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차원이동자가 준 선물 (12)
손바닥과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쿤은 건이와 곤이를 꽉 끌어안았다.
그때의 일이 하나둘 기억나는 것과 동시에 조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오버랩 됐다.
10년 전에 있던 사건, 다른 소문을 달고 다녔던 은이 씨, 티푸아가 보았다는 검은 머리의 소년.
‘설마…….’
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였다.
“대화 중에 미안한데, 이제 슬슬 정리하면 안 될까?”
루가 퉁명한 목소리로 심각한 분위기를 깨트렸다.
그녀는 쿤의 방에 있는 시계를 가리켰다.
“벌써 자정이 넘었어. 다들 안 자?”
루의 타박에 세르게이와 티푸아가 화들짝 놀랐다.
“이런. 벌써 시간이…….”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까지 결례를 범했군요.”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혹이 엿보였다. 아무래도 황족과 귀족이다 보니 이런 식의 예의에 민감한 것 같았다.
쿤은 괜찮다며 두 사람을 달래주었다.
티푸아와 세르게이가 자리에서 일어났기에 쿤 역시 따라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대화가 이런 식으로 끊겨 어색한 한편,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는 건이와 곤이를 침대에 내려둔 후, 두 사람을 각자의 방으로 안내했다.
티푸아와 달리 세르게이는 2층 방을 쓰는 게 처음이었기에, 쿤은 간단한 설명과 함께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저에게 찾아오라 일러두었다.
쿤은 내일 보자는 인사를 끝으로 방을 나섰다.
그렇게 복도를 조금 걸어가자, 벽에 몸을 기댄 채 서 있는 루가 보였다.
“여기서 뭐 하세요?”
“뭐 하긴. 너 기다렸지. 우린 아직 할 말 남아 있잖아.”
“…….”
쿤은 그제야 루가 왜 시간을 거론하며 티푸아와 세르게이를 방으로 돌려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저와의 대화를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건 바로 얘기해야 해. 안 그러면 어물쩍 넘어가게 되거든.”
루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지난번에는 모른 척 넘어가 줬지만, 이번에는 꼭 듣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어차피 더는 숨길 의사가 없었기에 쿤은 그녀를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기 무섭게 루가 결계를 만들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차단하는 거였으나, 이번에는 좀 더 중요한 사안이라 판단했는지 자그마치 세 겹의 결계가 둘을 감쌌다.
아까와는 다른 긴장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뭐부터 들을까… 그래, 네 마법부터 시작하자.”
루가 자리에 앉으며 퉁명하게 말했다.
“너 얼음 마법사 아니지?”
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설마 했는데, 진짜였냐.”
“찍은 거였어요?”
“반은.”
처음에는 루 또한 쿤이 얼음 마법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반적으로 자연 계통의 마법사는 마법을 다루는 응용력이 뛰어났는데, 쿤의 마법은 너무나 일차원적이었다.
거기다 잘 보면, 마치 혜성을 흉내 내는 것 같았다.
가장 신경 쓰였던 건, 쿤이 키리기스의 마법에 내성이 있단 거였다.
때문에 루는 그가 자연계 마법사가 아니라 정신 조작계통이 아닐까 싶었다.
“얼음 마법사가 아닌데 얼음을 썼다는 건… 구현 계통?”
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진짜 귀한 마법을 가졌네.”
쿤은 쓰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루에게 그간의 일을 다 말해주었다.
이야기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루의 입 역시 벌어졌다.
은이 작정하고 숨기려고 하기에 쿤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건 예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그니까… 하…….”
루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녀는 한참을 그러다 이마를 짚었다. 지끈거리는 두통에 고운 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판테테 일을 하면서 별의별 얘길 다 들었지만, 이번만큼 충격적인 건 처음이네.”
“하하…….”
쿤이 멋쩍게 웃어 보였다.
루는 길게 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요약하자면 그거네. 넌 네가 비마법사인 줄 안 구현 계통의 마법사고, 평소엔 마법을 못 쓰지만 차원문을 넘거나 차원이동자의 공간 안에서는 쓸 수 있다.”
“일단은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음…….”
루는 침음을 삼켰다.
다른 차원의 영향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 참으로 어이없는 조건이었다.
“근데 이거 조건 맞아? 저주 때문에 그런 거 아냐?”
리란티아인은 마법사고 비마법사고를 떠나 다 황제의 저주에 영향을 받았다.
마법을 못 쓰거나, 쓰더라도 제약을 받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계의 존재들은 저주에서 자유로웠다.
이런 걸 봤을 때, 어쩌면 황제의 저주는 리란티아인에게만 내려진 게 아니라, 그저 이계의 영역에 효과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네가 마법을 쓸 수 있었던 건 저주의 영역을 벗어나서고.”
“음… 근데 그 논리면 루 씨나 은이 씨도 변화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러네.”
쿤은 이계 식물 안에서 마법을 사용했다.
그 소린 거기도 황제의 저주를 벗어난 곳이란 거였다.
그러나 루는 제 결계가 강해졌단 느낌을 받지 못했다.
정말로 저주에서 벗어난 거라면, 루 역시 강해지거나 다른 마법을 쓸 수 있어야 정상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건보다는 저주가 맞는 거 같은데……. 아니면 쿤이 말도 안 될 만큼 강한 마법사라서 그런 거 아냐? 그래서 나랑 다르게 다른 차원의 힘이 닿으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지.’
어쨌든 쿤의 마법이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게 영향을 받는 건 확실했다.
루는 그리 결론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뜩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잠깐. 이거 황제랑 정 반대잖아.’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황제와 다른 차원의 존재가 있어야지만 마법을 쓸 수 있는 쿤.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대조되는 특징이었다.
