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96
195화 – 행운이 행복이 될 때 (04)
“내, 내란이요?”
차원문 사태가 일어난 게 아닐까 싶었던 쿤은 예상외의 사건에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도 리란티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로비츠나, 오즈벨은 이쪽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잘 와닿지 않았다.
“대체 왜…?”
“세금 때문에.”
“세금이요?”
“응. 원래 신전은 특정 조건만 지니면 세금을 내지 않았거든. 오히려 지원금을 많이 받았어.”
신전에서 고아들을 돌보는 것도, 결혼식과 장례식을 주관한 것도, 중요한 물건들을 보관하는 것도 다 지원금이 들어오기에 한 거였다.
하지만 영주가 바뀌면서 이 모든 게 바뀌었다. 지원금이 사라지고, 대신 신전 규모에 따라 세금을 받겠다 공표한 것이다.
지원금을 많이 받기 위해 시설을 증축하고 규모를 키웠던 신전들 입장에선 역풍을 맞은 셈이었다.
“우리 영지가 신전이 좀 많았거든. 신도도 많고. 그래서 이게 여파가 좀 셌어. 사람들 의견도 나뉘었고. 그래도 처음엔 합의하자면서 회의도 열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엔 다들 무기를 들고 있더라.”
영지민을 지켜야 할 영주도, 신의 뜻을 배우는 사제도 제 본문을 망각한 채 서로에게 검을 겨눴다. 그리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인에게 향했다.
“전쟁이라는 게 원래 전선에 있는 사람이 가장 죽을 확률이 높잖아. 영주고, 사제고 제 구역에 틀어박혀서 기사랑 신도만 내보낸 탓에 엄한 사람들만 죽었지.”
물론 중립자의 위치를 취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녹턴의 양부가 그랬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이들처럼 아이가 있다거나, 싸움이 싫다는 이유로 중립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냥 피해를 보는 게 싫은 사람이었어. 그래서 그 어디에도 관여하지 않고, 여차하면 타 영지로 이주 갈 생각만 하셨지.”
이 와중에도 그는 녹턴을 팔아 장사를 해댔다. 제 딸이 사실은 마법사인데, 함께 있으면 안전할 수 있다며 말을 흘리고 다닌 것이다.
이에 많은 이가 그의 양부에게 돈과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제 가족과 함께 있어달라며 부탁했다.
양부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근히 돈을 더 강요한다든지, 더 많은 값을 치른 이를 우선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솔직히 그 성격으로 어떻게 사제를 한 건지 모르겠다니까.”
“…녹턴 씨는 괜찮으셨어요?”
“나야 뭐 괜찮고 아니고 할 것도 없었지. 사실 그때 내 판단력은 어린아이보다 못해서, 그냥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단 생각 외엔 없었거든.”
이 와중에 차원문까지 열려 영지는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내 마법이 풀린 것도 그때였어.”
내란, 차원이동자. 거기에 영주와 신전의 패악에 반기를 든 제삼의 세력까지 더해 난장판이 되었을 때, 녹턴의 마법이 풀렸다.
“아까도 말했지만, 행운이란 건 생길 때보다 없어질 때 티가 나거든.”
내내 안전을 보장받던 사람들은 불현듯 던져진 위험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윽고 깨달았다, 녹턴의 마법이 풀렸음을.
녹턴은 늘 그랬듯 사람들이 저를 나무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화살은 그의 양부를 향했다.
“난 사람이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
“…….”
마법은 곧장 돌아왔지만,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었다.
이후, 내전이 길어지자 보다 못한 왕국에서 기사단을 보냈다. 그리고 무력 진압으로 잔인했던 내전이 마침표를 찍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죽었던 터라 영주도 사제들도 재판에 올려졌어.”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영주는 교체, 사제는 파면.”
내전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큰 문제인데, 재판 도중 양측의 비리와 부정까지 함께 밝혀지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었다.
결국, 이 일로 영주도 사제들도 제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피로 얼룩졌던 내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영지는 다시 평화를 되찾아갔다.
하지만 그와 달리 녹턴은 새로운 문제에 던져지고 말았다. 그녀의 마법을 아는 사람들이 서로 보호자를 자처하며 싸운 것이다.
