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04
103화-본부 회의 (05)
“히익-!”
벨로가 비명을 질렀다.
쿤은 아주 느릿하게 수첩을 읽어내렸다. 구분 없이 다 기록하는 수첩인지 제 관찰 기록 외에도 개인적인 견해, 해야 할 일 등이 잔뜩 있었다.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쳤다.
“할머니가 여기 와서도 나 감시하라 그랬어?”
“아, 아뇨, 그건 그냥 제가 자발적으로…….”
그래, 그렇겠지.
저랑 절벽에서 그런 이야기도 나누고, 또 이곳까지 함께 온 할머니가 여기서의 일을 적으라고 할 일 없다.
보고서도 앞으로는 보고하지 말라ㄱ… 아니, 이건 계속하시려나.
“크흠. 어쨌든 이 페이지는 내가 가져간다.”
쿤은 오늘치 제 염탐 기록 페이지를 뜯었다. 그러자 벨로가 그러지 말라며 사정했다.
“안 돼요, 제발 봐주세요.”
“뭘 봐줘. 이것도 많이 봐준 거거든?!”
맘 같아선 수첩 전체를 다 가져가고 싶었다. 그러나 앞에 벨로의 개인적인 메모도 있고 해 특별히 오늘치만 가져간 거다.
근데 여기서 또 봐달라니. 염치가 없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쿤은 씨근덕거리며 종이를 구겨 쥐고, 수첩을 돌려주었다.
벨로가 수첩을 꼭 끌어안으며 훌쩍였다.
“내 200만 크로…….”
“…뭐?”
뭐라고? 얼마?
쿤은 지금 제가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야, 우리 할머니가 이거 하면 얼마 준다 그랬어?”
“크흡.”
“빨리 말해, 남은 수첩도 확 뺏기 전에.”
“쿤 씨 보고서 내용 전달하는 건 200만이고, 그 외 기타 사항 보고는 100만이요…….”
“…….”
이, 이 할머니가 미쳤나. 그 큰돈으로 뭔 짓을 하는 거야.
이건 명백한 위법이다.
할머니는 이제 판테테가 아닌데다 영웅이라 걸려도 가벼운 문책 정도로 끝나겠지만, 벨로는 받았던 돈도 다 토해내고, 판테테법 위반으로 감옥까지 가야 했다. 옷을 벗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정말 영웅이라는 사람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럴 돈 있으면 학교나 병원에 기부나 하라고-!
“너-!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딴 짓 하지 마.”
“히익.”
“할머니한테 돈도 받지 마. 또 그러면 너고 할머니고 다 신고해 버릴 거야.”
쿤이 벨로를 향해 씨근덕거렸다. 그때 뒤에서 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쿤- 거기서 뭐 해?”
쿤은 뒤를 돌아봤다. 3층 창문에서 은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창문에 발을 올리더니 그대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어찌나 가뿐한지 1층 창을 넘어온 것 같았다.
“얜 누구야?”
“제 염탐꾼이요.”
“염탐꾼이라니, 그게… 잠깐. 그럼 얘가 네 보고서 엘리아노 님께 넘긴 거야?”
“네.”
은이 매섭게 벨로를 노려봤다.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듯 발치의 그림자가 크게 흔들렸다.
쿤은 그걸 보고서도 못 본 척했다.
“제가 작성한 보고서 넘기면 200만, 그 외 기타 보고는 100만 크로씩 받았대요.”
“그렇게 많이 줬다고?!”
은은 잠깐 고민하다 손짓했다.
“쿤, 잠깐만.”
귀를 가까이 대자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이 정도 금액이면 그냥 하라 하고 대신 엘리아노 님한테 받는 돈 나누자고 하는 게 어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잘 생각해 봐. 우리가 한 달에 보고서를 몇 개 쓰는데. 3할만 뜯어내도 꽤 짭짤해.”
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1크로가 아까운 삶이라서 그런 걸까. 그녀는 좋은 기회니 잘 생각해 보라며 쿤을 설득했다.
“돈 벌자고 이걸 계속 두자고요? 어디까지 보고할 줄 알고요.”
