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66
165화- 각자의 자리에서 (6)
쿤이 토야네 집에 도착했을 때엔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휴일이었기에 곧장 보보네 집으로 간 쿤은 그대로 문을 두드렸다.
집에 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금방 현관문이 열리며 티아문의 모습을 한 토야가 나왔다.
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얼레? 네가 갑자기 웬일이냐?”
“물어볼 게 있어서. 들어가도 돼?”
빈손으로 오기 뭐했던 쿤은 오면서 사서 온 디저트들을 토야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가 몸을 비켜섰다.
들어오라는 신호에 쿤은 실례한다는 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근데 너 집에 혼자 있을 때에도 계속 그 모습으로 있는 거야?”
쿤의 질문에 토야가 문을 걸어잠그며 고갤 끄덕였다.
“창밖에서 누가 볼 수 있잖아. 형이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쿤이 제 방을 내어주기 전까지, 토야는 그 낡고 허름한 창고 외에는 마법을 풀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시 티아문의 모습을 했고, 이는 보보가 없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딱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토야는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티아문의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그때 쿤의 주머니에서 건이와 곤이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두 아이는 금방 토야에게 달려들었다.
“오~ 울 조카들. 그새 많이 컸네.”
토야가 건이와 곤이를 끌어안고 뺨을 비비적거렸다.
쿤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왜 우리 아들들이 네 조카야.”
“당연히 조카지. 내가 지어준 이름 달고 있는데, 삼촌이 아니면 뭔데?”
건이와 곤이 역시 토야가 싫지 않은지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토야 같은 형제가 생기는 건 싫었지만, 이름을 지어준 공은 무시 못 하기에 쿤은 친히 ‘삼촌’이란 칭호를 허락해 주기로 했다.
“토야. 너 1년에 반 이상은 마법을 쓴 채로 사는 거지?”
“눈 떠 있을 때는 거의 그렇지.”
심지어 어느 때는 잘 때조차 마법을 유지한 적이 있었다. 다음 날 힘들어서 죽을 뻔했지만.
“혹시 과부하 걸린 적 없어?”
“많지.”
“어떻게 극복했어?”
그 질문에 건이와 곤이의 배를 간지럽히던 토야의 손이 뚝 멈췄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뭐냐.”
“응? 뭐가?”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건데.”
토야가 수상하다는 눈으로 쿤을 올려다봤다.
다짜고짜 집으로 쳐들어온 것부터 시작해, 대뜸 마법과 과부하에 관해 묻는 것까지. 확실히 이상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쿤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토야는 루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고, 눈치 역시 빨랐다. 때문에 이곳에 오는 동안 어떤 변명을 들이밀지 다 생각해 두었다.
“내가 요즘 마법 이론을 공부하고 있는데, 과부하와 관련된 대목이 나와서 말이야. 근데 아무리 봐도 극복기에 관한 내용은 잘 없더라고. 그래서 너한테 물어보러 온 거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 너만큼 마법을 오래 잘 사용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 은이 누나가 있는데 어떻게 내가 제일 잘 써.”
토야가 퉁명하니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결 풀어진 표정이나, 펴진 어깨를 보니 이 칭찬이 썩 싫진 않은 모양이었다.
“참고로 이건 내 개인적인 호기심이라 따로 적어두거나 남들한테 말 하진 않을 거야. 비밀도 지킬 거고.”
“그런 건 걱정도 안 했어. 근데 무슨 비마법사가 그런 것도 공부하냐. 너한텐 필요 없는 내용이잖아.”
토야는 쉽게 의심을 풀지 않았다.
루와 토야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서 드러났다. 루는 귀찮아서라도 대충 모른 척 넘어가는 게 있었는데, 토야는 그런 게 없었다.
어쩌면 주변을 경계하는 게 생활화가 되어 그런 걸 수도 있다.
결국, 쿤은 더 뻔뻔한 태도로 굴었다.
