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78
177화- 영원을 바란 순간 (02)
“…행운이요?”
쿤의 질문에 녹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궁금해하던 녹턴의 마법이 뭔지는 둘째치고, 애당초 ‘행운 마법’이란 걸 지금 처음 듣기 때문이었다.
쿤은 자신이 마법사란 걸 알게 된 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마법과 관련된 서적을 읽고 공부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행운 마법’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정말로 그런 마법이 있다면 어디든 그 기록이 남아 있어야 정상 아닌가. 아니면 소문이라도 돌았거나.
“정말로 행운 마법이 있다고요?”
좀처럼 이해가 안 가 해답을 구하자,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은 사강이 말했다.
“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해. 우리도 녹턴이 처음이거든.”
“그럼 녹턴 씨가 최초의 행운 마법사인 거예요?”
“것까지는 몰라. 네 말대로 최초일 수도 있고, 사실은 더 있는데 안 알려진 걸 수도 있고. 우리만 해도 녹턴을 수호 마법사로 둔갑시켰으니까.”
표면적으로도 판테테 인적 서류에도 녹턴은 수호 마법사로 되어 있다.
이는 키리기스가 판테테가 된 이후, 가장 공을 들여 조작한 내용이기도 했다.
“어쨌든 녹턴의 진짜 마법은 마법사 본인과 그 주변 사람들의 운을 높여주는 거야.”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운을 높여준다니.
“잠깐, 그럼 그때 부용 씨가 했던 말이…….”
쿤은 저도 모르게 부용을 쳐다봤다.
광석 차원이동자의 담당을 정할 때, 그녀가 그런 말을 했었다.
“정말로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저보단 녹턴 언니가 영주민들하고 같이 있는 게 나을 거예요.”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지금은 알 것 같았다. 녹턴의 행운이 영지민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단 소리였다.
거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녹턴은 다른 단원보다 운이 좋았다.
부상을 당하는 일도 적었고, 위험한 일에도 덜 엮였다. 키리기스의 훈련 때에도 추가 훈련을 피하지 않았던가.
지금 보니 그 모든 게 그녀의 마법 덕분이었던 모양이다.
“근데 행운 마법이랑 머리카락 색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보보가 흡혈 마법을 쓰면 눈이 붉게 변하는 것처럼, 나도 마법이 발동되면 머리카락이 벚꽃색으로 변해.”
녹턴은 그리 말하며 지금 보는 백발이 원래 제 머리카락 색이라고 덧붙였다.
쿤은 또 한 번 당황하고 말았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마법을 사용할 때 신체 일부의 색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녀의 말대로 보보가 그 예였고 말이다.
때문에 녹턴이 그런 유형이라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문제는 그녀를 처음 본 날부터 지금까지 벚꽃색 머리가 아닌 적이 없단 거였다.
심지어 그녀는 행복의 연기를 마시고 며칠간 잠들었을 때에도 머리카락 색이 그대로였다.
‘이건 토야보다 더 하잖아…….’
토야도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마법을 유지했지만, 정신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마법이 풀리곤 했다.
그런데 녹턴은 아니었다.
‘이게 가능해?’
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녹턴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가르고 들려왔다.
“하지만 내 마법은 다른 사람들과는 성질이 조금 달라.”
“…무슨 소리예요?”
“난 내 마법을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어.”
“예?”
쿤은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들었나 싶었다.
“폭주 같은 걸 말하는 거예요?”
“아니, 그거랑도 전혀 달라.”
쿤이 계속 이해를 못 하자, 옆에 있던 보보가 거들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마법이 손과 발이라면, 녹턴 씨한테 마법은 향기 같은 거예요.”
애매한 예시였다.
그러나 얼추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그니까… 마법이 녹턴 씨 의지나 정신 상태와 상관없이 계속 사용되고, 주변에 영향을 준다는 건가요?”
“응.”
“그래도 마법은 마법이잖아요. 그렇게 오래 유지하는 게 가능해요? 몸에 무리도 갈 거 아니에요.”
이 말에 녹턴이 아주 잠깐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본래의 건조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문제는 없어.”
솔직히 지금이나 마법을 쓸 때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게 그녀의 평이었다.
“그래도 꼴에 마법이라고 무한정 사용되진 않고 이렇게 가끔 풀리곤 해.”
“혹시 아프셔서 그랬던 거 아니에요?”
얼마 전 녹턴은 알코올 알레르기 때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었다.
쿤은 혹시 이게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었지만,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보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말 그대로 랜덤이야. 어쨌든 중요한 건 내 마법이 풀렸다는 거야.”
녹턴은 여태껏 인간 부적으로 오즈벨과 사람들의 운을 높여줬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대운이나 행운을 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불운만큼은 꼭 막아줬다.
근데 그것이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반대로 곤란한 일이 터질 수도 있어.”
녹턴이 길게 숨을 내쉰 후, 말을 이었다.
“내 마법은 크든 작든 주변에 영향을 줬으니까.”
* * *
모든 정보를 다 적은 나딘은 수첩을 접어 다시 품 안에 넣어두었다.
그때 가슴께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다급히 제 입을 틀어막았다. 거친 기침과 함께 덩어리진 무언가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나딘은 한참을 쿨럭거리다 겨우 잦아든 통증에 숨을 골랐다.
문뜩 그의 시선이 제 바싹 마른 손으로 향했다. 검붉은 토혈이 손바닥 가득 묻어 있었다.
“이런…….”
나딘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낸 뒤, 이를 닦아냈다.
다소 성급한 움직임이 마치 자신의 병세를 숨기려는 사람 같았다.
“내 예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딘이 낮게 읊조리며 고개를 들었다.
늘 보던 하늘 대신 새하얀 벽이 시야를 막았다.
