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2
11화-안녕하세요, 신참입니다 (07)
오즈벨 지부의 판테테 단장 혜성.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나 싶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그는 지부의 단장이라는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방랑벽이 있었다.
이는 중요한 일을 앞둘수록 심해졌는데, 덕분에 오즈벨 지부 단원들은 사라진 보스를 잡기 위해 때 아닌 노동력을 소비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 일이 반복되자 결국 단원들은 특단의 조치를 하나 세우게 되는데…….
“그게 혜성 씨 몰래 판테테 배지에 추적 마법을 걸어두는 거예요?”
쿤의 질문에 루가 고갤 끄덕였다.
“응. 정확히는 추적이 가능한 응용 마법이지만.”
“…….”
쿤은 할 말이 없어졌다. 아니, 어이가 없다는 게 옳을 것이다.
아무리 방랑벽이 있다지만, 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단원들이 단장 몰래 추적마법을 걸어둘 수 있는 걸까.
가장 어이없는 건 쿤조차도 나름 이해가 간다는 거였다.
“확실히 대책 없는 분이긴 했죠. 차원이동자를 대하는 것들도 그렇고, 다른 판테테 분들의 반응도 그랬고요. 혹시 로비츠 영지에 온 것도 방랑벽 때문이었을까요?”
“아마도. 왕도랑 로비츠는 구역 자체가 다르니까.”
“…왕도에 가신 거였어요?”
“응. 2주 전에 떠났어.”
그렇다는 건 왕도로 가던 도중 로비츠 영지에 왔다는 소리가 아니던가.
왕도에서 로비츠 영지까지 마차로 나흘 아냐? 대체 뭘 해야 거기까지 갈 수 있는 건데. 경유하는 길도 아니잖아.
“진짜 특이한 분이네요. 그래도 뭐, 실력은 좋으니까…….”
쿤의 중얼거림에 셋이 동시에 쳐다봤다. 뭐랄까. 딱히 부정은 안 하지만 인정은 또 하기 싫다는 얼굴이었다.
루는 짧게 혀를 차더니 입을 열었다.
“얼굴은 잘났지. 얼굴 외에는 하등 쓸모가 없어서 문제지만.”
“…….”
거 맞는 말이긴 한데, 혜성 씨 못지않게 빼어난 루 씨가 그러니 기분이 좀 그러네.
어쨌든 루가 했던 증명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차원이동자가 제 짐과 옷을 훔쳐갔으니 분명 혜성이 준 배지 또한 가지고 있겠지.
“근데 차원이동자가 배지를 버리거나 다른 곳에 숨겨뒀으면 어떡해요?”
“그게 뭔지 알고 버려.”
루는 짧게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살고 싶다며 노랠 부르던 녀석들이야. 신분증이나 돈이 될 법한 물건을 버릴 리 없잖아.”
“그래도요. 돈이나 보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교도소에서 갑자기 온 애들이 퍽도 그런 걸 가지고 있겠다.”
“잠깐. 뭐라고요? 교도소?”
“몰랐어? 걔들 다 흉악범이야.”
“…….”
너무 놀란 쿤은 멍청하게 입만 뻐금거렸다. 다들 한 덩치 하기에 설마 하긴 했지만, 진짜 흉악범이었을 줄이야.
잠깐, 그렇다는 건 내 뒤통수를 때리고 짐을 훔쳐간 사람도 흉악범이란 소리 아냐?
“운이 좋았구나…….”
처맞고 짐도 다 털려서 세상 재수 없는 날이라 여겼는데, 지금 보니 살아 있는 게 기적이었다.
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런 쿤을 루는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왜 흉악범들과 가둬놨냐며 화를 낼 법도 하건만 쿤은 그 사실보다 자신이 무사함에 더 안도했다.
‘비범한 건지,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니까.’
어쩌면 둘 다인가?
루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더니 재킷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곧이어 그녀가 새끼손톱만 한 검은 구슬을 꺼내 들었다.
루는 그대로 구슬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검은 구슬은 루의 그림자와 닿더니 파문을 그리며 스며들었다.
