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차원이동자가 준 선물 (6)
『@&$$-!』
등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사강이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건이와 곤이가 바닥에 앉아 이쪽을 빤히 올려다보는 게 보였다.
“엥? 건곤이. 너희 왜 여기 있어? 쿤은 어딨고?”
『%^&@-@# -!!』
건이는 씨근덕거리며 바닥을 쿵쿵 뛰었고, 곤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말은 하나도 통하지 않았지만, 사강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아하~ 또 차원이동자 돌보러 갔구나.”
두 아이가 동시에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사강은 장갑을 벗고 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온몸이 치렁치렁한 털로 덮여 있는 북청 사자였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에게선 털 알레르기가 반응하지 않았다. 덕분에 사강은 이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두 아이를 쓰다듬거나 끌어안곤 했다.
뭐, 돌보는 건 귀찮아서 전혀 안 하지만 말이다.
“좀만 기다리면 금방 올 거야. 그때까지 이거나 먹으면서 기다리자.”
사강은 소파 옆 서랍에서 말린 사과를 꺼냈다. 쿤이 건이와 곤이의 간식을 만들 때 겸사겸사 만들어다 준 거였다.
두 아이는 활짝 웃으며 이를 받아먹었다.
“난 마저 일해야 하니까, 여기서 얌전히 놀고 있어.”
사강은 다시 자리에 앉아 장갑을 꼈다. 그리고 유리 케이스 안에 있는 씨앗을 꺼냈다.
순간 건이와 곤이가 움찔하며 씨앗을 쳐다봤다. 입안에 있는 사과보다 더 달콤한 향이 풍겼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책상으로 다가왔다.
입맛을 다시는 것부터 시작해 초롱초롱 빛나는 눈까지. 두 아이의 목적을 안 사강은 빠르게 그 앞을 막으며 안 된다 말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얌전히 있을 두 아이가 아니었다.
애초에 북청 사자는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안 듣기로 유명한 신수였다.
그럼에도 여태 그 기질이 잘 드러나지 않은 건, 쿤이 건이와 곤이를 잘 타이르고 통솔하기 때문이었다. 두 아이가 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얌전히 군 것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 앞에 있는 건 사강이었다. 성격을 숨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건이와 곤이는 그대로 씨앗을 향해 번쩍 뛰어올랐다.
“우악! 안 된다니까!”
간발의 차로 씨앗을 사수하는 데 성공한 사강은 그대로 두 아이를 피해 연구실 안쪽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그런 그를 건이와 곤이가 뒤쫓았다.
때 아닌 술래잡기에 곤란해진 건 사강이었다.
건이와 곤이는 정말 거침없이 달려들었고, 그 과격한 행보에 물건들이 쓰러지며 연구실 안이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우당탕탕-
“좀, 작작해, 이것들아!”
사강은 이대로 있다간 사달이 날 것 같아, 우선 연구실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그때 갑자기 건이 그의 앞을 막아서더니 몸집을 크게 키웠다.
“우앗!”
깜짝 놀란 사강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사이 그를 뒤쫓던 곤이 그대로 몸을 들이받았다.
“컥!”
묵직한 충격과 함께 사강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씨앗이 빠져나갔다. 예상 못한 공격에 그만 놓치고 만 것이다.
그의 손을 빠져나간 씨앗은 짧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건의 옆에 있는 수조 안으로 떨어졌다. 사강이 며칠을 투자해 만든 마법 정제수가 들어 있는 수조로 말이다.
풍덩.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씨앗이 수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악! 내 정제수! 내 씨앗!”
사강의 입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원망을 담아 당황한 북청 사자들을 노려봤다.
“그러게 내가 작작 하라고 했잖아. 이게 무슨……!”
타닥.
“어?”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강과 북청 사자들의 고개가 수조로 향했다. 마치 마른 장작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씨앗에서 계속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나 싶어 자세히 쳐다보자 씨앗의 위쪽 부분이 조금씩 갈라지고 있었다.