이십대 중반의 사지 멀쩡한 성인. 보호자가 없어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무슨 사달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굴었다.
이 와중에 녹턴 곁에 있어 목숨을 부지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마치 그녀를 신처럼 믿고 따르는 이들도 생겨났다.
녹턴은 그때 처음으로 지긋지긋하단 생각을 했다.
문제는 그녀에게 이를 타개할 힘이 없단 거였다.
양부가 녹턴이 혼자선 무엇도 못 하고, 하고 싶은 것 역시 없도록 길러왔기 때문이었다.
일평생 바라는 것도 없이 공허하게 살았던 녹턴에게 이 복잡한 일을 끝낸다는 건 무리에 가까웠다.
“그때 날 도와준 게 키리기스였어.”
쿤의 눈이 살짝 커졌다.
루가 말했던 녹턴의 빚이란 게 이걸 말하는 건가 싶었다.
“더는 사람들한테 휩쓸리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도록 다 정리해줬거든.”
“그래서 녹턴 씨가 키리기스 씨 수색에 의욕을 보였던 거였군요, 은인이라서.”
“맞아. 루나 은이한텐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은인이거든. 거기다 내가 알던 사람들하고도 달랐어.”
모두가 녹턴의 행운 마법을 바랄 때, 유일하게 키리기스만이 그러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제게 역으로 물었다, 네가 바라는 게 뭐냐고.
녹턴은 그 대답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몰랐고, 뭘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한 거라곤 도박장과 집을 오간 것밖에 없는데 뭘 더 알겠는가.
심지어 양부의 교육 탓에 그녀는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나마 바라는 게 있다면, 더는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단 거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를 키리기스에게 말했다.
도피나 다름없는 선택이었지만, 키리기스는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인적이 드물고 차원문이 잘 나타나지 않는 산에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종종 사람을 보내 저를 돌보게 했다.
“뭐, 순수한 호의만으로 도와준 건 아닐 거야. 내가 한심하고 모자라서 외면할 수 없던 것도 있겠지. 어쩌면 동정한 걸 수도 있고.”
당시의 녹턴은 지금의 쿤보다도 많은 나이였다.
하지만 정말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제 밥조차 차려 먹지 못했다.
그러나 키리기스의 도움으로 점차 배워 나갔다. 요리, 청소처럼 기본적인 살림부터, 배우지 못했던 기초 교육까지.
“내가 사람 구실하는 것도 키리기스 덕분이야.”
“그렇군요… 그럼 헤라랑은 어떻게 가족이 된 거예요?”
“취업을 하려고 보니까, 신원이 필요하더라고.”
서른을 코앞에 두었을 때, 그녀를 돌봐주던 선생이 그랬다.
“녹턴 씨가 계속 바라는 것도 없고, 공허함만 느끼는 건, 제 손으로 직접 뭔가를 이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이 기회에 일을 해보는 게 어떠세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직접 돈도 벌다 보면 뭔가 달라질 거예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내키진 않았으나, 그 말에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근데 난 이미 죽은 사람이었거든.”
이는 녹턴이 산속으로 들어갈 때, 키리기스와 합의한 내용이었다.
당시 그녀가 가장 빠르게 안전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건, 죽는 걸로 위장하는 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녹턴은 과거와의 고리를 끊었다.
“그래서 키리기스가 언니를 소개해 준 거야.”
사실 진짜로 가족이 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서류상 가족이 필요했을 뿐.
하지만 헤라네 모친이 그건 싫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어떻게 언니가 동생 얼굴도 모르냐며 말이다.
“솔직히 난 서류상 가족도 필요 없었어. 세상엔 고아도 많잖아. 근데 키리기스가 그건 안 된다면서 무조건 헤라네로 가보라고 하더라고.”
왜 그가 마차까지 불러다 보냈는지는 헤라네 가족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제가 알던 가족이 다 거짓이었다는 걸 보여주듯, 그들은 무척이나 화목하고 서로를 사랑했다.
녹턴의 과거와 마법을 알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키리기스처럼 욕심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녹턴이 여태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애정을 아낌없이 주었다.
“아까 네가 말했던 내 마법이 풀린 시기가 바로 이때야. 은이나 다른 애들도 이때 나랑 내 마법을 알게 됐어.”
“아…….”
