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73
72화-역 차원문 (02)
“괜찮아?”
“콜록, 콜록, 퉤, 우엑-!”
쿤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모래를 토해냈다. 입과 코는 물론 귀까지 모래가 들이찼다.
“은이 씨, 이거 뼈……!”
“그래, 뼈야. 그것도 엄청나게 큰.”
지금 은이 올라온 기둥, 아니 뼈는 2m가 넘었다. 그런데 그 위에 올라와서 봤음에도 한눈에 겨우 들어올 만큼 거대한 크기였다.
모래에 파묻힌 것까지 계산하면 못해도 5m는 되는 크기였다.
“와도 꼭 이런 델……!”
은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쾅, 쾅. 또다시 모래가 솟구치며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정체불명의 적은 거대한 모래 구릉을 그리며 은과 쿤 주변을 돌아다녔다.
은은 제 발밑을 내려다봤다. 평소보다 현저히 흐린 그림자가 계속 신경쓰였다. 거기다 제 곁에는 쿤이 있었다.
‘이런 상태로 싸우는 거 오래간만이네.’
순간 발밑이 꺼지며 거대한 모래와 함께 새하얀 그림자가 튀어 올랐다. 은은 곧장 쿤을 데리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검을 뽑아 들었다.
모래에서 집채만 한 괴수가 튀어나왔다. 새하얀 철갑을 두른 대형 전갈이었다. 쿤이 아는 전갈과 다른 거라면 그 색과 크기, 그리고 집게 손 옆으로 긴 촉수 같은 게 하나씩 달려 있다는 거였다.
은은 허공을 딛고 높이 뛰어올랐다.
쿤을 매단 그림자의 길이가 짧아지더니, 등을 맞댔다 싶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동시에 소매의 그림자가 길게 뻗어나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기둥을 감쌌다.
마치 끈을 잡고 뛰는 것처럼 은이 괴물 위를 뛰어넘어 뼈 위에 착지했다.
쾅- 콰아아앙-!
전갈이 굉음을 내며 다시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골격이 달라.”
은이 작게 중얼거렸다.
쿤은 눈치 빠르게 백색 전갈과 지금은 무너진 뼛조각들을 봤다. 대형 전갈의 뼈라고 하기엔 형태가 대놓고 달랐다.
그렇다는 건 저런 괴물이 또 있다는 거야?
“쿤, 얌전히 있어. 적어도 여길 벗어날 때까지는 가만있어야 해.”
“알겠어요.”
“혹시 모르니까 검은 들고.”
쿤은 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오즈벨에서 약 두 달 반을 보내고, 0.2인분을 하게 된 쿤은 이제 자신이 전투에서 어떤 위치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저는 은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가만있어야 했다.
‘근데 이게 말이 쉽지, 싸우란 것보다 더 어렵다고.’
방해되지 않도록 가만있는다는 건 사실 다치지 않게 붙어 있으란 소리였다. 더 나아가선 은이 신경쓰지 않도록 적절히 피하면서 붙어 있으란 것과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은이 씨랑 더 많이 대련해 보는 건데.’
저번에 딱 한 번, 장난처럼 가벼웠던 대련 외에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은의 전투 스타일을 알 수 없었다.
그나마 가장 제대로 본 것이 헤라네 학교에서였다. 하지만 지금 은은 그때처럼 그림자를 넓게 깔지 않았다.
‘적을 파악하려고 그러는 걸까. 아니면 모래 밑에 숨어서?’
쿤이 은의 마법을 생각할 때, 다시금 굉음이 울렸다.
쾅, 쾅, 쾅, 쾅.
괴물의 감정이 격해졌는지, 아까보다 더 큰 울림이었다. 모래 역시 깊게 패며 늪처럼 뼈들을 집어삼켰다.
은은 전갈이 이쪽으로 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쪽으로 오는 것에 맞춰 높이 도약했다.
은이의 그림자에서 두 개의 손이 뻗어 괴물의 한쪽 집게를 잡았다. 은은 곧장 반대쪽 집게를 잘라냈다.
