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08
107화-안개가 감추고 있던 것 (01)
이게 왜 무너진 거야?
오즈벨의 터널은 ‘차원이동자가 오즈벨 밖으로 도망칠 가능성이 있을 때’, 그리고 ‘잡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했을 때’에만 무너트렸다.
하지만 여태 쿤이 이걸 본 건 처음 오즈벨에 왔을 때가 유일했다.
심지어 북청이와 용이 때조차 터널을 무너트리지 않았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불길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랐다.
쿤은 곧장 통신기를 켰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니면 거리 때문에 안 잡히는 건지 누구 하나 답이 없었다.
결국, 쿤은 등줄기 산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산을 뛰어오르면서도 쿤은 수시로 루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젠장…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불안과 걱정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리고 이런 쿤의 마음은 뒤따라 날아오던 두 북청 사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두 아이는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형 북청 사자의 몸이 진짜 사자만큼 커졌다.
녀석은 그대로 달려가 쿤을 제 등에 태웠다.
“우앗!”
쿤이 짤막한 비명을 지르며 균형을 잡았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그가 숨을 들이켰다.
대체 이런 건 또 언제 배운 걸까.
놀라움 반 감탄 반 섞인 눈으로 내려볼 때, 동생 북청 사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어느새 솔방울만 해진 녀석은 제 형의 머리에 앉아 갈기를 쥐어 보였다. 마치 저를 따라 하라는 듯 말이다.
쿤은 떨어지지 않게 북청 사자의 갈기를 쥐었다. 그러자 녀석이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북청 사자가 엄청난 속도로 산을 올랐다.
『고마워.』
쿤은 갈기를 더 세게 잡았다.
북청 사자는 등줄기 산의 감각 혼란 마법에 영향을 받았기에, 쿤은 달리는 내내 길을 안내해 주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쿤의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덕분에 셋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산을 넘을 수 있었다.
오즈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익숙한 팻말을 발견하는 것과 함께 쿤이 북청 사자의 등에서 내렸다.
위에서 내려다본 오즈벨은 평소와 똑같았다.
특별히 부서진 건물도 없고, 차원문이 나타난 것처럼 어수선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지나치게 고요했다.
쿤은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게 카드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두 마리의 북청 사자와 함께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왜 아무도 없지?’
이쯤 되면 사람이 보여야 정상인데 마치 아무도 없는 유령 도시처럼 인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다 안개 역시 점점 짙어져 갔다.
해안 영지다 보니 안개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 자욱한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불길함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북청 사자들 역시 이상함을 느끼고 주변을 예리하게 살폈다.
순간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쿤은 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보이는 건 희뿌연 안개와 그 너머로 흐릿하게 비치는 인가뿐이었다.
“…….”
뭐지 싶던 그때였다. 통신기를 통해 녹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쿤.]“녹턴 씨! 왜 이렇게 다들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걱정했잖아요.”
[미안. 그보다 너 지금 어디야?]“저 지금 3번가예요.”
[너 지도 다 외웠지. 그럼 어디든 좋으니까 지하 통로랑 연결된 건물로 들어가.]“예?”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까, 빨리!]녹턴이 드물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지하 통로랑 연결된 건물로 들어가라니. 대체 무슨 일인가 싶던 그때였다.
스스스슥…….
다시금 이상한 인기척과 함께 주변의 안개가 천천히 소용돌이쳤다.
쿤은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 골목의 정 중앙에 하얀 안개가 모이더니 하나의 형체를 만들었다.
그것은 온몸이 새하얀 사람이었다. 한편으론 전신에 붕대를 칭칭 감아놓은 것 같았다.
눈도 코도 입도 없는 얼굴이 쿤을 향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분명 이목구비가 없는데, 마치 녀석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쿤은 곧장 검을 빼 들었다.
녀석의 하관이 가로로 길게 찢어진 건 그다음이었다. 기괴하게 찢어진 미소가 명백히 저를 향했다.
