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29
28화-첫 담당 (06)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마법은 우연성을 가지지만, 아주 드물게 유전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로디치 가문의 마법이었다.
타인의 피를 흡수해 파괴적인 신체 능력을 만드는 마법.
때문에 사람들은 로디치 가문을 흡혈 일족이라 불렀고, 로디치 가문은 긴 역사 동안 큰 권력을 잡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황제와 함께 멸하고 말았다. 로디치 가문의 가주가 황제와 결탁해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죄는 일족 전체에게 번져 로디치 가문의 핏줄은 갓난아이라 할지라도 처형당하고 말았다.
때문에 지금 리란티아에 흡혈 마법을 쓰는 마법사는 없었다.
그런데 그 마법이 지금 쿤 앞에 나타났다.
“욱…….”
쿤은 입을 틀어막았다. 매슥거리다 못해 어지러웠다. 솔직히 말해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쿤 씨, 괜찮으세요?”
“버틸 만해요…… 죄송해요.”
“사과는 제가 해야죠.”
보보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투 속에서 나른한 여유가 느껴졌다.
보보의 모습은 흡혈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그의 황금색 눈동자가 피처럼 붉게 물들 게 다였다.
그런데 왜일까.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낯선 분위기를 풍겼다.
차원이동자 역시 그 변화를 느낀 것 같았다.
내내 히죽거리던 입이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차원이동자는 고장 난 오뚝이처럼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다 보보에게 달려들었다.
보보는 뼈마디가 도드라질 정도로 검을 세게 잡았다. 그리고 차원이동자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순간 크게 휘둘렀다. 은백색의 궤적이 차원이동자의 두 앞발을 잘라냈다.
키아아아악-
쇠를 긁는 듯한 비명이 해안가를 울렸다.
차원이동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모든 촉수로 보보를 공격했다.
보보는 아주 가뿐히 이들을 피한 뒤, 촉수 하나를 잡고 제 쪽으로 잡아끌었다. 육중한 몸이 줄 달린 풍선처럼 쉽게 끌려왔다.
보보는 당겨진 차원이동자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앙-
물에 젖어 딱딱해진 모래가 사방에 튀었다.
보보는 그대로 손에 힘을 줬다.
콰직. 콰지직.
사탕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정 파편이 사방에 튀었다.
보보는 손을 놓고 천천히 몸을 세웠다. 수정에 베이기라도 했는지 차원이동자의 머리를 짓누른 왼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는 잠시 그리 서 있다, 몸을 돌려 쿤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쿤은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쿤 씨, 괜찮으세요?”
“예? 예. 괜찮… 우앗! 뭘 하는 거예요?!”
보보가 쿤을 제 어깨에 들쳐 멨다. 그리 가벼운 몸무게가 아님에도 보보는 마치 솜인형을 든 것처럼 태연했다.
약간 자존심이 상할 때, 보보가 쿤을 데리고 절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절벽에 발을 디디며 말했다.
“올라갈 겁니다.”
“예? 여기로요?”
“꽉 잡으세요.”
“아, 아니. 잠깐. 잠… 으악!”
보보는 그대로 절벽을 타고 올라갔다. 마치 들판을 뛰는 것처럼 빠르고 신속한 움직임에 쿤의 몸이 목도리처럼 흔들렸다.
“우악, 우악-악- 윽-!”
쿤은 괴상한 비명과 함께 절벽 꼭대기에 도착했다.
보보는 절벽에 도착하자마자 쿤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쿤은 입을 틀어막으며 치미는 헛구역질을 참아냈다. 가뜩이나 때 아닌 헌혈로 어지러웠는데, 머리가 뒤집힌 채로 절벽까지 타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위 속 내용물이 넘어올 것 같았다.
“없네요.”
보보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차원이동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으… 빨리 찾아봐요.”
쿤은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을 줘가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패인 자국이 들어온 건 그다음이었다. 질척한 흙길 위로 마치 두꺼운 끈이 끌린 듯한 흔적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보보 씨, 이거 차원이동자 흔적 아니에요?”
보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자세히 보니 쿤이 발견한 것 외에도 몇 개 더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보보는 자국이 인가 쪽으로 향한 걸 보고 이를 깨물었다.