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녹턴이 어떻게 헤라와 가족이 된 건지, 그리고 일이 어떻게 돌아갔던 건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왜 계속 다른 곳에서 사셨던 거예요?”
“처음엔 오즈벨이든 조용한 영지든 가서 정착하려고 했는데…….”
“했는데?”
“사람들하고 못 있겠더라고.”
헤라네 식구들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자 사람들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불편해졌다.
이는 기피를 넘어 혐오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그때는 사람이 다 똑같아 보였거든.”
이 사람들도 결국 상황이 나빠지면, 제 고향 사람들처럼 이익을 위해 칼을 빼 들고, 여러 명이 한 명을 때려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겠지.
이런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덕분에 일도 못 하고, 다시 산속 생활로 돌아갔어.”
그렇게 또 두 해 정도가 지났을 때, 갑자기 혜성이 산으로 찾아왔다.
“작년 가을, 아, 이제는 재작년이구나. 어쨌든 혜성이가 그러더라. 오즈벨을 조금만 지켜달라고.”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제가 왜 그래야 하나 싶었고.
하지만 언니가 차원이동자 때문에 다쳤단 것과 헤라가 판테테 체험생이 되었단 이야기를 듣자 마음이 흔들렸다.
“난 내 마법이 내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 없거든? 근데 이게 언니나 형부, 헤라의 안전을 지켜준다면, 사람이 싫은 것쯤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이 와중에 혜성이 조건을 걸었다, 일단 넉 달만 살아보라고.
그래서 정말 넉 달을 유예 기간으로 두고 온 거였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 넉 달이 녹턴의 삶을 바꿔놓을 줄.
“오즈벨 사람들은 내가 살던 곳이랑 많이 다르더라고.”
문제가 생겨도 대화로 풀려 했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 영지를 꾸려 나갔다.
가장 빛을 발휘한 건 위험한 차원이동자가 나타났을 때였다.
상황이 극에 달하면 밑바닥이 드러날 법도 한데, 오즈벨 사람들은 판테테를 믿고 잘 협조했다.
녹턴에게 이는 무척 생소한 일이었다.
거기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저를 걱정하고 배려한다는 걸 알면서, 얼었던 마음 역시 조금씩 녹아내렸다.
“좀 아이러니하지? 사람이 싫어서 혼자 살고 싶었는데, 결국 그 사람이 다시 나를 사회에 눌러앉게 했잖아. 어쨌든 그렇게 내가 오즈벨에 살게 된 거야.”
쿤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근데 좀 의외네요. 전 녹턴 씨가 키리기스 씨 권유로 판테테가 된 줄 아셨거든요.”
“키리기스는 단 한 번도 판테테를 권유한 적이 없어. 오즈벨로 오지 않겠냔 말은 종종 했지만.”
녹턴은 거기까지 말하다 불현듯 든 생각에 턱을 짚었다.
“생각해 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다른 영지로 이주할 생각 없냐고는 물었던 거 같아.”
처음 만났을 때?
쿤은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말의 뉘앙스가 마음에 걸렸다.
“녹턴 씨, 키리기스 씨랑 내전 후에 처음 만난 거 아니었어요?”
“아니, 그전부터 알고 있었어. 키리기스가 종종 도박장에 왔었거든.”
“예? 키리기스 씨가 도박장에요?”
돈도 많은 사람이, 심지어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 왜 거기 갔던 거지?
쿤은 의아함에 고갤 갸웃거렸다.
“일이라도 있었던 거예요?”
“그건 아니고, 그때 듣기론…….”
덜컹.
갑자기 마차가 크게 흔들리더니 한쪽으로 기울었다.
쿤과 녹턴은 대화를 멈추고 균형을 잡았다. 뭔가 싶어 창밖을 머릴 내밀자 마부가 곤란한 표정으로 모자를 고쳐 쓰는 게 보였다.
쿤은 곧바로 마차에서 내렸다.
“선생님, 무슨 일인가요?”
“길이 얼어서 피하려고 옆쪽으로 몰았는데, 도랑이 있었네요.”
쿤이 미간을 좁히며 아래를 살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뒤틀린 채 도랑에 빠진 바퀴가 보였다. 길 역시 눈 때문에 질퍽해져 쉽게 빠지지 않을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