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51
50화-이고깽이라고 들어봤니? (06)
학교에 들어선 쿤은 채 3분도 되지 않아 루가 한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학교 안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대체 얼마나 많은 알을 깐 건지 수십 마리의 차원이동자가 학교를 활보하며 학생들과 싸우고 있었다.
“악! 저리 꺼져!”
“선생님, 이쪽에도 있어요!”
“야, 너흰 얌전히 있어!”
“선생님, 쟤들 교무실로 들어가요!”
“안 돼! 아직 채점 다 못 했어! 시험지 없어지면, 시험 다시 봐야 해!”
“헉! 야, 교무실 막아!”
“으악!”
학생들에게 피난은 다음 문제였다.
시험을 다시 보기 싫었던 학생들과 시험문제를 다시 내기 싫었던 선생님들은 대피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교무실을 점령한 차원이동자를 밖으로 내밀었다.
일부 아이들은 시험 스트레스를 풀듯 의자와 청소도구로 차원이동자들을 후려 팼다.
“개판이 따로 없네.”
루가 질색하며 제 쪽으로 달려드는 차원이동자를 베었다.
쿤 역시 검을 휘둘렀다.
차원이동자들의 움직임은 지극히도 단순했다. 공격 방법 역시 상대를 향해 달려드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빠른 속도와 묵직한 체구 때문인지 이에 부딪혀 다친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쿤과 루는 차원이동자를 베며 학생들이 피난처로 쉽게 갈 수 있도록 길을 뚫었다.
다행히도 루를 알아본 선생님 몇몇이 학생들을 인도했다. 제멋대로 굴던 학생들도 루의 질타와 욕설에 피난처로 향했다.
루는 뭉쳐 있는 아이들을 선생님에게 보내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루 씨, 방금 완전 꼰대 같았어요.”
“뭐라고?”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쿤이 능숙하게 차원이동자를 베며 말했다.
꾸에에엑-
차원이동자가 이상한 소릴 내며 고꾸라졌다.
“느낌 탓인진 모르겠지만, 얘들 점점 커지는 거 같지 않아요?”
“느낌 탓 아니야. 진짜 커졌어.”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땐, 50㎝~ 1m 정도였던 녀석들이 이제는 루와 비슷할 만큼 커져 있었다.
갓 태어났을 게 분명함에도 비이상적인 성장 속도였다.
“사체 회수할 거 생각하면 막막하네요…….”
“왜 막막해. 우리 일도 아닌데.”
루는 검으로 차원이동자의 머리를 베었다.
생긴 게 메기를 닮아서일까. 생선 손질을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남 걱정 하지 말고 우리 애부터 걱정해.”
얘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루가 짜증을 담아 말했다. 그때 앞쪽 교실에서 녹턴이 나왔다.
“루, 쿤.”
“녹턴 씨!”
쿤과 루는 한달음에 녹턴 앞으로 달려갔다.
열린 교실 문틈 사이로 깔끔하게 베어진 차원이동자가 보였다.
루는 빠르게 녹턴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다친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물었다.
“호수 어디 있어요?”
“지금 그게 중요… 하구나.”
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인의 탈주만으로도 큰 문제인데, 여기에 있다는 것까지 알려져 봐라.
“보스가 절 죽일 거예요.”
“…죽이진 않을 거야. 시말서를 쓰라 하겠지.”
“그게 죽이는 거예요.”
루가 비장하게 말했다.
녹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안하지만 어디 있는지 몰라. 여기 정리하느라 정신없었거든. 그보다 보보는?”
“혹시 모르니까 잡아둔 차원이동자 살펴보라고 했어요. 다른 한 놈도 알을 깔 수 있잖아요.”
“…호수가 여기 있는 걸 들키면 안 돼서잖아.”
“것도 있고요.”
“하아… 어쨌든 여기 빨리 해결하고…….”
쿠웅-
갑자기 작은 굉음이 위층에서 들려왔다.
학교에 들어오고, 온갖 난장판을 보았지만 이런 소리는 처음이었다.
“녹턴 씨, 저흰 위로 올라가 볼게요. 녹턴 씨는 애들 대피 좀 시켜주세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요.”
“알겠어.”
녹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는 쿤에게 손짓했다.