키에에에엑-!!
마치 칠판을 긁는 것처럼 소름 끼치는 비명이었다.
사방에서 반사하는 빛과 뜨거운 열기, 거기에 소음까지.
은이 미간을 팍 구겼다.
괴물은 잡혀 있던 그림자를 끊고 은을 향해 집게를 휘둘렀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촉수가 쿤을 향해 날아왔다.
쿤은 재빠르게 몸을 웅크렸고, 은이 이를 기다렸다는 듯 베어냈다.
그때였다.
갑자기 땅 아래에서 뾰족한 무언가가 치솟았다.
“쿤!”
은의 그림자가 쿤의 허리를 휘감고 높이 휘둘렀다.
그림자를 끊고, 착지할 땅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날카로운 송곳 하나가 은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역 차원문의 등장에 루와 보보는 곧장 주변을 통제했다.
오즈벨에도 역 차원문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루와 보보도 처음 보는 거였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거기에 은과 쿤이 휩쓸리다니.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그때, 혜성이 도착했다.
“상황 설명해.”
혜성이 사강을 쳐다봤다.
사강은 지금 패닉에 빠져 있었다. 처음 루에게 통신을 했을 때부터 오기까지, 주변 통제만 겨우 한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핏기 하나 없는 안색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동공에 루는 이 사람이 정말 사강이 맞나 의심해야 할 정도였다.
어쨌든 사강이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루가 얼른 대신 답했다.
“역 차원문이 나타났어요. 은이 언니랑 쿤이 빨려 들어갔고요. 시간이랑 위치, 모양, 크기는 다 기록해 놨습니다.”
“본 적 있는 애야?”
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처음 보는 형태였어요. 거기다 사강 씨 말로는 그렇게 넓은 범위를 빨아들이지 않았대요.”
보통 차원문은 크기가 크면 그만큼 오래가고, 많은 범위를 빨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차원문은 오래 열려 있긴 해도,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쿤 바로 뒤에 나타나는 바람에 빨려 들어간 건 안타까웠으나, 사강이 휩쓸리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덕분에 주변도 빠르게 통제하고, 상황 역시 파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사강이 루를 보자마자 정신을 놓았다는 거지만.
“혜성아, 어쩌지…… 얘들 어떡해…… 얘들 못 돌아오면…….”
“괜찮아. 은이가 같이 있잖아.”
“은이 지금 나한테 상처받아 갔단 말이야…….”
혜성의 손가락이 잠시 움찔했다.
사강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나 지금 안에 보호복 하나도 안 입었는데… 그거 진짜 아팠는데… 뼈 부러졌나 싶을 정도로 아팠는데, 그걸 받아갔어. 어쩌지? 얘 이것 때문에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냐?”
“강아, 진정해.”
“은이 이러다 다쳐서 못 돌아오면 어떡해. 우리 막내 못 오면 어떡해.”
“사강.”
사강이 두건 꼬리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언제나 태평하고 자유로운 사강이었다. 어떨 때에는 키리기스보다 생각을 읽기 힘든 게 바로 그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일 만큼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이러다……!”
“하아…….”
혜성이 긴 숨을 내쉬며 주먹으로 사강의 복부를 때렸다.
컥, 소리와 함께 사강이 앞으로 쓰러졌다.
혜성은 무너지는 사강을 받아 안았다.
“보스!”
“단장님!”
“루, 보보. 절대 사람들이 역 차원문이 열린 걸 알면 안 돼. 은이랑 쿤이 사라진 것 역시 마찬가지야.”
“예?”
해결을 바라고 혜성을 불렀던 두 사람은 예상외의 대답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람들이 둘을 찾으면 오동촌에 갔다고 그래. 절대 티 내지마. 끝까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해야 해.”
“잠깐만요, 보스. 지금 은이 언니랑 쿤이 사라졌는데 그게 중요해요?”
“그럼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혜성의 날카로운 시선이 루에게 닿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시선만큼이나 날카로운 말이 루를 찔렀다.
