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97
196화 – 행운이 행복이 될 때 (05)
“이거 시간 좀 꽤 걸리겠는데요.”
쿤은 마부를 돕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그러자 그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괜찮습니다. 이건 저와 제 동료들이 알아서 할 테니, 두 분은 먼저 마을로 들어가세요.”
마부는 걸어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마을이 있다며 친히 설명해 주었다.
쿤은 조금 난감해졌다.
“그래도 그렇지, 이걸 어떻게 두고 가요.”
“이번 차원이동자 일로 두 분 다 고생하지 않으셨습니까. 내일도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들어가서 쉬세요.”
“하지만…….”
그때 뒤따라오던 마차가 길에 멈춰 섰다. 키리기스의 고용인들이 타고 있는 거였다.
“무슨 일 있어?”
그리 묻던 남자가 도랑에 빠진 마차를 보고 혀를 찼다.
“이런.”
그가 마차 안의 사람들을 불렀다.
하나둘씩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녹턴이 쿤의 팔뚝을 툭툭 두드렸다.
“그냥 가자. 아무래도 우리가 가야 이 사람들이 편히 일할 거 같아.”
사람이 없으면 모를까, 이럴 때는 그녀의 말대로 피해주는 게 돕는 거였기에 쿤은 알겠다며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짐을 챙겨 녹턴과 먼저 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 오면 바로 쉴 수 있게 숙소나 미리 잡아놔야겠어요.”
이런 작은 마을에 큰 호텔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심지어 마차에 말들까지 있으니 최소 여관 두 개 정도는 잡아놔야 할 것 같았다.
“방도 방인데 밥부터 해결해야겠어.”
“것도 그러네요.”
워낙 급한 일이라 쉬지도 못한 채 달려왔었다.
그나마 부용이 챙겨준 게 있어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모두 다 쫄쫄 굶었을 것이다.
“그럼 식사도 부탁해야겠네요. 저희가 알아서 시키면 되겠…….”
쿤은 그리 말하며 녹턴을 쳐다봤다.
순간 그가 그 모습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크게 떠지는 눈과 떡 벌어지는 입.
“노, 녹턴 씨.”
“왜?”
“머리가…….”
쿤이 녹턴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리켰다. 벚꽃색 머리칼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점차 경악으로 물드는 그를 보며, 녹턴 역시 상황을 눈치챘다.
“설마…….”
“맞아요…….”
쿤과 녹턴은 이쪽을 보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뒤, 서둘러 마을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여관을 잡아 들어갔다.
“젠장.”
숙소 방문을 닫기 무섭게 녹턴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그사이 쿤이 커튼을 닫고 불을 켰다.
은은한 불빛 아래로 완벽하게 새하얘진 머리칼이 보였다.
먼저 마을로 왔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마부에게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걸 들킬 뻔했다.
“왜 갑자기 마법이 풀린 거예요? 원래도 이렇게 빨리 풀려요?”
“아니, 이런 적 처음이야.”
여태까지는 못 해도 몇 달의 간격이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얌전히 오즈벨에 있는 건데…….”
조금이라도 운을 높여주고자 온 거였는데, 도리어 짐이 되고 말았다.
녹턴은 애먼 머리카락만 움켜쥐며,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왜 하필…….”
“진정하세요. 일시적인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럼 다행이지만, 아니면…….”
“…….”
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마법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혼란도 잠시,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일단 침착하자. 키리기스 씨 하인들이니까, 녹턴 씨 마법에 관한 것도 알고 있을 수 있어.’
저택 고용인, 개중 함께 온 이들이 평범한 고용인들이 아니란 건 쿤도 눈치챘다.
거기다 그들은 키리기스를 도와 정보를 정리하지 않던가. 어쩌면 녹턴에 대해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면 어쩌지? 별거 아닌 것처럼 뻔뻔하게 나가? 그냥 수호 마법 조건 중 하나라 하면 되잖아.’