“쿤, 가자.”
그리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위로 올라갔다.
* * *
“으악- 징그러워!”
헤라가 차원이동자를 향해 주먹을 힘껏 날렸다.
괴력을 정통으로 맞은 차원이동자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쿠웅-
두꺼운 돌벽에 처참히 처박힌 차원이동자를 보며 티아문이 입을 벌렸다.
“난 네가 더 징그러워…….”
“뭐?!”
“아니야. 아무 말 안 했어.”
“뭐가 아무 말도 안 해, 분명… 악! 오지 마!”
헤라가 제게 달려온 차원이동자를 후려쳤다.
와장창창.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메기가 창문 아래로 추락했다.
에리나와 닉은 그 모습을 보며 손뼉을 쳤다.
“와~ 우리 헤라 멋지다.”
“헤라야, 다 때려 부숴!”
그리고 그런 셋을 티아문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얘들은 겁이 없는 거야,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거야.”
티아문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사이 차원이동자 한 마리를 더 날려 버린 헤라가 울상을 지으며 손을 털었다.
“으~ 손이 미끄덩거려~”
티아문은 에리나에게 손수건을 받아 건넸다.
“생선은 잘만 먹으면서 왜 무섭다고 난리인 거야.”
“생선 요리엔 대가리가 없잖아. 근데 얘네한텐 머리가 있고. 그 퀭한 눈이 턱 하고 쳐다보면 소름이 쫙 끼친다고.”
헤라가 손을 닦으며 말했다.
“그리고 얘들은 왜 하필 오늘 온 거야. 올 거면 내일 오던가, 아니면 아예 일찍 오던가. 왜 시험 끝나는 날 딱 맞춰서 나오는 건데!”
가뜩이나 시험공부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던 헤라는 마치 이를 풀기라도 하듯 쓰러져 있는 차원이동자를 뻥 걷어찼다.
징그럽다는 애치곤 행동이 참으로 과격했다.
“차원이동자권인지 뭔지 하는 건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만들어진 걸 거야.”
“뭐? 윽. 쟤들은 왜 또 저래.”
헤라의 시선이 옆 반으로 향했다. 뭔가 싶어 보니 차원이동자 세 마리가 문에 끼인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에리나와 닉은 들고 있던 대걸레 봉으로 차원이동자를 밀었다. 그리고 그들이 넘어지는 것과 동시에 문을 닫고 열리지 않도록 봉으로 막았다.
“봉인 완료.”
“너희는 가만있으라니까.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하지 마. 우리도 상대 봐가며 덤벼.”
“차원이동자한테 방심은 금물이야. 혹시 모르니까 내 뒤에 있어. 괜히 나서다 다치지 말고.”
헤라가 에리나와 닉에게 타박했다.
티아문은 어이가 없었다. 마법사니 판테테 체험생이니 하지만, 헤라 역시 보호받아야 할 학생이었다.
그런데 마치 저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나서고 있다.
“에휴. 저것도 지 목숨 아까운 줄 모르네.”
“뭐가.”
“됐어. 그보다 우리도 슬슬 내려가자.”
반 아이들을 먼저 보낸답시고 남아 있다, 갑자기 등장한 차원이동자 무리에 휩쓸린 넷이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3층 구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티아문은 지금이라도 어서 내려가자 했다. 그러나 헤라는 이에 반대했다.
“우리처럼 못 내려간 사람 있는지 확인해야지.”
“얘가 또 멍청한 소리 하네. 야, 너 판테테 아니야. 말이 좋아 판테테 체험생이지, 그냥 일반인이라고.”
“판테테 체험생이라 남겠다는 게 아니라, 마법사라 남겠다는 거야.”
선생님들이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았다 해도 마법사의 능력을 따라올 순 없다.
거기다 헤라는 판테테 체험생을 하면서 혜성과 부용에게 체술 훈련도 받았다.
“솔직히 이 학교에서 나보다 센 사람 없잖아. 선생님도 안 계시는데 나라도 해야지.”
“그니까 그게 네 오만이라고. 그러다 뒤지면 너희 이모 생각은 안 해?”
“우리 이모 신경쓸 정신 있으면 너희 형이나 챙겨.”
