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52
51화-이고깽이라고 들어봤니? (07)
쿤이 다시 크게 검을 휘둘렀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움직임이 수많은 차원이동자를 베어나갔다.
꾸어억-
차원이동자들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헤라는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판테테가 나타난 게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게 쿤이라는 건 놀라웠다.
‘진짜 쿤 씨야? 말도 안 돼.’
헤라의 기억 속 그는 상냥하고 다정하긴 했으나 검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쿤은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였다.
“전투 판테테가 됐네…….”
헤라가 중얼거렸다. 티아문 역시 멍한 얼굴로 답했다.
“그러게. 저 아저씨는 전투 판테테 안 할 줄 알았는데.”
“전투 판테테 아니야.”
등뒤에서 불쑥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라와 티아문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언제 왔는지 루가 허리를 짚은 채 서 있었다.
루는 드물게 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멀티로 키울 거야.”
목소리에서 약간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언니, 언제 왔어요?”
“지금 막.”
루의 시선이 빠르게 아이들을 훑었다. 그리고 호수에게 멈췄다.
“여기 있었냐?”
루의 고요한 분노가 호수에게 닿았다. 그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저 걱정했어요?”
“걱정은 안 했어, 죽일 생각은 했지만.”
루는 그리 말하며 호수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마른침을 삼켰다. 왜일까. 저를 내내 쫓아왔던 메기 인간보다 눈앞의 누나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자, 잘못했어요…….”
호수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쿤의 목소리가 들린 건 그다음이었다.
“김호수!”
차원이동자를 다 처리한 쿤은 호수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등짝을 후려쳤다.
퍼억-
엄청난 타격음에 아이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너-! 내가 방에 얌전히 있으랬지!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잖아!”
“악! 아파, 형!”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리고 나갈 거면 얌전히 있던가 왜 여기 있어! 너희 학교도 아니잖아!”
“아니, 지나가는데 메기가 맞고 있어서, 학교 폭력인 줄 알고 들어왔지!”
“메기가 왜 학교 폭력을 당해!”
“난 쟤들이 여기 학생인 줄 알았다고! 내가 쟤들이 몬스턴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악!”
“누가 봐도 사람이 아니잖아!”
“그니까, 여기에 메기 인간이, 악, 있는 줄 알았다니까!”
호수는 매타작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고, 쿤은 그런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팔을 잡은 채 등짝을 계속 때렸다.
그리고 이를 본 루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상하다. 왜 쟤한테서 우리 엄마가 보이지?”
“저희 엄마도요.”
“우리 형도 보인다.”
루와 헤라가 티아문을 쳐다봤다.
“보보가 저런다고?”
“보보 오빠도 저래?”
“옛날엔 저랬어.”
“…….”
“…그렇구나.”
둘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빙글빙글 돌며 이어지던 타박은 호수의 두 번 다시 안 그러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끝났다.
헤라는 그걸 가만히 구경하다 문뜩 든 의문에 고갤 갸웃거렸다.
“근데 쟤 왜 여기 있어요?”
예상 못 한 정곡에 루의 몸이 뚝 하고 굳었다. 호수에게 잔소리를 퍼붓던 쿤 역시 흠칫 떨었다.
보보에게 숨길 생각은 했으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숨길 생각은 하지 못했다.
“…….”
“…….”
둘은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눈치가 빠른 헤라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그리고 상냥하게 이를 눈감아주었다.
그러나 눈치는 빠른데, 상냥하지 않은 티아문이 트집을 잡았다.
“뭘 못 봐. 누가 봐도 도망친 차원이동자 잡으러 온 건데.”
“…….”
“근데 이거 걸리면 해고 아냐?”
“헉. 형이랑 누나 나 때문에 백수 되는 거야?”
“옷 안 벗어… 백수도 안 돼…….”
그래. 안 돼. 어떻게 된 판테테인데 벌써 잘려.
