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00
99화-본부 회의 (01)
모든 판테테 지부가 발칵 뒤집혔다.
다섯 명의 용사 중 그 흔한 염문설조차 나지 않았던 엘리아노에게 숨겨진 손자가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아이가 소문이 자자한 ‘오즈벨 지부’에 있다는 게 밝혀지자 판테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의 지부들은 비상 회의를 열어 이 사태를 논의했다.
난리가 난 건 오즈벨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연락이 왔다.
‘정말로 엘리아노의 손자가 맞냐’부터 시작해 ‘어떤 놈이냐’를 거쳐 ‘너 알고 데려갔지’까지.
숙소 밖에는 오즈벨 영지뿐 아니라 타 영지의 기자들이 득실거렸다.
“하… 돌겠네.”
혜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근래 들어 기상천외한 일이 많이 나타나긴 했으나, 이 일이 제일 곤란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숙소에 모인 단원들이 한마디씩 했다.
“연락이 끊이질 않아~!”
“사적으로도 엄청 오던데요.”
“전 전서구도 봤어요.”
“일단 기사부터 막아야 하는 거 아냐?”
은은 제가 말해놓고도 그럴 재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것도 아닌 영웅의 일이었다. 오즈벨 영지의 신문사를 막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리란티아 전역이 이걸로 들끓고 있을 것이다.
보보와 부용은 흘끗 쿤을 쳐다봤다.
지금 그는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북청 사자 새끼 두 마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멍한 얼굴에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손이 충격을 받았다 못해 넋이 나갔단 걸 알 수 있었다.
“할멈은 알고 있었어?”
혜성이 엘리아노를 향해 물었다.
“내가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녀는 신문을 더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구겼다. 지금 상황에 가장 분개한 건 단연 그녀였다. 더는 가족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기사가 떠버렸다.
심지어 기사의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오즈벨에 신입 판테테는 쿤밖에 없었기에 기자들은 쉽게 그의 신상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의 남매들에 대한 것도 알려졌다.
졸지에 엘리아노가 숨겼던 손주 다섯에 대한 모든 게 다 드러나고 만 것이다.
그것도 그들의 나이나 신상까지 전부 다.
“가만 안 두겠어.”
엘리아노가 빠드득 이를 갈며 최초로 이 일을 폭로한 기자를 가만 안 두기로 마음먹었다.
그사이 지하에서 키리기스가 올라왔다. 숙소 주변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기에 정문으로 오가는 것도 무리였다.
정원을 확보하고 만일을 대비해 소리까지 차단한 것도 루가 지금 오즈벨 지부를 둘러싼 결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찾았어?”
엘리아노의 질문에 키리기스가 종이 세 장을 소파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혜성은 이를 읽다 기자의 신상이 쿤의 기사 끝에 달려 있던 이름과 다른 걸 알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기자명인지 아니면, 저도 제가 얼마나 위험한 기사를 썼는지 아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신입이야?”
“신문사에서 일하긴 하지만, 기사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더군.”
키리기스는 혜성이 서류를 읽는 속도에 맞춰 설명했다.
“켈카르타닌 소속의 기자야. 어릴 때부터 영웅 엘리아노의 열렬한 팬이었다는군.”
엘리아노가 흠칫했다.
리란티아 곳곳엔 다섯 영웅의 팬들이 많았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 삶을 버리고 뒤만 쫓아다닐 만큼 열렬한 이도 적지 않았다.
엘리아노의 전원생활이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깊은 숲 속인 것도 이것과 연관이 있었다.
팬이든 뭐든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조용히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까지 이러다니…….
“젠장. 그래도 이번엔 좀 덜할 줄 알았는데.”
남들이 못 보게 순간이동으로 온데다, 오즈벨 자체가 워낙 고립된 곳이다 보니 제가 왔다는 소문이 돈다 해도 영지에 내에서만 맴돌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저 밖에까지 제가 여기 있단 게 알려졌던 모양이다.
“근데 쿤이 내 손자라는 건 어떻게 안 거지?”
모두가 쿤을 흘끗 쳐다봤다. 사실 이게 가장 의아한 부분이었다.
엘리아노는 영웅인데다 전직 판테테라 오즈벨 지부에 들른다 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더욱이 쿤과 엘리아노 둘 다 만일을 대비해 숙소 밖에선 만나지 않았다. 단둘이 나갔던 것 역시 마지막에 노을을 보러 갔을 때가 유일했다.
“설마 그때 들은 걸까요?”
쿤이 불안을 담아 물었다. 상황을 모르는 단원들에게 할머니와 노을을 보러 간 적이 있다고 하자, 루와 사강이 쿤과 엘리아노를 나무랐다.
“미쳤냐? 가뜩이나 조심해도 사달이 날 놈이 왜 나가.”
“아니지. 이건 할멈이 더 문제지. 스토커가 그렇게 많은데 왜 애를 데리고 싸돌아다녀.”
엘리아노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때 분명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했는데…….”
거기다 기사에 적힌 내용 역시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의 전부였고, 기사에 박힌 사진도 대화를 마치고 돌아올 때, 바로 숙소 앞에서 찍힌 거였다.
아무리 봐서 절벽에서의 일이 들킨 것 같진 않았다.
엘리아노는 ‘너는 알고 있지?’라는 생각을 담아 키리기스를 쳐다봤다.
쿤의 시선도 그에게 꽂혀 있었다.
“협박해 알아낸 정보론.”
협박?
쿤이 키리기스의 정보 수집 방법을 의심하는 와중에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한 명씩 엘리아노 님을 만나는 걸 들었다더군. 본인도 목격했고.”
“…….”