헤라와 티아문 사이로 흉흉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에리나는 그런 둘 사이를 파고들었다.
“둘 다 그만-”
에리나의 중재에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서로를 노려보는 건 멈추지 않았다.
에리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헤라 말대로 잠깐만 둘러보자.”
“미쳤어? 너까지 왜 그래.”
“알아. 근데 헤라 성격에 그냥 갈 리 없잖아. 그렇다고 우리끼리만 갈 수도 없고. 그니까 같이 돌아보자. 대신 본관만이야. 별관은 안 돼.”
“거기도……!”
“본관은 무슨……!”
헤라와 티아문이 동시에 반박했다. 그러나 에리나의 말이 빨랐다.
“판테테가 올 거야. 어쩌면 이미 도착했을 수도 있고. 그니까 여기만 맡자.”
“…….”
닉의 설득에 티아문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헤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겠어. 대신 내려가면서 다른 층도 확인… 응?”
갑자기 헤라가 옆을 쳐다봤다.
복도의 끝, 그곳에 헤라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뭐가?”
티아문이 미간을 좁혔다.
귀를 쫑긋 세우고 신경을 집중하자 저 멀리서 묘한 진동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
“…….”
헤라와 티아문이 동시에 에리나와 닉의 팔을 잡았다.
얼마 안 있자 복도 끝에서 검은 무리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엄청난 양의 차원이동자 떼였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소년이 죽기 살기로 달리고 있었다.
“도망쳐-!”
소년의 우렁찬 목소리가 복도를 메아리쳤다.
네 아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마치 차원이동자 무리를 이끌고 오는 듯한 모습에 헤라와 티아문은 그대로 친구들을 붙잡고 달렸다.
“으아아악-!”
“뭐, 뭐, 뭐야-!”
“너 누구야?!”
티아문이 어느새 제 옆까지 온 소년을 향해 물었다.
“김호수.”
“뭐?”
“김호수라고!”
“누가 이름 물어봤냐! 정체가 뭐냐고!”
“잠깐, 김호수?”
헤라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헤라는 호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리란티아인이라 해도 낯설지 않은 외모에 제 또래로 보이는 얼굴. 무엇보다 판테테 숙소에 놀러 갔을 때 쿤이 입고 있던 티셔츠!
“설마 한국인이야?”
“뭐? 얘가 그 차원이동자야?”
“너희 나 알아?”
“왜 몰라. 영지 사람 전부가 다 아는데.”
“허허. 거 좀 쑥스럽네.”
호수가 민망한 듯 웃었다.
헤라와 티아문은 기가 막혔다.
“웃을 때가 아니잖아! 너 뭐야! 뭔데 메기 새끼들을 끌고 온 건데!”
“내가 끌고 온 거 아니야. 쟤들이 날 쫓아온 거지.”
약 십여 분 전. 학교 안으로 들어온 호수는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메기 인간이라고 생각한 녀석들이 학교 전역을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했고, 사람들은 이에 대항했다.
이 뒤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니 넘어진 아이들을 돕고 있었고, 그러다 메기들이 유독 저에게 달려드는 것을 깨닫고 모두를 위해 미끼를 자처했다.
그리고 현재, 이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미친 새끼 아니야.”
자초지종을 들은 티아문이 대놓고 욕했다.
“그래서 저걸 어떻게 떼어놓을 건데.”
“그걸 모르겠으니까 이렇게 도망치는 거지.”
“이거 진짜 미친 새끼네.”
티아문이 또 한 번 욕설을 내뱉었다.
“으악!”
순간, 잘 달려가던 닉이 제 다리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그 팔을 잡고 있던 티아문 역시 넘어졌다.
“닉! 티아문!”
“젠장!”
헤라는 몸을 돌려 닉과 티아문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했다. 차원이동자가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헤라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때였다.
“모두 다 엎드려-!”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아이들은 재빠르게 몸을 숙였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가 아이들 위를 뛰어넘었다.
헤라는 고개를 들었다.
단정한 갈색 머리와 길게 찢어진 여우 눈.
다름 아닌 쿤이었다.
바닥에 내려온 쿤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은백색의 칼날이 긴 호선을 그리며 차원이동자를 베었다.
거대한 몸체들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