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42
141화- 차원이동자가 준 선물 (2)
차원문이 연달아 나타나는 거야 이제 이상할 일도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이어서 그런 걸까. 조금 당혹스러웠다.
쿤은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잠시 후, 차원문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왔다.
장미처럼 새빨간 머리칼을 허리까지 기른 여인이었다.
차원문에 휩쓸려 기절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녀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꼿꼿한 자세로 멈춰 섰다.
당혹에 깜빡이는 초록색 눈동자만 아니었다면, 일부러 넘어왔다 해도 믿을 정도였다.
쿤 또래로 보이는 여인이 주변을 천천히 두리번거렸다. 사막에서 온 것처럼 통이 넓은 옷에 목에 두른 케이프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머리엔 털이 달린 두 귀가 있었는데, 늑대의 귀처럼 보이기도 했다. 꼬리도 늑대 꼬리처럼 풍성했고 말이다.
《–리란티아- —- –.》
여인이 낮게 읊조렸다.
쿤은 미간을 찡그렸다.
낯선 언어 속에서 리란티아란 단어가 들리는 거 하며, 묘하게 태연한 태도가 이쪽을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리란티아를 알 정도면, 이쪽에도 해당 언어의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생전 처음 오는 차원이동자들의 말도 일단 되는 데로 받아 적어야 하는데, 이쪽을 아는 세계의 언어 정보가 없을 리 없다.
거기다 단원들의 반응도 이상했다.
차원이동자가 넘어온 게 하루이틀도 아니건만 혜성과 루, 그리고 보보는 마치 곤란한 손님이 온 것마냥 이맛살을 찌푸렸다.
“최악이군.”
“젠장.”
“이거 어쩌죠?”
세 사람은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이며,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때였다.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최악이라니. 말이 좀 심하군.”
여인의 입에서 리란티아어가 흘러나왔다.
쿤은 놀라 숨을 들이켰다. 천호 외에 리란티아어를 하는 차원이동자는 처음이었다.
“아는 사이, 아니, 아는 차원이에요?”
쿤의 질문에 여인의 시선이 그에게 멈췄다. 순간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여우잖아.”
“…사람입니다.”
“아, 미안. 놀라서 그만.”
그녀는 입을 가리며 짧게 사과하더니, 이내 쿤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반갑네, 아샨탄의 두 번째 딸, 티푸아네.”
티푸아는 손가락으로 삼각형을 그린 후, 심장 부근에 손을 올리며 인사했다.
쿤은 조금 당황하다 그녀를 따라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오즈벨의 판테테 쿤이라고 합니다.”
“이런. 내 인사를 따라 하는 걸 보니, 우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군.”
“예?”
쿤은 대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그러다 그녀의 뺨이 살짝 붉은 걸 깨닫고 서둘러 제 외투를 벗었다. 눈이 오는 날 입기에는 꽤나 얇은 차림세였다.
“날이 추우니 걸치세요.”
“상냥하군.”
티푸아의 뺨이 한층 더 붉어졌다.
그녀는 쿤의 재킷을 어깨에 걸친 뒤, 양손으로 꼭 여몄다.
그때 혜성이 걸어와 리란티아식 인사를 올렸다. 귀족 세계에서나 볼법한 정식 예법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이 와도 이러지 않았던 혜성이었기에, 쿤은 저도 모르게 입을 턱 벌리고 말았다.
더 놀라운 것은 다음에 일어났다. 그의 입에서 조금 전에 들었던 낯선 언어가 흘러나온 것이다.
《– —- — —–.》
《- — — —- ——.》
혜성과 티푸아는 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계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사이 루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티푸아에게 살짝 머릴 숙여 인사한 뒤 혜성에게 조용히 물었다.
“보스, 말씀 중에 죄송해요. 근데 저것들 어떡해요?”
그녀가 세르게이와 그의 하인들을 턱짓했다. 그새 결계를 다시 만들었는지 그들 전부가 루의 결계 안에 갇혀 있었다.
“키스를 불러야겠군.”
“역시 그 수밖에 없겠죠?”