그것이 너무 답답하고 불편해, 나딘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 * *
옷을 갈아입던 혜성이 갑자기 멈칫하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마치 마취가 풀린 것처럼 어깨에서 지독한 통증이 느껴졌다.
팔을 무리하게 움직인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저주나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아프다니.
‘…설마 녹턴의 마법이 풀린 건가?’
그는 천천히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밤 풍경이었다. 하지만 혜성은 그 속에 저를 노리는 이들이 숨어 있단 걸 금방 눈치챘다.
‘열여섯… 아니, 열일곱 명이군.’
은이 사라지기 무섭게 따라붙은 자객의 수였다.
지금이야 제가 있는 장소가 판테테 본부 숙소고, 인근에 다른 판테테들도 있어 몸을 사리고 있지만, 틈이 생기면 곧바로 저를 공격해올 것이다.
딱히 이가 두렵거나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일부러 제가 끌어들인 자객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녹턴의 행운 마법이 풀렸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괜한 걱정이 들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일이 좀 커지겠어.’
가급적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까딱하다간 계획이 틀어질 거 같았다.
혜성은 마저 셔츠를 갈아입었다. 어깨가 아픈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나저나… 다른 애들은 괜찮은 거겠지?’
불현듯 다른 이들이 떠올랐다.
특히 다른 세계로 넘어간 은과 저처럼 왕도에 있을 키리기스가 심히 신경 쓰였다.
생각해 보니 오즈벨 밖에서 간부 셋이 뿔뿔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별 탈 없이 끝나야 할 텐데.’
혜성은 그리 생각하며 옷장 문을 닫았다.
* * *
녹턴의 행운 마법이 사라져서일까. 쿤을 비롯한 모두는 위험한 차원문이 나타난 것처럼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일단 녹턴은 머리카락 색이 바뀐 걸 다른 사람들한테 들키면 안 되었기에, 색이 다시 변할 때까지 지하에 숨어 있기로 결정했다.
그 외 단원들은 각자의 일에 집중했다.
쿤과 루는 나딘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사강은 만일을 대비해 상비품을 준비했으며, 부용과 보보는 밤새 영지를 돌며 차원문 경보기를 점검했다.
혹여라도 새로운 차원문이 나타나는 건 아닐까. 나딘이 갑자기 일을 벌이는 건 아닐까. 밤새도록 온갖 불안이 모두를 따라붙었으나,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밤은 무탈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평화로운 아침과 함께 신년 장이 성대하게 열렸다.
바싹 긴장한 단원들과 달리 영지민들은 아침부터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장이 열리는 광장은 말할 것도 없고, 숙소 주변의 인가조차 사람들의 떠드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나딘이 철창 너머를 쳐다봤다.
“오늘은 좀 소란스러운 것 같군요. 밖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장이 열려서 그래요.”
쿤이 노인에게 차를 건네며 말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신년 장 기간이거든요.”
“신년?”
나딘이 마치 아르바이트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물음표를 그렸다.
그의 세계에선 신년이란 개념이 없는 걸까. 쿤은 조금 특이한 세계라 생각하며, 그에게 신년이 뭔지를 설명했다.
“흐음, 신년이라…….”
나딘은 늘 그랬듯 수첩을 꺼내 그곳에 글을 적었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겠군요.”
“나딘님네 세계엔 새해나 신년이라는 게 없나요?”
“음. 없다고 하기도, 있다고 하기도 조금 애매군요. 굳이 따지자면 연(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하지만 왕이 바뀌는 날, 날 새는 법 역시 바뀝니다.”
나딘네 세계는 모든 날을 해가 뜨는 횟수로 기억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왕의 이름을 붙여 구분했다. 누구누구 왕, 몇 번째 태양.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럼 나이는 어떻게 계산해요?”
“태양을 5백 번 볼 때마다 한 살을 먹습니다. 천 번을 보면 두 살이 되는 거지요.”
쿤과 루가 느끼기엔 참으로 복잡한 계산법이었으나, 나딘은 날 때부터 그리 살아서 그런지 불편함을 못 느끼는 듯했다.
“축제나 기념일은 따로 없나요?”
“없습니다. 애초에 축제나 기념일을 즐길 만큼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약 3만 태양 전, 큰 병이 돌아 사람들이 많이 죽었거든요.”
“아…….”
“…….”
쿤과 루가 동시에 숙연해졌다.
나딘은 괜히 저 때문에 둘이 상심한 것 같아, 서둘러 말을 돌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이 똑같은 건 아닙니다. 특히 하늘이 맑고 해가 오래 뜨는 날은 귀한 날이라 고기를 잡아먹곤 합니다.”
순간 쿤과 루가 동시에 고갤 갸웃거렸다. 특별한 날도 아니고, 맑은 날을 기린다니.
“나딘님네 세계는 날이 많이 흐리고 해가 짧은가 봐요.”
“비가 오니 어쩔 수 없지요.”
“항상 비가 내리는 건가요?”
“왕궁이 있는 성역은 항상 쾌청합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은 서른 번의 태양 중, 한 번 정도만 안 내립니다.”
“와, 엄청 습하겠네.”
“그러게요.”
루와 쿤이 반응에 수첩을 집어넣던 나딘의 손이 멈췄다.
“…여기는 비가 안 내립니까?”
“안 내린다기보단 안 내리는 날이 훨씬 더 많아요.”
“…그럼 여기선 맑은 하늘을 맘껏 볼 수 있는 겁니까?”
나딘이 그 어느 때보다 상기된 목소리로 물었다.
쿤과 루가 동시에 아차 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반송 차원문이 나타날 때까지 바깥에 내보내지 않으려 했는데, 그만 그에게 호기심을 심어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