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200
199화 – 행운이 행복이 될 때 (08)
“둘 다 괜찮나?”
키리기스의 질문에 쿤과 루가 동시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할 질문인가 싶었다.
“키리기스 씨는 괜찮으세요?”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쿤과 녹턴이 물었다. 두 사람과 어투에서 당혹과 다급함이 묻어났다.
반면 키리기스는 태연하기만 했다. 그가 여유롭게 턱짓하자, 차원이동자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쿤과 녹턴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뒤이어 사람들이 다가와 모포를 건넸다.
“밖에 많이 춥죠?”
“이거 덮고 계세요.”
쿤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차원이동자한테 잡혀온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하는 태도나 행동을 보니 이쪽이 원래 굴의 주인들 같았다.
‘납치가 아닌 건가?’
쿤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차원이동자로 향했다. 사람 하나가 열심히 그의 몸에 묻은 눈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사이 이쪽으로 걸어온 키리기스가 녹턴을 빤히 내려다봤다.
“여우군의 재킷에 목도리라… 설마 그 상태인가?”
녹턴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유달리 힘이 없었다.
“…맞아.”
“오즈벨을 나오기 전부터? 아니면 나온 후에?”
“일단은 나온 후인데, 요 일주일을 두고 보면 전자랄까.”
“흠. 여태 그런 적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
“나도 처음이야. 그래서 좀 당황하는 중이고.”
“좀 조사해 봐야겠군. 어쨌든 둘 다 고생 많았어.”
또 한 번 쿤과 녹턴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분명 키리기스를 구조하러 온 건데, 걱정도 노력의 치하도 그가 하고 있다.
“눈사태에 휩쓸렸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 거 맞죠?”
“그래. 다 무사해. 애꿎은 마차는 목숨을 잃었지만.”
마치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안다는 투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사람들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 말이야.”
키리기스는 두 사람을 데리고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길게 이어졌을 거란 예상과 달리 굴은 마치 개미굴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거기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졌고, 안쪽을 밝히는 등 역시 많았다.
쿤은 방처럼 꾸며진 원형 공간에 들어서서야 이 동굴이 자연적인 곳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임을 깨달았다.
“기존 동굴을 파내 만든 건가요?”
“그래. 약초꾼들의 비밀 아지트지.”
켈카르타닌의 약초꾼들이라면 다 아는 비밀 공간이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휴식도 취하고, 정보도 공유했으며, 한 해 채집량도 의논했다.
귀한 약초의 경우는 함께 채집하고, 수입을 나누기도 했다.
키리기스의 설명에 쿤이 눈을 끔뻑였다.
“좀 의외네요.”
“뭐가 말이지?”
“켈카르타닌은 단합이 잘 안 되는 곳이잖아요. 귀한 약초가 많으면 서로 갖겠다고 싸움이 날 법도 한데, 그렇게 합리적으로 결정을 낼 줄 몰랐어요.”
쿤의 말에 키리기스가 피식 웃었다.
확실히 켈카르타닌은 그런 경향이 심했다. 어느 영지에나 있는 상인회나 특정 직군의 길드도 보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약초꾼들은 그러지 않았다.
“여우군, 각기 다른 인간이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저 그 방향에 공통의 적을 만들어주면 돼.”
“켈카르타닌 원주민들이 이주민들에 맞서 뭉친 것처럼요?”
키리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초꾼들에게 공통의 적은 켈카르타닌 영주였어. 귀한 약초가 돈이 된다는 걸 안 후부터 이를 독점하려 했거든.”
일반적으로 쓰이는 흔한 약초들은 괜찮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돈이 되는 약초가 나오면 바로 산을 봉쇄하고 독점했다.
“약초꾼들에게 이 산은 온갖 약초가 다 나오는 좋은 일터였어. 그래서 봉쇄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지.”
결국, 약초꾼들은 힘을 모아 귀한 약초의 위치를 숨기기로 했다.
그리고 뜻을 모아 돌아가며 저들의 일터를 지켰다.
이 아지트가 생긴 것도 그래서였다.
“그렇구나… 근데 키리기스 씨는 이런 걸 왜 아는 거예요?”
그의 정보력이 빼어나다는 건 익히 잘 아는 사실이니 약초꾼이나 이곳을 안다는 건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판테테인 그가 이런 정보를 왜 아는지 의아했다.
