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26
25화-첫 담당 (03)
차원문이 나타난 건 오즈벨의 해안가 절벽 위였다. 인가와 멀리 떨어진 곳인데다, 당시 거기서 훈련을 하던 루 덕에 주변은 빠르게 통제되었다.
쿤은 은과 사강을 따라 절벽으로 갔다가 먼저 와 있는 보보를 보곤 흠칫 굳었다.
설마 여기서 볼 줄이야…….
낙하산이란 말 때문일까. 돌덩이가 앉은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쿤이 우물쭈물거리며 인사를 건네자, 보보 역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인사를 받아주었다.
은은 그런 둘을 번갈아 보다 물었다.
“루는?”
“주변 살피러 가셨어요.”
“너도 같이 있던 거야?”
“예… 여기서 같이 훈련 중이었어서…….”
보보는 그리 말하며 쿤의 눈치를 살피다 다시 시선을 은에게 돌렸다.
“다행히도 놓친 차원이동자는 없었어요. 피해도 없었고요.”
마치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처럼 보보가 간략한 상황을 전달했다.
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차원이동자는?”
“여기…….”
보보가 바닥에 두었던 루의 결계를 들어 보였다. 작은 상자 크기의 결계 안에 다섯 개의 돌덩이가 놓여 있었다.
“…이게 차원이동자야?”
사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쿤 역시 아무리 봐도 돌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에 물음표를 그렸다.
“그냥 같이 딸려온 거 아니야?”
“아뇨, 살아 있어요. 건드리면 촉수 같은 것도 나오고요.”
“촉수요?”
말만으로도 소름이 돋는지 쿤이 팔을 쓸었다. 반면 사강은 신기한지 결계를 받아 들고 탈탈 흔들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광석의 갈라진 틈 사이로 애벌레처럼 가는 촉수가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은은 잽싸게 사강의 손에서 결계를 빼앗았다.
“미쳤어? 위험하게 뭐 하는 거야.”
“괜찮아. 루 결계 튼튼해.”
“차원이동자가 더 튼튼하면 어쩌려고.”
“그럼 우리의 하은이 지켜주겠지. 넌 무적이잖아.”
“그 무적한테 죽어볼래?”
“아니요, 전 오래 살고 싶습니다.”
사강이 뻔뻔하게 씨익 웃어 보였다. 은은 저걸 죽여 말어 하는 눈으로 흘겨보다 결계를 살폈다. 꼼지락거리던 촉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광석 안으로 몸을 숨겼다. 마치 달팽이나 자라가 껍질 안으로 몸을 숨기는 것 같았다.
“일단 위험해 보이진 않는 거 같은데, 이러다 뒤통수 친 애들이 한둘이어야지. 쯧. 넘어올 때 자기소개서도 같이 들고 넘어오면 좀 좋냐고.”
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결계를 그나마 가장 믿을 수 있는 보보에게 건넸다.
“혹시 모르니까 난 좀 더 살피다 갈게. 넌 강이랑 쿤 데리고 먼저 지부로 돌아가.”
“…….”
“왜?”
“아니에요.”
전혀 아닌 표정이 아니었지만, 은은 굳이 그 대답을 캐묻지 않았다. 대신 조심히 들어가라며 보보의 어깨를 다독일 뿐이었다.
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 보보가 가자는 말을 꺼냈을 때에야 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레 나타난 차원문에 의해 혜성과 키리기스, 사강과 은의 회의는 다음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제3회의실. 그곳에 처음 들어가게 된 쿤은 가장 가의 의자에 앉아 다른 단원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차원문이나 차원이동자가 이쪽의 상식을 벗어나는 거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식의 차원이동자는 처음 보는 듯했다.
“이거 시간 좀 잡아먹겠는데. 차원문 형태는 봤던 거라고?”
“네, 근데 전에 연결된 차원인지 아닌지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리란티아만 해도 동물, 곤충, 식물 등 다양한 생명이 산다.
이는 다른 차원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생명체만 가지고 처음 연결된 곳인지 아닌지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럼 이 부분은 키스가 조사해 줘.”
“그러지.”
“차원이동자 조사는 강이 네가 하고.”
