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60
59화-고목에 꽃이 피는 순간 (06)
“윽.”
화끈한 통증이 손바닥을 덮쳤다.
쿤은 재빠르게 성냥개비를 던졌다. 그러나 손바닥은 이미 불꽃에 크게 데이고 난 후였다.
“쿤!”
[아저씨……!]사강과 미옐이 놀라 쿤에게 달려왔다.
쿤은 쓰게 웃었다.
“이것 봐요. 겨우 손바닥 덴 것도 이렇게 놀라는데, 사람 몸에 불을 어떻게 지르게요.”
[…….]“미옐, 전 미옐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해요. 그래서 티오를 미워하지 말란 것도, 용서하란 말도 못 해요.”
애초에 그건 미옐만이 가진 권리였다.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미옐을 대신해 티오를 용서할 수 없다.
[…근데 왜 막은 거예요?]미옐이 흐느끼며 물었다.
쿤은 미옐의 손을 잡아주었다.
“미옐에게 진짜 자책할 일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어요.”
미옐은 티오의 평화를 죽이고도 편하게 살만큼 독하지 못했다.
괴롭힘마저 제 잘못을 찾는 아이였다. 그런 이에게 진짜 자책을 심어줄 순 없지 않은가.
미옐의 인생에 이 이상의 고통은 필요 없다.
“미옐만이라도 미옐의 편이 되어주세요.”
[…….]미옐이 쿤의 손을 맞잡았다.
사강은 이를 가만히 보다 미옐이 떨어트린 성냥갑을 주워 들었다.
“둘 다 그렇게 착해서 어떻게 살래.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저 새끼가 착해져? 뿔이 살아나? 아니잖아.”
“그럼 미옐을 범죄자로 만들란 거예요? 애가 받을 상처는요?”
“이 새끼가 계속 괴롭힐 건 생각 안 해? 적어도 확실하게 조지고 나면, 더는 안 괴롭히겠지.”
사강이 순식간에 성냥불을 붙였다.
“미옐 말만 해. 네가 직접 못 하겠으면, 내가 대신해 줄게.”
“사강 씨!”
쿤이 놀라 소리쳤으나 사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티오의 뿔을 잡고 앞에 불씨를 들이밀었다.
티오의 눈앞에서 불꽃이 일렁거렸다.
금방이라도 뿔과 꽃봉오리에 불이 붙을 거 같았다.
쿵. 쿵. 쿵.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가 쿤에게까지 들려왔다.
잠시 후, 미옐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 마세요…….]미옐의 눈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못 하겠어요…… 안 할래요.]미옐은 티오의 뿔에 불을 지를 수 없었다.
자책은 다른 문제였다.
뿔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얼마나 아픈지 알기에. 평화를 잃는 절망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아무리 티오가 밉고 원망스럽다 할지라도, 그 큰 고통을 줄 순 없었다.
[저는 그런 짓 못 해요…….]미옐이 고개를 떨궜다.
쿤은 사강을 밀친 후, 미옐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 등을 토닥였다.
미옐은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무거운 눈물이었다.
사강과 쿤은 미옐과 티오를 데리고 반송 차원문 근처로 데려왔다.
한참이나 소란을 피웠기에 사람들이 몰려들며 어쩌나 했지만, 주변은 조용하기만 했다.
아마 사강이 평소보다 넓게 통제한 덕이겠지.
“미옐, 물 마실래요?”
[아뇨… 괜찮아요.]미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티오는 매섭게 미옐을 노려봤다. 그 눈초리가 어찌나 사납고 살벌한지 제가 보았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하.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뭐? 내 뿔을 태워? 미친 새끼. 네가 그 모양이니까 친구가 없는 거야.]“티오.”
쿤이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러나 티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뻔뻔하게 굴었다.
[뭐, 왜 쳐다보는데.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쿤과 사강에게 모든 걸 들킨 후부터 티오의 태도는 뻔뻔 그 자체였다.
뾰족한 시선은 마치 미옐에게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말이다.
‘그냥 한 대 쳐버릴까?’
뿔을 자르거나 불을 지르는 건 그렇다 쳐도, 한 대 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쿤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내 놓았다.
