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90
89화-구렁이와 사자 (08)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같다니?
“도, 도사님이랑 용이랑 북청이가 같은 세계에서 왔다고요? 그럴 리가요. 차원문 모양이 달랐어요.”
물론 둘 다 드문 사각형 모양이긴 했지만, 엄밀하게 달랐다.
아니, 진짜 달랐나?
천호가 타고 온 차원문은 채 1분도 되지 않아 사라진 아주 작은 차원문이었다. 거기다 반송 차원문 역시 주의 깊게 지켜보지 않았다.
반면 용이와 북청이가 타고 넘어온 건 그보다 컸다. 나타난 곳도 허공이 아니라 나무의 표면이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색이 다르게 느껴졌던 걸 수도 있다.
‘같은 세계에서 다른 차원문이 열리는 것도 없는 일은 아니니까.’
지구만 봐도 그러지 않던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쿤은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말이 다음에 이어졌다.
“거기다 도령, 우리한테 용과 북청 사자는 이미 몇백 년 전에 멸종한 신수라네.”
“…예?”
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과거 신수들 사이에서 큰 전쟁이 있었네. 그리고 대부분의 신수가 멸종했지. 남은 이들 역시 오래 살지 못했네. 그들의 전쟁으로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봤거든.”
자연이 무너지고, 문명이 망가지며, 역사와 기술을 잃었다.
신수들의 전쟁으로 인간들은 너무나 많은 걸 잃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원흉인 신수에게 돌아갔다.
“신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근본은 작은 생명이네. 용 역시 구렁이가 진리를 찾아 된 존재지. 그들 역시 불사는 아니란 소리야.”
때문에 사람들은 힘을 모와 신수 사냥을 시작했다. 자신들이 가꾼 땅이 두 번 다시 신수들로 망가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때, 모든 신수가 한 놈도 빠짐없이 죽었네.”
“…….”
쿤은 용이와 북청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갓 태어난 두 새끼도 봤다.
천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천호와 북청이가 전쟁에 휩쓸리든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하든 죽을 수 있다는 소리 아니던가.
‘…아니야. 도사님하고 북청이네 시대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모르잖아. 둘 다 잘살 거야. 전쟁도 사냥도 먼 미래의 이야기일 거야. 근데 그게 아니면? 만일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 전쟁이 터지면 어쩌지?’
용이는 이제야 천 년을 채워 용이 되었고, 북청이 역시 겨우 새끼를 만났다. 둘 다 가장 행복한 출발선에 있는 애들인데, 만약 그렇다면…….
“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쿤이 흠칫 떨며 고개를 들었다.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루가 앞에 있었다.
“우리 일은 돌려보내는 것까지야. 그 이후의 세계는 개입해선 안 돼.”
“하지만 넷 다 가자마자 전쟁에 휩쓸리면요? 우린 알면서 보내는 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반송 차원문을 안 태우겠다고?”
“…….”
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반송 차원문을 안 태우겠다는 말 역시 할 수 없었다.
이건 단순히 용이와 북청이 네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리란티아의 안전 역시 함께 생각해야 했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처리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천수를 산다고 생각해. 사람들만 모를 뿐이지, 어딘가에서 잘 숨어 살 수도 있어.”
“…….”
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루의 말대로 그렇게 생각하자. 둘 다 천수를 살 거야. 거기다 용이는 돌아가면 승천한다 했으니까, 도사님이 모르는 하늘에서 잘 살 거야.
쿤은 불안을 잠재우고 넷 다 행복하게 살 거라 믿었다.
“알겠어요.”
“…….”
쿤이 애써 웃어 보였다.
천호는 그런 쿤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제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도사.”
그는 루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혹시 용이랑도 말할 수 있을까? 아, 그리고 과거니 미래니 하는 말은 하면 안 돼.”
“…그렇다 해도, 이미 내 기가 같은 건 눈치챘을 거네.”
천호가 용이네가 자신과 같은 세계라는 걸 안 것 역시 이 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용이랑 북청이는 차원문에 대해 잘 모르잖아. 이쪽 생태도 모르고. 네가 미래에서 온 것도 모를 수 있어.”
“…….”
천호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절대 말할 생각 없었다.
만일 용과 북청 사자가 미래를 알고, 앞날을 바꾸게 된다면, 그 여파가 자신의 세계까지 올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랑 미래는 한쪽으로만 흘러가야 하지 절대 꼬여선 안 됐다.
* * *
루와 천호, 그리고 용이는 지하 훈련장으로 향했다.
널찍한 곳에 등장하자 용이 본래의 커다란 모습으로 돌아왔다. 작은 몸으로 있는 것도 좋지만, 천 년을 기다려서 얻은 몸인 만큼 본래의 큰 모습으로 있을 때의 기분이 훨씬 더 좋았다.
새하얗고 긴 몸을 뻗으며 기지개를 켤 때, 아주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천호였다.
도사의 말대로 용이 역시 같은 세계에서 온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가 미래의 사람이란 것과 훗날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알지 못했다.
만일 용이 도사처럼 리란티아어를 쓸 수 있게 술법을 사용했다면, 조금 전의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쿤이 이계어를 하는 바람에 용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덕에 두 사람의 세계는 이탈 없이 역사의 흐름을 따르게 되었다.
“도사, 나랑 용이랑 직접 말하게 할 순 없어?”
“가능할 거네.”
천호가 허공에 그림을 그리고 술법을 사용했다.
루는 순간 제 목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천호의 고갯짓에 입을 열었다.