사람들은 녹턴이 수호 마법사인 줄 알고 있다. 그러니 머리카락 색도 그럴싸하게 둘러대면 된다.
마법도 둔갑시켰는데 이거라고 못 하겠는가.
‘그래 그러자… 가 아니잖아. 이게 가능했으면 단원들이 진작 이랬겠지.’
사람들이 하지 않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녹턴의 머리카락 색을 숨긴 것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쿤은 끙끙거리며 고민했다.
‘이대로 녹턴 씨를 오즈벨로 돌려보내야 하나? 하지만 어떻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잖아.’
마차나 열차를 탔다간 다른 이에게 목격될 확률이 높았다.
뭣보다 언제 행운 마법이 돌아올지 모른다.
키리기스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지금, 쿤은 녹턴의 행운 마법이 꼭 필요했다.
‘…일단 그냥 가자. 어차피 돌아갈 수도 없어. 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이 일을 잘 숨기는 거였다.
“녹턴 씨, 혹시 후드 달린 재킷 있으세요?”
“아니, 없어.”
“그럼 제 거 하나 빌려 드릴게요.”
혹시 몰라 챙긴 일반 재킷이 있다.
이계 식물 약도 챙긴 터라 괜히 가져왔나 싶었는데, 인제 보니 잘한 선택 같았다.
“혹시 모르니까 판테테 재킷 위에 이거 걸치세요. 후드가 좀 커서 깊게 눌러 쓰면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을 거예요.”
쿤은 그러면서 추가로 챙겨왔단 방한용품들을 꺼냈다.
목도리, 귀마개, 마스크 등등이 연이어 나왔다.
확실히 이걸 다 하면 머리카락 색을 숨길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니, 아예 얼굴을 숨기는 게 가능해 보였다.
“이거 다 하고 다니면 환자로 오해받지 않을까?”
“어쩌면 그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어차피 꽁꽁 싸매고 다녀야 한다면 그럴싸한 이유를 던져 주는 게 좋다.
그래야 이상한 걸 눈치채지 못할 거 아닌가.
“음… 알겠어.”
녹턴은 이걸로 제 머리색을 숨길 수 있는지 확인하듯, 하나씩 착용해 봤다.
외투가 크긴 했으나, 다행히도 그 덕에 후드가 얼굴을 반 이상 가려 긴 앞머리 역시 숨겨주었다.
“티 나?”
“전혀요.”
“다행이다. 근데 이거 너무 더운데…….”
쿤과 달리 녹턴은 추위를 덜 타는 체질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외투를 두 개나 껴입는 건 꽤나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어차피 마차 안에선 편하게 있을 수 있잖아요.”
이후엔 설산이라 그렇게 덥다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쿤의 설득에 녹턴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재킷과 방한 용품들을 챙겼다.
“마법이 돌아오면 이런 거 안 해도 되는데.”
“그러니까요.”
실로 가장 이상적인 건 곧바로 마법이 돌아오는 거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바람과 달리, 다음 날이 되어도 녹턴의 마법은 돌아오지 않았다.
설상가상 도랑에 빠진 마차가 고장 나 수리를 해야 하는 탓에, 쿤과 녹턴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마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녹턴은 마차 구석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목도리에 큼직한 마스크, 거기에 후드까지 깊게 눌러썼음에도 혹여 누가 제 머리를 볼까 심장이 쿵쾅거렸다.
쿤은 역시 그 옆에 앉아 상체를 일부러 앞쪽으로 내밀었다. 조금이라도 녹턴을 숨겨주기 위해.
어제와 달리 판테테 재킷 위에 다른 외투를 걸친 녹턴을 보며, 사람들이 의아함을 표했다.
“어디 아프신 건가요?”
“혹시 감기 걸리셨어요?”
쿤은 녹턴을 대신해 손사래를 쳤다.
“심한 건 아니고,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래요. 약도 먹었으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런 거면 그냥 쉬시는 게…….”
