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각자의 자리에서 (2)
“젠장, 쉴 시간을 안 주네.”
루가 이를 꽉 깨물며 비늘 배지를 놓고 대신 윗옷 안에 넣어두었던 회중시계를 꺼냈다. 보보와 부용이 담당한 반송차원문이 사라지고 5분 정도가 지난 시간이었다.
“이어달리기하는 것도 아니고, 왜 항상 이렇게 나오는 건데.”
“겹쳐서 나오지 않는 게 어디예요.”
“전에 한 번 열렸던 차원문 같아.”
기계에 뜬 파장을 보며 사강이 말했다.
쿤은 곧장 그에게 건이와 곤이를 맡겼다.
“사강 씨는 애들이랑 여기 계세요.”
쿤이 그리 말하며 숙소를 나갔고,
“혹시 다른 사람들한테 연락 오면 저희가 갔다고 말해주세요.”
루 역시 말을 남기며 쿤을 뒤따랐다.
사강은 가만히 눈만 끔뻑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술래잡기를 할 것처럼 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합심해 움직였다.
그는 어느새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건이와 곤이를 끌어안으며 문을 멀거니 쳐다봤다.
“둘이 언제 저렇게 합이 잘 맞았다냐.”
꼭 어린 조카를 오래간만에 보는 것처럼, 훌쩍 큰 둘이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았다.
한편, 쿤과 루는 곧장 파장의 근원지로 달려갔다.
차원문이 나타난 곳은 쿤이 처음 담당을 맡았던 차원문의 근처였다.
보보와 함께 돌봤던 광석 차원이동자. 그 녀석들이 나왔던 곳 말이다.
“어째,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우울했던 당시 심정부터 괴물로 변한 차원이동자의 모습까지. 보보와 함께했던 온갖 고생이 하나둘 기억났다.
‘이번엔 그때처럼 고생하면 안 되는데.’
쿤은 그리 생각하며 속도를 높였다.
두 사람이 절벽에 도착했을 땐, 보보와 부용이 먼저 도착한 후였다. 아무래도 녹턴에게 뒷정리를 맡기고, 곧장 이쪽으로 달려온 듯했다.
“보보 씨, 부용 씨!”
쿤의 부름에 둘이 고개를 돌렸다.
순간 쿤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심히 곤란하다는 듯한 보보와 눈이 딱 하고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세요?”
“그게…….”
보보가 머뭇거리며 제 앞을 가리켰다. 그제야 쿤은 그가 왜 그렇게 곤란한 얼굴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광석 세 개가 눈앞에 있었다.
“이거 설마…….”
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가 다가가 광석 표면을 문질렀다. 그러자 갈라진 틈에서 가는 촉수가 기어나왔다 다시 들어갔다.
쿤은 확신했다. 자신이 처음으로 맡았던 그 차원이동자, 그와 같은 녀석이 나타났다고 말이다.
* * *
같은 세계의 차원문이 또 열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나타나는 건 드물었다.
무엇보다 오즈벨에선 여태 그런 일이 없었다.
“이거 골치 아프네.”
사강이 루의 결계 안에 든 광석들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그는 건이를 끌어안고 그 머리에 제 턱을 올렸다.
“정확히 같은 장소에서 나타난 거야?”
“정확히는 아니지만, 그 근처긴 했어요.”
굳이 따지자면 절벽과 더 가까운 곳에 나타났다.
인가와는 멀어졌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상황 자체만 놓고 보자면 썩 좋다 할 수 없었다.
넘어온 차원이동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이거 저번에 열린 게 처음이라 했죠?”
쿤의 질문에 보보와 사강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광석 차원이동자가 넘어온 차원문은 여태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새로운 차원문이었다.
그 이후론 나타났단 보고를 듣지 못했다. 오즈벨도, 다른 지역도 말이다.
때문에 쿤은 이 차원문이 아샨탄의 차원문처럼 정해진 장소와 계속 이어지는 건지, 아니면 이번 한 번만 우연히 겹친 건지 판단할 수 없었다.
“위험한 녀석들이니까, 계속 열리는 게 아니면 좋겠는데…….”
쿤의 중얼거림에 루가 결계 표면을 쓸며 말했다.
“가장 좋은 건 이번을 끝으로 안 열리는 거지만,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같은 장소에 나타나는 게 나을 수 있어.”
“관리하기 편해서요?”
“응.”
차원문이 열린 장소는 절벽 위.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도 아니고, 인가와도 제법 거리가 있다.
통제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곳은 아니니, 아예 거기에 못 박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주기지.”
쿤과 보보가 이 차원문을 맡은 게, 9월 초였다.
지금이 12월 말이니 만약 이게 정해진 주기라면 대략 석 달에 한 번꼴로 열린다 할 수 있었다.
“석 달마다 이런 게 넘어오면… 좀 힘들 거 같긴 하네요.”
보보가 그때를 떠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쿤과 루, 사강 역시 동의했다.
유일하게 당시 그 자리에 없던 부용만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이게 정말로 괴물로 변했어?”
이렇게 작은 광석이 보보가 흡혈 마법을 써야 할 만큼 무지막지한 녀석으로 변했다니.
보고서도 확인했고, 루에게 당시의 상황을 들었지만, 좀처럼 상상이 안 됐다.
“흡혈 마법을 쓰기 전에는 광석 놈 압승이었지.”
사강이 보보를 놀리듯 히죽였다.
쿤은 가만히 그때를 생각했다. 확실히 보보가 흡혈 마법을 쓰기 전에는 일방적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그때 보보는 쿤을 지키기 급급한 상황이라 방어에만 몰두했다. 신경도 잔뜩 예민해진 상태였고 말이다.
