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the Life of a Demon RAW novel - Chapter (66)
마족답게 사는 법-66화(66/385)
마족답게 사는 법 66화
066 구스타프 제전 (2)
“역시 루시어스랑 레녹스 선배네요. 웬만한 실력으로는 상대가 안 돼요.”
경기를 지켜보던 레이얼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첫 경기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제대로 상대한 팀이 없었다.
레이얼 뿐만이 아니라 다른 관중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유는 무척 간단했다.
첫 경기를 제외하면 루시어스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뒤를 가만히 지키고 있을 뿐. 레녹스가 혼자 두 명을 거뜬히 상대해 승리해 왔다.
많은 마족이 루시어스의 실력을 더 보고 싶어 했고, 첫 경기를 보지 못한 마족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루시어스는 눈썹 하나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그의 이미지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고, 여러 소문에 날개를 달았다.
특히 그중에서 우세했던 것은 루시어스가 드라이어드와 타종족의 혼혈이라는 소문이었다. 순혈 드라이어드가 그만한 힘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소문이었다.
정작 실제로 타종족과의 혼혈인 아르놀트는 그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뭔가 이상해.”
“네? 뭐가요?”
“……저 녀석은 저렇게 뒤에서 뒷짐 지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야. 알잖아.”
경기를 지켜보던 키안이 말했다.
레이얼이 아,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기는 했다.
루시어스는 항상 함께 싸우면 싸웠지, 알아서 싸우라고 내버려 두는 성격은 아니었다.
“음, 힘을 비축해 놓으려고 하는 거 아닐까요?”
“그럴 거면 녀석이 직접 나섰겠지. 레녹스 선배야말로 이다음에 개인전이 있잖아.”
“그것도 그러네요.”
레녹스가 아니라 루시어스가 직접 나섰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레녹스보다 루시어스가 더 강하니, 오히려 더 쉽게 승리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럼 왜 굳이 레녹스가 혼자 싸우고 있을까.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이유가 있나?
영문을 알 수 없는 루시어스의 행동에 레이얼을 고개를 갸웃갸웃 기울였다.
루시어스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으로서는 루시어스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
레이얼이 미간을 찌푸렸다.
머리만 갸웃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점점 몸도 옆으로 기우뚱 기울였다.
“……우으으음.”
“생각해도 모르겠어?”
“네, 모르겠어요.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에…… 어?”
거의 키안의 무릎에 누워서 그를 올려다보던 레이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키안, 키안. 그러고 보니.
키안을 상대할 때의 루시어스도 뭔가 좀 이상했는데?
“아아!!”
맞아. 그런 이유가 있지!
키안이 벌떡 일어나 경기장에 있는 루시어스를 바라보았다. 뒤에서 들리는 야유를 뒤로하고, 레이얼이 키안에게 말했다.
“저 잠깐 대기실 좀 다녀올게요! 키안은 여기 있어요!”
* * *
‘이걸로 준결승인가.’
레녹스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만큼이나 잘 싸워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뒤에서 손가락 하나도 꿈쩍 안 하는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상대를 압도한다.
레녹스는 그 자신이 맹세했던 것처럼, 검이자 방패가 되어 주고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뒤에 빠져 있으니 그의 모르던 모습도 알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예를 들면…….
“네 소문은 들은 적 있지. 북해의 미피드 워울이라면 실력 좋기로 유명한 울프니까. 그런데…….”
레녹스의 눈매가 칼날과 같이 가늘어졌다. 피식 웃음을 삼킨 그가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들으라는 듯이 또렷하게 중얼거렸다.
“자식이 꼭 부모를 닮는다는 법은 없지.”
“이, 이, 이 자식이……!!”
“아, 미안하군. 혹시 안 들렸나? 이것 참. 들으라고 한 소리인데.”
“크아아아악!!”
……저런, 재수도 싸가지도 없는 레녹스의 새로운 면모 말이다.
