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62)
마족답게 사는 법-62화(62/385)
마족답게 사는 법 62화
062 대표 선발전 (2)
워 베어를 비롯한 많은 짐승형 마족들이 그랬다. 논리보다는 힘의 우열을 가려 강자의 말을 따르기를 바란다.
키안도 그랬다.
키안은 루시어스가 더 강하기 때문에, 그가 개인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루시어스는 개인전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
루시어스가 장봉을 돌리며 말했다.
“덤벼라, 키안. 여기서는 마계의 대원칙. ‘약육강식’의 원리에 따르자.”
이긴 사람이 대표가 되어 개인전에 나간다는 내기를 걸어도, 그렇게 해서 일부러 키안에게 져 준다고 해도 그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루시어스가 진심으로 자신을 상대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으니까.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뜻대로 하는 거다. 내가 이기면 네가 개인전에 나가라.”
자세가 낮아지며 거친 마기가 피어올랐다. 키안은 마음에 든다는 듯, 흡족하게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좋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이 자세를 잡더니 튕겨나가듯 빠르게 도약해 루시어스에게 접근했다.
루시어스가 그의 공격을 흘려내며 옆으로 비켜섰다. 방학동안 뭔가 훈련이라도 했는지 키안의 움직임은 전보다 더 좋아져 있었다.
묵직했지만 거칠었던 공격들이 좀 더 섬세해졌고, 더 정교해졌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워 베어는 체력이 좋고 회복력이 좋은 대신 마기 보유량이 적다.
그러니 본능에 의존한 전투를 할 거라면, 좀 더 많이 갈고닦아야 한다.
오우거보다도 강한 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섬세한 마기 조절을 할 필요성이 있다.
키안은 움직임은 좋지만, 그런 부분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자기 자신의 반사 신경을 웃도는 속도를 가진 적을 만났을 때 대처할 만한 방법도 거의 없을 거고.
루시어스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체육관 바닥에서 순식간에 넝쿨이 솟아나며 아치형으로 휘어 그의 몸을 묶었다.
처음 몇 번은 피하는가 싶더니, 곧 어김없이 붙잡혔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키안이 힘으로 넝쿨을 쥐어뜯었다. 위로 크게 도약한 키안의 주먹이 체육관 바닥에 곧바로 내리꽂혔다.
쿠구구궁!!
깊숙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흐음…….”
“아직 멀었어!”
쿵! 쾅!
힘이 충분히 실린 일격들이 모두 위협적이다. 게다가 전보다 확실히 완력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간 금방 탈진하고 만다.
한 방에 혼신의 힘을 쏟고 나면 파트너나 동료는 어떻게 지킬 생각일까. 혼자 거뜬히 싸울 실력이 없다면 전장에서 짐짝은 되지 않아야 한다.
기본 중 기본이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틀렸다.”
좀 더 공부해 오도록 해.
루시어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폭발 식물이 소환되어 터지며 주변을 흐리게 물들였다.
루시어스는 연기 사이로 키안이 있는 곳을 정확히 노려 장봉을 투척했다.
맞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 공격으로 끝낼 생각은 없으니까.
순수한 힘의 격차, 키안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매캐한 연기를 가르며 루시어스가 키안에게 접근했다.
퍽! 쿠웅!
루시어스의 발차기에 키안의 몸이 허공을 날아 체육관 벽에 처박혔다. 어떻게든 막아 낸 모양이지만, 타격감을 보니 꽤 아프게 들어갔을 것 같다.
루시어스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마기를 실었다.
죽지는 않을 정도로 약하게, 하지만 겁은 먹을 정도로 강하게.
적당한 선을 유지할 생각이었다.
부웅!
콰과과과광!!
“……?”
“……키, 키, 키안!”
굉음이 울렸고, 노력은 실패했다.
레이얼이 키안을 부르며 뛰어왔다. 루시어스는 허공에서 멈춘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거두고 정신을 잃은 키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키안의 옆으로 무너진 벽 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괘, 괜찮은 거겠죠?”