“젠장. 쿤 씨, 걸을 수 있겠어요?”
“아마도요. 혹시 싶어 말하는데, 지금 당장 숙소로 돌아가라거나 안전하게 도망치란 말은 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 안 했어요. 지금 혼자 계시다 차원이동자라도 만나면 죽는 거 말곤 하실 수 있는 게 없잖아요.”
“…….”
뭐지? 걱정해 주는 건지 욕하는 건지 모르겠는 이 애매한 화법은?
“크흠. 어, 어쨌든 빨리 차원이동자 잡으러 가요. 그리고 피 부족하면 말씀해 주세요. 바로 팔 내밀게요.”
쿤을 제대로 업던 보보가 멈칫했다. 그는 차원이동자를 뒤쫓으며 물었다.
“쿤 씨는 제가 안 무섭나요?”
“왜 무섭죠?”
“그야…….”
보보가 말을 하다 입을 다물었다. 뒷말은 없었지만, 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흡혈 마법은 흉포함이란 부작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흡혈량이나 마법 사용량에 따라 심해지곤 했다.
황제와 결탁한 종가뿐 아니라 흡혈 일족 전체를 처형하는 데 많은 이가 찬성한 것도 흉포함 때문이 컸다.
그러나 쿤은 그것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어쩌면 제가 직접 그 흉포함을 본 게 아닌데다, 할머니에게 분가가 정치적 희생을 당했단 말을 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보다 보보 씨야말로 저한테 흡혈 일족인 거 밝혀도 돼요? 물론 전 아무에게도 말 안 한 거지만, 티아문도 있고,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까딱하다간 티아문까지 위험해지는 건데 너무 경솔한 행동 아니었냐고 묻자, 보보가 피식 웃었다.
“최악보단 나을 테니까요.”
쿤이 했던 말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쿤 씨가 제 믿음을 저버리면, 저도 제 인간성을 저버리기로 했거든요.”
“거 참, 무서운 말이네요……. 어쨌든 걱정하지 마세요. 꼭 지킬 거니까.”
그리 말하던 쿤 앞에 둥근 실루엣이 보였다. 억센 빗줄기가 앞을 가렸지만, 실수로라도 잘못 볼 덩치가 아니었다.
“보보 씨!”
“저도 봤어요.”
차원이동자가 작은 주택의 담벼락으로 다가갔다.
“쿤 씨, 낙법 할 줄 알죠?”
“예?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보보는 그 말과 함께 쿤을 뒤로 내던졌다.
“우악!”
쿤은 그대로 땅바닥을 굴렀다.
재수 없게 웅덩이에 처박힌 쿤은 빗물을 토해내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배려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보보는 그대로 달려가 차원이동자를 걷어찼다.
퍼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차원이동자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차원이동자는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르다 벤치에 걸려 멈췄다. 마치 구겨진 고철처럼 차원이동자의 몸체가 우그러졌다.
‘……배려했던 거구나.’
쿤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시간이 없어서인지 보보는 절벽 아래에서보다 더 과격하고 빠르게 공격했다.
보보는 차원이동자의 몸체를 반으로 접은 후 늘어진 촉수들로 그 몸을 꽁꽁 묶었다.
몇 번이나 매듭을 묶는 걸 보니 잘라내지 않는 한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보보 씨, 여기 공터 있어요.”
쿤은 인가와도 좀 멀어 보이고, 널찍한 공터를 가리켰다.
하지만 보보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긴 안 돼요. 남들 눈에 너무 뜁니다.”
“남들이 보면 안 되나요?”
“네, 판테테는 차원이동자가 리란티아인에게 해를 끼칠 때만 처리하는 게 가능해요. 하지만 저희는 아직 피해를 목격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 저희 모습만 본다면 과잉진압으로 분류될 게 뻔해요.”
“저희가 피해를 입었잖아요.”
“판테테는 리란티아인에 속하지 않아요.”
엥? 이게 무슨 소리야? 저도 보보도 리란티아인에서 태어난 리란티아인인데 리란티아인이 아니라니?
당혹으로 벙쪄 있는 쿤을 향해 보보가 설명을 이었다.