루시어스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싸가지였다. 평소의 점잖은 모습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라 신선하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아주 자기 성격 중 일부인 것처럼 유창하다.
사실은 저쪽이 본성인 게 아닐까.
경기가 거듭될수록 저…… 재수 없음이 점점 강렬해진다. 언뜻 뤼디거의 모습도 보이는 것이, 역시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싶었다.
저 정도면 처음에 레녹스가 제게 베아트리체와의 대화를 왜 숨기려고 했는지 알 만했다. 여전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하아암…….”
지루하다는 듯 저렇게 대놓고 일부러 하품하는 꼴을 보니.
그때에도 제대로 된 대화는 나누지 않았으리라.
‘그래도 다행이야.’
덕분에 루시어스는 정말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았다.
그냥 뒤에 얌전히 서서 상대를 노려보기만 했을 뿐이다.
루시어스는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날뛰려는 마력을 제어하는 데에 온갖 신경을 쏟고 있었다.
레녹스가 한 번이라도 상대의 공격을 놓치면 무방비하게 당할 정도였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와 동시에 이 건물의 반이 사라지겠지만.
아무튼, 레녹스의…….
정확히는 레녹스가 다른 이들의 신경을 긁는 솜씨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자신의 마기를 이용해 상대의 마기를 약간 흔들기까지 하며 감정의 동요가 쉽도록 조절하는 섬세함도 완벽한 수준이었다.
장래가 무섭구나, 레녹스 자카르.
“승자, 레녹스 자카르! 루시어스 켄드릭!”
레녹스가 검을 갈무리하며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 있던 루시어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웃었다.
“다 됐다. 가자.”
“……그럴까.”
이제 결승만 치르면 페어전이 끝난다.
페어전이 끝나고 나면 루시어스가 출전해야 하는 종목은 대항전밖에 없고, 대항전은 개인전이 끝난 후에야 시작되니 그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가능하면 빨리 처리하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구스타프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런 기분으로 제전에 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상대로 대항전은 또 어떻게 나갈지 의문이다.
한숨을 돌리기 위해 대기실로 돌아갔다.
덜컥.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루시어스으으으!!”
콱!
안에서 레이얼이 튀어나왔다.
루시어스에게 레이얼이 돌진하기 전에 레녹스가 둘 사이를 가로막아 충격을 피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꽤 큰일이 날 뻔했다.
레녹스의 손바닥에 레이얼의 머리가 막혀 있었다. 루시어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레이얼을 바라보다가 손짓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자는 사인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서 소파에 앉자 레녹스가 얼음주머니를 가져와 루시어스의 머리 위에 올려 주었다.
얼음주머니에 얼굴을 가만히 파묻고 있자, 열기가 잠시간 물러가며 의식이 또렷해진다.
루시어스가 그제야 레이얼에게 물었다.
“여기까지는 왜 찾아왔어?”
“루시어스. 솔직히 말해 봐요.”
“그래, 나 안 멀쩡하다.”
“거짓말, 말도 안 돼!”
“……솔직하게 말하라며.”
경악한 채로 입을 크게 벌리던 레이얼이 루시어스의 타박에 헤헤, 하고 머쓱하게 웃었다.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보라고 닦달할 생각으로 여기까지 찾아오기는 했지만, 설마 루시어스가 저렇게 순순히 자신의 상태를 실토할 줄은 몰랐다.
거기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루시어스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에 두 번.
그런 루시어스 때문에 지금껏 혼자 페어전을 이겨 온 레녹스의 실력에 세 번. 그 사실을 제게 말해 주었다는 감동에 네 번.
이 모든 사실 자체에 다섯 번 정도 놀랐다.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
“3차 성장 직전이라고 추정중이다.”
“벌써 3차 성장을요?”
“아무튼, 문제는 저거야.”
루시어스가 문 쪽의 벽을 가리켰다. 자신의 힘이 두세 번 정도 부딪혀 너덜너덜해진 곳이었다.
