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12
111화-형제와 이름 (01)
모두를 지하로 대피시켰던 안개 차원이동자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쿤과 루는 은과 만나 다른 단원들에게 연락했다.
안개가 사라지면서 통신이 바로 되었기에 상황을 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녹턴이 평소보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이가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야. 우리도 지금 그쪽으로 갈게.]“네.”
쿤은 녹턴에게 지금 자신들이 어디쯤 있는지 말해주었다.
“쿤, 얘들 왜 이래?”
통신을 끝내기 무섭게 은이 물어왔다.
시선을 내리니 북청 사자 두 마리가 고개를 푹 떨군 채 우울해하는 게 보였다.
“아쉬워서 그래요.”
“뭐가?”
“차원이동자요. 맛있다고 좋아했거든요. 근데 다 사라져서 이제 못 먹잖아요.”
쿤의 대답에 은이 화들짝 놀랐다.
“얘네 그런 것도 먹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새끼들은 물론 북청이까지 더해 북청 사자가 뭔가를 잡아먹는 걸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원래도 그런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우리도 잡아먹진 않겠지?”
“그랬으면 진작 잡아먹으려 들지 않았을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 근데 기분이 좀 묘하네.”
“왜요?”
“아니… 나 그림자로 차원이동자 잡아먹는 거 진짜 열심히 고민해서 떠올린 방법이거든. 뭐, 엄밀하게는 진짜 잡아먹는 게 아니라 그림자 속 아공간으로 빨아들이는 거지만. 어쨌든 그랬단 말이야.”
“그런데요?”
“근데 얘들이 나보다 먼저 했다고 하니까, 뭐랄까… 내 창의력이 생후 한 달의 본능 수준인 건가 하는 회의감이…….”
“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은이 씨 마법 멋있었어요.”
“진짜?”
“네.”
“다행이다. 고마워.”
은이 피식 웃었다.
쿤은 쭈그려 앉아 북청 사자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불쑥 시선이 조금 전 헤라를 만났던 창고 쪽으로 향했다.
머릿속과 마음이 희뿌연 안개에 있을 때보다 더 흐리고 혼탁해졌다.
티아문으로 추정되는 청년과 헤라, 그리고 죽었다는 보보의 또 다른 동생.
제 눈으로 봤음에도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은~! 루~! 쿠우우운~~!”
사강이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녹턴과 부용, 보보가 있었다.
쿤의 시선이 보보에게 꽂혔다.
창고에서 티아문과 헤라가 나눴던 말을 보면 보보는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에 정말로 그 아이가 티아문이 아니라면, 이는 누구보다 보보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도 정확히 모르는 제가 이걸 쉽게 말해도 되나 싶었다.
‘…그래, 일단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고, 말할지 말지는 그다음에 판단하자.’
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모두와 함께 뒷정리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안개 차원이동자도 완벽하게 사라지고, 영지에 별다른 이상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루가 데리고 있던 기자들과 극성팬들 역시 창고에서 벗어났다.
기자들은 모든 일을 마무리한 은과 엘리아노의 손자인 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루의 꺼지란 말과 함께 진짜 꺼지게 되었다.
이후 쿤은 단원들과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모두에게 본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었다.
회의에 대한 건 은이 전해주었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는지, 예산은 어떻게 됐는지 등 모두가 알아야 할 만한 걸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쿤은 북청이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북청 사자들을 부용에게 맡긴 뒤, 숙소를 나섰다.
‘일단 헤라와 티아문부터 만나는 게 좋겠지?’
쿤은 바로 학교로 가 하교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잠시 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엔 헤라의 친구인 닉과 에리나도 있었다.
“어, 저번에 봤던 판테테 형이다.”
“안녕하세요.”
“안녕.”
두 아이는 함께 나온 친구들을 먼저 보낸 후, 쿤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 하세요?”
“티아문이랑 헤라 기다리고 있어.”
“티아문 오늘 학교 안 나왔어요.”
“안 왔다고?”
“네.”
쿤은 당황했다.
아니, 학생이 학교에 없으면 어디 있단 말인가.
‘무슨 일 있나?’
순간 쿤의 머리에 티아문이 하고 있던 부목이 떠올랐다. 잘 생각해 보면 안색 역시 나빴던 것 같았다.
“어디 아프대?”
쿤은 걱정을 담아 물었다. 그러자 에리나와 닉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픈 건 아닐 걸요. 그랬으면 선생님이 아파서 못 왔다고 말했을 거예요.”
“그냥 오기 싫어서 안 온 거겠죠.”
“그게 무슨 소리야?”
“걔가 원래 가끔 그래요. 보보 형이 판테테 일 때문에 바쁘니까, 학교 빠져도 혼낼 사람 없다 이거죠.”
“…….”
쿤은 말을 잃고 말았다.
닉은 가끔이라고 했지만, 둘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이런 일이 꽤 자주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성적은 좋아서 선생님들도 뭐라 안 해요.”
친구들한텐 말도 막 하고, 장난도 많이 쳤지만, 선생님들 사이에선 헤라 못지 않게 평판이 좋았다. 그래서 학교를 빼먹어도 다들 지 형을 돕느라 못 온 거겠지 하고 넘어갔다.
본인도 그렇게 말을 둘러댔고 말이다.
“…그럼 헤라는? 헤라도 오늘 학교 안 왔어?”
쿤의 질문에 닉과 에리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헤라는 왔어요.”
“선생님께 드릴 말씀 있다고 먼저 가라고 했어요. 아마 아직 학교에…….”
거기까지 말하던 에리나의 눈이 커졌다.
“아, 저기 있네요.”