쿤은 절대 그럴 일 없다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희미한 비명소리가 들린 건 그다음이었다.
쿤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복도 안쪽 골목 너머로 소란이 전해졌다.
“별관 쪽이에요.”
“헤라 넌 친구들 데리고 대피소로 가. 호수 넌 우리 따라오고.”
루가 그리 말하며 별관으로 뛰어갔다. 쿤 역시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별관의 상태는 본관보다 심했다.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 온갖 공예품들이 복도에 나와 있었는데, 이게 부서지면서 난장판이 되었다.
심지어 별관은 복도가 타원형 구조라 차원이동자를 몰아넣기도 힘들었다.
“루 씨, 저기 앞에!”
쿤이 앞을 가리켰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학생들과 선생님이 교실문 하나를 두고 차원이동자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루는 문 앞의 차원이동자를 베어냈다.
쿤은 길을 열어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선생님, 인솔 좀 부탁드릴게요!”
피난처까지 직접 바래다줄 여유가 없어 부탁할 때였다. 차원이동자 하나가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쿤은 검을 들었다. 그러나 헤라가 달려와 주먹을 날리는 게 더 빨랐다.
퍼억-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차원이동자가 날아갔다.
“쿤 씨, 괜찮으세요?”
“너 왜 여기 있어?”
“언니랑 쿤 씨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저희끼리 어떻게 가요.”
헤라는 그리 말하며 눈앞의 차원이동자를 걷어찼다.
“난 분명히 가자고 말렸어. 쟤들이 안 간 거지.”
티아문은 저도 같이 온 주제에 제 잘못은 없다며 발을 뺐고, 닉과 에리나는 미처 빠저나오지 못 한 학생들을 데리고 나왔다.
이 와중에 호수는 뛰다 넘어진 아이를 부축하고 있었다.
“돌겠네 진짜! 가란 놈들은 다시 오고, 가만있으란 놈은 돌아다니고!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쿤이 잔뜩 성을 냈다. 그러자 루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너도 그랬어.”
“제가 언제요?”
“오즈벨에 처음 왔을 때.”
쿤이 그때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그때의 자신도 만만찮게 말을 안 듣긴 했다.
제 탄에는 상황을 막고자 한 행동이었으나, 탈옥, 무기 분실, 심지어 판테테 뒤를 쫄쫄 따라다니지 않았던가.
지금 와서 보니 민폐가 따로 없었다.
“윽. 루 씨. 저 앞으로 루 씨한테 잘할게요.”
“그래. 근데 그전에 호수부터 잡아와.”
어느새 저만치 떨어진 호수를 보며 쿤이 숨을 들이켰다.
차원이동자들은 호수만 봤다 하면 그쪽으로 달려들었다.
덕분에 쿤과 루는 이를 쫓아 복잡하게 움직여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호수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김호수, 너 당장 이쪽으로 튀어와!”
“괜찮아.”
“우리가 안 괜찮아!”
“걱정ㅎ… 헉! 위험해!”
호수가 소리쳤다.
고개를 돌리자 맨 마지막으로 구출된 아이 뒤에 차원이동자가 있었다.
놀란 호수는 반사적으로 아이를 끌어안았다.
쿤이 재빠르게 달려가 베자 차원이동자의 등이 갈라지며 끈적한 점액이 튀었다.
“으악-!”
흉물스러운 광경에 호수와 아이가 동시에 소리쳤다.
“모자이크가 필요, 헉, 형 뒤에!”
쿤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팔을 움직였다. 검끝이 정확히 차원이동자의 목을 깊게 찔렀다.
“젠장.”
힘을 줘서 검을 뽑아내자, 차원이동자의 몸이 바닥에 축 쓰러졌다.
호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형……! 멋있어!”
“멋있고 나발이고 제발 위험한 짓 좀 하지 마.”
쿤은 호수에게 한소리 더 퍼부으려다 말을 멈췄다. 그리고 길게 심호흡하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잠재웠다.
