님, 레이얼의 편지는 안 보십니까?”
“아. 그건 여행을 가자는 편지일 거야.”
“여행이요?”
“레이얼이 다 같이 놀러 가고 싶다고 했거든. 더 늦어지면 그 녀석이 나한테 가시 성게를 100개가 아니라 200개를 먹이려고 할지도 모르겠군.”
루시어스가 피식 웃으며 나이프로 편지를 뜯어 열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을 가고 싶은데 언제쯤 시간이 나냐며 재촉하는 내용이었다.
「루시어스! 대체 언제쯤 시간이 나는 거예요? 에잇! 계획도 완벽하게 짜놨단 말이에요. 이제 루시어스만 오면 돼요. 별 거 챙기지 않아도 돼요! 몸만 오세요, 몸만! 빨리요!」
옆에서 레이얼이 방방 날뛰고 있는 것 같은 편지였다. 레이얼이 여행을 기대하기는 무척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르놀트 선생이 파트너와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었는데.
꼭 둘이서만 갈 필요는 없겠지.
“레녹스, 같이 갈래?”
“나도? 괜찮은 건가?”
“레이얼에게 함께 간다고 편지를 보내면 될 거야.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지도 않고.”
이야기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더미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구나. 둘 다 회의 때문에 요즘 쉬지도 못했잖니. 머리도 복잡할 텐데 떠들썩하게 여행이라도 가면 기분 전환이 될 거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비는 내가 잘 맡아 두마. 편히 쉬다가 오렴.”
루시어스가 레이얼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이제 급한 일은 없으니, 날짜는 언제든 괜찮다고 하고……. 레녹스와 함께 가겠다고 전하면 된다.
가만히 자신의 손등을 바라보던 레녹스가 결심한 듯 중얼거렸다.
“방수든 방화든 끄떡없는 장갑을 준비해야겠어.”
* * *
여행을 가기로 한 곳은 남부에 있는 로타리 해변이었다. 레온타인의 영역에 있는 해변이었는데,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걸로 유명해서 마족들이 많이들 놀러 가고는 했다.
로타리 해변의 특징은 모래사장의 색이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것이었다. 낮에는 하얀 모래사장이 되고, 밤에는 까만 모래사장이 된다.
게다가 모래 자체에서도 오팔처럼 색색으로 빛이 나서 꽤 아름다운 분위기를 뽐냈다.
그 외에도 밤이 되면 바다에 있는 생물들이 푸른빛을 뿜어 바다 물결이 잔잔한 푸른색으로 빛났다.
빛이 가장 강한 곳에는 산호초들과 물고기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데, 마계에서 손꼽히는 절경 중 하나였다.
루시어스는 약속 장소까지 게이트를 타고 이동했다.
사적인 방문이긴 해도 3장로의 영역인지라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 가겠다는 간단한 연락도 넣어 두었다.
“루시어스!”
도착하자마자 허리춤에 뭔가가 묵직하게 달려들었다. 루시어스가 시선을 내렸다. 레이얼이 자신의 허리에 매달려 방긋 웃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혹시 몰라서 가시 성게를 300마리정도 구해놨는데 안 써도 돼서 다행이에요.”
“300마리?”
루시어스가 레이얼의 뒤쪽으로 시선을 흘금 돌렸다. 성게가 수북하게 쌓이다 못해 데구르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가시 성게가 바다의 별미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저 정도 양이면 확실히 별미라기보다는 고문에 가깝겠다.
“레녹스 선배님도 어서 오세요. 숙소는 바로 근처에 잡아뒀어요.”
“잠시 실례하다가 가도록 하지.”
레이얼이 곧바로 숙소로 둘을 안내했다. 루시어스와 레녹스는 짐을 내려두자마자 레이얼의 손에 이끌려 해변으로 나왔다.
이미 도착해있던 반 아이들이 루시어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루시어스, 너도 당했냐?”
“거봐. 저 녀석도 반장 성화에는 어쩔 수가 없을 거라니까.”
“하긴 반장을 누가 말려. 근데 옆에 있는 분이……?”
아이들의 시선이 레녹스에게 향했다. 루시어스가 레녹스를 소개해주었다.
“내 파트너인 레녹스 자카르다.”
“아, 그 유명한…… 읍.”
레녹스에 관해서 들은 소문이 있는 모양이었다. 훌른이 아는 척을 하자, 옆에 있던 베른이 재빠르게 훌른의 입을 막았다.
루시어스는 그런 둘을 보며 가볍게 눈웃음지어주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훌른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짝짝!
레이얼이 손뼉을 치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그가 제 얼굴만 한 공을 들어보였다.
“자자! 바다까지 왔는데 물놀이가 빠지면 섭섭하잖아요. 그래서 준비해왔어요!”
야심찬 외침이었다. 레이얼이 무슨 게임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대는 바다 한가운데.
맨손이나 공을 이용해 다른 마족들을 공격할 수 있고, 공격을 버티며 어떻게든 바다에 빠지지만 않으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바다에 빠지면 그대로 탈락, 마지막에 남는 한 명이 승자가 된다.
무슨 짓을 하던 바다에 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대신,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금지라고 한다. 그럼 비행마족이 너무 유리하다면서.
설명을 모두 들은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반장……, 진짜 놀고 싶었구나.”
“이론 성적 1등이잖아.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겠어. 방학엔 마음 놓고 놀고 싶은 거겠지.”