숨을 죽이며 이를 바라보던 그때, 루가 제 그림자를 살짝 걷어찼다.
순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림자가 일렁이며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었다.
과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에 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뭐예요?”
“그림자 추적.”
“그림자? 루 씨 결계 마법사잖아요? 녹턴 씨 마법이에요?”
“우리 마법이 아니라… 하아… 넌 궁금한 게 뭐 그리 많냐.”
루가 짜증을 담아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귀찮음이 여실히 묻어나는 행동에 옆에 있던 보보가 친절히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저희 선배가 만든 순수 응용 마법이에요. 그림자 하나를 잘라 핵은 단장님의 배지에, 다른 조각들은 구슬에 심어둔 뒤 조각난 그림자가 핵을 찾아 가리키도록 한 거죠.”
“오~!”
감탄에 쿤의 가는 눈이 처음으로 검은자가 보일 만큼 떠졌다.
설명만 들으면 복잡한 원리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라 여길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는 않다.
일단 마법이 가지는 제한 자체가 워낙 컸다. 대부분의 마법은 잠을 자거나 의식을 잃으면 사라졌고, 거리 제한도 많았다.
무엇보다 마법은 정신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장시간 특정 성질을 부여한다는 건 그만큼 정신을 쉬지 않고 쏟아붓는다는 것과 같았다.
때문에 판테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법과 과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런데 과학도 아닌 순수 응용 마법으로 이런 물건을 만들다니.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나!
대체 어떤 사람이 한 걸까. 이 정도면 세계 급 마법사 아니야?
쿤은 존경을 담아 루의 그림자를 내려다봤다.
차원이동자가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듯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던 그림자가 이윽고 한 방향을 가리켰다.
“역시.”
루는 시선을 들었다.
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림자의 머리끝이 등줄기 산을 가리키고 있었다.
루는 또 한 번 쿤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가자, 신참.”
* * *
등줄기 산은 험준하고 가파른 특징 때문에 극악의 산으로 불리지만 사실 엄청 높은 산은 아니었다.
만일 다듬어진 등산로가 있고, 사람들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었다면 산을 넘는데 5~7시간 정도가 걸릴 것이다.
때문에 등줄기 산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이들은 그 높이만 보고 호기롭게 산을 오르는 만용을 부리곤 했다.
여태까지 도주를 꾀한 차원이동자들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녀석들은 그러지 않았다.
처음엔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도주로도 보이지 않았을 테지. 그러다 얼추 정신을 차렸을 때엔 한 놈이 붙잡혀 버렸고, 이놈을 구하겠답시고 덤벼든 두 놈이 또 붙잡혔다.
이따금 좋은 일을 할 때보다 나쁜 일을 함께할 때 더한 동료애를 보이는 녀석들이 있는데 이들이 딱 그 꼴이었다.
도망치더라도 모두 다 함께! 아마 이런 거였으리라.
실제로 그림자 결계에 잡힌 이도 없었고, 네 번째 차원이동자 또한 동료들을 구하려다 잡혔다.
학습능력이 있다면 이제는 동료를 구하기보단 도망치는 게 낫다 판단했을 것이다.
루는 슬슬 그런 녀석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산으로 갔다가 쓰러진 쿤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엄청난 실수였지만, 차원이동자가 산 근처에 있었으니 루의 추측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리고 쿤의 짐을 얻은 차원이동자들은 이게 좋은 묘수가 될 거라 여겼는지 다시 방향을 틀어 한 놈은 은행으로, 한 놈은 판테테 건물로 향했다.
그들이 처음부터 인질극을 계획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중요한 건 실패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폭발로 위치만 떠벌리고 동료들은 구해내지 못했으니 이제 할 수 있는 건 정말 도망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예상대로 등줄기 산에 들어선 후에도 그림자는 계속 앞을 가리켰다.
“많이도 올라갔네.”
루는 짧게 혀를 차며 산길을 뛰어올랐다.
그 뒤를 따르며 쿤은 흘러내린 땀을 훔쳐냈다. 지독한 산행에 이어 계속된 공복과 피로, 거기에 전력으로 뛰어서일까.