“……정신을 잃었을 뿐이야. 혹시 모르니 립톤 선생님께 데려가 봐라.”
“루시어스, 좀 과했어요!”
“……할 말이 없군. 미안하다.”
걱정이 이만저만하지 않았는지 레이얼의 눈망울이 글썽거렸다. 루시어스는 완전히 뚫려 버린 체육관 벽을 바라보다가 그의 말을 인정했다.
아카데미의 체육관에는 기본적으로 웬만한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방어마법이 걸려 있다. 그런데 그걸 주먹질 한 방으로 부순 것이다.
선생들이 알면 난리가 날 텐데.
레이얼의 말이 맞다. 과했다.
힘 조절에 실패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일부러 키안이 빗맞도록 하지 않았으면.
‘……죽었겠지.’
저 녀석은 이미 없는 목숨이었다.
루시어스가 손목을 매만졌다.
* * *
키안과 달리 레녹스는 기쁜 마음으로 대표 선발전을 받아들였다.
레녹스 자카르가 회생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루시어스에게 받은 것들을 돌려 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루시어스에게 아깝지 않은 파트너가 되도록, 좋은 기사가 될 수 있도록.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그것을 위해서는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꼭 우승해야만 했다.
레녹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만나온 상대들을 모두 쓰러트려 결승까지 진출했다. 루시어스는 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체육관에 일찍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옆에 레이얼이 와서 앉았다.
“키안은?”
키안은 루시어스에게 당한 후 사흘을 꼬박 누워있었다. 립톤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워 베어인 그가 정신을 못 차리냐며 루시어스를 따로 불러내 타박하기도 했다.
무너진 체육관 벽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지만,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부서졌다고 둘러댔다. 애당초 학생 수준의 힘으로는 부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구조라 선생들도 의아해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관리 담당을 문책하고 마법진을 좀 더 보수하기로 결론이 났다.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곤란하군.’
루시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힘을 쓸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이 마기를 사용해 버렸다.
뭐라고 해야 할까.
티포트에서 물을 아주 조금만 따라내려고 했는데, 부리가 아니라 뚜껑 부분으로 물이 훅 넘쳐흐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마기 제어에 애를 먹은 적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눈을 뜨자마자 멀쩡하게 돌아다녔거든요. 오늘도 그랬고요.”
레이얼은 어제 눈을 뜬 키안을 줄곧 간호해 주고 있었다.
루시어스가 진심을 담아 읊조렸다.
“상대가 키안이라 다행이다.”
“정말요. 아니었어 봐요. 그 위력이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하하!”
“…….”
“……정말이에요?”
“…….”
가볍게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루시어스가 침묵하자 레이얼이 숨을 헙 들이마시며 눈치를 살폈다. 레이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혹시 몸이 안 좋아요?”
“그런 거 아니야.”
“키안을 정말 죽이려고 공격하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당연하지.”
“……정말 괜찮아요?”
걱정스러운 표정과 말투.
축 쳐진 눈매가 레이얼이 자신을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려 주고 있다. 루시어스가 정말 괜찮다고 긍정해 주며 레이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별 일 아니다.
조금 방심했을 뿐이니까. 앞으로 더 주의하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학생들이 약하니 좀 더 조심스럽게 다루기만 하면 된다.
루시어스가 고개를 끄덕여 주자 레이얼도 걱정을 접기로 한 모양이었다. 레이얼이 숨을 하아, 내쉬더니 곧 방긋 웃었다.
“그럼 선배의 경기나 봐요. 오늘은 대망의 결승전이니까요.”
“그럴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쪽에서 레녹스가 걸어 나왔다. 그의 상대도 맞은편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카데미 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자. 알파 클래스의 베아트리체 돌이었다.
베아트리체는 인형을 다루는 마족이었다. 바늘과 실을 이용해 공격함과 동시에 인형을 조종한다. 실력이 좋은 돌 족은 인형이 아니라 마수나 마족까지도 조종할 수 있다.
작은 키와 어린 외모를 가졌지만 강력하고 무서운 마족으로 통한다.
“괜찮을까요? 베아트리체 선배는 상대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괜찮을 거야.”
