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3
12화-안녕하세요, 신참입니다 (08)
텁텁하면서도 달콤한 향. 점점 몸집을 키우는 연기.
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생소하지도 않은 광경에 루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연막탄…….”
분노가 여실히 담긴 목소리에 쿤은 마른침을 삼켰다. 연막탄을 가지고 있을 건 충분히 예상했지만, 설마 총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루는 쿤 쪽으로 몸을 바싹 붙이며 물었다.
“너 총 하나라지 않았어?”
“제 총이 아니에요.”
“오즈벨에서 구한 건가?”
“원래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은요? 돈이나 짐은 몰라도 무기 같은 건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잖아요.”
루가 미간을 좁혔다. 일반적이라면 교도소에 무기는커녕 외부 물품 하나도 쉽게 반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흉악범이었다. 무기를 밀반입해 가지고 있다 해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근데 어디다 숨겨? 수의엔 주머니도 없잖아.”
“그건 그렇죠.”
쿤은 혹시 몰라 제가 입은 옷을 살폈다. 역시나 주머니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다 숨긴 걸까.
진지하게 추리하던 그때, 문뜩 어떤 생각 하나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발!”
“뭐?”
“신발 밑창이요! 거기 확인해 봤어요?”
“아니.”
“역시. 사실 내내 이상했거든요. 제 옷은 뺏어갔으면서 신발은 안 가져갔잖아요.”
죄수들이 신는 신발 역시 수의처럼 통일되어 있다.
차원이동자가 완벽한 위장을 꿈꿨다면 쿤의 신발을 가져가야 맞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발 치수가 달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신발 밑창이 총이나 만능열쇠 같은 거 숨기기에 딱이거든요. 처음부터 거기에 무기를 숨기고 있어서 신발을 바꿔 신지 않은 거예요.”
“너도 거기다 숨겼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니, 근데 제 신발이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단 건 왜 눈치 못 챈 거예요? 밑창 모양만 확인했어도 알았잖아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그게 어떻게 안 중요해! 그때 알았으면 여기까지 안 왔잖아!
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쿤은 화와 함께 그 말을 꾹 삼켰다. 대신 좀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질문을 꺼냈다.
“이제 어떡하죠? 연막탄 때문에 앞은 안 보이고, 루 씨는 마법 못 쓰는 상태잖아요.”
쿤의 말이 의외였던 걸까. 루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살짝 묻어났다.
“어떻게 알았어?”
“이 상황이 돼도 마법을 안 쓰는데 어떻게 몰라요.”
귀찮다는 사람이 누가 봐도 편한 마법을 두고 검을 빼 들었다. 조금 전만 해도 결계를 치기보단 자신의 앞을 막아 지키려 했다. 그럼 뻔하지 않은가.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지.
루는 쿤 쪽으로 한발 다가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예 못 쓰는 건 아니야. 인접한 상태에서만 가능할 뿐이지.”
“리스크 같은 거예요?”
“아니, 그림자 결계가 방해해서 그래.”
등줄기 산에 걸린 그림자 마법은 침입자나 도주자를 산에 가두는 것뿐 아니라 감각을 방해하는 힘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는 감각이 좋거나 예민한 사람일수록 심하게 작용했다.
루는 오즈벨 지부에서 두 번째로 감각이 예리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결계가 주는 피해도 컸다.
때문에 루는 이곳에선 마법을 잘 쓰지 않았다. 차원이동자가 아니라 동료들을 가둔 적이 여럿 있기 때문이었다.
“안전하게 가두려면 직접 붙잡고 만들어야 해.”
“그니까 거리가 멀수록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네요.”
“그래. 그러니 너도 마법 쓰지 마.”
“저 비마법사예요.”
“아, 그래?”
루의 태연한 태도에 쿤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안 놀라시네요.”
“왜 놀라?”
“보통 비마법사는 큰 도움도 안 되고 판테테가 되기도 힘들잖아요.”
“뭔 개소리야. 마법사보다 훌륭한 비마법사가 얼마나 많은데.”