“괜찮습니다. 빨리 키리기스 씨 찾으러 가야죠. 정 상태가 안 좋아지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쿤은 이 이상의 말은 삼간다는 티를 팍팍 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눈치 빠르게 이를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쿤은 그들을 향해 머쓱하니 웃어 보였다.
녹턴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불편하고 조마조마한 동행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산에 도착한 쿤과 녹턴은 바퀴가 멈추기 무섭게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최대한 사람들과 떨어져 섰다.
들키지 않아 다행이란 안도도 잠시, 매서운 산바람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쿤은 고개를 들었다. 설산이 내뿜는 위용에 괜히 기가 죽었다.
“높네요.”
“그러게.”
눈사태가 일어난 건 켈카르타닌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었다.
길도 좁고, 워낙 가파른 탓에 인근 마을 사람들은 잘 이용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외지인과 짐마차는 이 길을 자주 이용했다.
돌아가는 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데다, 산만 넘으면 켈카르타닌의 척추라 불리는 1번 길과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입구도 다 막아놨네.”
녹턴이 산의 진입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치 차원문이 나타난 곳을 통제하는 것처럼 끈과 팻말이 길을 막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그들을 불렀다.
“오즈벨 지부의 판테테 되십니까?”
쿤이 고개를 돌렸다.
삼십대 중반의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폼을 보니 아무래도 이번 일의 관리자 같았다.
“켈카르타닌 제3 기사단 단장 테오르도입니다.”
“안녕하세요, 오즈벨 지부의 판테테 쿤입니다.”
쿤은 테오르도에게 간략하게 인사한 뒤, 옆에 있는 녹턴을 소개했다.
“이쪽은 제 직속 선배인 녹턴 씨입니다.”
“아, 이분도 판테테셨군요. 재킷이 안 보여서 몰랐습니다.”
테오르도는 녹턴의 옷차림을 대충 훑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근데… 혹시 어디가 편찮으신 건지…….”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서류는 어디로 드리면 되죠?”
“제게 주시면 됩니다.”
쿤은 서둘러 챙겨온 서류들을 건넸다.
테오르도는 이를 꼼꼼하게 살폈다.
부용 말론 형식적으로 넘기는 이도 많다 했는데, 아무래도 이 기사님은 그런 성격이 아닌 듯했다.
“다 확인됐습니다.”
테오르도는 서류는 챙기고, 파견용 신분증 밑에 기사단의 직인을 찍어 쿤과 녹턴에게 돌려주었다.
“이거면 움직이시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수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그다지 좋진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피해도 크고 인력도 부족해서 말이죠.”
테오르도가 그리 말하며 품 안에서 몇 번이나 접힌 종이를 꺼냈다. 길은 물론 인근 마을의 위치까지 세세하게 기록된 산의 지도였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피해 범위입니다. 마차의 잔해가 이쪽에서 발견된 걸로 보아, 아무래도 이쯤을 지나가시다 눈사태에 휩쓸린 것 같습니다.”
“…길이랑 잔해 발견 위치가 좀 많이 떨어져 있네요.”
“그렇습니다.”
“그사이 발견된 건 없었나요?”
“탐색 마법사가 종일 기사들과 함께 수색하긴 했지만, 마차 잔해 말곤 발견된 게 없습니다.”
“짐들도 발견 안 됐나요?”
“네. 전혀요.”
쿤은 턱을 짚었다. 탐색 마법사까지 더해 수색했는데, 마차의 잔해만 나왔다는 것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이거 설마…….’
문뜩 어떤 생각 하나가 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였다.
“아 씨, 귀찮아 죽겠네. 지들이 뭔데 나더러 오라 가라야.”
걸걸한 목소리가 쿤과 녹턴의 귀를 파고들었다.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머리를 짧게 친 남자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흰색 재킷에 노란 장식. 켈카르타닌의 판테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