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31
130화-란셰의 상자 (01)
일상으로 돌아온 다섯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차원문을 관리했다. 보보 역시 빠르게 복귀했다.
혜성은 바로 잡힌 기강을 만족해하며, ‘또 터널을 무너트리면 키스를 부를 거야’라는 꽤나 살벌한 협박을 해댔다.
11월의 말.
한겨울이라도 해도 믿길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쿤은 재킷을 여미며 몸을 움츠렸다.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과 재킷 자락이 쉼 없이 펄럭였다.
“으… 춥다.”
오즈벨이 로비츠보다 겨울도 빨리 오고 훨씬 춥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와중에 날도 우중충해 햇빛이 드는 곳이 없었다.
“으…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따뜻하게 입고 오는 건데.”
쿤은 살짝 늦은 후회를 하며, 오동촌으로 향했다.
오동촌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날이 추워지면서 다들 집 안에 틀어박혔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몇몇은 이미 동면에 든 후라 평소보다 돌봐야 될 이가 줄어들었다.
쿤은 텅 빈 흙길을 걸으며 오늘 할 일을 생각했다.
어지간한 작물은 다 수확했고, 지난 한 달 동안 은과 쿤이 열심히 겨울을 준비한 덕에 차원이동자들의 집은 물론 곳간에도 먹거리들이 가득 넘쳐났다.
겨울 준비도 다 끝나 이제는 집집마다 돌며 상태만 확인하면 된다.
‘일단 가까운 곳부터 들르자.’
쿤은 가장 가까운 집부터 들르며 차원이동자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를 살폈다.
다행히도 다들 별문제 없이 안락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은이 씨 말대로 방학이네.’
오동촌의 겨울은 휴식기나 마찬가지라 했는데, 정말이었다.
차원이동자들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고, 그러면서 자연히 분쟁과 싸움도 줄어들었다. 쿤과 은이 해야 할 일 역시 간소해졌다.
메이랑 펠의 집까지 들른 쿤은 마지막 장소인 천호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푹신한 털에 파묻힌 천호가 보였다. 그리고 그의 앞엔 아담한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도령 왔는가.”
“저 왔어요, 도사님.”
천호는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났다.
“날이 추워지니 몸이 둔해지는 것 같군.”
“저도요.”
“도령이 이리 일찍 올 줄 알았으면 미리 난롯불을 켜둘 걸 그랬어.”
천호는 제 앞에 있는 작은 모닥불을 끈 뒤, 오두막 구석에 있는 난로에 불을 피웠다.
“이리 와서 앉게.”
“감사합니다.”
쿤은 난로 앞에 앉았다. 따뜻한 불을 쬐니, 그제야 꽁꽁 언 몸이 좀 녹는 것 같았다.
“오늘도 마법 훈련을 할 건가?”
“그래야죠.”
열흘간 못 했던 걸 만회하듯 쿤은 전보다 더 마법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그 덕에 이제는 마법통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 좀 더 다양하고 화려한 걸 구현할 수 있었다.
상성 훈련도 시작했다. 제아무리 리란티아에서 마법을 쓰지 못한다 해도, 특정 마법에 내성이 있으면 이를 전투에 활용할 수 있었다.
가령 등줄기 산에서 저 혼자만 제대로 돌아다닐 수 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은에게는 키리기스의 마법이 담긴 그림자들이 많으니 이를 잘 써먹으면 혼란에 빠진 모두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오늘은 뭘 연습해 볼까, 생각하는 와중에 문이 열리더니 은이 들어왔다.
“쿤, 여기 와 있었네.”
“오셨어요.”
“언제 왔어?”
“두 시간 전에요.”
“성실한 건 좋은데, 좀 쉬면서 해. 너 훈련 끝난 지도 얼마 안 됐잖아. 사격 연습에 오동촌에 차원이동자까지. 언제 쉬려고.”
“괜찮아요.”
쿤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확실히 제가 이것저것 많이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체력도 붙은 데다 시간 분배도 잘해 전만큼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쉬어야 할 건 제가 아니라 은이었다.