“뭐야, 저거 왜 그래?”
사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조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씨앗이 반으로 쪼개지더니, 그 안에서 엄청난 양의 줄기가 뻗어나 왔다.
“우아악-!”
『%^&@-!』
『@*&-!』
사강과 북청 사자들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나무 기둥만큼 굵어진 줄기들은 그대로 연구실을 메운 것도 모자라 문을 뚫고 복도로 뻗어나갔다.
이윽고 거대한 덩굴 숲이 오즈벨 숙소 지하에 만들어졌다.
* * *
“세상에…….”
티푸아가 오즈벨의 바다를 보며 짤막한 감탄을 터트렸다.
아샨탄에도 바다가 있었으나 이렇게 짙은 남빛이 도는 바다는 태어나 처음이었다. 더욱이 그 위로 내리는 새하얀 눈이라니.
티푸아는 제 남은 일생을 다 더한다 해도 이보다 아름다운 풍경은 보지 못할 거라며 확신했다.
“오즈벨 사람들은 매일 이런 바다를 보는 건가… 축복받았군.”
“그러게요. 이건 진짜, 너무 예쁜데요.”
세르게이 역시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1구역은 강도 산도 있고, 아름다운 건물과 화려한 도시가 펼쳐져 있었지만, 내륙 지역이라 바다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오즈벨의 겨울 밤바다는 그 어떤 그림보다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반면 루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단 얼굴이었다.
하늘이고 바다고 시커멓기만 한데 뭐가 예쁘다고 저리 감탄하는 건지.
심지어 새하얀 눈송이조차 귀찮은 쓰레기로 보였다.
“이게 예쁘다니… 여름에 봤으면 기절했겠네.”
“그러게요. 여름에 보면 따뜻하고 더 좋았을 텐데.”
쿤이 재킷을 여미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로 추운지 뺨과 코끝이 발갛게 변해 있었다.
루는 그런 그를 빤히 쳐다봤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추위를 많이 탄다 싶었다.
“전투복 입었는데도 그렇게 춥냐?”
“그러니까 말이에요. 이거 진짜 보온 기능 있는 거 맞아요?”
“있어.”
물론 완벽하게 추위를 차단해 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오들오들 떨 정도는 아니었다.
“불량인가?”
“불량도 있어요?”
“가끔 불량인 톨도 있다더라고. 보조제로 만들 때 실수가 있던 건지, 톨 자체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킁. 진짜 불량이었으면 좋겠네요. 이게 멀쩡한 거면, 진짜 겨울마다 휴가 내야 할지도 몰라요.”
“나중에 보보 재킷 빌려 입어봐. 그럼 불량인지 네가 추위를 잘 타는 건지 알 수 있겠지.”
“그래야겠어요. 킁.”
쿤은 그리 말하며 코를 삼켰다.
계속 마차 안에만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 사람이 없는 바다로 온 거였는데, 바닷바람을 맞으니 괜히 그랬나 하는 후회가 일었다.
진동과 함께 통신기가 울린 건 쿤이 재킷을 한껏 여밀 때였다.
그는 새빨개진 손으로 이어커프를 만졌다.
“네.”
[쿤!]사강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기 너머로 들려왔다.
“사강 씨? 갑자기 웬일이세요?”
혹시 씨앗에 대해 뭐라도 알아낸 걸까?
쿤은 약간의 호기심을 담아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통신기를 통해 들려온 건 조금도 예상 못 한 내용이었다.
[살려줘! 덩굴이 지하를 점령했어!]“예? 뭐라고요?”
[지렁이가 준 씨앗 말이야! 거기서 갑자기 덩굴이 뻗어나 와서 지금 지하가 온통 덩굴 숲이야!]“예?!”
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에 루는 물론 바다를 구경하고 있던 두 사람 모두 쿤을 쳐다봤다. 척 보기에도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듯, 그의 안색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
루는 제 통신기를 눌렀다. 다행히도 사강이 쿤만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 건 아닌지, 그녀의 귀에도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러다 큰일 나겠어.]“사강 씨, 무슨 일이에요.”
