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70
169화- 각자의 자리에서 (10)
뒤늦게야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녹턴은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모두가 있는 차원이동자의 방으로 간 그녀는 난장판이 된 지하의 풍경에 한 번 놀라고, 보보와 루의 상태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무사… 한 거 맞지……?”
녹턴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에 붕대를 칭칭 감은 보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루는?”
녹턴의 시선이 침대에 누워 있는 루에게로 향했다. 물수건을 눈에 덮어쓴 그녀가 고른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보보는 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차원이동자가 몇 번이나 결계를 깨트렸거든요. 그래서 지금 회복 중이세요.”
반동으로 입은 부상을 치료하는 데엔 쉬는 게 가장 좋았다. 때문에 지금 루는 차원이동자나 지하의 상황을 잠시 뒤로 미룬 채 잠을 청했다.
“의사는?”
“괜찮아요.”
상처가 가볍다곤 할 순 없으나, 이 정도라면 혼자 치료하는 게 가능했다. 판테테 숙소에 의약품도 넘쳐났고 말이다.
보보는 정 아프면 제가 알아서 병원에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녹턴을 안심시켰다.
그때 문이 열리며 쿤과 부용이 들어왔다.
“녹턴 씨 오셨네요.”
“쿤, 부용아.”
녹턴은 상대적으로 멀쩡한 쿤과 부용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단원들도 심하게 다쳤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그러진 않은 모양이었다.
“강이는?”
“연구실 청소하러 가셨어요.”
사건의 근원지답게 연구실은 쑥대밭이 되었다.
사강이 산 실험기기는 반절 이상이 망가졌고, 쌓아두었던 자료 역시 훼손돼 정리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한동안은 연구실 밖으로 안 나오실 거 같아요.”
“복도도 문제던데…….”
녹턴의 말에 쿤과 부용이 쓰게 웃었다.
보수공사가 필요한 건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복도, 훈련장, 그 외 방들 역시 손을 봐야 했다.
문제는 판테테 건물은 일반 업자에게 수리를 맡길 수 없단 거였다.
집단이 가진 기밀성, 보안 등의 이유로 판테테와 관련된 모든 시설은 왕가의 허가를 받은 기술자만이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워낙 바쁜데다, 연락처를 간부들만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원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쿤과 부용은 손수 지하를 치우기로 했다.
“아, 맞다. 사강 씨가 차원이동자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랬어요.”
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지금 차원이동자는 두 방에 나뉘어 있었다. 작은 녀석과 나머지 두 녀석으로 말이다.
단원들은 이제 선택해야 했다.
이들을 돌려보낼 것인지, 말 건지.
기실 차원이동자 문제를 가장 깔끔하게 해결하는 건 반송 차원문을 통해 보내는 거였다.
하지만 상대는 위험군에, 개중 둘은 쿤과 보보가 묵사발을 내놓았다. 속된 말로 반송장이나 진배없었다.
이럴 때는 상황이 조금 애매해진다.
“어떻게 하죠?”
쿤의 질문에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건 녹턴이었다.
“위험군으로 분리된 애들이니까 처리하는 게 맞지 않아?”
“그건 그렇죠, 근데…….”
쿤이 부용의 눈치를 흘끔 봤다. 역시나 녹턴과 생각이 다른지 부용이 드물게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전 다 돌려보내는 게 맞다고 봐요.”
“하지만 그러다 보복 사태가 일어나면 어쩌려고.”
과거, 모진 실험을 받던 차원이동자가 연구실을 빠져나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그리고 녀석은 다음 차원문이 열렸을 때 리란티아에 복수를 해왔다. 제 무리를 이끌고 와 영지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이다.
이는 지극히 희박한 확률이었으나, 이 일로 리란티아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판테테가 72시간 법칙을 우선으로 두게 된 것도 이 사건 때문이 아니던가.
녹턴은 그 부분을 걱정했다.
거기다 이번 차원문은 지난번과 비슷한 자리에 나타났다.
앞으로 계속 열릴지, 아니면 이번 한 번만 우연히 같은 자리에서 열린 건지 알아내지 못한 지금, 그냥 돌려보내는 건 섣부르단 입장이었다.