레이얼은 그제야 대기실 벽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으와, 하고 질린 듯한 신음을 내더니 루시어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진지하게 묻는데요.”
“그래.”
“혹시 루시어스는 괴물인가요?”
“…….”
너무나도 솔직한 레이얼의 말에 루시어스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물론 그게 레이얼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가끔씩은 그 순진함에 헛웃음이 난다.
“3차 성장에 이 정도 사달이면 뭐, 괴물이라고 봐야죠. 원래 3차 성장은 외부 피해는 없으니까요.”
레이얼이 차분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정말 3차 성장인가요?”
“……몰라.”
“마력 폭주일 가능성은 낮으니, 루시어스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르긴 해도 성장이 맞을 텐데…….”
흐음, 흐으음. 레이얼이 자신의 뺨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가 루시어스를 바라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력 제어가 힘든 거죠?”
“……그래.”
“만약 제어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
“얼마나 큰 피해가 날까요?”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 레이얼.”
루시어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마력 제어에 실패해서 여기 있는 마족 중 반 이상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고 해도 아마 실제로 죽는 건 딱 한 명.
루시어스 켄드릭이 될 것이다.
이곳에는 마왕이 있으니까.
루시어스가 레이얼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딱콩! 하고 꿀밤을 맞자 레이얼이 우우, 하고 입술을 빼죽거렸다. 지금 그가 걱정해야 할 것은 만약의 일이 아니었다.
당장 며칠 후에 닥칠 대항전이지.
“대항전 참가 명단은 이미 넘어갔지?”
“네, 대장 한 명을 포함한 총 17명의 명단이 접수 완료됐어요. 대장은 저고, 루시어스는 일반 참가자예요. 발명 경연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한 아이런 같은 친구들을 명단에서 뺐었어요.”
“……명단을 바꿀 순 없겠군.”
“어떤 이유에서든 명단이 바뀌거나, 불참자가 있으면 실격이니까요.”
대항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장’이라는 언급이 있는 것으로 봐 서는 대장으로 등록된 레이얼이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을 맡게 될 터다.
그렇다면…….
“나를 전력에 포함하지 않고 반 대항전을 이끌어 줄 수 있겠나?”
“그건 좀 어려워요.”
레이얼은 깊게 고민하지 않고 어렵다는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대항전의 내용에 따라 다르긴 해요. 하지만 어려운 건 맞아요. 루시어스는 저희 반 최고의 전력이니까요.”
“…….”
“물론 이 상태면 전력이 아니라 짐짝이지만.”
“면목이 없군.”
할 말이 없다. 레이얼이 루시어스를 타박하다가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성장이라니, 자연재해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곰곰이 고민하며 눈동자를 굴리던 레이얼이 다시 답했다. 힘들기는 해도 방도가 없는 건 아니다.
그의 표정이 햇살처럼 밝아졌다.
“해 볼게요. 다름 아닌 루시어스의 일인걸요. 최대한 노력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서 계시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겠어?”
“존재만으로도 다른 아카데미에서는 큰 위협을 느낄 테니까요. 저는 그 틈을 파고들면 돼요.”
활짝 웃는 미소가 이렇게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줄이야. 루시어스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난 미끼가 되면 되나?”
“음, 그것보다는 지옥의 문 앞에 있다는 케로베로스 석상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 마디로 위협용이라는 소리였다.
레이얼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지금까지 레녹스 선배가 혼자서 날뛰시는 바람에 다른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본부에서 클레임이 들어올 때가 됐어요. 아마 페어 결승전에는.”
“…….”
“루시어스도 움직여야 할 거예요.”
“그렇겠지.”
“할 수 있으시겠어요?”
걱정스러운 목소리였지만 루시어스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는 눈빛이었다. 루시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볍게 고개를 털어냈다.
저런 시선을 받고 못 하겠다고는 못 하지.
“어떻게든 죽이지 않으면 돼.”
마력이 날뛴다면.
어떻게든 고삐를 만들어 틀어 쥐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