[루? 너도 같이 있는 거였어?]“빨리 설명부터 해요.”
루의 재촉에 사강이 상황을 설명했다. 정제수에 빠진 씨앗에서 거대 덩굴이 자라난 것과 그것이 지하실을 점령한 것까지 다 말이다.
설마 차원이동자가 주고 간 씨앗이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사강 씨는 괜찮으신 거예요?”
[난 멀쩡해. 운 좋게 연구실 안쪽 비밀 통로로 숨었거든.]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그가 무사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안도도 잠시, 사강이 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왔다.
[근데, 건이랑 곤이가 덩굴들한테 잡아먹혔어.]“예?! 우리 애들이요?!”
사강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다.
쿤은 주먹을 꽉 쥐며 불안으로 요동치는 마음을 잠재웠다. 그리고 숨을 고른 뒤, 사강을 달랬다.
“괜찮아요. 건이고 곤이고 신수잖아요.”
그래. 어지간한 일로 쉽게 당하진 않을 것이다. 힘도 세고, 차원이동자랑 싸운 적도 있지 않은가. 분명 둘 다 무사할 것이다.
“일단 곧장 숙소로 갈게요. 위험할지 모르니까 거기 얌전히 계세요. 아셨죠?”
다행히도 지금 네 사람이 있는 바다는 숙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 정도 거리면 마차보다는 뛰는 것이 더 빨랐기에 쿤과 루는 곧장 숙소 방향으로 달려갔다.
세르게이와 티푸아 역시 심각한 일이 벌어졌단 걸 눈치채서인지 별말 없이 둘을 뒤따랐다.
10분도 안 돼 숙소에 도착한 쿤은 크게 숨을 고르는 세르게이와 티푸아에게 1층에 있으라 한 뒤,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자 계단의 코앞까지 들이찬 거대 덩굴이 보였다. 거인들의 세계에서나 볼 법한 외관이었다.
“이게 다 뭐야…….”
쿤은 검을 꺼낸 뒤, 곧장 사강에게 말을 건넸다.
“사강 씨, 저희 도착했으니까 안에 얌전히…….”
“쿤.”
“티푸아 님?”
쿤과 루가 뒤를 돌아봤다. 분명 1층에 있으라고 했는데 세르게이고 티푸아고 그들 뒤에 서 있었다.
“아니, 왜 여기 계신 거예요. 빨리 올라가세요.”
“나도 돕겠네.”
“저도 돕겠습니다.”
쿤과 루가 가장 반기지 않는 패턴의 등장이었다.
쿤은 두 사람을 빠르게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루가 짜증을 내는 게 먼저였다.
“헛소리하지 말고, 둘 다 위로 올라가.”
티푸아조차 움찔할 만큼 노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의외인 것은 세르게이가 결코 물러나지 않았단 거였다.
“죄송하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뭐?”
“지하엔 제 하인들이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지금 지하엔 세르게이의 하인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규모로 봤을 때, 그들 역시 휘말렸을 가능성이 크다.
“주인 된 자로 절대 제 사람들을 위험한 곳에 둘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돌연 세르게이가 말을 멈췄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그의 눈이 점점 크게 떠졌다.
쿤과 루는 서둘러 앞을 확인했다.
거대한 덩굴 숲이 크게 꿀렁이며 벌어지더니, 이내 그 사이로 무언가가 나타났다.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꽃봉오리였다.
“뭐야, 이게…….”
쿤은 마른침을 삼켰다.
검붉은 꽃봉오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처럼 좌우로 까딱이다 정확히 쿤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멈춰 섰다.
그 순간 꽃이 만개했다.
“위험……!”
누구의 것인지 모를 외침과 사방에서 달려든 덩굴들.
쿤과 루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덩굴이 몸을 휘감고 시야를 차단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렸을 땐, 쿤을 비롯한 모두가 거대한 꽃에 잡아먹힌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