‘묘하게 신경 쓰이네…….’
루가 다시금 침음을 삼켰다. 제가 추궁해 들은 내용이긴 했으나 괜히 그랬나 싶을 만큼 상황이 어렵게 흘러가고 있었다.
“쿤, 네가 마법사인 거 누구누구 알아?”
“일단 은이 씨랑 할머니요.”
“보스는?”
“…….”
쿤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혜성의 앞에선 마법을 쓴 적도 없고, 마법사라 한 적도 없지만 이상하게 ‘모른다’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달싹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모르실 거예요.”
“그래? 그럼 언니만 아는 거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건지…….”
“왜요?”
“왜긴 왜야. 너 아까 못 봤어?”
반 토막 난 질문이었으나, 쿤은 금방 루가 하고자 하는 말을 눈치챘다. 아까 세르게이와 티푸아를 위협하던 일을 말하는 거였다.
그때 은은 죽일 생각은 없다 말했지만, 쿤도 루도 그 말을 믿진 않았다. 설령 죽이진 않더라도 죽음 직전까지는 보냈겠지. 그래야 제대로 된 위협이 될 테니까.
“…….”
쿤은 잠깐 멈칫했다.
당시엔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루는 은이 무슨 짓을 할지 잘 아는 사람처럼 티푸아와 세르게이의 앞을 미리 막아섰다.
“루 씨, 혹시 아까와 같은 일이 자주 있었나요?”
“…….”
쿤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루가 가만히 그를 쳐다봤다.
그녀는 짧게 침묵을 유지하다 입을 열었다.
“너 말이야, 혹시 이상하다 생각한 적 없어?”
“예? 뭘요?”
“보보가 정말로 단 한 명에게도 흡혈 일족인 걸 들키지 않았는지, 선생님의 맨얼굴을 본 일반인이 단 한 명도 없는지 뭐 그런 거 말이야.”
“…….”
쿤은 말을 삼켰다. 지금 한 루의 말이 제 질문의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계속 은이 씨가 정리했던 거예요?”
“응.”
“…….”
쿤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설마 계속 사람을 죽여왔던 걸까 싶던 그때, 루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였단 건 아니고. 주로 납치해서 선생님한테 끌고 왔어. 살인보다는 기억을 지우거나 조작하는 편이 더 깔끔하잖아.”
“그건 그렇죠… 근데 아까는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막았던 거예요?”
“그때는 정말 언니가 사고를 칠 것 같았거든.”
얼음 마법을 보고, 사실은 쿤이 마법사일지도 모른다 생각한 순간, 불현듯 루의 머릿속에 쿤과 은이 역차원문에 휘말렸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쿤은 아무 일 없었다 했지만, 루는 금방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단 걸 눈치챘다. 그리고 둘이 그걸 비밀로 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불쑥 그 비밀이 마법과 관련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정말로 그런 거라면 둘이 숨긴 비밀을 티푸아와 세르게이가 목격한 거였다.
문제는 그들의 기억을 못 지운다는 데 있었다.
이 일은 은과 쿤 단둘의 비밀이었기에 키리기스의 기억 조작 마법을 빌릴 수 없었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세르게이에게는 해당 마법이 통하지 않으니 소용이 없었고 말이다.
결국, 은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 둘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
“그래서 네가 마법사가 아니길 바랐어. 뭐, 보기 좋게 들어맞았지만.”
“…만약 그때 루 씨가 막아서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글쎄.”
루가 피식 웃었다.
쿤에게는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지만, 루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자신은 절대 은을 막지 못했을 거라고.
원래부터 불안 요소를 남기지 않으려는 은이었다. 일 역시 깔끔하게 끝내는 걸 좋아했고 말이다.
하물며 다른 곳도 아닌 이계 식물의 안이었다. 이보다 사건을 조작하기 좋은 환경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언니한테 그런 이상한 소문이 따라붙은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겠지. 왕성에서도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어쩌면 이미 몇 번이나 그랬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루는 정말로 티푸아와 세르게이가 은에게 살해당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쿤이 이를 막았다. 덕분에 두 사람은 목숨을 부지했고, 은 역시 살인을 저지르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판테테답게 일을 처리한 거였다.
차원이동자도, 리란티아인도, 그리고 판테테도 완벽하게 지켜낸 거였으니 말이다.
루는 쿤을 대견하단 눈으로 쳐다봤다.
때 아닌 따스한 시선에 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아니, 그냥. 많이 컸다 싶어서.”
“갑자기요?”
“어. 갑자기 그런 생각이 확 드네.”
루는 상체를 다시 세운 후, 쿤을 빤히 쳐다봤다.
연이어지는 시선에 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칭찬을 해준 건 고마웠으나, 마냥 받아들이기엔 제가 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멀었어요.”
“올~ 진짜 컸는데. 이런 말도 하고.”
“…….”
쿤은 다시금 작게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평소였다면 기뻐했을 쿤이 연신 심각한 표정을 짓자, 루가 고갤 갸웃거렸다.
“왜 그래? 뭐 아직도 걸리는 게 남았어?”
“…….”
“그냥 싸게 말해. 너 내가 가르쳐 준 거 잊었어?”
루가 쿤에게 가르쳐 준 것. 다름 아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였다.
과연 이 상황에도 그게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그녀와 상의하는 게 답이 조금 더 빨리 나올 것 같았다.
쿤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아까 말이에요. 티푸아님이 했던 이야기의 소년이요.”
“아, 그 검은 머리 남자애?”
“네. 루 씨, 혹시 누군지 알고 계세요?”
“글쎄. 거기까진 잘 모르겠는데. 보스라면 알지 않을까?”
보스, 혜성의 등장에 쿤이 입매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