맞다. 정말로 분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쪽에서 차원이동자를 돌려보내기 위해 반송 차원문을 기다리는 것처럼 이쪽에서도 결국 72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있으란 말인가.
루는 분했다. 제일 짜증 나는 건 지독하게 태연한 그였다.
“보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이런, 꽤나 소란스럽군.”
특유의 낮은 저음과 함께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어딜 다녀왔는지 귀족들이나 입는 연미복을 차려입은 키리기스가 혜성 옆에 섰다.
“언제부터 일개 판테테가 단장한테 바락바락 대들게 된 거지?”
“…….”
“키리기스, 여긴 네가 지켜. 절대 그 누구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해. 혹시라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기억을 조작해도 좋아.”
루와 보보가 숨을 들이켰다. 혜성은 판테테가 오즈벨 사람한테 마법을 쓰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다. 그런데 그가 직접 이런 명령을 내리고 있다.
대체 왜?
‘…뭔가,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대체 뭐지?’
“루 씨…….”
보보가 루의 팔을 잡았다. x자 동공을 마주한 순간 루는 지금 보보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대체 뭐지? 무슨 일인데.
루는 분노하기보단 해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혜성을 쳐다봤다. 그때 그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다른 누구도 아닌 은이가 갔어.”
루도 보보도 은이가 강한 거 알고 있다. 아니, 강하기만 할까. 이 리란티아에서 은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마법사가 떼로 덤벼도 버틴 게, 은이었다.
하지만 장소는 다른 차원이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이리도 태연하게 구냔 말이다.
“키리기스, 녹턴하고 부용이한테는 내가 얘기할 테니 얘들은 네가 맡아.”
혜성은 사강을 고쳐 안은 뒤, 지부로 돌아갔다.
키리기스는 같이 온 하인에게 제 옷을 가져오라 명했다. 그리고 비뚤어진 가면을 고쳐 썼다.
“혜성이가 말했듯이 둘은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거 말고 확실한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보보가 조용히 물었다. 작은 목소리 안에 무조건 들어야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키리기스의 입꼬리가 유려하게 말렸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어.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해주지. 너희한테는 처음이어도, 은이한테는 처음이 아니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둘의 귀에 키리기스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걔는 이미 몇 번이나 역 차원문을 타봤거든.”
* * *
“은이 씨, 괜찮으세요?”
쿤은 힘겨운 모래밭 위를 달려 은에게 다가갔다.
은은 뺨에 묻은 검은 피를 닦아냈다.
난도질 된 괴물의 사채와 새하얀 모래를 뒤덮은 엄청난 양의 검은 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붉은 머리의 은은 쿤이 직접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비이상적이었다.
“으~ 기름 냄새 난다.”
쿤은 마른침을 삼켰다.
조금 전, 은은 쿤을 가장 멀리 있는 뼈 위에 올려주었다. 그리고 검을 든 채 괴물을 도륙했다.
그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모든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고, 은은 저보다 열 배나 큰 괴물을 개미처럼 가지고 놀았다.
너무 굉장하면 오히려 현실감이 없어진다던데 딱 그 꼴이었다.
“옆구리 괜찮으세요?”
“아, 이제 괜찮아. 멍든 게 다라니까.”
“그거 말고요. 아까 촉수가 은이 씨 찔렀잖아요.”
은이 피식 웃으며 제 코트를 열어 보였다. 검은색 티셔츠가 제 모습 그대로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스친 게 다야.”
“정말요?”
“응. 내가 얼마나 빠른데. 금방 피했어.”
은은 검을 카드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옷에 묻은 검은 피를 털어냈다.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여기 있다간 다른 놈이 올 수 있어.”
“알겠어요.”
은은 혹시 몰라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쿤과 함께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떠난 자리 위로 모래가 흩날렸다. 검은 피 사이로 새빨간 피가 꽃잎처럼 떨어져 있었다.
잠시 후, 거센 모래바람이 끔찍한 잔해를 다 덮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