“그것도 미리 말 맞추면 되지. 이건 보고하지 말고, 얘는 해도 된다, 이렇게. 그러면 너도 엘리아노 님도 얘도 다 좋은 거잖아.”
“…차라리 은이 씨가 할머니랑 거래하지 그러세요.”
그냥 한 소리였는데 은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민했다.
쿤은 은이 진짜로 그럴 것 같아 서둘러 말렸다. 그때 벨로가 이쪽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두 사람이 대화에 빠져 있는 사이 냅다 줄행랑을 쳤다. 이 와중에 달리기는 또 어찌나 빠른지 벌써 시야 밖으로 벗어났다.
“잡아올까?”
“됐어요. 그보다 회의는 다 끝나셨어요?”
“아니, 잠깐 쉬는 중.”
“원래 그렇게 준비할 게 많아요?”
“응, 좀 많아. 거기다 다른 지부에서 가져온 안건들도 회의 전에 한 번 훑어보는 게 좋거든. 괜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예산을 빼앗긴단 말이지.”
본부 회의는 정해진 날짜마다 하는 정기적으로 하는 것과 특별한 일의 발생했을 때 하는 비정기 회의가 있었다.
이번에 하는 건 전자였다. 각 영지에서 맡았던 차원문이나 차원이동자에 대해 말하고, 특별한 일이나 새로 발견된 점은 없었는지, 확인해야 할 건 없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해결 방안, 보완점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예산이었다.
총본부에서 6구역에 보내는 예산을 어떻게 나눌지 지부들이 회의하는 것이다.
“그걸 누가 나눠주는 게 아니라 직접 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여기서 분배해 줬는데, 말이 하도 많아서 회의로 나누게 됐어.”
어디든 돈을 많이 받고 싶은 건 똑같았기에 항상 이게 싸움이 됐다.
기준이라도 명확하면 좋겠으나, 지부별로 특징이 너무 다르다 보니 이를 정하기도 애매했다.
어디는 판테테 수가 많고, 어디는 차원문이 많이 나타나고, 어디는 땅이 넓어 관리비가 많이 드는 둥 저마다의 고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회의마다 다들 자신의 지부가 얼마나 개고생하는지를 피력한다.
“사실 준비한다는 자료도 단 우리가 다른 데보다 개고생한다는 증거들이야.”
“그렇구나. 근데 저희는 영주님이 지원을 많이 해주지 않아요?”
“맞아. 아마 리란티아 내에서 최고일걸? 그래서 다른 지부들이 엄청 부러워해.”
“그럼 저희는 좀 불리하겠네요.”
예산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이 없는 거였다.
하지만 오즈벨은 영주님 지원이 빵빵해서 예산이 적어도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거기다 땅도 좁고 사람도 적어 다른 지부를 이기긴 쉽지 않아 보였다.
“차원문이 많이 나타나긴 하지만, 피아논 영지도 만만찮게 많이 나타나잖아요.”
“그건 그렇지. 근데 우리가 제일 많이 받아.”
“진짜요?”
“응. 혜성이랑 키스가 정말 살벌하게 뜯어내거든.”
혜성과 키리기스는 이런 쪽에선 환상의 콤비였다.
먼저 혜성이 사람을 살살 건드려 속을 뒤집고, 허점을 파고들면, 뒤에 키리기스가 나타나 논리로 때린다. 그리고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사람을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주물렀다.
“땅이 가장 좁은데 가장 많이 받는다고요?”
“응. 적게 받으면 자존심 상한다고 무조건 많이 받아야 한대.”
“혜성 씨가요?”
“아니, 키스가.”
“…….”
쿤은 키리기스와 그의 저택을 떠올렸다.
귀족인데다 어마무시한 부자라 예산 따위는 신경도 안 쓸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걔네 둘이 그러는 거 보면, 다른 지부가 좀 불쌍해.”
“근데 두 분이 그럴 때, 은이 씨는 뭐 해요?”
“난 가만있다 주먹이 필요할 때 나서지.”
“…….”
쿤은 정말로 다른 지부가 불쌍해졌다. 이게 말이 회의지 깡패 셋이 혀와 주먹을 써서 돈 뺏어가는 게 아니던가.