사실 이는 쿤도 동감이었다.
판테테이기에 차원이동자를 수호해야 했지만, 동시에 리란티아를 지키는 것 역시 그의 일이었다.
모든 게 확실하지 않은 지금 저 두 차원이동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건 너무 위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타날 반송 차원문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
“그럼 작은 녀석만 돌려보낼까요?”
“한 놈만 보내자고?”
“네. 작은 녀석은 부용 씨가 설득도 했고, 지금은 온순하게 잘 있잖아요.”
“하지만 쟤가 살기 위해 온순한 척을 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잖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뭔 일을 벌일지 어떻게 알아.”
작은 차원이동자 역시 설득 전에는 공격성을 보였다. 거기다 저 혼자 돌아가게 되면, 함께 왔던 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짐작하고 복수를 꿈꿀지도 모른다.
녹턴은 이 부분을 짚으며 염려했다.
쿤은 이 부분에 한해선 동감하지 못했다.
“녹턴 씨가 뭘 걱정하시는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돌려보내지 않으면, 저 아이도 해치워야 하잖아요.”
그건 제가 해온 전투와는 결이 달랐다.
아까는 설득의 여지도 없고, 모두에게 위해를 가하는 괴물을 처리한 거였다면, 이건 얌전히 있는 차원이동자를 죽여야 하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편의를 위해 무고한 희생을 강요하는 거였다.
그렇다고 오동촌에 데려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위험군 차원이동자는 절대 차원이동자촌에 들어갈 수 없으니 말이다.
결국, 그들에게 존재하는 선택지는 단 두 개였다. 처리 혹은 돌려보내기.
세 사람은 저마다의 주장을 펼쳤다.
모두 다 돌려보내자, 모두 다 보내면 안 된다, 한 마리만 돌려보내자. 각각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길어지는 대화에 녹턴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다수결로 하자.”
그녀는 가만히 앉아 있는 보보를 향해 물었다.
“보보,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갑작스러운 부름에 보보가 화들짝 놀랐다.
“저요?”
“응.”
“전…….”
보보가 입술을 핥았다. 제 의견 이전에 뭐가 옳은지 가늠이 안 갔다.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쿤이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며 그를 달래주었다.
“그냥 보보 씨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보보는 긴 숨과 함께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 다 처리하는 게 맞다고 봐요. 어쨌든 저희가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건 오즈벨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침대에 누워 있던 루가 말했다.
“나도 동감.”
루는 수건을 탁상에 내려놓은 뒤, 몸을 일으켜 앉았다.
“돌려보내는 건 아니야.”
그녀가 세상 단호하게 말했다.
녹턴과 보보, 그리고 루까지. 과반수라 할 수 있는 셋이 ‘돌려보내지 말자’에 손을 들었다.
쿤은 씁쓸함을 삼켰다. 반면 부용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반박했다.
“정말로 그게 옳다고 생각해? 그렇게 되면 애먼 애를 죽여야 해. 이게 일방적인 살생이랑 뭐가 달라.”
차원이동자의 복수는 가설이지만 처리는 확정이었다. 적어도 부용에게는 일어날지 말지 모르는 가정보다 확실한 죽음을 막는 게 더 옳다 판단되었다.
부용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치미는 감정을 억눌렀다.
그때 루가 묶었던 머리를 풀며 말했다.
“누가 죽이재? 안 죽여.”
“…뭐?”
“임시 보류로 넘기자.”
루의 대답에 모두가 고갤 갸웃거렸다.
특히 판테테로써의 경험이 적은 쿤과 녹턴은 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참다못한 쿤이 물었다.
루는 손가락으로 엉킨 머리칼을 빗질하며, 차분히 설명을 이었다.
“우리가 그 녀석을 처리해야 하는 게, 위험군 차원이동자여서잖아. 그럼 그걸 어떻게든 풀면 될 거 아냐.”
