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94
193화 – 행운이 행복이 될 때 (02)
“내가 갈게.”
짧고 간결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녹턴에게 향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결의에 찬 투로 모두를 쳐다봤다.
“내가 가는 게 맞는 거 같아. 난 여태 쉬기만 했잖아. 그래서 다음 일이 터지면 무조건 내가 맡아야겠다고 생각했었어.”
녹턴이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쿤은 그러라며 응원해 줄 수 없었다.
“그래도 녹턴 씨는 여기 계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마법도 그렇고…….”
행운 마법이 정확히 어떤 효과를 가지고, 조건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만일 거리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녀가 오즈벨에 있는 것이 영지 입장에선 훨씬 더 좋았다.
가뜩이나 사람이 비는데, 행운 마법이라도 있어야 영지가 안전할 것 아닌가.
“내가 봐도 녹턴 씨는 여기 남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루 역시 쿤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녹턴은 아니라며 고갤 가로저었다.
“아니, 마법 때문에라도 내가 가야 해. 이쪽은 어느 정도 상황도 정리됐고, 건이랑 곤이, 도사의 힘도 빌릴 수 있잖아. 하지만 키리기스 쪽은 확실한 게 하나도 없어. 내가 가야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거야.”
이 또한 일리 있는 말이었다.
2차 눈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데다, 키리기스를 노리는 이가 또 다른 일을 벌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아니던가.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녹턴의 행운 마법이 필요했다.
“내가 갈게.”
녹턴이 다시 한번 힘을 줘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하겠다는 결의에 쿤은 조금 의아해졌다.
적어도 그가 아는 녹턴은 조용하고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리 의욕을 보이다니.
‘우리한테 계속 일을 다 맡겨서 미안하셨던 걸까?’
어쨌든 결정권은 가장 상관인 사강에게 있었다.
쿤은 반사적으로 그를 쳐다봤다. 고민이 깊은지 미간이 한껏 구겨져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녹턴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걸까. 사강이 힘없이 고갤 끄덕였다.
“에휴… 알겠어. 대신 혼자는 안 돼. 쿤, 너도 같이 다녀와.”
“예? 저도요?”
“쿤도 보낸다고요?”
사강의 명에 루가 반박했다.
“가뜩이나 사람 없는데 얘까지 보내면 어떡해요.”
“뭐가 어떡해. 그럼 녹턴 혼자 보내? 수색하다 보면 그쪽 기사단이나 선생 하인들하고 이래저래 나눌 이야기가 많을 텐데, 녹턴이 그걸 할 수 있을 리 만무하잖아.”
기실 사교성만 보자면 보보보다도 더 처참한 것이 바로 녹턴이었다. 루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이 말에는 반박하지 못했다.
“음… 확실히 싸바싸바는 쿤이 좀 더 잘하긴 하죠.”
“싸바싸바…….”
“…….”
쿤과 녹턴이 동시에 루를 흘겨봤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쿤이 가는 건 좀… 얘가 이래 보여도 아직 환자라고요.”
상태가 부쩍 호전되긴 했으나, 의사에게 퇴원해도 된다는 소릴 들은 건 아니었다.
하물며 오즈벨 내도 아니고 타 영지, 그것도 눈사태가 휩쓸고 간 곳을 수색하는 일 아니던가.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얘 성격이면 백퍼 무리할 텐데, 괜히 탈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루는 쿤을 보내는 게 내키지 않는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쿤은 조금 감동했다. 만날 구박하고 나무라도 정작 이런 상황에서 절 챙기는 건 그녀밖에 없다 싶었다.
하지만 이런 감동은 두 사람의 다음 대화에 와장창 깨져 버렸다.
“그럼 네가 갈래? 어쨌든 한 명은 같이 가야 해.”
“아, 그건 싫은데… 어쩔 수 없네요. 쿤, 잘 다녀와라.”
그녀는 친히 손까지 흔들어 보이며 쿤을 보내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아니, 탈 날까 봐 걱정된 다면서요. 뭔 놈의 걱정이 1분을 못 가는 건데요.
