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차원이동자가 준 선물 (10)
쿤은 곧장 소리가 났던 방향으로 뛰어갔다.
갈림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넝쿨 덩어리가 벽처럼 길을 막은 게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쿤은 눈앞의 덩굴을 얼려 깨부순 후, 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건아, 곤아! 아빠 왔……!”
아이들을 부르던 쿤이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그는 여우처럼 가는 눈을 끔뻑이며 앞을 바라봤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붉은 꽃밭이 둥근 공터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북청 사자 두 마리와 세르게이의 하인들이 있었다.
꽃밭에 대자로 뻗어 잠이 든 두 하인,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건이와 기사, 그리고 건이의 털을 우물거리며 흐느끼고 있는 곤이까지.
이게 대체 뭔가 싶던 그때, 기사가 말했다.
“난 몰랐어… 우리 도련님이 사랑에 빠지면 그런 팔푼이가 되는 줄.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다니까. 지금도 봐봐. 어디 가셨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
“응? 뭐라고? 너도 아빠가 안 보인다고?”
『%%!@!』
“하아… 너희도 참 고생이 많구나. 근데 나 너희 말 어떻게 알아듣는 거냐? 설마 나한테 나도 모르는 이계어 재능이 있었던 건가?”
『#$@%^-!#!!』
기사와 건이는 그렇게 넋두리를 주고받았다. 이 와중에 곤이는 건이의 등에 제 머리를 처박은 채 히끅히끅 울고 있었다.
꽤나 당혹스러운 풍경이긴 했으나, 그래도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일단 건곤이랑 기사들을 데리고 나가면…….
‘음? 이게 무슨 냄새지?’
갑자기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쿤은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향의 정체를 깨닫는 것과 동시에 뒤에 서 있던 루가 작게 중얼거렸다.
“술 냄새?”
그녀뿐 아니라 은과 티푸아, 세르게이 또한 느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봐도 술로 보이는 건 없는데 계속 술 냄새가 났다.
쿤은 연신 향을 맡다 시선을 발치로 내렸다. 활짝 핀 꽃에서 꽃향기 대신 술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꽃에서 나는 거 같은데요?”
“그러게… 이거 계속 맡고 있으니까 좀 알딸딸한 거 같은데?”
루가 제 코와 입을 가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쿤은 다시 시선을 북청 사자들 쪽으로 돌렸다. 그러고 보니 북청 사자들도 세르게이의 하인들도 술기가 오른 사람처럼 뺨이 불그스름했다.
설마 향에 취한 걸까 싶던 그때, 깜짝 놀랄 광경이 펼쳐졌다. 기사가 주변의 꽃 두 송이를 꺾어 하나는 제가 먹고, 다른 하나는 건이에게 건넨 것이다.
“너도 참 힘들게 사는구나. 자, 이거 먹고 힘내.”
곤이가 커다란 입을 벌려 꽃을 삼켰다.
놀란 쿤은 그대로 달려가 건이를 번쩍 들어 안았다.
“으악, 지지! 건아, 빨리 뱉어!”
『&@-!!』
“그래그래. 아빠 왔어. 그니까 얼른 애퉤!”
퉤-
쿤의 말에 건이 축축하게 젖은 꽃을 뱉었다. 그리고 쿤의 품에 안겨 짤막한 앞발로 쿤을 아프지 않게 때렸다.
곤이 또한 날아와 쿤의 등에 매달렸다.
제가 없는 게 그렇게 서러웠던 건지, 금세 등이 눈물로 젖어들었다.
두 아이는 쿤을 향해 서러움을 쏟아내며 한참을 옹알거렸다.
하도 빨리 말하는데다 울음소리와 겹쳐 정확히 들리진 않았으나 대충 ‘왜 이제 왔냐’, ‘치사하게 혼자만 놀러 나가냐’, ‘앞으론 우리도 놀아줘라’는 것 같았다.
에휴. 얼마나 서운했으면 이러는 걸까.
“그래그래, 아빠가 미안해. 앞으론 너희만 두고 안 나갈게.”