그녀가 학교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자,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지 땅에 시선을 둔 채 걸어나오는 헤라가 보였다.
“헤라야~”
에리나가 친구를 소리쳐 불렀다.
헤라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다 옆의 쿤을 발견하곤 숨을 들이켰다.
“헉.”
아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꼭 어제 같았다.
헤라는 걸음을 멈춘 채로 쿤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그러더니 냅다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엥?”
“어?”
닉과 에리나가 당황했다. 쿤 역시 마찬가지였다.
“헤라야!”
쿤은 그대로 땅을 박찼다. 그리고 헤라를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때아닌 추격전에 주변 아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이쪽을 쳐다봤다.
“헤라야, 잠깐 멈춰봐!”
“오빠, 죄송해요오오오-!”
“아니, 죄송이고 나발이고 우리 해야 할 이야기 있잖아!”
“다음에 해요-! 제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요!!”
“안 돼도 해!!”
헤라는 순식간에 뒷문을 통해 학교를 빠져나가 모퉁이를 돌았다.
쿤 역시 금방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그가 모퉁이를 돌았을 때, 헤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젠장. 어디로 들어간 거야.”
쿤이 이를 꽉 깨물었다. 정말 순식간에 사라진 걸 보면 분명 이 근처 가정집 중 한 곳에 들어간 것 같은데, 그게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집집마다 돌며 일일이 확인해 볼 수도 없고…….
“하아…….”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티아문은 학교에 안 왔다고 하고, 헤라는 도망치고.
어떻게든 빨리 어제의 일을 듣고 싶은데,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쿤은 거칠게 머리를 헤집다, 이어커프의 진동에 통신을 연결했다.
[쿤, 뭐하냐?]“저 그냥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어, 무슨 일 있어. 그니까 빨리 본부로 와.]“예?”
사강은 거기까지만 말하고 통신을 끊어버렸다.
“…요즘 하다 마는 게 유행이야? 왜 다들 끝까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는 건데.”
쿤의 입에서 다시금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는 헤라와 티아문은 나중에 찾기로 하고, 일단은 사강을 만나러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혜성과 사강, 녹턴 보보가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은 소파 테이블에 신문 하나를 펼쳐 둔 채, 심각한 눈으로 이를 살피고 있었다.
쿤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혹시 또 저랑 할머니 기사가 나온 걸까?
‘……뭐, 본부 일도 있고 하니 기사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진 않네.’
근데 그런 거면 그냥 말해주지, 여기까지 부를 건 또 뭐란 말인가.
“저 왔어요.”
다녀왔다고 인사하자, 사강이 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손짓했다.
“야, 이리 와봐.”
“왜요, 또 무슨 일인데요.”
쿤은 퉁명하니 다가갔다. 그러자 사강이 제 쪽으로 신문을 내밀어 보였다.
뭔가 싶어 쳐다보니,
판테테의 갑질.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타이틀과 함께 루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었다.
“…이게 뭐예요?”
쿤은 빠르게 신문을 받아 들었다.
뭔가 싶어 보니, 불친절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사람을 대한 루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척 봐도 어제 루가 구했던 기자 중 한 명이 쓴 내용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피난도 안 가고, 협조도 안 하고, 제멋대로 굴다 그 사달이 난 거건만, 기사에선 아주 루가 일방적으로 기자들의 보도 권리를 침해하고 가둬놨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이 와중에 사진은 또 어찌나 잘 찍었는지, 심각한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예쁜 얼굴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어떻게 생각하냐?”
사강이 진지하게 물었다.
“어떻고 자시고가 뭐가 있어요. 오히려 방해한 건 그쪽이잖아요. 이거 이대로 놔둬도 돼요? 우리도 맞고소해요.”
“아니, 그거 말고.”
“예? 그럼 뭐요?”
그가 정확히 신문 전 중앙에 박힌 루의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이 더 난 거 같지?”
“…예?”
이건 또 뭔 소리야.
쿤은 갑자기 아찔해졌다.
이 와중에 혜성이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아니야. 실물이 더 낫다니까.”
“뭔 소리야. 아주 청초하고 순하게 나왔잖아. 누가 봐도 사진이 압승이야.”
“그건 루가 입을 다물어서고.”
“그니까. 입 다문 순간에 딱 찍었잖아.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거야.”
“…….”
정말로 입을 다문 건 쿤이었다. 그는 입매를 꾹 굳힌 채, 철없는 둘을 내려다봤다.
“그니까… 중요한 일이 루 씨 사진이 낫냐 실물이 낫냐 싸우는 거였어?”
“그럼 여기서 뭐가 중요한데?”
“…….”
쿤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녹턴이랑 보보는 좀 낫겠지, 하고 쳐다보니 그들 역시 사뭇 진지한 얼굴로 각자의 생각을 꺼냈다.
“저도 사진이 좀 더 난 거 같은데…….”
“실물이 더 예쁘지 않아? 난 루의 미모를 반도 못 담은 것 같아서 아쉬운데.”
“…왜 아무도 내용엔 신경을 안 쓰는 거예요?”
쿤이 작게 중얼거리자 모두가 그런 걸 왜 신경 쓰냐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그때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은이 들어왔다. 그녀의 작은 손에 신문이 들려 있었다.
“야! 너희 신문 봤어?!”
은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는 은이 씨까지 사진이냐 실물이냐 논쟁에 끼어드는 거예요?”
“뭐? 얘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은은 신발을 내던진 후,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리고 쿤 앞에 신문을 활짝 펴 보였다.
거기엔 쿤이 잘 아는 두 사람이 대문짝만 하게 찍혀 있었다.
한 명은 조모인 엘리아노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쿤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큰 형 ‘레이포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