차원이동자의 뒤통수는 구경도 못 했는데 서 있는 게 힘들 만큼 다리가 후들거렸다.
‘루 씨는 아직도 멀쩡하네.’
헉헉거리다 못해 뒤처진 저와 달리 루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오히려 제 속도를 맞추느라 조금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루 씨, 저 때문에 느려지는 것 같은데, 저 두고 먼저 가셔도, 괜찮아요.”
쿤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루가 짧게 혀를 찼다.
“뭘 믿고 널 혼자 둬.”
“신참이라더니 아직도 의심 중이신 거예요?”
“그런 뜻이 아니라…….”
거기까지 말하던 루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을 홉떴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찾았다.”
쿤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나무뿌리가 엉킨 비탈길 위에 갈색 코트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큰맘 먹고 장만했던 제 코트였다.
이쪽이 차원이동자를 발견했듯, 그 또한 뒤쫓는 두 사람을 깨닫고 속도를 높였다.
육상 선수라도 되는지 엄청난 기세로 달려가는 남자를 보며 루는 주머니에서 판테테 로고가 박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긴 손가락으로 카드의 중앙을 긋자 그 안에서 얇은 검의 손잡이가 튀어나왔다.
루는 단박에 이를 뽑아 들었다. 은백색의 검이 긴 궤적을 그리며 제 모습을 드러냈다.
결계를 만들 거란 예상과 달리 루가 검을 꺼내 들자 쿤은 차원이동자를 발견했을 때보다 더 놀랐다.
“혜성 씨도 그러더니 왜들 무기부터 꺼내는 거예요!”
“귀찮잖아.”
“그니까 뭐가 귀찮은 건데!”
쿤의 경악 섞인 외침에 루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마. 그냥 발만 묶을 거야.”
루는 그리 말하며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 거릴 좁힌 루가 칼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칼등을 내려쳤다.
그때, 돌연 남자 몸을 틀며 루를 향해 무언가를 집어 던졌다. 날이 잘 다듬어진 식칼이었다.
루는 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방향으로 식칼을 쳐냈다.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한 거야.”
그러고 보니 식칼을 챙겨왔다 그랬지. 진짜 별걸 다 가져오네.
루는 짜증을 내며 칼등으로 차원이동자의 배를 후려친 후, 고꾸라지는 사내의 뒷목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악-!”
쿤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루는 어이가 없었다.
“맞은 건 얜데 왜 네가 소릴 질러.”
“으… 보는 것만으로도 아프다고요. 조금 살살하면 안 돼요? 그러다 크게 다치면 어쩌려고요.”
“흉악범한테 그런 배려가 왜 필요해.”
“것도 그렇지만…….”
루는 그리 말하며 차원이동자의 머리를 돌려 얼굴을 확인했다. 일순 루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여우를 똑 닮은 얼굴이 어디의 누군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판에 대고 찍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쿤과 쏙 닮은 얼굴이었다.
“쌍둥이도 아니고…….”
루는 참 신기한 경우 다 보겠다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심지어 차원이동자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쿤을 보곤 오만상을 찌푸렸다. 오직 단 한 명, 쿤만이 그 사실을 반박했다.
“하나도 안 닮았거든요. 제가 좀 더 깔끔한 인상이라고요.”
“어디가?”
“전체적으로 그렇잖아요!”
“뭐, 생각은 자유니까.”
루는 그리 말하며 차원이동자를 묶기 위해 주머니에서 수갑을 찾았다.
철컥.
안전장치가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건 그다음이었다.
루와 쿤이 동시에 아래를 내려다봤다. 차원이동자의 오른쪽 손에 손바닥에 가려질 만큼 작은 총이 들려 있었다.
루는 반사적으로 몸을 쿤 쪽으로 물렀다.
타앙- 날카로운 총성이 허공을 가르고, 물리적 틈이 생기자 차원이동자가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걸 집어던졌다.
작은 캔에서 불꽃이 일더니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할 새도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시야가 뿌연 연기에 둘러싸인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