순간 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지금 이 자리에 앉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쿤을 지키고, 엘리아노를 골리기 위해 짰던 일명 ‘엘리아노 관광 사건’, 지금 키리기스는 그걸 말하는 거였다.
“그때 쿤만 만나지 않은 걸 수상하게 여겼다더군.”
혜성과 키리기스도 만나지 않았지만, 혜성은 단장인데다 밖에 잘 나오지 않았고, 키리기스는 지금 엘리아노를 모시고 있었다. 하지만 막내인 쿤이 보이지 않는 건 이상했다.
결국, 기자는 숙소 주변을 염탐했고, 우연히 손자라는 단어를 주워듣고 조사+추측으로 이 기사를 써내게 된 것이다.
“…모두가 원흉이었네요.”
쿤이 모두를 흘겨봤다. 찔리는 게 있는지 한 명도 이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혜성 역시 단원들을 나무랐다.
“조심들 했어야지.”
“네가 짰잖아!!”
“단장님이 하자 그랬으면서……!”
“양심 죽었어요?”
사강과 부용 루가 반박했다.
“하아…….”
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더 조심했어야지’, ‘이 이상 어떻게 조심하냐’로 싸우는 넷을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사실 쿤은 오즈벨은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여기야 어느 환경에 던져나도 문제없을 사람이 많았고, 저 역시도 판테테가 된다 했을 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문제는 여기가 아니라 집이었다.
‘누나들이랑 형 괜찮은 거겠지……?’
* * *
로비츠 영지 통신국.
쿤의 둘째 누나인 리나는 챙이 넓은 모자에 안경, 그리고 목도리를 칭칭 둘렀다.
아무리 날이 추워졌다지만, 평균적으로 기온이 따뜻한 로비츠 영지에서 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없잖아 있는 옷차람이었다.
그러나 리나는 목도리를 더 여미며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에 떨렸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리나는 제 차례가 되자마자 접수처로 후다닥 뛰어나갔다. 그리고 직원에게 통신 번호를 말하고 연결된 통신기를 받았다.
최대한 구석으로 가 통신기를 귀에 대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리나.]오남매의 장남이자 정신적 지주인 레이포드였다.
“오빠……!”
리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오빠, 기사 봤어?”
[그래.]“어떡해?”
[너흰 괜찮아?]“으…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안 괜찮아. 밖에 기자들 자꾸 찾아오고, 로건도 식당 문 닫고, 언니도 집에 있어. 오빠는 괜찮은 거야?”
[여기도 똑같아. 그래도 별일은 없을 거야. 세상 어느 미친놈이 나한테 인터뷰하자 하겠어.]그건 그랬다. 로건의 지위와 하는 일을 생각하면, 아무리 기사들이 미쳐 날뛴다 해도 당당히 그를 찾아가진 못 할 것이다.
“쿤도 괜찮겠지?”
판테테는 엘리아노와 가장 가까운 단체였다.
거기 사람들이 어련히 잘 지켜줄까 싶다가도 혹여 이게 불이익으로 작용하면 어쩌나 신경 쓰였다.
“오즈벨이 코앞이면 어떤지 보러 갈 텐데, 이건 확인할 수도 없고.”
멀리 산다는 게 이럴 때 참 안 좋았다.
[걱정하지 마. 잘 지낼 거야. 어릴 때도 혼자서 잘 버텼잖아.]“그건 그렇지.”
[오히려 걔는 너희를 걱정하고 있을걸.]“그러려나…….”
[근데 너희 왜 쿤이 판테테가 된 거 나한테 말 안 한 거야.]“헉! 미안. 수, 숨기려던 건 아니었어.”
리나가 다른 의미로 파들파들 떨었다.
“그, 그냥 그럴 일이 있어서… 내가 다 설명할게…….”
[됐어. 이미 다 알아봤어. 다른 곳이면 당장 잡으러 갔겠지만, 오즈벨이니까. 괜찮겠지.]“어? 어어… 어쨌든 어떡해? 이대로 무시해?”
[아니, 부정할 거야.]“그게 무슨 소리야? 손주가 아니라고 하라고?”
[그래. 그 여자도 우리를 외면했는데, 우리가 지킬 이유는 없잖아. 그니까 리나 너도 엘리아노 따위 모른다고 해.]리나는 눈을 끔뻑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할머니를 외면할 순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라일라가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었다.
라일라는 레이포드와 달리 할머니를 측은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었다.
엘리아노가 계속 남매들과 연락할 수 있던 것도 장녀인 라일라의 노력 때문이었다.
‘언니가 알면 뭐라 할 것 같은데… 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고…….’ 머릿속에서 계속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레이포드는 단호했다.
[상황은 내가 수습할 테니까, 너는 일단 아니라고 해. 알겠지?]“으응…….”
결국 리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 *
“그보다 이제 어떡할 거야?”
은의 질문에 모두가 그녀를 쳐다봤다.
“밖에 사람들 계속 저럴 거 같은데 마냥 놔둘 수 없잖아.”
팬이고 기자고, 상황을 구경하겠다며 온 철없는 오즈벨 주민들 전부가 저택 주변을 빙 두르고 있다.
무시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들이 제 일을 방해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오즈벨 영지 사람들이야 잘 협조해 주겠지만, 외지인까지 그러리란 보장은 못 해. 거기다 신문을 보고 더 몰려들 거야. 기자들도 더 올 테고.”
그 사람들이 차원문이 나타날 때마다 방해를 한다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
“인명 피해도 생길 테고.”
“타 영지 사람이 여기서 차원이동자 때문에 죽어나면… 와우. 우리 영지님 바빠지겠네.”
사강이 세상 가벼운 말투로 말했으나,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이었다.
모두는 어떻게 할 지 고민했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던 그때, 엘리아노가 말했다.
“그냥 공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