루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
쿤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쿤이 판테테 시험에서 떨어질 때마다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마법이 없어서’였다. 근데 정작 판테테인 루는 이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럼 저를 여기 데려온 것도 마법 때문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유가 있어서 저를 데려온 줄 알았거든요.”
차원이동자를 쫓아오는데 루는 녹턴이나 보보를 두고 굳이 쿤을 데리고 왔다. 보보야 다쳤으니 그렇다 쳐도 녹턴 대신 데려왔다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닌 한 이해하기 어려 왔다.
쿤이 이를 말하자 루는 조금 전보다 더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구나.”
쿤의 말대로 루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를 끌고 온 게 아니었다.
그에게 신참이라고 말한 순간부터 루는 제가 들었던 모든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을 깔고 행동했다. 개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등줄기 산을 넘어왔단 거였다.
앞서 설명했듯 그림자 결계는 감각이 좋은 사람에게 더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에게 아무런 위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약간의 어지럼증은 기본이고 일부는 구토에 탈수 증상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방향 감각을 잃게 해 같은 길을 맴돌다 그림자 감옥에 갇히고 만다.
그런데 쿤은 그러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둔감하다거나 운이 좋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았다.
더욱이 등줄기 산의 험준함과 초행임을 생각하면 산을 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루는 확신했다. 쿤에겐 그림자 결계가 통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의 신체 능력이 제법 쓸 만하다고.
“그림자 결계 안에서 난 차원이동자의 기척을 잡기가 어려워. 그나마 눈대중으로 감각을 맞추는 거지.”
“지금 같은 상황에선 최악이라는 거네요.”
“그래.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해.”
“뭘 어떻게 도와드리면 돼요?”
루는 그 질문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물건을 쿤에게 건넸다.
“네가 나 대신……!”
그때 루가 다급히 쿤을 밀쳤고, 쿤 또한 서둘러 몸을 뒤로 물렸다. 상체가 뒤로 휘기 무섭게 날카로운 식칼 한 자루가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상황에서도 공격한다고?
미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채 끝나기 전에 총성이 연막 속을 울렸다.
탕- 탕- 타앙-!
쿤과 루는 서둘러 자릴 피했다.
약간의 틈을 두고 터진 세 번의 총성은 쿤을 스치지도 못했지만, 쿤과 루를 떨어트려 놓기엔 충분했다.
시야를 가로막은 연막에 쿤이 식은땀을 흘렸다. 피할 때 너무 많이 떨어졌는지 루가 보이지 않았다.
‘큰일 났다…….’
반쯤 패닉에 빠져 있을 때 저 멀리서 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참, 너 괜찮아?”
“괜찮아요. 루 씨는요?”
“괜찮아.”
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것도 잠시, 뒤이어진 말에 쿤은 걸음을 멈췄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어!”
“하지만……!”
“그냥 있어!”
아니, 그냥 있으라니. 상대가 총을 들고 뭔 짓을 할지…… 아, 그래서인가?
지금 루는 감각이 망가져 상대의 위치나 존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제가 찾아간다 해도, 그녀의 기준에선 저인지 차원이동자인지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차원이동자가 총을 쏘는 데 가만있으라고?
정말 가만있어도 되는 거야?
“…….”
쿤은 마른침을 삼켰다.
지난번 혜성과의 일을 통해 쿤은 경험 없는 지식이 얼마나 단순한지를 깨달았다.
그래서 오즈벨 지부에 오면 선배들의 지시와 판단을 보고 배우며 경험을 쌓으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멋대로 루를 찾아갈 수도 없고, 난 뭐를 하냐며 물어볼 수도 없었다. 제가 듣는 대답을 차원이동자도 들을 테니 말이다.
짧은 경험을 토대로 저 스스로 판단해야 할 때.
루 씨는 나한테 뭘 시키려고 했을까.
쿤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루와 떨어지기 직전 그녀가 건넸던 총이 제 손에 들려 있었다.
