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81
80화-늦은 휴가(03)
눈치가 빠른 은은 쿤이 언제를 말하는지 바로 파악했다.
“환술이라면… 그때 손 아프다고 했던 거 말하는 거야?”
쿤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호가 환술을 걸었을 때, 쿤은 손의 통증을 느꼈다. 그건 쿤이 처음 마법을 썼을 때 느꼈던 통증과 매우 흡사했다.
하지만 금방 없어진데다, 제가 마법사가 아니라 생각했기에 그냥 우연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달리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
“정말로 제가 다른 차원에서만 마법을 쓸 수 있는 거면 마법통이 안 느껴져야 정상 아니에요?”
“그렇지……. 아니, 좀 다른가?”
은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빠르게 감기는 눈이 복잡한 머릿속을 대변했다.
이건 천호의 환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간 자체로 보자면 리란티아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다른 차원에서만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추측이 틀린 걸 수도 있다.
그러나 도사는 차원이동자고 환술 속 세계 역시 다른 차원의 힘이다.
‘그런 걸 보면 마법통 정도는 느껴도 이상하지 않은데…….’
은의 고민이 수심만큼이나 깊어졌다. 쿤 역시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모르겠다. 이렇게 불확실한 마법은 처음인 거 같아.”
“……그냥 확인해 볼까요?”
어차피 고민한다고 나올 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직접 부딪히는 게 가장 빨랐다.
은 역시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동촌으로 가자.”
은은 아까 그랬던 것처럼 쿤을 제 그림자에 태웠다.
관리자증이 없던 터라 숙소에 먼저 들르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달리 은은 곧바로 오동촌의 오두막 앞으로 이동했다.
마법으로 만든 공간도 그림자를 타고 이동할 수 있구나.
새삼 감탄할 때, 감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천호가 나왔다. 그는 은과 쿤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봤다.
“도령? 낭자? 정말로 그대들인가?”
“도사님.”
쿤은 쭈그려 앉아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천호가 기다렸다는 듯 손바닥 위에 올라섰다.
가까이서 보니 천호의 얼굴이 걱정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피부도 푸석한 것이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내 그대들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죄송해요. 그간 별일 없으셨어요?”
“그건 내가 할 말이네. 다른 세계라니.”
천호는 설마 두 사람이 차원문을 탈 줄 몰랐다며 걱정 섞인 푸념을 내뱉었다. 마치 그간 쿤과 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아는 듯했다.
“우리가 차원문 탄 건 어떻게 알았어?”
“해바라기 도령이 와서 말해줬네.”
“아…….”
“해바라기 도령은 걱정할 거 없다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워야지. 건너간 세계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뭣보다 그대들도 나처럼 반송 차원문을 놓치면 어쩌나 걱정했다네.”
낯선 세계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던 천호는 두 사람이 돌아와 다행이라며 거듭 안도를 표했다.
“앞으로는 절대 어디로 가지 말게나.”
“네.”
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그제야 천호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그나저나 이 시각에 무슨 일인가?”
단순히 오동촌이 걱정되어 들렀다기엔 쿤도 은도 행색이 특이했다.
쿤은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도사님, 혹시 안 바쁘시면 저번의 환술 좀 다시 걸어주세요.”
천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갑자기 왜 그러나 싶었다.
“자세한 건 가서 설명해 줄게.”
“…뭔진 모르지만 길어질 것 같군. 계속 여기 있을 순 없으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셋은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깔고 앉기 무섭게 쿤과 은이 손가락을 내밀었다.
천호는 곧바로 이를 잡았다. 붕 뜨는 부유감과 함께 풍경이 지난번의 산으로 바뀌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환한 낮이었던 지난번과 달리 은하수가 반짝이는 밤이라는 거였다.
“일단 환술을 쓰긴 했네만,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겠나?”
은은 천호에게 그간의 일과 마법에 대한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천호는 이제야 두 사람이 왜 환술을 걸어달라 했는지 이해했다.
“그렇군. 하지만 환술 속 세계가 내가 살던 곳이어서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네. 이건 말 그대로 환술이야. 그대들의 정신에 착란을 일으키는 거지, 없던 게 생기는 건 아니네.”
“그럼 공간 때문은 아니란 거야?”
“그보단 기가 아닐까 싶군.”
“기요?”
쿤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아 물음표를 그렸다.
천호에게 종종 기나 기질 등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쪽 세계와 다른 개념으로 쓰여서 그런지 쉽게 와 닿지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존재에는 저마다의 기가 있네. 하지만 그 안에 기본적인 틀이 있지. 그리고 그건 나고 자란 뿌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네.”
“유전자 같은 건가요?”
“그보단 파동이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은이 거들었다.
실제로 차원문은 저마다의 파동이 있다. 그래서 파동이 같냐, 아니냐로 같은 세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곤 했다.
리란티아의 기술로는 차원문의 파동만 잡아낼 수 있지만, 어쩌면 차원이동자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도 이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도사는 쿤의 마법이 장소가 아니라 파동, 그니까 기랑 관련이 있다고 보는 거지?”
“확실하진 않네만, 그저 그쪽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는 게 내 의견일세.”
만일 천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리란티아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은은 곧장 쿤의 상태를 확인했다.
“쿤, 너 지금 손 아파?”
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통증이라면 환술에 걸리고 1분도 되지 않아 느껴졌다.
“근데, 전보단 덜 아픈 거 같아요.”