“나 혼자? 혼자는 심심해서 싫은데. 하은 붙여줘.”
“은이는 안 돼. 걔 어제 두 시간 잤어. 그거 아니어도 알바 때문에 풀로 붙어 있는 건 힘들고.”
“주객이 전도됐다는 생각 안 들어?”
“근무일보다 휴가가 많은 네가 할 소린 아니지. 어쨌든 위험하다 싶으면 루 불러. 미리 말해둘 테니까.”
“네~ 네~”
“그럼 이제 72시간 동안 차원이동자를 돌볼 애가 필요한데…….”
혜성의 시선이 보보를 지나쳐 쿤에게 멈췄다.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내내 가만있던 쿤은 저를 향한 시선에 눈꼬리를 올렸다.
혜성이 피식 웃었다.
“쿤, 네가 해볼래?”
“저요? 그래도 돼요?”
“안 될 건 또 뭐 있…….”
“안 돼요.”
단호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보보를 향했다.
드물게 혜성의 말허리를 자른 보보는 마른침을 한번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쿤 씨한텐 아직 무리예요.”
“그래? 하지만 조사는 더 어려울 텐데.”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설마 위험할지도 모른다거나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뭐 그런 말 같잖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혜성이 싱긋 웃어 보였다. 부드러운 미소 아래로 선뜩한 한기가 흘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싹 언 보보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너도 같이해야 해. 위험하게 얘 혼자 둘 순 없지.”
“그럼…….”
“그리고 이때 잘 돕고 가르치는 게 담당인 네 일이고.”
“…….”
“믿고 맡겨도 되지?”
혜성이 물었다. 그러나 보보는 답을 할 수 없었다. 애당초 혜성이 답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그를 지나쳐 갔기에 답을 할 수도 없었다.
이후 사강이 차원이동자를 챙겨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키리기스 역시 보보에게 무언가를 작게 속삭인 후 회의실을 나섰다.
모두가 빠져나가고 보보와 쿤 단둘만이 회의실에 남게 되었다.
쿤은 애먼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숨이 턱턱 막혔다.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꽤 오랫동안 공부해 왔다고 자부해 왔지만, 그 안에 이런 상황을 대처하는 법 따윈 하나도 없었다.
작은 누나가 왜 교육계를 까는지 십분 이해할 때, 보보가 쿤을 불렀다.
“쿤 씨.”
“예? 예!”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쿤 씨가 이 일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듣고 싶지는 않은 말. 그것이 보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쿤 씨는 판테테랑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
“그러니 이번 일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남의 가슴에 비수를 박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보는 이쪽을 조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혜성이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매몰차게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쿤은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참았던 숨을 토했다.
씁쓸한 것도 잠시, 쿤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침착하자. 이런 일로 굽힐 꿈은 아니잖아.’
낙하산 취급받는 건 무척이나 마음 아프지만 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래서 뭐든 잘 해내게 되면 그 인식 역시 바뀌게 될 것이다.
포기하지 말자. 이것보다 더 힘든 일도 많았잖아. 이렇게 우울해할 시간에 뭐든 해내는 거야.
쿤은 제 뺨을 가볍게 때렸다. 그리고 결의에 찬 눈으로 회의실을 나섰다.
각오를 다잡은 쿤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였다.
보보는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듯 그 어떤 일도 시키지 않았기에 쿤은 눈치껏 행동하고 재주껏 일을 배워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쿤은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중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모든 차원이동자를 감옥에 가두는 게 아니란 거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나 워낙 감옥에서의 일이 강렬하게 남았던지라 쿤은 이번 차원이동자 역시 감옥에 가둘 줄 알았다.
그러나 특수하게 제작된 상자 안에 넣어둘 뿐 별다른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자는 지하의 방 중 하나에 보관했다. 여관처럼 잘 꾸려진 방이었는데, 아무래도 차원이동자들이 머무는 곳 같았다.
두 번째로 알게 된 건 꽤나 면밀하게 차원이동자를 조사한다는 거였다.