쿤은 속으로 온갖 말을 구시렁거렸다. 그러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체념했다.
“알겠어요. 제가 갈게요.”
이런 상황에서 오즈벨을 비우는 것이 영 내키진 않았으나, 녹턴을 혼자 보내는 것도 신경 쓰였다.
키리기스도 걱정됐고 말이다.
“언제 가면 돼요?”
쿤이 사강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곧바로 답했다.
“지금.”
이라고.
누가 갈지 결정되자, 그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판테테 지원 요청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영지 밖으로 나가는 건 처음이었기에 쿤은 부용에게 뭘 준비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부용은 제가 아는 모든 걸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특히 지금은 켈카르타닌 지부 판테테 단장과 소소리가 자릴 비운 상태였기에 비상시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쿤은 부용이 말해주는 모든 걸 꼼꼼하게 기억했다.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여벌 옷과 필요품을 챙겨 정원으로 나오자, 이미 도착한 녹턴이 가방을 맨 채 서 있는 게 보였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냐. 막 왔어.”
녹턴은 그리 말하더니 시선을 마차로 옮겼다.
지금 판테테 숙소 앞에는 두 대의 마차가 있었다. 하나는 저와 녹턴이, 다른 하나는 고용인들이 타고 갈 거였다.
쿤은 사강과 대화를 나누는 그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
그들의 심각한 표정을 보니, 저 역시 손에 힘이 들어갔다.
‘루 씨 말대로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인위적인 산사태도 마음에 걸렸지만,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도 신경이 쓰였다.
그 잘난 키리기스를 위험에 빠트린 이가 아니던가.
‘이거, 정신 제대로 차려야지, 방심했다간 우리도 당하겠어.’
쿤은 결의를 다지며, 어떻게든 안전하게 키리기스를 찾아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숙소에서 나온 루가 그를 불렀다.
“쿤, 잠시 이쪽으로.”
쿤은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왜 그러시는데요?”
“아무래도 네가 알아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쿤이 고갤 갸웃거렸다.
루는 잠시 녹턴의 눈치를 살피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녹턴 씨는 선생님한테 빚이 있어.”
“빚이면… 돈을 꿨다는 거예요? 신세 진 게 있단 소리예요?”
“당연히 후자지. 설마 선생님이 우리한테 돈을 빌려주겠냐. 그냥 주면 모를까.”
하긴. 키리기스의 재력이면, 그냥 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게 녹턴 씨한테는 좀 중요한 일이라, 평소보다 의욕적으로 움직일지 몰라. 그니까 네가 잘 봐줘. 괜히 무리하다 다치지 않게.”
“알겠어요. 근데 대체 무슨 빚을 졌기에 그러는 거예요?”
“음… 그거까지는 과거사라 말하기가 뭐한데. 정 뭐하면 직접 물어봐.”
“과거사를 대놓고 물어보라고요?”
남이 말 못할 정도면 심각한 일일 텐데, 당사자한테 대뜸 물어보라니.
그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쿤은 말이 되는 소릴 하라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루가 허릴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멍청아, 녹턴 씨가 싫어하면 내가 직접 물어보라고 했겠냐. 오히려 몰래 말해줬겠지.”
“아, 것도 그러네요.”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쓰시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우리도 녹턴 씨한테 직접 들은 거고.”
그래도 정 묻기 뭐하면 안 물어보면 된다.
“음… 알겠어요. 상황 봐서 판단할게요.”
“어쨌든 나가서 아무 일 없게 조심해. 너도 행동 주의하고. 타 영지 기사들하고 마찰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엄청 귀찮아질 거 같긴 하네요.”
“그거면 제대로 아는 거야.”
루가 피식 웃었다.
사강의 목소리가 들린 건, 루가 거듭 조심하라며 주의를 줄 때였다.
“쿤, 녹턴! 이제 출발하자.”
아무래도 키리기스의 고용인들과 나눌 대화를 다 끝낸 모양이다.