쿤은 건곤이를 토닥여 주었다. 그러다 문뜩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내렸다.
뭔가 싶어 보니, 세르게이의 기사가 꽃을 우물우물 씹으며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으악! 기사님도 빨리 애퉤 하세요! 왜 계속 씹고 계신 거예요?!”
“괜찮습니다. 이거 맛있어요.”
“맛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애들한테 이상한 거 주지 마세요! 기사님이 드시지도 말고요!”
쿤의 잔소리에 기사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꽃을 뱉었다. 그러자 생선 가시처럼 꽃잎이 깔끔하게 떨어진 줄기가 보였다.
“으. 진짜.”
쿤은 이를 잘게 갈았다. 그사이 세르게이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기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도 잠시 취기에 크게 휘청거렸다.
“죄송합니다.”
“괜찮네. 다른 이들은 괜찮은 건가?”
“네. 취해서 잠이 든 게 다입니다.”
“그대는?”
“저도 취한 게 답니다. 그보다 이거 정말로 먹어도 괜찮습니다. 맛도 좋고, 기분도 좋아지거든요.”
“무슨 탈이 날 줄 알고 그걸 먹어? 하물며 꽃이라니. 대체 누가 꽃을 먹는단 말인가.”
쿤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티푸아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꽃을 보며 입맛을 다시다 세르게이의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표정을 보니 그의 말이 영 마음에 안 드는 투였다.
이대로 두었다간 그녀가 세르게이에게 뭐라 할 것 같아, 쿤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여긴 뭐예요? 처음부터 이리 오신 거예요?”
“덩굴에게 끌려왔습니다.”
“그럼 건이랑 곤이, 그니까 북청 사자들도 여기서 만난 거예요?”
“네.”
거대한 꽃에게 잡아먹힌 후, 기사는 하인들과 함께 출구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다 연이어 덤벼드는 덩굴에 잡혀 여기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북청 사자들을 만난 건 이 안에서였다. 이미 잔뜩 취했는지 두 아이 다 꽃밭을 뒹굴며 꽃을 씹고 있었다.
놀라 당황하는 것도 잠시, 세르게이의 하인들 역시 얼마 안 있어 북청 사자들처럼 꽃향기에 취해 버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모두 자릴 깔고 앉아 꽃을 먹고 있었다.
“근데 여기 꽃들 정말로 맛있습니다.”
“알겠으니까, 정신 좀 차리게. 이거야 원.”
세르게이는 거기까지 말하다 돌연 제 입과 코를 막았다.
“윽… 어째 나도 취기가 슬슬 올라오는 것 같군.”
“세르게이님도요?”
쿤은 다른 사람들을 둘러봤다. 루는 물론 티푸아 역시 뺨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은이 씨는 괜찮으세요?”
“응. 이 정도로 취할 것 같진 않은데. 넌?”
“저도요.”
술을 마신 듯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취했단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마법의 상성이나 체질 때문인 걸까? 어쩌면 주량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래 봬도 말술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엄청난 주량의 소유자였으니 말이다.
“어쨌든 다 찾아서 다행이에요. 이제 탈출구만 찾으면 되네요.”
“응. 그건 그런데…….”
은이 그리 말하며 턱을 괴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제 그림자를 움직였다. 땅에서 긴 그림자가 뻗어 올라오더니 그대로 기사를 기절시켰다.
맥없이 쓰러지는 기사를 보며 쿤과 세르게이가 놀라 소리쳤다.
“기사님!”
“이, 이게 무슨……!”
“걱정하지 마. 잠깐 기절시킨 게 다니까.”
취했으니 그냥 자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은의 말에 쿤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니, 사람을 기절시켜 놓고 저 뻔뻔한 작태는 뭐란 말인가.
“이러다 탈이라도 나면 어쩌시려고요. 그리고 이렇게 기절시키면 기사님까지 업고 이동해야 하잖아요.”
“다 내 그림자로 옮기면 돼. 그보다 일단 이 향부터 어떻게 하자. 쿤, 이거 다 얼려 버릴 수 있겠어?”