사강은 다섯 개의 광석을 모두 다 살폈는데, 그 조사가 어찌나 다양하고 참신한지 차원이동자들의 인권(?)은 괜찮은 걸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차원문 조사는 자료랑 판례 조사를 하는 거 같던데. 마법 기구로 기운 조사도 하고.’
사실 가장 배우고 싶은 건 차원이동자를 설득하고 돌보는 법이었으나, 이번에 온 차원이동자가 움직임이 없다 보니 설득은커녕 방 밖으로 나갈 일도 없었다.
‘아쉽네……. 그래도 뭔가를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쿤은 턱을 괴며 진지하게 고민하다 부스럭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뭔가 싶어 보니 보보가 판테테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어디 가세요?”
“이제 70시간이니까요.”
보보는 그리 말하며 차원이동자가 든 상자를 챙겼다. 누가 봐도 반송 차원문을 맞이하러 가는 태도에 쿤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벌써 가는 거예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 가서…….”
무의식적으로 설명하던 보보는 뒤늦게야 아차하고 혀를 찼다. 얼굴에 짙은 낭패감이 물들었다.
쿤은 서둘러 신발을 고쳐 신었다. 보보는 곤란할 때마다 자리를 피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 역시 그럴 확률이 높았다.
역시나.
제 예상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듯 보보가 서둘러 방을 나갔다.
쿤은 곧장 그 뒤를 따랐다.
“그러고 보니 아직 차원이동자 조사 안 끝나지 않았어요?”
마지막 다섯 번째 광석이 조사가 덜 끝났는데 먼저 가도 되는 거냐 묻자 보보가 마지못해 답했다.
“…사강 선배는 나중에 루 씨랑 오실 거예요.”
“아~ 그럼 저희가 먼저 가서 준비하면 되는 거네요.”
“…….”
보보는 쿤의 말을 외면한 채 걸음을 빨리했다. 하지만 차원이동자를 든 탓에 전력으로 뛸 수 없었고, 이는 루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는 쿤에겐 그리 버겁지 않은 속도였다.
“저 바로 오즈벨로 오느라 로비츠 영지에서 반송 차원문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못 봤거든요. 지난번엔 정신없이 보내서 준비란 것도 없었고요. 그래서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
보보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걸음을 빨리했다. 마치 조금이라도 대답하면 안 된다고 투쟁하는 것 같았다.
숙소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닌데다 둘 다 경보하듯 와서 그런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절벽에 도착한 보보는 바닥에 차원이동자가 든 상자를 내려둔 뒤, 주변을 통제했다.
차원문이 나타난 곳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넓게 보호선을 쳐뒀는데, 보보는 이보다 더 큰 보호선을 만들며 아예 시야 안에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저렇게 치는 거구나. 별로 안 어려운데? 나도 같이한다고 할까?’
그래. 같이하자. 어차피 뭘 해도 욕먹는 거, 뭐라도 배우고 욕먹는 게 낫겠지.
“보보 씨, 저도…… 어라?”
보보에게 다가가려던 쿤은 제 뺨에 닿는 차가운 물기에 고갤 들었다.
어둑한 하늘에서 가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이내 굵은 빗줄기가 되어 땅을 덮었다.
“이런.”
밤늦기서부터 온다더니 일찍 오네.
눈을 뜨기 힘들 만큼 거센 폭우에 쿤이 서둘러 우산을 꺼냈다. 혹시 몰라 두 개를 챙겨뒀는데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보보 씨, 우산 쓰고 하세요.”
쿤은 보보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무언가 이상하단 걸 깨달은 건 두 걸음을 내디딘 후였다. 지나치게 자욱한 물안개가 발치를 덮었다.
아무리 비가 많이 온다지만 이건 이상했다. 거기다 물안개면 분명 지면서부터 부서지듯 퍼져야 하는데, 소용돌이치듯 한 곳을 중심으로 퍼져 나오고 있었다.
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물안개의 근원지를 향했다. 차원이동자가 담긴 상자의 뚜껑 틈 사이로 새하얀 물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쿤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콰직, 콰직.
등골이 오싹할 만큼 섬뜩한 소리와 어느새 무릎까지 올라온 물안개. 그리고 저를 부르는 보보의 외마디와 함께 상자가 산산 조각났다.
거친 굉음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