* * *
쿤에게 움직이지 말라 거듭 말한 루는 부러 소리를 내듯 땅을 탁탁 걷어찼다.
‘저항할 건 예상했지만, 이런 식일 줄은 몰랐네. 그래도 총을 계속 쏘지 않는 걸 보면 이쪽이 보이는 거 같진 않고. 그냥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쏜 걸까?’
그럼 더더욱 소리를 내줘야겠네. 그래야 덤벼들 테니까.
루는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자욱했던 연기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차원이동자도 저도 조급함이 들 시간이었다.
루는 또 한 번 땅을 세게 걷어찼다. 그 순간 다른 발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어디서 들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환청이 아니란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총을 세 발이나 쐈으니 알겠지. 여기선 조준이 어렵다는 걸. 근거리에서 쏘지 않으면 애꿎은 총알만 버리는 거라는 걸.
그니까 조금 더 이쪽으로 와라.
“신참, 아무 대답하지 말고 듣고만 있어. 너 거기서 절대 움직이지 마. 내가 네가 있는 쪽으로 갈게.”
루는 그리 말하며 또 한 번 땅을 차 발소리를 냈다. 그때 우측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루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크게 한 보폭 옮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총성이 터졌다.
한 뼘 정도를 두고 어깨를 피해 날아간 총알에 루는 차원이동자의 방향을 잡고 그쪽으로 달려들었다.
희뿌연 한 연기를 가르며 달리자 흐려진 연막 너머로 희미한 그림자가 비쳤다. 루는 좀 더 속도를 가했다. 일순 연기 사이로 여우상의 얼굴이 나타났다.
쿤인 줄 알고 주춤거리는 것도 잠시, 파열음이 터지며 뺨에 화끈한 통증이 일었다.
“젠장!”
망할 놈의 총! 진짜 확 죽여 버려?
루는 이를 꽉 깨물며 검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탕-!
또 한 번의 파열음과 함께 비명이 숲을 울렸다.
“악-!”
차원이동자는 그대로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허공을 가른 루는 서둘러 검을 고쳐 잡고 차원이동자의 손에 들린 총을 걷어찼다.
반쯤 얼떨떨한 얼굴로 남자를 내려다보자 그제야 남자의 종아리에서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피가 보였다.
좀처럼 상황을 읽을 수 없어 멍하니 얼어 있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쿤이 달려왔다.
“루 씨!”
서서히 가시는 연막 너머로 쿤과 그의 손에 들린 총이 보였다.
“…설마 했는데, 네가 쏜 거야?”
“예? 쏘라고 준 거 아니었어요?”
쿤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조금 전, 쿤은 루가 준 총을 보며 그렇게 판단했다.
거리감도 위치도 파악할 수 없고, 마법도 못 쓰는 저를 대신해 차원이동자를 막으라고. 그래서 다리를 노려 쏜 거였다.
근데 루의 반응을 보니 제가 뭔가 실수한 듯싶었다.
“어… 놀라게 했다면 죄송해요. 근데 저 정말 사격엔 자신이 있거든요. 거기다 차원이동자의 발소리도 잘 들려서 위치 잡기도 쉽고…….”
쿤은 그 뒤로도 변명을 늘어놓다 제가 생각해도 위험한 판단이었다 여겼는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경솔했어요. 앞으론 조심해서 총 쏠게요. 아니, 안 쏠게요.”
“하…….”
루는 기가 막혔다.
쿤의 생각과 달리 그런 이유로 총을 준 게 아니었다.
흉악범에 총까지 든 차원이동자를 상대로 맨몸으로 있는 미친 짓이니 만일을 대비해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으라고 준 거였다.
하지만 쿤은 그걸로 공격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결과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예?”
“아니야, 됐어.”
루는 수갑을 꺼내 차원이동자의 손에 채웠다. 그리고 쿤에게 말했다.
“이놈은 네가 옮겨.”
루의 입에서 직접적으로 나온 첫 지시.
쿤은 그 어느 때보다 해맑게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