“다른 지부가 왜 오즈벨을 싫어하는지 알겠어요.”
“혜성이가 그 모양이어서 그래.”
아니에요. 거기에 은이 씨도 3할 정도 기여했어요…….
쿤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을 삼켰다.
“근데 너 그거 뭔데 들고 있어?”
은이 아직도 들고 있는 종이 뭉치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걸 보여줬다간 그 주먹이 벨로한테 쓰일 것 같아, 쿤은 서둘러 말을 돌렸다.
“그냥 쓰레기예요. 이 근처에 쓰레기통이 안 보여서 들고 있었어요.”
“주머니에 넣으면 되잖아.”
“한쪽씩 애들이 들어 있거든요.”
북청 사자 새끼 두 마리를 한 주머니에 넣으니 불편해하기에 양쪽에 하나씩 넣었었다.
쿤은 제 주머니 위를 살짝 토닥였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서둘러 제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자다 깼는지 북청 사자 새끼 한 마리가 쿤의 왼손에 제 머리를 콩 들이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반대쪽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쿤은 손을 열심히 뒤적이다, 아예 주머니를 뒤집어 깠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안쪽이 보였다. 바로 다른 주머니들을 뒤졌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은이 씨 어떡하죠…….”
쿤이 저 못지않게 창백해진 은을 향해 말했다.
“우리 애가 없어진 거 같아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아니, 그전에 왜 항상 이렇게 일이 터지는 걸까.
제 인생이 그렇게 심심한 것도 아닌데, 숨 좀 돌릴 때마다 사건이 터지니 억울할 지경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정신 차리자.’
쿤은 일단 동생 북청 사자에게 물었다.
『네 형 어디 갔는지 알아?』
쿤의 질문에 녀석이 주머니 안에 있는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역시 제 형이 사라진 걸 이제야 안 듯싶었다.
대체 언제 빠져나간 거지, 아니, 어디 있는 거지?
“쿤, 빨리 찾아야 해. 여기선 내 추적 마법도 못 써.”
은이 그림자를 넓히면 북청 사자를 찾아낼 순 있겠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들키고 말 것이다. 바닥이 새카맣게 물드니 말이다.
쿤은 일단 제가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혹시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기대했으나,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키리기스가 은에게 통신해, 돌아올 것을 말했다.
“은이 씨, 빨리 가보세요.”
“괜찮겠어?”
“네.”
“찾다가 정 안 되겠으면 바로 연락해. 알겠지?”
“알겠어요.”
쿤은 은을 돌려보내고, 일단 제가 왔던 길을 다시 따라 걸어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북청 사자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작은 모습으로 변해 있을 테니, 사람들 눈에 쉽게 발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차원이동자를 봤다는 이야기는 안 들렸다.
대신 사람들이 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체 뭘 하기에 저러나 하고 쳐다보는 것이다.
‘돌겠네, 진짜.’
어디 좁은 틈 같은 곳에 있을 수 있기에 좀 더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최대한 산책하는 척하며 둘러보는 데, 갑자기 주머니 안쪽에서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졌다.
쿤은 사람들이 없는 구석으로 찾아 들어갔다. 주머니 안을 살짝 들여보자, 사자가 옷을 잡아당기며 뱅뱅 돌았다. 꼭 제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 헉. 혹시 네 형 어디 있는지 알겠어?』
동생 북청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제 형의 기운을 찾은 것 같았다.
좋아. 이제 안내만 받아서 가면… 근데, 어떻게 가지?
사자를 밖에 내놓을 수도 없고, 주머니 속에서 마냥 신호를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라도 하면 좋은데 아직 옹알이밖에 못 하니…….
『혹시 너 용이처럼 투명해지는 기술은 못 쓰니? 아니면, 도사님처럼 은신술을 쓰거나.』
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동생 사자를 쓰다듬었다.
그때였다.
동생 북청 사자의 몸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만지고 있는 쿤의 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물에 잉크가 번지는 것처럼 손끝부터 시작해 몸 전체가 변해갔다.
이윽고 쿤의 몸이 완벽하게 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