이전까지의 레녹스였다면 힘든 상대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방학 기간의 훈련 때문에 시야가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차이는 전투에서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전투 개시!”
레녹스가 검을 뽑았다. 베아트리체의 인형이 공중을 날았다.
가느다란 실과 바늘이 사방에 뿌리내렸고 레녹스는 차분하게 그것들을 베어 없앴다.
인형은 팔이 날아가고 목이 베여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베아트리체의 실과 바늘이 인형이 망가질 때마다 고쳤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의 앞에 익숙한 모습의 인형이 나타났다.
에디온과 똑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형이었다.
하지만 레녹스는 동요하지 않았다.
피 대신 하얀 솜이 터졌다.
레녹스의 움직임은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그리고 좀 더 계산적이며 치밀해졌다.
누구의 영향인지는 알만했다.
루시어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레녹스의 재능이 드디어 조금씩 만개하고 있다.
“검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요. 레녹스 선배님의 검은, 뭐라고 해야 하나……. 망설임이 없어 보여요.”
“저게 레녹스의 저력이지.”
레녹스는 재능 있는 마족이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강해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자신을 갈고닦았다.
특히 검술의 정교함과 숙련도에 대해서는 루시어스의 창술을 웃돈다.
루시어스는 항상 강력한 힘으로 적을 압도해 왔기 때문에 섬세함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지금껏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검에 묻은 망설임이다. 목적 없이, 망설이며 휘두르는 검만큼 가벼운 건 없다.
“눈부신 성장이야.”
지금이야 티가 나지 않지만, 좀 더 성장하며 실력이 무르익으면 검술에 대해서는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다.
정신계 마족인 만큼 마력도 충분하고 제어력도 좋으니, 적어도 10위권의 네임드만큼은 강해지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
지금도 이미 아카데미에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학생이 없다. 레녹스가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 선발전은 정말로.
레녹스 자카르를 위한 무대였다.
그 순간 베아트리체의 공격이 매서워졌다. 멀리서 보고 있어서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 화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얼마 못 버티겠군.
아니나 다를까 레이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 베아트리체 선배님의 움직임이 멈췄어요!”
“몽마를 상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뭔지 알고 있나?”
루시어스는 예상했다는 듯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레이얼이 고개를 갸웃 기울이다가 답했다.
“환각 아닌가요?”
“악몽이야.”
몽마는 꿈을 꾸게 하는 마족이다.
전투 중에 잠들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간과하지만, 선 채로도 어느 순간 잠들 수 있게 하는 것이 몽마의 힘이다.
특히 몽마는 감정의 동요를 파고들어 정신을 지배하는 특징이 있으니, 그들의 앞에서는 절대 감정을 드러내거나 동요하지 않아야 한다.
루시어스가 뤼디거를 만날 때 유난히 경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저번엔 결국 그의 도발을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고 오기는 했지만.
“몽마를 상대로 흥분하고 말려든 순간 이미 패배가 확정지어진 거다. 아마 레녹스가 일부러 베아트리체를 화나게 했겠지만.”
“어떻게요?”
“글쎄. 그건 본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뤼디거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검을 휘두르며 사람 속을 긁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전하께서 몇 번이나 그걸로 욕을 했으니 모르긴 몰라도 대단한 실력이리라.
괜히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긴 하겠지.
루시어스도 레녹스가 그녀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지 궁금하기는 했다.
뤼디거와는 달리 듣기 싫은 말은 하지도 못 할 것 같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인데. 대체 어떻게 베아트리체를 저만큼 화나게 한 건지.
레녹스 자카르, 우승!
사회자의 외침에 정적이 흘렀던 체육관 내부가 떠들썩해졌다.
“우선 아카데미 대표를 만나러 가자. 우승했으니 축하해 줘야지.”
“아, 좋아요! 축하 파티라도 간단하게 열까요?”
“좋지. 하지만 할 거면 간소하게 하는 게 좋겠다.”
“맡겨 주세요!”
레이얼이 손을 대면 괜히 규모가 커져서 걱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떠들썩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