쿤은 그제야 은이 왜 기사를 기절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제가 마법을 쓰는 걸 숨기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왜 얼리라는 건지도 알 것 같았다.
‘세르게이님과 티푸아님께 빙계 마법사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거구나. 확실히 그 편이 좀 더 나을지 모르겠다.’
쿤은 고개를 끄덕인 후, 가볍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숨을 참는 것과 동시에 마법을 사용했다.
화사한 꽃밭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건이와 곤이의 입이 턱 하고 벌어졌다. 두 아이는 커다래진 눈으로 쿤과 주변을 번갈아 봤다. 흡사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 너희도 처음 보는 거지.”
『-!!』
“미안. 아빠 사실 마법사야.”
『?!!』
“이거 다른 사람들한텐 비밀이니까, 절대 말하면 안 돼. 알겠지?”
건이와 곤이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아이는 얼어붙은 꽃이 신기한지 바닥에 내려와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며 다시 쿤의 양어깨에 매달렸다.
“향은 좀 사라진 것 같은데, 어때요? 괜찮으세요?”
쿤이 뒤를 보며 물었다.
술 냄새를 피해 결계 안에 들어가 있던 루는 제 마법을 풀며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말술인 두 사람과 달리 주량이 와인 한 잔밖에 안 되는 탓에 숨 쉬는 게 고역이었던 루는 서서히 사라지는 향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티푸아와 세르게이 역시 한결 편해진 얼굴로 숨을 쉬었다.
“이제 출구만 찾아서 나가면 되네요.”
쿤은 주변을 크게 둘러봤다. 조금 특별한 장소니 뭐 다른 게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나무 벽부터 덩굴까지. 꽃밭이 있는 것만 빼면 다른 곳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거 출구 찾는 데 시간 좀 걸리겠는데요.”
“길을 찾는 것보단 만드는 게 더 빠를 거야.”
은은 그리 말하며 그림자를 넓혔다.
마음 같아선 쿤과 함께 이것저것 다양한 마법을 시도해 보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많아 이번엔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거기다 밖에는 혜성과 사강이 있었다.
그들이 쿤이 마법사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은 조심하는 게 맞았다.
“다들 내 그림자 안에 얌전히 있어.”
은의 그림자가 모두를 삼켰다.
그녀는 일행이 안전하게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후, 길게 숨을 내쉬었다.
검은 그림자가 가시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공간을 산산조각냈다.
* * *
판테테 숙소 지하 복도.
혜성과 사강은 계단 앞에 서서 은이 모두를 데리고 나오길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덩굴 숲이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이계 식물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은이 나타났다.
“하은!”
사강이 한달음에 은이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너 괜찮아? 애들은?”
은은 대답 대신 제 그림자를 열어 삼켰던 사람들을 밖으로 꺼냈다. 쿤을 포함한 일곱 사람과 함께 건이와 곤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얘들아!”
사강은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쿤과 루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그도 잠시 루가 만든 결계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악! 아프잖아!”
사강이 새빨개진 이마를 매만지며 항의했지만, 루도 쿤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대신 옷을 털며 결계 앞까지 다가온 혜성을 쳐다봤다.
“둘 다 몸은. 괜찮아?”
“네, 멀쩡해요. 근데 건이랑 곤이가 걱정이에요. 안에서 이계 식물의 꽃을 먹었거든요.”
“음. 혹시 모르니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군. 귀빈 두 분은?”
사강의 질문에 세르게이와 티푸아가 동시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귀빈이라는 표현과 달리 너무 무미건조하고 관심 없다는 투로 물었기 때문이었다.
“괜찮네.”
“저 역시 괜찮습니다. 하지만 제 하인들은 검사를 받았으면 합니다. 두 사자처럼 안에서 이상한 꽃을 먹었거든요.”
의사를 불러달란 요청에 혜성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자리를 옮기지.”
난장판이 된 지하와 반쯤 부서진 차원이동자의 방들.
혜성은 그들을 지하에 둘 수 없음을 판단하고, 모두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