제 경험을 빗대었을 때, 이런 애들한테 위험하다거나 가만있으란 말은 효과가 없었다.
‘애들이 잘 듣게 회유해야 해.’
쿤은 일단 설득으로 시작했다.
“네가 우리 도와주려는 거 다 아는데, 차원이동자들은 너만 보면 달려들어. 네가 애들이랑 있으면 당연히 차원이동자도 애들 쪽으로 올 거 아냐.”
“헉, 맞다. 까먹고 있었어.”
“그렇게 돕고 싶으면 차라리 우리 곁에 있어. 그러면 애들도 안전하고, 우리도 처리하기 쉽잖아.”
“알겠어.”
호수가 설득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쿤은 이번엔 헤라를 쳐다봤다.
“헤라야, 넌 여기 있는 애들 데리고 피난처로 가.”
“그러다 못 도망친 애들이 또 있으면 어떡해요. 저희라도 있어야 빨리 구조하잖아요.”
“알아. 아는데, 애들이 내려가다 차원이동자랑 마주칠 수도 있잖아.”
쿤은 지난번 보보와 일했을 때 써먹었던 이유를 다시 끌고 왔다.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애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어.”
“하지만…….”
“나 한 번만 도와주라.”
큰 누나가 작은 누나와 작은 형을 부릴 때 사용하는 마법에 문장.
쿤은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걸 말했다.
“내가 여기서 너 아니면 누굴 믿어.”
“…….”
헤라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헤라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쿤 오빠, 저만 믿으세요.”
헤라의 두 눈이 의욕으로 활활 타올랐다.
“제가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줄게요.”
“어, 고마워…….”
진짜 고맙다…… 순수해서…….
쿤은 진심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티아문이 눈을 크게 홉떴다.
“아, 아저씨!”
모두의 시선이 티아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쿤이 두 동강 낸 차원이동자들이 물에 젖은 진흙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저게 뭐…….”
쿠웅-
머리 위에서 작은 굉음이 또 들려왔다.
쿤은 반사적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쿵… 쿵… 쿵!
무언가가 이쪽으로 오는 것처럼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바싹 긴장하며 검을 꽉 잡자, 굉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한 차원이동자가 떨어졌다.
콰앙-!
“우악-!”
아이들의 비명이 뒤엉키고, 천장의 잔해가 무너지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자 그 너머로 거대한 차원이동자가 보였다.
기존에 봤던 녀석들과 달리 도마뱀과 메기를 섞어놓은 듯한 외형이었다. 거기다 크기가 어찌나 큰지 복도를 꽉 채울 정도였다.
차원이동자는 길게 찢어진 입을 뻐금거리다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벽을 부스며 밖으로 도망쳤다.
콰앙-
그 힘에 닉과 다른 아이 하나가 함께 벽 아래로 떨어졌다.
“닉!”
“젠장!”
루가 짧게 욕을 내뱉으며 밖으로 뛰어내렸다.
“루 씨!”
허공을 도약한 루는 검을 휘둘러 차원이동자의 꼬리를 잘라냈다. 그리고 꼬리에 걸려 있던 닉을 잡고, 아이를 낚아 땅에 착지했다.
쿤은 이어 커프가 루라도 되는 냥 붙잡았다.
“루 씨!!”
[괜찮아. 나도 애들도 무사해.]쿤은 네 사람이 무사한 것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올라갈 테니까, 넌 거기서 애들 지켜. 알겠지?]“알겠어요.”
“형!”
호수가 다급하게 쿤을 불렀다.
고개를 돌리자 녹아내린 차원이동자 사체가 꿀렁이며 하나로 뭉쳤다.
쿤은 검을 꽉 쥐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마치 고개를 들듯 덩어리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눈과 입이 나타났다.
흐리멍덩한 눈이 사람들을 훑다 호수에서 멈췄다.
투박한 입이 길게 찢어지며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