“너 사제나 수학자 될 거야?”
“뭐? 내가 그딴 걸 왜 해?”
“근데 왜 학교에서 신학이랑 수학 배우는데?”
토야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이게 뭔 개소린가 하는 얼굴이었다.
“…그럼 학생이 공부하지 않고 뭐하냐.”
“나도 판테테라서 공부하는 거야.”
“판테테가 무슨 공부를 따로 해. 나 형이 마법 공부하는 거 한 번도 못 봤거든?”
“그건 보보 씨니까.”
쿤은 보보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걸 이유로 삼았다.
토야는 즉각 수긍했다. 다만 이를 납득한 이유가 쿤과 전혀 달랐다.
“…하긴. 우리 형이 공부랑은 거리가 멀지. 공부한다고 될 머리도 아니고.”
저 혼자 결론을 내린 토야는 순순히 쿤의 질문에 제 답을 내놓았다.
“과부하 극복이라… 음… 글쎄다. 난 좀 절박한 입장이라 제대로 된 답이 될지 모르겠다. 그냥 쉬는 거 없이 썼거든.”
“그러다 기절하면? 정체를 들킬 위험이 더 커지는 거 아냐?”
“당연히 힘 분배는 했지.”
“어떻게?”
쿤이 물음표를 그렸다.
토야는 생각을 갈무리하듯 한참을 있다 말을 이었다.
“그니까, 한 번에 결과물을 만들기보단 아주 천천히 세부적으로 만들어갔다고 해야 하나. 가령 티아문으로 변신한다고 했을 때, 그럴싸한 겉가죽으로 변신한 뒤, 녀석의 얼굴, 키, 손, 발. 이런 걸 나눠서 천천히 변했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만 제하면 꽤나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이상하게 몸에 부담이 덜 갔다.
“상자에 여러 물건을 마구잡이로 담으면 금방 넘치잖아. 하지만 차곡차곡 쌓으면 그러지 않고. 그거랑 비슷한 원리 아닐까?”
“확실히…….”
“지속 시간도 오래갔어.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이 있어서 유지가 잘되는 건지, 아니면 천천히 변신한 거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생각이 좀 확실해야, 결과물도 부담 없는 것 같더라고.”
그건 제 마법도 비슷했다. 상상이 구체적이고 뚜렷할수록 잘 구현됐다. 마법이 성공할 거란 확신도 들었고 말이다.
천호가 만든 안개를 없애는 것도, 막역하게 안개를 없애자가 아니라 바람으로 이를 밀어버릴 상상을 하면서였다.
‘그런 걸 보면 내 접근 방식이 아예 틀리진 않았단 거네.’
그런데도 제게 과부하가 걸렸다는 건, 억지로 마법을 짜냈거나, 마법을 써온 방식이 전과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쿤은 여태 역차원문을 탔을 때에도, 천호의 환술 속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마법을 써왔다. 그저 머릿속으로 뚜렷한 이미지를 그리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 마법은 받는 영향에 따라 힘이 비례하니까, 마법을 쓸 때도 이걸 고려해야 하는 걸지 몰라.’
다른 세계에선 상상만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영향이 적은 쪽에선 아주 세세한 것부터 공을 들여 구현해내야 했다. 마치 정교한 모형을 세우듯 말이다.
‘결국, 상황에 따라 매번 알맞게 조절해야 한단 건데…… 와, 이거 너무 어려운데?’
도전 정신이 강한 쿤에게도 좀처럼 엄두가 내지 않는 일이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을 때, 토야의 목소리가 쿤의 생각을 가르고 들려왔다.
“근데 말이야. 따지고 보면 마법도 결국 기술이란 말이지.”
“…그렇지.”
“결국, 과부하고 나발이고 많이 써보는 게 답 아닐까. 나만 해도 그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거 같고.”
“…….”
쿤은 입매를 굳혔다.
그래. 결국, 나오는 답은 하나였다.
많이 시도해 보는 것.