그걸 본 사강이 작게 웃었다.
“왜. 그냥 때리지 그러냐.”
“미옐한테 화풀이하면 어떡해요.”
“그런다고 안 할 거 같아?”
사강이 미옐을 불렀다.
“너희 세계로 돌아가면 이 새끼는 또 널 괴롭힐 거야. 어쩌면 전보다 더 심해질 수도 있어.”
[알아요…….]“근데도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미옐이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푹 떨구었다.
[후회할지도 몰라요……. 근데 똑같이 했으면 더 후회했을 거 같아요…….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도 평화를 죽일 순 없어요…….]미옐이 울먹였다.
티오는 그런 미옐을 보며 비웃었다. 참으로 간악한 태도였다.
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진짜 때릴까? 싶던 그때, 사강이 호탕하게 웃어 재꼈다.
한참 동안 어깨를 들썩이던 사강이 두건을 끌렀다. 그리고 미옐의 머리에 두건을 씌어주었다.
새하얀 두건이 바람에 펄럭였다.
“너 진짜 미련하다.”
“가뜩이나 상처받은 애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칭찬이야.”
“그게 무슨 칭찬……!”
바람 소리와 함께 미옐과 티오 뒤쪽에 반송 차원문이 열렸다.
사강은 미옐의 손을 잡고, 그 옆에 있는 티오의 팔을 잡았다.
[뭐야?] [사강 씨?]둘이 동시에 사강을 쳐다봤다.
티오는 사강을 뿌리치려 했으나, 어찌나 우악스럽게 잡았는지 좀처럼 손을 빼낼 수 없었다.
“원래는 귀찮아서 이런 짓 안 하지만, 미련한 애한텐 상을 줘야지.”
사강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티오도 미옐한테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그랬고.”
[무슨…….]순간 모두의 눈앞에서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티오의 몸이 서서히 말라가며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악-!]티오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제 머리를 움켜쥐었다.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뿔의 끝이 새카맣게 그을렸다. 그리고 티오가 그토록 자랑하던 꽃봉오리가 바싹 말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 돼…… 안 돼……!]티오가 오열하며 제 뿔을 잡았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꽃봉오리를 붙잡으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꽃봉오리는 물론 잎사귀조차 버석하게 말라 맥없이 떨어졌다.
티오의 뿔이 미옐의 뿔처럼 서서히 죽어갔다.
[아아악-!]티오의 울음소리가 거리를 울렸다.
그 비통함을 뒤로한 채, 쿤의 시선이 사강을 향했다.
쿤이 아는 사강의 마법은 치료였다. 그러나 지금 사강은 티오의 뿔을 망가트렸다. 미옐의 뿔과 똑같은 모습으로 말이다.
‘잠깐, 설마……!’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날 때,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미옐이 쓰고 있던 두건이 바람에 날아갔다.
새하얀 두건 아래로 미옐의 뿔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없이 싱그럽고 건강한 모습으로.
[뿔이 살아났어…….]살아난 건 뿔만이 아니었다. 온갖 상처로 버석하게 말랐던 미옐의 몸 역시 건강을 되찾았다.
싱그러운 녹음이 쿤에게까지 느껴졌다.
꼭 모든 병이 없어진 것 같았다.
쿤은 확신했다.
사강의 마법은 치료가 아니라, 상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옮기는 거란 것을.
그리고 지금 미옐의 상처를 티오에게 옮겼다는 것을 말이다.
기적을 본 것처럼 놀란 미옐을 향해 사강이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이제는 네 몫이니까 끝까지 지켜봐.”
“쉽진 않을걸. 이 새끼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넌 어떻게 나았는지 엄청 시끄러울 거야.”
어쩌면 지금보다 더 큰 비극이 생길 수도 있다.
“근데 걱정하지 마. 원래 미련한 놈이 제일 잘 버텨. 평화도 제일 예쁠걸. 그니까 꼭 예쁘게 피워내라. 그리고 다음에 어떤 꽃인지 보여주러 와. 저 새끼는 데려오지 말고.”
미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미옐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티오와 꼿꼿하게 선 채로 눈물을 참는 미옐.