“망해가는 영지를 물색할 때, 알게 된 사실이지. 이 동굴을 처음 만든 어르신도 그때 알게 되었고 말이야.”
응? 망해가는 영지?
쿤은 저도 모르게 고갤 갸웃거렸다. 대체 그가 그걸 왜 조사하나 싶었다.
그때, 옆에 있던 녹턴이 말했다.
“약초꾼 이야기도 좋지만, 어떻게 된 건지부터 말해주겠어?”
아차차.
쿤은 그제야 제가 딴 길로 셌다는 걸 깨닫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맞다. 왜 여기 계신 거예요?”
“내 마부가 갑자기 아파서 말이야.”
처음엔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다. 먼저 들렀던 도시의 의사도 그리 말했고. 하지만 산에 진입했을 때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
돌아가기에도 산을 넘기에도 시간과 거리가 애매했다.
결국, 키리기스는 마부를 위해 이곳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마차였어. 여긴 마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그렇다고 그냥 두고 오자니 이곳의 위치가 발각될 위험이 있었지.”
이걸 어디다 숨겨야 하나 고민할 때, 예상 못 한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켈카르타닌 판테테가 놓친 차원이동자였다.
“잠깐, 그럼 설마 마차를 몬 게…….”
“맞아. 자네들을 데려온 그 차원이동자야.”
쿤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처음 만난 차원이동자, 그것도 도망친 녀석에게 마차를 몰게 하다니.
“어떻게 하신 거예요? 이계어로 설득한 거예요?”
“그럴 리가. 내가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하겠나.”
키리기스는 그리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쿤의 다리가 휘청였다.
그는 반사적으로 제 무릎을 짚었다. 지난번의 훈련 때처럼 숙취 비슷한 두통이 머리를 울렸다.
“윽… 말로 해줘도 안다고요.”
키리기스가 피식 웃으며 마법을 풀었다.
쿤은 그제야 숨을 골랐다. 그리고 질문을 이었다.
“그럼 차원이동자가 저희를 데려온 것도 키리기스 씨 마법 때문이에요?”
“그래. 주변 수색을 시켰는데, 여우를 닮은 사람이 있다더군. 그래서 금방 자네인 줄 알았네.”
“또 여우…….”
“어쨌든 꽤 쓸 만해서 요 며칠 손을 좀 빌렸지.”
쿤은 그제야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키리기스의 성격상 습격자의 존재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는 건 산사태를 예상했으면서 차원이동자를 마차에 태워 보냈단 소리가 아니던가.
“…키리기스 씨니까 차원이동자의 신체 능력을 알아보고 한 선택이겠지만, 그래도 조금 위험했어요. 그러다 차원이동자가 눈사태에 휩쓸렸으면…….”
“이런. 설마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보냈으리라고. 뭣보다 이건 켈카르타닌 판테테에게 보내는 내 선물이었어.”
키리기스는 차원이동자에게 마차를 타고 그대로 켈카르타닌의 판테테를 찾아가도록 정신 조작을 했다.
만일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얌전히 판테테에게 갔을 것이다.
“말들은?”
녹턴의 질문에 키리기스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히 무사하네. 산사태가 일어나면 말들을 데리고 이리 돌아오라 명했거든.”
마차가 없는 그에게 말은 산을 넘을 좋은 교통수단이었다.
애초에 말들에게도 정신 조작을 걸어두었다. 차원이동자가 무사히 판테테에게 잡히면, 다시 주인인 제게 돌아오도록 말이다.
설령 습격자들에게 걸린다 해도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제 위치를 알기 위해서라도 말을 추격하지, 죽이진 않을 테니까.
“처음부터 말들이 죽을 확률은 없었어.”
키리기스의 대답에 녹턴은 안도했지만, 쿤은 다시 복잡해졌다. 어쩐지 차원이동자의 목숨보다 말이 더 중요하단 걸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생명에 귀천은 없다지만, 뭐랄까… 차원이동자가 도구처럼 이용당한 느낌이네.’
모든 판테테가 차원이동자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부용이나 은이처럼 차원이동자에게 헌신적인 이가 있는가 하면, 루나 사강처럼 귀찮아하는 이도 많다.