훈련이 끝나고 돌아가며 휴식을 취한 자신들과 달리, 은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아르바이트까지 늘리는 바람에 전보다 더 바빠졌다.
“근데 둘 다 거기서 뭐 해?”
은이 난롯불 앞에 바싹 붙어 있는 둘을 보며 고갤 갸웃거렸다.
“추워서요.”
“날이 좀 춥군.”
쿤과 천호가 따뜻한 불을 쬐며 말했다. 정말로 추운지 둘 다 난로 앞에서 꼼짝을 안 했다.
“로비츠 영지야 따뜻하니 그렇다 치고, 도사가 살던 산도 따뜻했어?”
“대체로 온후한 편이었네. 겨울에도 눈을 보기 힘들었지. 내려도 잘 쌓이지 않았고.”
“아… 그럼 도사도 엄청 따뜻한 곳에서 온 거였네.”
은은 다소 걱정스러운 눈으로 둘을 내려다봤다. 이 둘이 오즈벨의 첫 겨울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맞다. 그 자료 읽어봤어?”
은이 쿤은 옆에 앉으며 물어왔다.
그는 금방 그게 부용이 정리한 자료라는 걸 눈치챘다.
“읽어봤어요.”
“어땠어?”
“글쎄요. 딱히 수상하거나 걸리는 내용은 없었어요.”
쿤이 찾아낸 것 역시 부용이 꼽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료를 받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한결같은 대답에 은은 턱까지 괴어가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뭐 신경 쓰이는 게 있으세요?”
“아니, 없어. 근데 그래서 신경 쓰여.”
보통 이쯤 되면 뭐든 하나 나와야 정상인데 아무것도 없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너무 깔끔하니까 되려 수상하달까?
“내가 과민하게 구는 걸 수도 있고. 워낙 뒤가 구린 게 많았잖아.”
“하하… 아, 그러고 보니 자료들 보니까 태어난 차원이동자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안 적혀 있던데, 별 내용이 없어서 뺀 거예요?”
“아니, 원래부터 그랬어.”
못 돌아간 차원이동자들은 차원이동자촌에서 지냈다. 문제는 여기가 해당 지부 판테테의 고유 영역인데다, 마법으로 만든 공간이라 쉽게 들어갈 수 없단 거였다.
“키스의 정보력이 제아무리 대단해도 리란티아의 모든 차원이동자촌까지 살펴볼 순 없으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그리고 키스는 원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적지 않거든. 그래서 더더욱 없는 걸 거야.”
“결국, 직접 들어가 보는 것 말고는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 없단 거네요.”
“그렇지. 뭐, 어쨌든 다들 별 이상 없는 거 같다니까 됐어. 우리는 건이랑 곤이를 어떻게 돌려보낼지만 고민하자.”
“네.”
은은 쿤을 향해 작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늘 그랬듯 천호와 함께 그의 마법 연습을 도와주었다.
오동촌에서 나온 쿤은 우체국에 들러 집과 레이포드, 그리고 벨로 앞으로 편지를 한 통씩 부쳤다.
남매들에게는 안부를, 벨로에게는 안부 겸 지난번 총을 가져다준 일에 감사를 적어 보냈다.
숙소에 도착하자, 신문을 읽는 혜성이와 그 옆에서 북청 사자들에게 말린 사과를 나눠주는 부용이 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쿤 씨 오셨어요?”
혜성과 부용이 쿤을 맞이해 주었다. 건이와 곤이도 빠르게 날아와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는 북청 사자들을 안아주며, 두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실내에 들어왔음에도 추운 자신과 달리 두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은지 가벼운 차림을 하고 있었다. 특히 부용은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두 분 다 안 추우세요?”
“딱히.”
“전 추위를 잘 안 타서 괜찮아요.”
“다들 강하시네요.”
쿤이 그리 말하며 벽난로 쪽으로 다가갔다. 능숙하게 불을 피우자, 혜성이 작게 웃는 게 들렸다.
“11월에 난로를 켜는 건 처음이네.”
“정말요?”