“네놈들……. 잊지 마라찌. 반장의 노트를 말이찌.”
라타트리아가 속삭였다. 아이들은 텅텅 비어 있던 레이얼의 노트를 상기하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생각을 정정했다.
레이얼은 어쨌든 그냥 놀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모두를 모으고, 숙소도 알아보고, 게임도 준비해온 정성을 생각하면 못 어울려줄 것도 없다. 아이들이 순순히 레이얼을 따라서 바다로 나갔다.
종족에 따라 바다에 서 있는 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루시어스는 발밑에 연꽃잎을 소환해뒀고, 예티인 에스메리다는 발밑을 얼려두었다. 주술사인 이리누슈카는 발에 주술을 걸어 두었다. 라타트리아는 아예 다른 학생들의 어깨 위에 올라가있었다.
레녹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발밑에 마기를 집중해 수면에 떠 있었다.
레이얼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공을 허공으로 던졌다.
한 개, 두 개, 세 개……. 계속해서.
“공이 하나가 아니었구나.”
“하나면 아쉽잖아요? 공의 주도권을 빼앗아서 공격하면 돼요. 그게 힘들면 공을 무시하고 맨손으로 공격을 하셔도 되고.”
레이얼이 열 개가 넘는 공을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한꺼번에 사방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퍽! 풍덩!!
“으악!”
“와, 진짜 치사해!”
동시에 몇 명이 탈락했다. 루시어스는 제게 날아오는 공의 주도권을 빼앗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찬찬히 관찰했다.
물에 빠지지 않는 마법이 걸린, 평범한 공이었다.
이걸 던지거나, 조종해서 공격하거나, 그럴 능력이 없다면 아예 맨손으로 공격해도 된단 말이지. 간단하지만 훈련용으로도 딱 좋은 게임이었다.
그럼 나도 참전해볼까, 생각하는데.
“야!! 루시어스부터 빠트려 버려!”
“임시 동맹이다! 저 녀석부터 없애!”
아이들이 합심해서 한꺼번에 루시어스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루시어스의 눈이 트게 뜨였다. 사방에서 공이 날아오고, 아이들이 아예 몸으로 덮쳐왔다.
퍼억!
루시어스가 우선 들고 있던 공을 던져 한 명을 맞췄다. 바다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아팠는지 맞은 부분을 부여잡고 있었다.
정신없이 저를 공격하는 학생들을 보며 루시어스가 옅게 웃었다. 공통의 적을 앞에 두면 똘똘 뭉치기 마련이지. 적이 강하다면 더더욱 굳건하게 말이다.
단체로 루시어스에게 덤비는 건 이걸로 세 번째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움직임은 처음보다 더 많이 좋아져 있었다.
서로 협공할 줄도 알고, 루시어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도 하고. 루시어스에게서 몇몇 공의 제어를 빼앗기도 했다.
“흐흐, 죽어라, 루시어스!”
“순순히 항복하는 게 좋을걸!”
그새 심취해서는 외치는 걸 보니 웃음이 나온다. 루시어스가 가만히 상황을 관조하고 있는 레녹스를 향해 소리쳤다.
“레녹스! 보고만 있을 생각이야?”
“즐거워 보여서. 도와줄까?”
“당연하지. 파트너잖아.”
루시어스가 재촉하는 의미로 공 하나를 레녹스에게 던졌다. 레녹스가 공을 받고는 피식 웃으며 아이들을 향해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모든 공이 레녹스의 지배 하로 넘어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레녹스의 참전에 아이들이 성을 내며 외쳤다.
“저건 또 뭐야!”
“저리 비켜!”
“에잇, 둘 다 없애 버려!”
풍덩! 풍덩!
루시어스와 레녹스의 협공에 아이들 몇몇이 탈락하기 시작했다. 바다에 빠진 이들이 무척 아쉬워하며 다른 학생들을 응원했다.
레녹스에게 가볍게 손짓하자, 공 서너 개가 휙 건네졌다. 루시어스가 그중 하나를 가볍게 던졌다 받으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움직임이 일제히 멈추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얘들아.”
“으, 응?”
“이번엔 좀 셀 거다.”
루시어스가 경고했다. 아이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비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투쾅!! 쿵!
공이 엄청난 속도로 바다에 부딪히며 커다란 소리가 났다. 물살이 크게 오르며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광경을 목도하고는 완전히 얼어 버린 아이들이 뒤늦게 루시어스에게 손가락질했다.
“야! 우릴 다 죽일 생각이냐!”
“와, 진짜 맞았다간 골로 가겠다.”
루시어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
농담이 아니었다.
저걸 맞았으면 아마 죽었을 거다.
놀란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정작 공을 던진 루시어스도 예상을 웃도는 위력 때문에 깜짝 놀랐다.
‘저렇게까지 힘을 실을 생각은 없었는데.’
루시어스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을 쥐락펴락 움직이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요즘 레녹스만 상대하다 보니 힘 조절이 느슨해졌나보다. 조금 더 주의를 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이에요!”
고민에 빠진 루시어스의 틈을 노리고 레이얼이 몸통을 박치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루시어스의 발밑에 있던 연꽃잎이 불에 화르륵 타올랐다.
몸이 뒤로 넘어갔다. 루시어스가 헛웃음을 삼켰다. 레이얼이 얄밉도록 씨익 웃고 있었다.
풍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