녹턴이나 보보처럼 위험하지만 않으면 어떻든 신경 안 쓰는 이도 적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뭐랄까. 키리기스에게 차원이동자는 그저 무가치한 생명체, 더 나아가선 처리해야 할 대상 같았다. 죽이거나 이용하는데도 가차 없었고 말이다.
‘사람들한테는 안 그러는 거 같은데…….’
아니, 오히려 키리기스는 사람들에게 제법 친절한 편이었다.
그에겐 다른 하인이 있으니 마차를 대신 몰라 해도 되는데도, 마부를 위해 친히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약초꾼을 찾았다.
보보의 정체를 숨겨주고, 녹턴을 구해줬으며, 저희에게 돈과 복지를 아끼지 않았다. 거기다 그는 영지민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하지만 오동촌에는 단 한 번도 가지 않을 만큼 차원이동자에게는 냉랭했다.
만일 차원이동자 보호법이 없었다면, 넘어오는 족족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음. 원래는 이틀 정도 더 쉬다 갈 예정이었지만, 자네들도 왔고, 튀에헤르가 차원이동자를 감지했으니 슬슬 나가봐야겠지. 마부의 상태도 호전되었고 말이야.”
“사람들한텐 뭐라 말하게요?”
“뭐라 말할 게 있나. 산사태를 피하다 절벽에 고립되었고, 그러다 자네들을 만나 구출되었다 하면 되겠군.”
“…안 믿을 거 같은데요.”
“아니, 별 탈 없이 해결될 거야. 튀에헤르에겐 차원이동자를 이용해 눈사태를 빠져나왔다고 할 거니까.”
“아!”
차원이동자의 신체 능력에 관해선 티르도 알고 있을 테니 키리기스의 말을 크게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이건 잘만 하면 기사단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키리기스를 계속 찾지 못했던 이유도 된다.
만일 지금 키리기스가 차원이동자와 함께 기사단 앞에 나타나 봐라.
이는 곧 켈카르타닌의 판테테들이 실수했다는 걸 광고하는 꼴이 된다.
즉, 차원이동자를 안전하게 숨기기 위해 기사들의 수색을 피했다고 하면, 그가 왜 멀쩡한데도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는지, 기사들은 왜 그를 못 찾은 건지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키리기스 씨랑 티르 씨네의 사이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판테테잖아. 기사가 아니라 판테테 편을 들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아.’
아니, 오히려 기사단의 손을 드는 게 더 이상했다.
키리기스를 습격한 이는 기사단 내부에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티르도 이를 어느 정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니 테오르도 앞에서 ‘키리기스가 처음부터 마차에 없었을 수도 있다’는 말을 삼킨 거겠지. 괜히 힌트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켈카르타닌 판테테들은 차원이동자가 도망친 걸 숨겨야 했다.
그리고 이는 키리기스의 행적을 숨겨야 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티르 씨네가 알아서 이 사건을 정리하려 하겠네요.”
“그래. 동시에 혼란도 만들 수 있어.”
기사단, 특히 습격과 관련 있는 자들은 키리기스를 돕는 켈카르타닌 판테테를 보며 의심할 것이다. 혹시 모종의 뭔가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어쨌든 그들 입장에선 예상 못 한 변수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니 여러모로 혼란스러울 것이다.
“근데 만약 티르 씨가 기사단하고 사실을 공유하면 어떡해요?”
“설마. 그들의 결탁은 켈카르타닌의 화합보다 어려워. 판테테가 뭔가를 하려 할 때마다 기사단이 반대를 해왔는데, 어찌 사이가 좋겠어.”
설령 그들이 키리기스의 계략을 파악한다 해도 소용없다.
그들에겐 그보다 기사단에게 치부를 들키는 게 더 자존심이 상했으니까.
“자존심에도 급이 있다네, 여우군. 심지어 그들에겐 공통의 적도 없으니 마음이 모일 일도 없지.”
“…….”
쿤은 가만히 키리기스를 올려다봤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음… 어쨌든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솔직히 좀 많이 걱정했거든요. 녹턴 씨 마법도 풀렸고요.”
순간 키리기스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얼굴의 반이 가면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가 얼마나 어이없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설마 내가 행운 따위에 좌지우지될 거라 생각한 건가?”
“예?”
“여우군은 나를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군.”
그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담은 이쯤 하고, 슬슬 돌아가지.”
쿤은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대단한 걸 너머 진짜 무서운 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