“이게 ㅁ……!”
갑자기 녀석이 쿤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더니, 검을 채 휘두르기도 전에 녀석의 활짝 핀 손바닥이 코앞에 나타났다.
젠장.
쿤은 곧장 몸을 뒤로 젖혀 공격을 피한 후, 검을 휘둘러 팔을 쳐냈다. 은백색의 검날이 순식간에 괴물의 팔목을 잘라냈다.
북청 사자 두 마리가 괴물에게 달려든 건 그다음이었다.
형이 괴물의 어깨에 발톱을 박고 땅에 쓰러트리자, 동생이 한쪽 팔을 물어뜯었다.
찢겨 나간 팔이 길바닥을 뒹굴다 풍화되었다.
괴물은 잘린 팔로 북청 사자들을 거칠게 떼어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두 마리의 북청 사자는 쿤 앞에 서서 자세를 낮췄다.
그르르릉-
두 아이가 이를 드러내며 낮게 울었다.
차원이동자는 한쪽 줄이 끊어진 목각 인형처럼 기괴하게 움직이다 똑바로 섰다.
갑자기 주변의 안개가 차원이동자에게 모여들었다. 이윽고 잘리고 찢겨 나간 두 팔이 다시 만들어졌다.
‘재생했어.’
더 소름 끼치는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주변에 소용돌이가 하나둘 더 생겨나더니 이윽고 일곱이나 되는 차원이동자가 쿤과 북청 사자들을 둘러쌌다.
작은 머리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얘들아, 몸집 줄여.』
쿤의 말에 사자 두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빨리!』
쿤은 사자 둘이 작아지기 무섭게 이를 낚아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눈앞의 차원이동자를 밴 후, 골목 안쪽으로 도망쳤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 차원이동자를 상대하는 건 체력 낭비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지 못한다.
‘일단 녹턴 씨 지시를 따르자.’
쿤은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리며, 지하 통로가 있는 건물을 찾았다.
다행히도 오즈벨 곳곳엔 지하와 연결된 건물들이 많았다. 문제는 괴물들이 너무 많아 찾아 들어갈 틈이 없다는 거였다.
‘젠장!’
일곱에 불과했던 차원이동자는 어느새 수십 마리가 되어 쿤 주변을 둘러쌌다.
그는 족족 달려드는 차원이동자를 베어냈지만, 그것들은 죽지 않고 끝없이 풍화되고 만들어지기를 반복했다.
‘흰색이랑 원수를 졌나, 왜 하얀 적만 만나면 고생을 하는 건데……!’
그는 저보다 머리 하나는 큰 차원이동자를 가르고 모퉁이를 꺾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쿤의 팔을 확 낚아챘다.
우악스러운 힘에 반항 한 번 못 한 채, 건물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윽-!”
짤막한 비명과 함께, 쿵,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쿤은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낯선 가게의 풍경과 함께 녹턴이 보였다.
“녹턴 씨.”
“쉿.”
녹턴은 커튼을 살짝 젖힌 후, 조심스럽게 창밖을 내다봤다.
하얀 차원이동자들이 마치 쿤을 찾듯 골목을 어슬렁거렸다.
녀석들은 한참을 그러다 하나둘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서서히 풍화되어 주변 안개에 섞여들었다. 희뿌연 안개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그제야 녹턴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아… 다행이다.”
“저게 뭐예요?”
“이번에 넘어온 차원이동자야. 그보다 너 혼자 온 거야? 나머지는?”
“아직 회의 중이죠. 저만 하루 먼저 출발했어요.”
“젠장…….”
“무슨 일인데요.”
“…….”
녹턴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긴 앞머리 사이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보였다.
“…설마 누가 다치거나 죽은 건 아니죠?”
“걱정하지 마. 부상자는 있지만, 죽은 사람은 없어. 영지민들도 다 대피했고.”