쿤은 이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눈에 새겼다.
“자~ 그럼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돌아가자.”
사강은 티오를 잡고 반송 차원문 쪽으로 내던졌다. 미옐도 반송 차원문 쪽으로 살짝 밀었다.
거센 바람이 순식간에 두 아이를 삼켰다.
반송 차원문으로 사라지기 직전, 미옐이 사강과 쿤을 향해 머릴 숙였다.
쿤은 미옐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그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바랐다.
평화를 피우더라도, 설령 피우지 못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행복하기를. 그래서 다른 의미의 평화를 피우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로부터 3분 후, 반송 차원문이 모습을 감췄다.
“이걸로 끝- 이제 정리하고 돌아가서 밥 먹자~”
“미옐 잘 지내겠죠?”
“잘 지내겠지. 근데 너 진짜 티오는 조금도 신경 안 쓴다.”
“그딴 애를 왜 챙겨요. 똑같이…… 아니지. 이런 나쁜 생각은 하면 안 돼. 그냥 폭행죄로 잡혀서 평생 감옥에서 썩었으면 좋겠어요.”
“어째 더 무서운 생각이네.”
사강은 쿤의 손을 잡았다. 쿤은 재빠르게 이를 빼냈다.
“됐어요. 그냥 약 바를게요.”
“오~ 내 마법 뭔지 눈치챈 거야?”
“그렇게 대놓고 썼는데 누가 몰라요. 그냥 등줄기 산에서 다 말해주지…….”
“그때 말했으면, 마법 못 쓰게 했을 거 아냐.”
맞다. 그때 쿤이 사강의 마법을 알았다면, 절대 못 쓰게 했을 것이다.
제 피로와 상처를 다 루가 가져가는 건데 어떻게 찬성하겠는가.
“돌아가면 루 씨한테 맛있는 거 해드려야겠어요.”
“나도!”
“사강 씨는 다음에 해드릴게요. 그나저나 왜 그렇게 화가 나신 거예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쿤은 사강이 미옐이 괜찮다고 해도 티오의 몸에 불을 지를 줄 알았다.
마법도 그랬다. 적어도 쿤이 아는 사강은 티오를 줘패면 팼지, 제 마법까지 써가며 미옐을 도와주진 않을 사람이었다.
“한 짓이 악독해서 그래요?”
“그래서만은 아니고, 그냥 짜증나잖아.”
사강은 바닥에 떨어진 두건을 주웠다.
“친구란 게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딴 새끼가 친구니 뭐니 하는 게 가증스러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지가 뭔데 기만해.”
사강이 구시렁거리며 두건에 묻은 재를 털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사강은 유독 우정이나 친구란 단어에 특별한 감정을 두는 것 같았다.
“혹시 사강 씨도 루 씨처럼 은이 씨랑 혜성 씨를 위해서 판테테가 된 거예요?”
“아닌데.”
“…….”
쿤은 무안해졌다.
머쓱함에 애먼 목만 긁적이자, 사강이 피식 웃으며 두건을 썼다.
“내가 판테테가 된 건, 판테테가 리란티아의 과학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서 그거 뽑아먹으려고 된 거야.”
“아…….”
“근데 오즈벨에 온 건 혜성이 때문이 맞아. 걔가 자기 일 좀 도와달라 했거든.”
“정말요?”
“응. 뭣보다 내가 여기 있어야 은이도 오니까. 이래저래 걔 도와주러 온 거지.”
은은 혜성을 좋아하지 않았다.
만일 사강이 없었다면 절대 오즈벨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세 분이 함께 일하는 거였군요.”
지난번의 회의실 사건 이후, 혜성을 그렇게까지 싫어한다는 은이 왜 그와 함께 일하는지 궁금했던 쿤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사강이란 중간 다리가 있어서 그게 가능했던 모양이다.
“근데 세 분은 어떻게 친해진 거예요?”
“특별한 건 없고, 내가 걔들이 좋아서 쫓아다녔어.”
“예?”
쿤이 놀라 되물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사강이 혜성과 은을 쫓아다녔다고?
쿤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아 연신 물음표만 그렸다. 그러자 사강이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