일반적으로 차원이동자가 위험군이 되는 건, 그들이 리란티아에 해를 끼친다는 게 판단됐을 때이다. 하지만 지금 부용이 차원이동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즉, 리란티아에 위협이 안 될 수도 있단 소리였다.
물론 이런 이유만으로 위험군에서 격하시킬 순 없다.
원체 위험한 차원이동자기도 하고, 녹턴의 말대로 살기 위해 내숭을 떠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안전한 게 밝혀지고, 교화가 가능하면, 적어도 저 작은 녀석에 한에서만큼은 위험군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동촌에서 사는 것도 가능하겠지.”
뭐, 관리자인 쿤이 좀 힘들겠지만.
“그니까 당분간은 지하에서 데리고 있어보자. 아, 미리 말하는데 이건 임시 판단이야. 만일 그사이 녀석이 난폭해지거나 답이 없으면… 알지?”
쿤과 부용이 동시에 고갤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괜찮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루는 그제야 안심한 듯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반동의 여파가 꽤 셌는지 아직도 골이 울렸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누워서 지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쿤이 물어왔다.
“근데 위험군은 어떻게 풀어요?”
“선생님이 판단해 주실 거야.”
“그건 그렇죠…….”
쿤은 턱을 짚으며 키리기스를 떠올렸다.
과연 그가 제 바람대로 결정을 내려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교관에, 간부이니 가장 알맞은 판단을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키리기스 씨는 잘 도착하셨나?’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왕도 인근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던데, 별 탈 없이 잘 도착했나 걱정됐다.
* * *
그림자를 타고 금방 간 혜성과 은과 달리 키리기스는 12월 29일이 다 되어서야 왕도에 도착했다.
제아무리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지만, 예정보다 며칠이나 늦은 도착이었다.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걱정했어요.”
레이포드가 차를 내어주며 말했다.
키리기스는 희미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왕도에 있는 저택에 들른 키리기스는 채 여독을 다 풀기도 전에 중앙 법무부로 향했다.
디아나가 보낸 초대장에 ‘도착하자마자 얼굴을 비칠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갑작스럽게 터진 일 때문에 왕도에 없었고, 레이포드가 그를 대신 맞이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 늦으신 거예요?”
“갑자기 산사태가 일어나서 발이 묶여 버렸다네.”
“누가 일부러 낸 건 아니고요?”
“글쎄.”
키리기스가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
레이포드는 그 산사태가 우연이 아님을 확신했다.
“짐작 가는 사람은 있고요?”
“좀처럼 짐작이 안 가는군. 워낙 적이 많아서 말이야.”
“자랑이십니다.”
레이포드는 그리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럴 때마다 그와 함께하기로 한 중앙 법무부의 결정이 옳은 건지 의심됐다.
“쿤은 함께 못 왔다네.”
“알고 있어요.”
레이포드의 소식통뿐 아니라 먼저 왕도에 도착한 혜성이 전령을 보내 상황을 가르쳐 주었다.
“아쉽지만, 한편으론 다행입니다.”
레이포드는 쿤에게 왕도로 오면 혜성과의 과거를 말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아직 모든 걸 말해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되나 싶었고 말이다.
그래서 쿤이 못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간을 벌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레이포드의 설명에 키리기스는 짧게 혀를 찼다.
그냥 거짓으로 지어내도 되는 것을 뭐 저리 솔직하게 구는지.
“뭐, 나 역시 결과적으론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네.”
레이포드가 물음표를 그렸다.
“서로 쿤 데려가려고 싸웠다지 않았어요?”
“그때는 데려오고 싶었어.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순간 레이포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원래대로 했다.
“근데, 왜 다행이란 겁니까?”
“아주 적절한 자극제가 된 것 같거든.”
“예?”
레이포드가 이번엔 노골적이로 미간을 구겼다. 원체부터 뜬구름 잡는 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만큼 모르겠는 건 또 처음이었다.
레이포드는 설명을 구하는 눈으로 키리기스를 쳐다봤다. 그러나 그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턱을 쓸며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또다시 영문 모를 말을 내뱉었다.
“이래저래 성장이 필요한 시기지, 여우에게도 박쥐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