“판테테 법에 판테테는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수호자 입장입니다. 판테테가 아닌 사람들만이 리란티아인으로 분류되죠.”
쿤이 공부한 판테테 법에서도 판테테가 수호자 입장이란 건 나왔다. 하지만 그건 차원이동자를 박해하지 않고 배려하기 위한 거라 배웠다. 근데 그게 이렇게 적용된다고?
“그럼 저희는 다쳐도 계속 참아야 하는 거예요?”
“일단은 방어랑 구속만 가능한 게 규정입니다. 물론 차원이동자의 존재가 해악으로 판단될 땐 임의로 행동하는 게 가능해요. 하지만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한데다, 지금은 저도 쿤 씨도 외관상은 크게 다치지 않았기에 운이 없으면 제판에 소환될 수 있어요.”
“그게 뭔 개소리예요. 결국, 애먼 사람이 다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사람이 진짜 다칠 때까지 기다는 거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판테테 법에 문제가 있단 건 종종 들었다. 근데 그게 이런 식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다들 몰래몰래 해요. 사람들에게 협조를 받거나. 어쨌든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해요. 지금은 차원이동자를 잡는 게 더 급합니다.”
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래. 지금은 보보의 말대로 피해를 막는 게 우선이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다음 차원이동자를 찾아 달렸다.
순간 빗소리 사이로 희미한 비명이 들렸다. 쿤과 보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얼마 안 가자 차원이동자 한 마리가 단층짜리 주택 창가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먼저 달려간 건 보보였다.
순식간에 거릴 좁힌 보보는 차원이동자를 잡고 내던졌다. 그리고 그사이 쿤이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반쯤 열린 문 너머로 남자아이와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둘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 방금…….”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에 쿤이 다급히 말을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아니에요. 저만 있었어요. 꿈꾸신 겁니다.”
제가 봐도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던 쿤은 계속 이 헛소리를 고집했다.
쿤이 계속 아무것도 없었다고 강조하자 여자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 뻣뻣한 고갤 끄덕였다. 오즈벨 사람들의 협조성이 엿보인 순간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쿤은 두 사람에게 머릴 숙여 인사한 후 창문을 닫아주었다. 그리고 보보를 찾아 달렸다.
좀처럼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앞쪽 골목에서 주먹만 한 크리스털 파편들이 튕겨 나왔다.
저기 있구나.
쿤은 골목으로 다가가 모퉁이를 돌았다. 그러자 보보가 차원이동자의 관절을 꺾는 게 보였다.
“으윽.”
쿤의 입에서 짤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쿤은 가뜩이나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떴다. 공포 연극을 보는 것처럼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콰직. 콰지직.
키에에엑-
보보가 움직일 때마다 이상한 비명이 희미하게 울렸다. 때마침 울리는 천둥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 정도였다.
로비츠 영지에서 혜성이 보였던 전투와 그림자 산에서 루가 보여줬던 전투.
쿤이 봤을 때 그 둘도 놀라우리만큼 대단했지만, 보보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한편으론 옛날 사람들이 왜 흡혈 마법을 경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검을 들고서도 상대가 안 됐는데, 피 한 번 마셨다고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게 되다니. 만일 누군가가 저 장면을 본다면 진짜 과잉진압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쿤 씨! 위… 니까…… 이쪽… 마세요!”
보보가 차원이동자의 척추를 접으며 소리쳤다.
연이어 울리는 천둥소리에 반쯤 묻혔지만, 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순간 이상한 위화감이 쿤을 엄습했다.
쿤은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계속 비를 맞았음에도 좀처럼 춥단 생각이 안 들었는데 한겨울에 외투 없이 밖에 나간 것처럼 오싹한 한기가 돌았다.
‘뭐지?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가… 잠깐, 비?’
쿤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천둥 번개가 치고 세상 전부를 잡아먹을 것처럼 비가 내리는데 제 머리 위로만 비가 내리지 않았다.
쿤이 서 있는 길은 비를 막아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비를 막고 있는 걸까.
“…….”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쿤은 천천히 고갤 들었다. 시야 위로 차원이동자의 머리가 보였다.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이 쿤을 내려다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