녹턴은 쿤을 데리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새빨간 카펫을 들추자 지하로 향하는 문이 나왔다.
“계단 가파르니까 조심해.”
“네.”
두 사람은 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오즈벨 영지의 여러 피난처와 이어진 지하 통로가 나왔다.
녹턴은 등불을 하나 들고 앞장섰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쿤의 질문에 녹턴이 다시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낮에 갑자기 차원문이 나타났어.”
여느 때처럼 각자의 일을 할 때, 갑자기 하늘에 거대한 차원문이 열렸다. 그건 녹턴이 오즈벨에 온 이후 본 것 중 가장 큰 차원문이었다.
오즈벨엔 일정 크기 이상의 차원문이 나타나면 차원이동자의 유무나 특징에 상관없이 대피하는 법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빠르게 대피소로 향했다.
그렇게 한창 대피가 진행 중일 때, 갑자기 차원문에서 하얀 안개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점점 오즈벨 거리를 뒤엎었고, 이내 하얀 인간 형상이 되더니 사람들을 공격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다쳤지만, 대피가 빨랐던데다 판테테를 비롯해 많은 기사단이 도와 사람들은 크게 다치지 않고 피난처로 갈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본격적으로 차원이동자 처리에 나섰는데, 이 녀석들이 아무리 베어도 죽지 않는 거였다.
녀석들은 계속 안개로 변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판테테의 체력과 정신을 깎아 먹었다.
“뭔 짓을 해도 답이 없어서 일단은 피하기로 했어.”
“그럼 다들 지하에 계신 거예요?”
“…….”
녹턴이 선뜻 답을 못하고 미간을 찡그렸다. 그때 저 멀리서 부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쿤!”
“부용 씨!”
부용은 한달음에 두 사람 앞으로 뛰어왔다.
“다행이다. 혹시 녹턴 언니랑 못 만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요.”
쿤은 부용을 살폈다. 그녀 역시 다쳤는지 손목에 하얀 붕대를 한 게 보였다.
“손 다치셨어요?”
“아, 이거요? 살짝 멍든 게 다예요. 그보다 다른 분들은요? 같이 오신 게 아닌가요?”
“네. 아마 오늘 출발해서 내일이나 돼야 도착할 거예요.”
“하아… 그렇군요.”
부용이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돌아왔다 했다.
원래대로라면 아직도 본부에서 회의 중이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럼 하루를 이렇게 더 버텨야 하네요.”
쿤은 왜 그들이 이렇게 세 사람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이는 상성 때문이었다.
지금 차원이동자는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데다 그 수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키리기스는 무력 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고, 혜성은 범위 공격이 가능하다. 어쩌면 차원이동자들을 통으로 얼려 버릴 수 있다. 은의 그림자 마법 역시 비슷했다.
“다른 방법은 못 찾은 거예요?”
“네, 전혀요.”
그나마 알아낸 거라곤 안개가 감각을 느낀다는 것과 창틈이나 환기구를 타고 들어오지는 못한다는 게 전부였다.
녹턴과 부용은 쿤을 데리고 창고처럼 생긴 방으로 들어갔다.
어둑한 방안에 보보와 사강이 앉아 있었다.
둘은 쿤이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너 안 다쳤어?”
“쿤 씨, 괜찮으세요?”
“네.”
쿤 역시 빠르게 두 사람을 살피고 그들이 다치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다 같이 계셨으면서 왜 이렇게 통신을 안 받으신 거예요. 걱정했잖아요.”
“안 받은 게 아니라, 안 울린 거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안개 때문에 통신이 잘 안 잡혀.”
“예?”
이건 또 뭔 소리야 싶던 그때였다.
쿤은 문뜩 이상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보보, 사강, 부용, 녹턴 다 있는데 단 한 사람이 없었다.
“루 씨는 어디 계세요?”
쿤의 질문에 모두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