“일단 모두 다 안전하게 지하로 모셔. 절대 다른 곳에 연락 못 하게 하고.”
“알겠어요.”
“보보, 넌 키스에게 연락하고.”
“네.”
쿤은 세 사람을 번갈아 봤다.
꽤나 중대한 일이 발생한 거 같은데 좀처럼 말을 안 해줘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참고 있던 의문을 터트렸다.
“잠깐만요. 아무나 좋으니까, 저한테 상황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설마 잘 아는 세계예요?”
“그래. 서로의 존재를 명확히 아는 곳이야. 못 해도 연에 열 번은 열리지.”
“그 정도라고요?”
그렇게 자주 열리는 차원이 있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거기다 그 정도라면 분명 해당 언어의 정보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쿤이 그간 읽었던 이계어 책 어디에도 아샨탄의 언어는 없었다.
애초에 아샨탄이란 단어가 이렇게 낯설 리 없다. 란셰의 세계도 기억해 냈는데, 이렇게 자주 연결되는 곳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쿤이 좀처럼 납득을 못 하자, 루가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해. 아샨탄은 정식 판테테만 아는 2급 기밀이거든.”
“예?”
“일단 자세한 건 나중에. 저 인간들부터 옮기고 하자.”
루가 다시금 뒤쪽의 세르게이 일행을 가리켰다.
그들을 다 옮길 때까지는 조금의 설명도 없다는 투에 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지하로 안내했다.
* * *
“에휴…….”
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턱을 괴었다. 여느 때처럼 오동촌에 온 그녀는 제 그림자들로 발목까지 쌓인 눈을 쓸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쿤하고 같이 올걸. 망할 놈의 상자. 그딴 게 대체 왜 존재하는 거야.’
심란한 마음 때문에 같이 가자는 쿤의 말을 거절했는데, 이 꼴을 보니 괜히 그랬다 싶었다.
오동촌이 제아무리 오즈벨보다 춥다지만, 첫눈부터 폭설은 너무하지 않은가.
‘내 팔자 내가 꼰다니까.’
그녀는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들을 쓸었다.
그때 통신이 걸려왔다. 누군가 싶어 받아보니, 녹턴이 드물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아, 아샨탄의 사람이 넘어왔어.]순간 은과 그림자가 뚝 하고 멈췄다.
그녀는 제 귀에 눈이 들어갔나 싶었다.
“누가 왔다고?”
[아샨탄.]“내가 아는 그 아샨탄?”
[그래. 거기다 자신을 아샨탄의 두 번째 딸이라고 소개했대.]“자, 잠깐. 그 소리는 황족이란 거잖아.”
[맞아.]세상에.
은의 입이 살짝 벌려졌다.
아샨탄은 판테테와 꽤 오랫동안 교류해 온 차원이었다. 세계 전체가 사막과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1년의 반절이 모래 폭풍에 시달렸다.
무더운 기후와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아샨탄의 사람들은 그 어느 차원의 인종보다 강인했다. 특히 전사의 경우는 개인 한 명이 리란티아의 기사단 소대 하나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 살벌한 놈들이 오즈벨에 왔다고?”
은은 좀처럼 납득이 안 갔다.
아샨탄에는 차원문이 나타나는 장소가 정해져 있고, 이는 리란티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차원이 쉽게 교류를 이어갈 수 있던 건 이러한 특징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즈벨에 차원문이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아샨탄이라니.
“돌겠네. 이거 계속 열리는 거 아냐? 걔들하고 얽히면 진짜 골치 아파진다고.”
[우연이길 바라야지. 아주 가끔 이상한 곳에 열릴 때가 있었잖아.]“아씨…….”
지렁이 차원이동자도 아직 안 돌아갔는데, 모셔야 할 상전이 하나 늘어났다.
은은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다 문뜩 든 생각에 고갤 들었다.
“잠깐. 쿤, 얘 괜찮은 거야?”
[쿤은 왜?]“왜긴 왜야. 아샨탄에서 여우는 신성 동물이잖아.”