“이 정도면 따뜻한 거야.”
“그러고 보니 올해는 겨울이 좀 늦게 오는 것 같네요.”
혜성에 이어 부용이 말했다.
쿤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이렇게 추운데 아직 겨울이 안 왔다니. 아무래도 쉬는 날 따뜻한 코트 몇 벌을 사야 할 것 같았다.
“아, 맞다. 쿤, 이리 앉아봐.”
혜성이 쿤을 부르며 손짓했다.
소파에 앉자 건이와 곤이가 와 그의 무릎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이걸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할 때, 혜성이 아주 능숙하게 두 아이의 뒷덜미를 잡고 쿤의 양옆에 내려놓았다.
“얌전히 있어.”
다소 낮은 목소리에 건이와 곤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꼭 엄한 선생님한테 혼나는 학생들 같았다.
“얘들도 기강이 잡혔네요.”
“더 잡아야지. 내년 초에는 차원이동자촌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그렇게 빨리요?”
“도사한테 물어보니, 그 정도면 괜찮을 거 같다더군.”
“음… 좀 아쉽네요.”
“아쉬울 게 뭐 있어. 못 보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지금도 매일 오동촌에 들르잖아.”
“그래도요.”
언제든 보러 갈 수 있다 해도 제 옆에 있는 거랑 떨어져 지내는 거랑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아이를 독립시키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쿤은 건이와 곤이를 쓰다듬었다.
“근데 여긴 왜 앉으라 한 거예요?”
“별건 아니고, 이제 슬슬 차원이동자 담당을 다시 맡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정말요?”
“그래.”
내내 보조를 맡아왔던 쿤에게는 나름 반가운 소식이었다.
“언제부터 하면 되나요?”
쿤은 기대 섞인 눈으로 혜성을 쳐다봤다.
그때였다. 쿤과 부용의 이어커프가 울리며 통신을 울렸다.
차원문이 나타났음을 깨달은 혜성이 쿤을 향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차원문이 열린 곳은 오즈벨 시장의 안쪽 골목이었다.
넘어온 차원이동자는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였다. 리란티아인과 비슷한 외모에 보랏빛 똑 단발, 그리고 반소매 원피스.
이대로 두었다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쿤은 제 재킷을 벗어 아이에게 덮어주었다.
순간 그의 시선이 아이의 손으로 향했다. 웅크리고 있기에 추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보석함처럼 생긴 상자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쿤은 일단 아이의 품에서 상자를 빼낸 뒤, 부용에게 들어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아이를 조심히 마차 안에 뉘어두었다.
바쁜 마부를 대신해 마차를 몰고 온 루는 마부석에 딸린 창을 통해 마차 안을 쳐다봤다. 외관으로 차원이동자를 판단하면 안 되지만, 어째 애보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녀가 턱을 괴며 보보에게 물었다.
“다른 차원이동자는 없었어?”
“네, 이 아이밖에 없었어요.”
‘애보는 거 귀찮은데. 적당히 옮겨주고 빠져야겠다.’
루는 마차만 몰아주고, 집으로 돌아가 전날 사둔 만두나 튀겨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 쿤이 마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아, 맞다. 제가 이번 차원이동자 담당이에요.”
루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보조잖아.”
“혜성 씨가 이제 담당 해도 괜찮대요. 이번 차원이동자도 저더러 맡으라 하셨고요.”
“…혹시 싶어서 묻는 건데, 나도 같이 맡아야 하는 거냐?”
“당연하죠.”
쿤이 아주 당당하게 답했다. 제 담당 선배인데 같이 안 하면 누가 하냐는 말도 덧붙였다.
루는 그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누가 봐도 보보랑 부용이가 맡는 흐름이었는데, 여기에 초를 치다니.
“저걸 진짜 때릴 수도 없고…….”
“자자, 빨리 돌아가요. 이러다 차원이동자 깨겠어요.”
쿤이 빨리 마차를 출발하라며 닦달했다.
루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일단 가서 보자.”
그리고 살벌한 예고를 남긴 채, 마차를 몰고 오즈벨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