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일상과 비일상 (02)
훈련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건, 건이와 곤이에게 사과가 든 장난감을 던지는 부용이었다.
장난감이 둥근 호선을 그리며 날아가자, 두 마리의 북청 사자가 빠르게 그쪽으로 달려갔다. 먼저 사과를 쟁취한 건 형인 건이었다.
역시 힘이랑 속도는 건이가 더 좋구나 싶을 때, 부용이 쿤을 발견했다.
“쿤. 어라? 루랑 보보도 왔네.”
건이와 곤이도 쿤을 보곤 한달음에 달려와 품에 안겼다.
그는 북청 사자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혜성 씨 아직 안 오셨어요?”
“단장님이요? 단장님은 왜요?”
“연락 못 받으셨어요?”
정말로 못 받았는지 부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희만 부른 건가? 왜지?
쿤은 혹시 뭔가를 잘못했나 싶어, 지난 일을 되짚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혼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루와 보보 또한 짚이는 게 없는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여러 추측을 하고 있을 때, 혜성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 사강이 들어왔다.
쿤을 비롯한 모두의 얼굴에 의아함이 번졌다.
지난번, 레이포드가 돌아간 날을 기점으로 어딜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강이었다. 심지어 차원문이 나타났다는 통신조차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다소 핼쑥해진 얼굴로 혜성의 뒤에 서 있었다.
“하암… 졸려 죽겠네.”
사강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건이와 곤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부용이나 루면 모를까, 사강에게는 단 한 번도 살갑게 군 적 없던 북청 사자들이 저러자 쿤은 또 한 번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애들이 웬일로 사강 씨한테 다 가네요. 혹시 사과 가지고 있어요?”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거 가지고 있지.”
사강이 훈련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 안에서 작은 상자 다섯 개를 꺼내 보였다.
쿤과 루, 부용과 보보는 자연스레 사강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게 뭐예요?”
“합법적 불법의 결실물.”
쿤과 보보, 부용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면 루는 무언가를 기억해 낸 듯 저 혼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그때 그……!”
“맞아.”
사강이 키득거리며 상자 하나를 열었다. 검은 비단 위에 꽃처럼 생긴 배지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은백색 비늘을 겹쳐 만든 거였다.
쿤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마치 꽃 위에 무지개가 스며든 것처럼 비늘잎이 반짝였다.
“이게 뭐예요?”
“지난번에 왔던 용 기억해? 걔 말이야, 몇 겹이나 되는 결계도 다 깨고, 은이 그림자에도 안 잡혔잖아. 그 밖에도 여러 능력이 많아 보였고. 그래서 그 힘을 빌리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본 거야.”
“대박.”
쿤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판테테 과학 발명품 중, 차원이동자들의 기술이나 능력을 담아 만드는 물건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사용 제한이 워낙 까다로운데다, 그 수도 많지 않아 아무나 사용할 수 없었다.
애초에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웠다. 리란티아에 없는 지식과 상식을 요구하는 일이 워낙 많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직접 만들었다고? 그것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쿤은 사강을 향해 존경 어린 눈빛을 보냈다. 오즈벨에 온 이후 처음으로 그가 대단해 보였다.
“주된 능력은 투명화. 근데 지속시간이 좀 짧아.”
“얼만데요?”
“3분.”
확실히 좀 짧긴 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인가. 거기다 주된 능력이라는 건 다른 힘 역시 담겨 있다는 거였다.
루와 보보에게도 좋은 물건이었지만, 비마법사인 부용과 마법을 마음껏 쓸 수 없는 저에게는 정말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참고로 중앙에 신고 안 할 거니까 너희도 잘 숨겨야 해.”
“몰래 써도 돼요?”
“원래는 안 되지. 그니까 합법적 불법이란 거고.”
차원이동자의 검체 수집이나 연구는 명백한 합법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무언가를 허가 없이 만드는 건 불법이었다.
때문에 사강은 오직 차원이동자의 비늘과 피만 가지고 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보고는 검체 보관으로 올릴 거야. 그럼 아예 속인 건 아니잖아.”
적어도 겉보기에는 제대로 된 보고였다.
만약 누군가에게 들킬 거 같을 때엔 비늘을 연결한 끈만 풀면 된다. 그럼 낱개로 떨어지는데다, 성능 역시 비늘이 다 모여 있을 때에만 발동하기에 기술을 숨기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래도 걸리면 진짜 재수 없는 거고. 근데 안 걸릴 확률이 높으니까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돼.”
“오……!”
“일단 사용법부터 가르쳐 줄게.”
사강은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 배지를 사용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그의 설명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쿤의 입에서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처음 사강의 연구실에 갔을 때, 쿤은 그가 만든 여러 발명품을 보았었다. 하지만 거의 다 판테테 일과는 관련이 없었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몇 없어 보였다.
그래서 쿤은 그의 발명은 판테테와는 상관없는 취미의 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정말로 판테테 과학반이었던 것이다.
“대박이다. 사강 씨, 진짜 멋있으세요.”
쿤의 연이어진 칭찬에 사강이 어깨를 한껏 으쓱였다.
그사이 루가 숙였던 상체를 세웠다. 그리고 혜성을 올려다봤다.
확실히 쿤이 유난을 떨 만큼 대단하긴 했다. 저희에게도 큰 도움이 될 테고. 하지만 뭔가 좀 미심쩍었다. 무엇보다 사강만 오면 되지, 혜성이 함께 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거 때문에 부른 거예요?”
그 질문이 핵심이라도 찌른 걸까. 혜성이 피식 웃어 보였다.