『내 말 들려?』
완벽한 이계어에 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뭐가 궁금한데?』
『지난번에 내 결계 깼잖아. 어떻게 한 거야?』
내색하진 않았지만, 루는 처음 제 결계가 깨졌을 때부터 계속 이를 신경쓰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결계가 항상 완벽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무력하게 깨진 건 처음이었다.
루는 이런 기분을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았다.
『결계를 강하게 만들고 싶은 거야?』
천 년을 산 동물답게 용이는 바로 핵심을 파악했다.
『응.』
『많은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어. 수십 년 동안 계속 연습하면서 결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해.』
『그런 뻔한 말 말고, 도움이 될 만한 건 없어?』
수련하면 강해진다는 거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오즈벨의 환경은 그런 걸 기다려 줄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무엇보다 비효율적이었다.
『요령이나 특징이나 그런 게 있을 거 아니야.』
『그건 정말 노력밖에…….』
『그럼 결계를 어떻게 깼는지나 말해줘. 보완이라도 하게.』
루는 그 어느 때보다 완강한 눈으로 용이를 올려다봤다.
용은 그제야 루가 어떤 성정인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쓸데없는 시간을 죽이고 빠른 길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최우선인 사람이었다. 완성도는 결승선을 넘은 뒤에 다져도 된다.
용이는 오랜 시간 노력하고 갈고닦는 것을 선호했지만, 이번만큼은 루의 방식을 따라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는 쿤의 선배가 아니던가.
『알았어. 내가 도와줄게.』
그제야 루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때였다.
“여~”
사강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훈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용 씨.”
『사강 씨가 여기 웬일이세요?』
루는 제가 한 말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술법에 걸린 탓에 리란티아어가 안 나왔다.
‘그래도 알아들을 수는 있네.’
루는 천호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루가 한 질문을 대신 물어봐 주었다.
“여기는 웬일이냐는군.”
사강이 눈을 끔뻑였다. 어쩐지 평소와 상황이 정반대였다.
“왜 우리 루가 차원이동자가 되고, 도사가 판테테가 된 거지?”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온 이유나 말해요.』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온 이유나 말하라는군.”
사강이 피식 웃으며 용 앞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어깨에 인 검체 가방을 땅에 내려놨다. 북청이와 달리 용이는 아직 검체를 수집 안 했기에 이를 하겠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루의 미간은 좀처럼 펴지지 못했다.
일단 사강이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한다는 게 안 믿겼다.
무엇보다 사강은 지금 반대쪽 어깨에 검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검체를 할 때 쓰는 가방이 아닐 뿐더러 아예 처음 보는 거였다.
『그게 뭐예요?』
“그게 뭐냐는군.”
“뭐긴 뭐야~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내 새끼들이지~”
사강은 검은 가방 또한 땅에 내려놓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무거운 게 들었는지 제법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루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사강의 개인 도구임을 깨달았다.
『규정 위반하는 거예요?』
천호는 이 말 역시 통역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사강은 마치 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것처럼 곧바로 대답했다.
“위반까지는 아니고. 모처럼만의 용이잖아. 심지어 은이 그림자도 통과하고 네 결계도 깼다며. 이렇게 좋은 표본이 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
그는 실험실에서나 쓰는 새하얀 장갑을 꼈다.
잠시 후,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해보려고. 합법적인 불법.”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70시간이 되었다. 쿤과 루는 숲을 통제하고 반송 차원문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용이의 과거를 안 후부터 쿤은 심란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가냐 안 가냐가 아니라 그냥 용이네의 미래가 너무나 걱정됐다.
‘자식을 치안이 안 좋은 영지로 보내는 느낌이야.’
하도 주변에서 보모보모 해서 그런지 더 그런 기분이었다.
이 와중에 눈치 없는 두 사자 새끼가 쿤의 주변을 빙빙 돌며 얼굴을 핥았다.
혓바닥이 까슬까슬해서 그런 걸까. 얼굴에 사포질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루 씨는 용이랑 잘 이야기한 건가.’
쿤이 옆에 있는 루를 쳐다봤다.
천호와 함께 훈련장에 내려갔던 루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그 후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도 안 해줬고, 용이도 그냥 루의 결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게 다라 했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싶을 때, 북청이가 날아왔다. 그는 쿤의 품에 폭 안겼다. 아무래도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 것 같았다.
『얘들아, 이리 와.』
쿤은 용이와 북청이, 그리고 두 새끼 사자를 꼭 끌어안았다.
『가서 밥 잘 먹고, 행복하게 살아야 해. 아프지 말고. 나 보고 싶어도 울지 말고.』
용과 북청이 역시 쿤을 꼭 끌어안고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반송 차원문이 나타났다.
쿤과 루는 용과 북청이, 그리고 두 새끼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잘 가라. 두 번 다시 오지 말고.”
『조심해서 가.』
네 차원이동자 역시 두 사람에게 마지막 눈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그렇게 반송 차원문을 타고 돌아갔다.
돌아… 어?
“…응?”
쿤과 루의 머리 위로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졌다.
분명 넷 다 반송 차원문을 탔는데, 어째서인지 두 새끼 사자가 그대로 있었다.
“엥?”
“얘들 왜 안 가?”
당황한 건 새끼들도 마찬가지였다.
“야, 너희 왜 그래. 빨리 가!”
“젠장.”
쿤과 루는 새끼 북청 사자들을 차원문에 들이밀었다. 그러나 뭔 짓을 해도 들어가지지는 않고,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얼굴만 찌부러졌다.
잠시 후, 반송 차원문이 사라졌다.
두 인간과 두 차원이동자는 멍청한 얼굴로 나무만 바라봤다.
그렇게 두 새끼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