“익숙해져서 그런 걸 수도 있어. 그거 생각보다 빨리 둔화되거든. 아니면 다른 곳이 더 아파서 덜 아프게 느껴지거나. 어쨌든 통증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일단 마법부터 써보자.”
“네.”
쿤은 잠깐 고민했다.
뭘 생각할까, 하다 같은 내용으로 통일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흙을 움직이는 걸 상상했다.
‘여기 꽃이 있으니까, 꽃 쪽으로 흙이 쌓인다고 생각해 보자.’
흙이 움직이는 것까지 머릿속으로 그려 넣고 정신을 집중하자 정말 아주 조금. 한 꼬집 정도 될까 말까 한 흙이 움직였다.
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은이 씨, 도사님! 움직였어요! 진짜 움직였어요!!”
정말로 제가 마법을 쓰다니. 세상에. 말도 안 돼. 이게 진짜 가능한 거야? 이번엔 꿈 아니지.
멀쩡한 상태로 처음 마법을 쓰는데 성공한 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은은 조금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어… 움직이긴 했는데…….”
“근데 너무 조금이 아닌가 싶군.”
계속 쳐다보고 있었기에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모를 만큼의 양이었다.
“좀 더 많이 움직여 봐.”
“네.”
쿤은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생각을 그려 나갔다. 욱신거리는 근육통과 함께 흙이 스슥, 스슥 움직였다. 이번에는 한 움큼의 흙이 꽃으로 모여들었다. 아주 천천히, 달팽이보다 느린 속도로 말이다.
“…….”
‘이상하다. 내가 본 쿤의 마법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은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가 기억하는 쿤의 마법은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올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을 가졌다. 이렇게 하찮고 귀여운 게 아니었다.
도사의 환술 속이라서 그런가?
“어쨌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긴 하네.”
“그니까요. 대박이다.”
쿤은 이제야 겨우 꽃 주변에 모인 흙을 신기하다는 듯 만졌다.
“몸이 더 아프거나 하진 않고?”
“네. 그냥 똑같아요.”
“음. 그건 다행이야.”
근데 진짜 이게 다인가?
거기다 쿤이 마법을 사용하는 걸 보니, 제가 알던 구현 마법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어 보였다.
‘마법의 사용 폭이 넓은 마법사들도 있으니까, 쿤이 그런 경우일 수도 있지.’
제일 중요한 건, 비록 환술이긴 하나 쿤의 마법이 생각대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제한이 다른 차원이나 파동 한정이라면 여기서 쓰는 마법이 이렇게 하찮은 것도 납득이 가. 정상적인 환경도 아니고, 받는 영향도 적으니까.’
은이 그림자의 농도나 양에 따라 힘이 달라지는 것처럼, 쿤 역시 그런 걸 수도 있다.
“도사는 어때? 혹시 쿤이 마법 쓸 때마다 힘들거나 아프진 않아?”
“그런 건 없네. 하지만 기분이 묘하군. 꼭 누군가가 나를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야.”
자신이 만들고 유지하는 환술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쿤이 자꾸 새로운 일을 저지르니, 방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신경이 쓰이긴 했다.
“그렇다고 못 참겠다거나 버겁다는 건 아니네.”
“그래?”
은은 짧게 고민하다 말했다.
“그럼 당분간 쿤 마법 연습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은의 말에 마법으로 조약돌을 굴리던 쿤이 고개를 들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천호의 대답이 그 어느 때보다 듣고 싶었다.
“상관없네.”
천호가 흔쾌히 응낙했다.
쿤은 만세를 외쳤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찾아오게나.”
천호가 인자하게 말했다. 정말 말만으로도 든든했다.
“그리고 쿤. 당분간 네가 마법사인 건 우리만 아는 비밀로 하자. 우리가 리란티아니 파동이니 했지만, 정확한 건 아니잖아.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런 상태에서 네 마법이 알려지는 건 좀 위험한 거 같아.”
은은 쿤이 처음 밤을 만드는 걸 봤을 때부터 이건 너무나 위험한 마법이라 생각했다.
한 세계의 환경을 바꿀 만큼 거대한 힘이다. 설상가상 쿤의 마법은 그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주인을 상시 지켜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마법이 밝혀지는 건 어린아이가 엄청난 양의 금괴를 아무 생각 없이 들고 다니는 것과 같았다.
“그니까 적어도 네가 네 마법에 확신을 가질 때까지는 숨기는 게 맞다고 봐.”
“혜성 씨나 루 씨한테도요?”
“응.”
쿤은 잠깐 고민했다. 아무리 제 마법이 불확실하다 해도 같은 단원인 두 사람에게까지 숨겨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은의 말 역시 일리가 있기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쿤은 바로 퇴원 신청을 했다.
병문안을 왔던 루는 벌써 짐을 챙기는 쿤을 보며 조금 당황했다.
“벌써 퇴원한다고? 왜?”
“여기 있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요.”
사실 쿤의 퇴원은 천호와 마법을 연습하기 위함이 컸다. 아무래도 병원에 있는 것보단 오동촌에서 지네는 게 좀 더 수월하게 도사와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루는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아니, 저번까지만 해도 푹 쉬겠다던 애가 왜 갑자기 퇴원이란 말인가.
심지어 아직도 팔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보스는 알아?”
“네. 아침에 여쭤봤는데,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 인간이 정말로 허락했다고?”
“대신 무리하지 말고, 휴가 기간 동안 푹 쉬라고 하셨어요.”
“…….”
루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쿤을 빤히 노려봤다.
잠시 후, 그녀가 물었다.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