쿤과 녹턴은 그대로 마차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저 멀리서 부용이 뛰어왔다.
한달음에 마차까지 달려온 그녀는 아직 마차가 출발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쿤, 이거 받으세요.”
부용이 들고 있던 종이 가방을 건넸다. 뭔가 싶어 보자 신년장에서 파는 주전부리들이 들어 있었다.
“가는 길에 배고플까 봐 사왔어요. 급하게 산 거라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부용 씨.”
“고마워.”
쿤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감사를 전했다.
뒤이어 루와 사강 역시 두 사람을 배웅해 주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쿤과 녹턴 역시 짧은 인사를 건넸다.
“다녀올게요.”
“키리기스 데려올게.”
이윽고 두 사람이 마차에 오르자, 마부가 기다렸다는 듯 마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두 대의 마차가 순식간에 길 위를 빠져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 텅 빈 길을 보며 루가 허리를 짚었다.
“괜찮겠지?”
그녀의 질문에 부용이 미소 지었다.
“당연히 괜찮지. 선배님이 눈사태 따위로 돌아가실 리 없잖아.”
“아니, 나도 선생님은 걱정 안 해.”
제아무리 마법사가 자연 위에 설 수 없다 해도, 키리기스는 그 위에 서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파파루아가 아닌 켈카르타닌으로 간 시점에서 그가 이를 예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보스 못지않게 함정 파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일부러 유인하려고 한 거겠지.’
문제는 그쪽이 아니라 쿤이었다.
제 몸 상태가 이래서 쿤을 보낸 거였는데, 막상 떠내놓고 보니 그냥 제가 갈 걸 그랬나 싶었다.
“…어째 불안하네. 그냥 그것도 말해줄 걸 그랬나?”
“그거라니?”
“녹턴 씨 성격 말이야.”
“아…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지셨잖아.”
“그렇긴 한데, 밖에선 어떨지 모르니까.”
“것도 그러네…….”
부용이 곤란한 듯 쓰게 웃었다.
쿤은 모르는 이야기지만 사실 녹턴에겐 단원 전부를 곤란하게 만든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 혐오증이 있단 거였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오즈벨 사람들하고도 나름 잘 지냈고, 저희하고도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초기엔 정말로 심각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차원이동자와도 쉽게 친구를 하는 부용이 두 달이 다 되도록 말도 못 붙일 정도였다.
녹턴이 인가와 멀리 떨어진 오두막에 홀로 사는 것도 이 기질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녹턴 씨도 타 영지로 나가는 거 처음이네.”
“주변에 아는 판테테도 없고…….”
녹턴은 쿤처럼 다른 경로로 판테테가 된 거였기에 동기랄 만한 것도 없고, 매해 열리는 신입 판테테 구역 모임에도 가지 않았다.
때문에 오즈벨 지부 말고는 아는 판테테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쯤 되니 차라리 쿤이 같이 간 게 다행이다 싶었다.
6구역 사람이라면 다들 녀석을 아니, 그쪽에서도 생판 모르는 녹턴보단 좀 더 대하기 편하지 않겠는가.
“끙… 모르겠다. 그냥 조심히만 돌아와라.”
“걱정하지 마. 두 사람 다 잘 다녀올 거야.”
루와 부용은 마차가 떠난 길을 보며 쿤과 녹턴은 물론 키리기스까지 잘 돌아오길 빌었다.
그때, 뒤에서 보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강 씨!”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는 보보가 다급한 투로 달려 나왔다.
“뭐야, 너 안에 있었어? 그럼 애들 배웅하지 그랬냐.”
“죄송해요.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총본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총본부란 단어에 사강의 눈이 커졌다. 그쪽 판테테에게 혜성과 은이 돌아오면 연락해 달라 말했기 때문이었다.
“이 새끼들, 이제 왔구나. 뭐래? 이제 오즈벨로 온대?”
사강은 반색하며 보보의 뒷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들려온 이야기는 그의 예상과 달리 이곳에 있는 모두를 얼어붙게 할 만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