“아니, 이건 덤이고 부른 목적은 따로 있어.”
다른 목적. 네 음절의 단어가 모두의 시선을 불러 모았다.
모두가 멍하니 눈만 끔뻑이던 그때, 사강이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내 피나는 노력이 덤이라니! 내가 이거 만드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래, 수고했어.”
“이게 수고했다는 말로 끝날 일이냐!”
사강은 혜성의 건조하고 무의미한 칭찬에 한참을 씨근덕거렸다.
두 번 다시 네 부탁 들어주나 보라는 둥, 너는 안 줄 거라는 둥의 말을 하는 걸 보니 이 물건 자체를 혜성의 부탁으로 만든 것 같았다.
쿤은 자꾸 비늘을 만지려는 북청 사자들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그럼 왜 부르신 거예요?”
“잠깐만. 아직 사람이 덜 왔어.”
“예?”
우리 말고 또 올 사람이 있다고?
쿤은 혹시 사강은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쳐다봤다. 그러나 그 역시 아는 게 없는지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대체 누가 오는 걸까.
그렇게 잠깐을 더 기다리자 녹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훈련장 안에 있는 모두를 보곤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래도 다른 단원들이 있다는 걸 몰랐던 듯싶었다.
“다들 혜성이가 불러서 온 거야?”
“네.”
“무슨 일이기에…….”
녹턴이 말끝을 흐리며 혜성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였으면 회의실에 모였을 이들을 훈련장에 불러 모으다니. 괜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혜성이 입을 열었다.
“일단 모일 사람은 다 모였으니까, 바로 본론을 말할게.”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내가 등줄기 산의 터널을 무너트리는 빈도를 확인해 봤어. 그런데 90% 이상이 나와 은이, 키스가 오즈벨에 없을 때더라고.”
정확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터널을 무너트리는 것 자체가 차원이동자를 놓칠 때인데 은과 키리기스가 있으면 그럴 일이 10% 이하로 줄어든다.
거기다 은의 그림자가 있으면 추적이 쉽기 때문에 터널을 무너트리고 다시 복구하는 수고를 벌일 필요가 없다.
혜성 역시 이 부분은 잘 알고 있었다.
“뭐, 이건 이해해. 그 둘이 압도적으로 강하니까. 하지만 다들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는 게 있더라고. 유독 실수도 잦아지고 말이야.”
혜성의 말에 루와 보보, 녹턴, 그리고 사강이 흠칫하고 떨었다.
원래대로라면 주요 전력이 빠지는 거니 더 철두철미하게 예의주시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관리자가 없어서 그런지, 그도 아니면 꾀를 부리는 건지 긴장을 덜 하는 게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정직한 부용이가 빠졌을 때 더 심해졌다.
처음 쿤이 오즈벨에 왔을 때가 대표적이 예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해결하니까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앞으로는 그러면 안 될 거 같아.”
“…갑자기 왜 그런 바람이 드신 건데요.”
“오즈벨을 보는 눈이 너무 많아졌어.”
순간 모두의 머리 위로 엘리아노와 레이포드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도 말이다.
루와 사강, 녹턴, 보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쿤을 노려봤다. 노골적인 원망이 그에게 쏘아졌다.
“엄한 애 노려보지 말고.”
“윽.”
“어차피 한 번은 필요했어. 너희의 실력도 다잡아야 했고.”
실력이라고?
루와 보보가 미간을 팍 구겼다. 갑자기 엘리아노와 했던 내기가 떠올랐다. 그때 역시 실력 운운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혜성의 입에서 비슷한 의미의 말이 나오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쿤 역시 할머니가 했던 말을 상기하며 혜성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래서 당분간은 훈련에 집중하려고 해.”
풀렸던 기강도 잡고, 전체의 실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특히 마법사인 애들은 기술적인 것 말고도 정신적으로도 단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존재가 있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키리기스가 훈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내가 조금 늦은 모양이군.”
그가 가면을 고쳐 쓰며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루와 보보, 그리고 사강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키리기스가 왜 도착한 지 이해한 것이다.
“서, 설마…….”
“그래. 앞으로 열흘간 키스가 모두를 가르칠 거야.”
“맙소사.”
세 사람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쿤은 가만히 북청 사자들을 끌어안은 채로 키리기스를 쳐다봤다.
어차피 루와 특훈을 할 예정이었기에 열흘간 잡힌 일정이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키리기스 밑에서 배운다고 하자 마음이 크게 술렁였다.
교관한테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가 되는 한편, 악명이 자자한 그의 가르침을 제대로 버틸 수나 있을까 걱정됐다.
“어? 근데 그럼 차원문은 어떡해요?”
쿤의 질문에 루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거들었다.
“맞아요. 차원이동자들은 어떻게 할 건데요.”
사강 역시 목소리를 냈다.
“그, 그래! 선생 훈련이면 차원문 볼 여유 같은 건 없을 텐데 이렇게 갑자기 하면 어떡해!”
“걱정하지 마. 그건 은이가 다 맡아서 할 거야.”
“…….”
“…….”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차원문이 나타날 때마다 상황을 정리하고, 차원이동자를 관리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많은 걸 은이 혼자 다루다니.
어이없는 건, 은이라면 정말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는 거였다.
“물론 은이는 오동촌도 돌봐야 하니까, 그럴 때에는 부용이 네가 도와줘.”
“네? 그럼 저는 훈련 안 하는 거예요?”
“너는 은이를 돕는 게 훈련이야.”
“…….”
부용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혜성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것 같았다.
쿤은 가만히 눈치를 살폈다. 그때, 혜성과 눈이 딱 하고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