[아……!]“완전 종교 수준이라고 했는데… 설마 벌써 만난 건 아니지?”
[글쎄… 보보한테 급하게 들은 거라, 거기까진 잘 모르겠네.]은은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봤다. 애를 잘 숨겨야 할 텐데, 과연 혜성이 그랬을지 의문이었다.
* * *
숨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은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쿤은 이미 티푸아의 눈에 든 후였다.
쿤은 그녀의 시선을 외면한 채, 루를 도와 세르게이 일행을 가장 좋은 지하 방으로 모셨다.
하인들과 기사는 자신들이 차원이동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에 분개했으나, 다행히 루에게 홀딱 넘어간 세르게이 덕에 잘 설득할 수 있었다.
의아한 건 세르게이 일행은 지하 방에 갇혔는데, 정작 차원이동자인 티푸아는 거실 1층 소파에 앉아 루가 받았던 장미꽃을 씹고 있단 거였다.
그녀는 꽃잎을 꿀꺽 삼킨 후 쿤을 향해 웃어 보였다.
“쿤, 올라왔는가.”
“장미꽃을 드시네요.”
“우리한테는 꽃이 정말 귀한 간식이라서 말이야. 혜성이 괜찮다고 해서 먹었는데… 혹시 먹으면 안 되는 거였나?”
쿤은 답 대신 루를 흘끗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싹 다 드셔도 됩니다.”
“고맙네. 잘 먹도록 하지.”
티푸아가 행복하단 얼굴로 장미꽃 줄기의 가시를 발라냈다.
쿤은 그녀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리고 혜성에게 아샨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니까, 요약하자면 20년 넘게 교류를 이어왔던 차원이란 거죠?”
쿤의 질문에 티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20년 전, 처음으로 차원문이 열렸다네. 그리고 전사 둘이 이쪽으로 오게 되었지.”
차원문의 등장과 여기에 휩쓸리는 사람들.
티푸아의 조부이자 아샨탄의 선황은 고민에 빠졌다.
잦은 연결로 72시간의 법칙도 판테테의 존재도 알게 되었지만, 그들의 호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믿을 수 없던 것이다.
때문에 그는 차원문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강력한 주술사를 데려와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당 장소를 통제하자니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였다. 대부분의 차원문이 식수로 쓰는 오아시스 근처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결국, 선황은 차선책을 선택했다. 백성을 지키기 위해 리란티아와의 교류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직접 사신단을 꾸려 오아시스 곁에 대기했고, 한 달 후에 열린 차원문을 타고 리란티아로 넘어왔다.
그리고 리란티아의 왕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앞으로 넘어오는 아샨탄의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돌려보내 주면, 그만큼의 대가를 주기로 말이다.
“그래서 그 거래가 성사된 거예요?”
혜성과 루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득과 실 다 계산했을 때, 손해 볼 게 없다 판단했어.”
일단 아샨탄이 대가로 주는 물품이 꽤나 쏠쏠했다. 계약 자체도 나름 공평한 편이었고 말이다.
무엇보다 거절했을 때 발생하는 실을 무시하지 못했다.
차원문이 나타나는 시간은 무작위였지만, 장소는 고정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차원문을 타고 넘어올 수 있었다.
만일 앙갚음을 품은 그들이 대군을 이끌고 차원문을 넘어왔다고 생각해봐라. 최소 영지 하나는 지도에서 사라지는 거였다. 거기다 그들은 72시간이 지나면 반송 차원문을 타고 돌아가니 추격할 수도 없었다.
즉, 리란티아에선 거절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거였다.
뭐, 덕분에 판테테들은 때 아닌 상전을 모시게 됐지만, 집단 전체로 봤을 때에는 그러는 게 득이었다.
“내용은 이해했어요. 근데 이게 왜 2급 기밀이에요?”
쿤이 봤을 때 여기서 딱히 숨겨야 할 내용은 없었다. 심지어 이보다 더한 정보가 시험 문제로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쿤은 영문을 모르겠단 투로 물었다.
혜성은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그리고 차분한 어투로 답했다.
“아샨탄에서 주는 선물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