만일 그런 게 아니었어도 그렇게 밀렸을까?
거기다 요 석 달 사이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엘리아노와 대련했고, 키리기스의 밑에서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
일반 훈련 역시 박차를 가했으니 석 달이라 해도 많은 것이 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의 쿤은 보보의 뒤에 숨어 피를 내주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체력, 검술, 마법, 총. 무엇보다 상황 대처 능력이 많이 발전했다.
만일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쿤은 가만히 광석을 쳐다봤다. 그때 문이 열리며 녹턴이 들어왔다.
“뒷정리 다 끝났어?”
사강의 질문에 녹턴이 고갤 끄덕였다.
그는 오즈벨의 단원이 다 모였음을 알고 말을 이었다.
“담당 정하자.”
“제가 할게요.”
“제가 할게요.”
보보와 쿤의 입에서 동시에 답이 터져 나왔다.
사강을 비롯한 나머지가 눈을 끔뻑였다.
가장 당황한 건 당사자 둘이었다.
그들은 이내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했다.
석 달 동안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였다.
쿤과 보보가 동시에 피식 웃었다.
“그때처럼 둘이 맡아도 되겠네요.”
“그러게요.”
그래. 그땐 제대로 못 끝냈으니까, 이번엔 확실하게 마무리짓자.
쿤은 그리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에 반대하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그의 담당 선배인 루였다.
“아니야. 쿤은 나랑 일정 있어서 안 돼.”
쿤은 당황했다.
“저랑 루 씨가 할 일이 있었어요?”
“왜 없어. 오동촌 가야지.”
아니, 이건 또 뭔 소리야.
조금 전까지 가기 싫다고 도망쳤으면서 뭐? 오동촌?
“안 가신다면서요.”
쿤에 이어, 사강 역시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맞아. 너 건곤이 따돌리고 도망치려 했잖아. 근데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어.”
쿤은 그녀가 혹시 담당 때문에 그러나 싶었다.
제가 광석 차원이동자를 맡으면 그녀 역시 함께해야 하니 말이다.
“이번엔 저랑 보보 씨만 할게요. 루 씨는 부담 안 느껴서도 돼요.”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야.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고. 어쨌든 이번은 보보가 맡아.”
“전 상관없어요. 근데 쿤 씨가….”
보보가 쿤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갑자기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그에겐 루의 고집을 꺾을 재간이 없었다.
뭣보다 루가 저리 말한다는 건 정말로 할 게 있단 소리였다.
“알겠어요. 오동촌 갈게요. 근데 그럼 이거 누가 담당해요?”
차원이동자를 돌보려면 최소 둘은 붙어 있어야 한다.
다른 한 명은 누가 하나 싶어 묻자, 예상외의 인물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할까?”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들은 사강을 쳐다봤다. 단 한 번도 자의로 한 적 없는 그가 자진 의사의 뜻을 내비쳤다.
그것도 혜성과 은, 키리기스가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사강 씨가요?”
“진담이세요?”
“갑자기?”
“정말요?”
“미치셨어요?”
쿤부터 시작에 보보, 녹턴, 부용, 루 순으로 입을 열었다.
심지어 건이랑 곤이 역시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 했다.
“…너희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겠다.”
“평소 행실이 그러니 그렇죠.”
“그건 그렇지. 어쨌든 내가 할게.”
그는 그리 말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 녀석들 갑자기 괴물로 변했잖아. 그때는 선생이 다 처리해서 원인을 못 알아냈지만, 이번엔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다 진짜 괴물로 변하면 어쩌려고요.”
“보보 있잖아. 은이 그림자도 있고.”
어떻게 보면 지금이 적기였다.
때마침 은이가 그림자도 잘라줬고, 간부 셋이 없어 마음껏 연구하는 것도 가능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그럼 저도 거들게요.”
부용이 손을 번쩍 들었다.
“뿌용이도?”
“네. 위험한 차원이동자라면서요. 혹시 제가 도움될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정말로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저보단 녹턴 언니가 영주민들하고 같이 있는 게 나을 거예요.”
쿤은 여기서 잠깐 물음표를 그렸다.
오히려 부용 씨가 있는 게 사람들한텐 더 좋지 않나?
하지만 이리 생각하는 건 저뿐인지 다들 수긍하며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광석 차원이동자의 담당은 보보와 사강이 되었고, 부용은 이 둘을 보조하기로 했으며, 순찰을 비롯한 영지 관리는 녹턴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쿤과 루는 녹턴을 도우면서 오동촌 관리를 맡았다.
간부들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모든 일이 척척 진행됐다.
얼추 정리가 끝나고, 쿤은 루, 건곤이와 함께 오동촌으로 향했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도망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순순히 들어갔다.
오동촌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창고까지 확인한 쿤은 곧장 천호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천호는 벽난로 앞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도사님.”
“오, 도령 왔는가. 음? 루 낭자? 또 잡혀온 겐가?”
“내 발로 온 거야.”
천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는 마치 사실인지를 확인하듯 쿤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렇다는 고갯짓을 본 후에야 입을 열었다.
“허… 그대가 제 발로 오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천호가 순수한 감탄을 터트렸다.
“낭자가 일을 하러 왔을 리는 없고… 훈련 때문인가?”
“귀찮은 인간들 없을 때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알겠네.”
천호가 환술을 걸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루가 고갤 가로저었다.
“오늘은 환술 밖에서 할 거야.”
예상 못 한 말에 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