“토야, 너 다른 동물들로는 어떻게 변신해? 그것도 다 세세하게 계산하는 거야?”
“걔들은 보고 따라했던 게 더 많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럴 때에는 모방만큼 좋은 게 없었다.
“덕분에 지금은 안 봐도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아.”
“그럼 환상 속의 동물이나 티아문의 성장은 어떻게 상상했어?”
“환상 속의 동물은 아예 내멋대로 상상하는 거라 더 편했고, 티아문은…….”
토야는 거기서 잠깐 쓴 미소를 띠었다.
쿤은 뒤늦게야 제가 실례가 된 질문을 했단 걸 깨달았다.
“미안. 내가 너무 무신경한 질문을 했다.”
“됐어. 그렇게 미안할 만한 질문도 아니고.”
토야는 제게 다가온 건이와 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티아문은 나랑 형을 모델로 삼았어.”
토야는 보보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둘 다 키가 늦게 큰 편이었고, 시력도 좋았다. 그래서 티아문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을 계산하고, 손 크기나 변성기 같은 건, 주변 친구들을 보며 맞춰갔다.
더는 자랄 수 없는 동생의 성장을 상상하며, 그대로 하나씩 바꿔가는 것은 토야의 예상보다 훨씬 더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동생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이런 비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티아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진작 잊어버렸을 테니 말이다.
“일단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다다. 네 호기심에 답이 됐는지는 모르겠네.”
“충분하다 못해 넘쳤어. 고마워.”
토야 덕분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며, 가닥이 잡힌 것 같았다.
만일 토야가 지금 해준 말이 아니었다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을 놓치고 지났을지도 모른다.
뭣보다 의욕이 생겼다.
‘도사님 염색도 다시 도전해 보자. 근데… 루 씨가 허락할까?’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으나, 단호했던 루의 태도가 걸렸다.
어지간해선 그러려니 넘기던 그녀가 ‘죽는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색하지 않았던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잔정이 많고, 단원들이 다치는 걸 싫어하는 그녀였다. 그 성격을 빗댔을 때, 당분간은 마법의 ‘마’ 자도 못 꺼내게 할 확률이 높았다.
쿤은 턱을 괴며 루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한참 다방면으로 계획을 짜나갈 때였다.
건곤이를 쓰다듬던 토야가 불쑥 말을 꺼냈다.
“야, 너 통신 울린다.”
“응?”
쿤은 그제야 제 귀의 통신기가 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곧장 연결을 받자, 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어디야.]다소 살벌한 목소리에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그러고 보니 쉬라는 말도 어기고 몰래 빠져나온 게 아니던가.
“저, 저 지금 밖에…….”
쿤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조금 전 토야에게 보였던 뻔뻔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죄송해요, 금방 돌아…….”
[콰앙-]통신기 너머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이 소리 뭐예요? 무슨 일 있어요?”
[너 최대한 빨리 숙소로 돌아와. 광석이 괴물로 변했어.]“그럼 괴물화 변화에 성공한 거예요?”
[그래. 근데… 우리…… 달라…….] [콰아앙. 콰앙.]쿤은 미간을 찌푸렸다.
루의 말 사이사이로 굉음이 들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 분명했기에, 쿤은 곧장 자릴 박차고 일어났다.
“토야, 나 간다. 오늘 이야기 고마웠어.”
“뭔 일인데. 위험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토야의 얼굴이 걱정으로 일그러졌다.
문뜩 보보가 입원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보보에게 흡혈 마법을 쓰게 했던 차원이동자도 지금 온 녀석과 같은 세계 출신이었다.
토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쿤은 잠시 가만히 고민하다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 중요한 건, 토야가 아느냐 마냐가 아니었다. 그가 불안해하고 있고, 저는 그를 안심시킬 판테테라는 거였다.
쿤은 토야를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별일 아니니까.”
그리고 최대한 그 불안을 잠재워 준 뒤,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