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novel - Chapter (538)
538
“왜 부르고 난리야.”
가슴 아래에 팔을 두르고 나온 렌카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저 얼굴은 언제 봐도 꼴린다. 내 승부욕을 마구 자극하는 것도 모자라, 확 박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일도록 만든다.
“타요.”
“네가 뭔데.”
“타라면 타. 짜증나게 하지 말고.”
“엿 먹어.”
초콜릿을 준 직후라서 굉장히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
이럴 땐 렌카의 반응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파아앙-!
“흐엑…!?”
그건 바로 그녀의 엉덩이를 찰지게 쳐주는 것이다.
꽤나 큰 타격음과 함께 펄떡거리는 렌카의 몸.
갑작스럽게 귀신이 튀어나온 듯한 반응을 보인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며 눈을 부라렸다.
“무, 뭐해 이 새끼야..!!”
“벌 준 겁니다.”
“벌…? 내가 벌을 받아야할 이유가 있어…!?”
“예. 초콜릿 상자에 엿 먹으라고 그림 그려놨잖아요.”
“아니 그건… 그, 그래도 널 생각해서 선물 준 건데 왜 지랄이야…!!”
“지랄?”
“왜! 불만 있어!? 친하면 욕도 좀 할 수 있는 거지!”
“친하면 엉덩이 좀 때릴 수 있는 거 아닌가.”
“입 다물어…! 욕이랑 폭력이랑 같아!?”
“그리고 친하다고 해도 엄밀한 상하관계가 있는데.”
“웃기시네…!”
꿍얼거리며 차에 오르려는 렌카.
그런 렌카의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은 나는, 이것 놓으라며 마구 발악을 하는 그녀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초콜릿 맛있었어요.”
그러자 렌카의 몸짓이 그대로 멈추었다.
숨만 들이마셨다 내쉬길 몇 차례 반복한 그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맛있게 처먹든지 말든지…”
“맛있게 먹으라고 만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해요?”
“내, 내 맘이야…!”
“다시 제대로 말해요.”
“내가 왜…”
“얼른.”
렌카를 놓아준 나는 그녀와 조수석 사이를 가로막고 여유롭게 팔짱을 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입술을 씰룩거린 렌카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며 수줍은 소녀 같은 소리를 내었다.
“맛있게 먹어…”
아아… 한쪽 검지를 꼬옥 붙잡은 채로, 무의식적으로 몸을 이리저리 꼬는 렌카가 너무 좋다.
그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 모습을 보고도 무감정하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고 본다.
나는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렌카의 앞머리를 살살 눌러주면서 방긋 웃어보였다.
“예. 고마워요.”
“이, 이제 탄다…?”
“타요.”
“근데 어디 가?”
“집.”
“집…? 너네 집?”
“예. 다 같이 영화 한 편 보려고.”
“그럼 치나미랑 다른 애들은? 나 태우고 데리러 갈 거야?”
“아뇨. 일단 부장 먼저 집에 내려주고 한 명 한 명씩 데리러 갈 거예요.”
“왜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해? 시간 아깝게.”
“말이 많아. 빨리 안 타?”
“반말하지 마.”
“여기서…”
“탈 거야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조수석 문을 여는 렌카가 귀엽다.
자신의 기다란 포니테일을 정리하고는 안전벨트를 매는 렌카를 보며 기분 좋게 혀를 찬 나는, 그녀를 우리 집에 내려주었다.
“문 열려있으니까 들어가서 TV라도 보고 있어요. 피규어 가져다놓을 다락방 구경도 좀 하고.”
“무, 뭐래…”
“배고파요?”
“별로.”
“알았어요. 금방 올게요. 외로워도 조금만 참아요.”
“누가 외롭대? 지 혼자 망상하네…”
“지금 하자고요?”
“대,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으면 내 말을 그렇게 알아들어…! 빨리 가…! 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
그렇게 위협 같지도 않은 렌카의 위협을 들은 나는, 다음으로 치나미가 사는 맨션에 들렀다.
가면서 미리 연락을 해놓았기에, 근처 공원 주차장에 차를 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모님 마크가 그려진 모자를 뒤집어쓴 치나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후배님.”
날이 서늘해서 그런지, 치나미는 분홍분홍한 긴팔 후드를 입고 있었다.
저기엔 모모님이 그려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만 가슴팍에 MOMOSAMA라는 글귀가 쓰여 있어서, 저것 또한 모모님 굿즈 샵에서 산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치나미를 맞이한 나는 받은 초콜릿을 언급했다.
“안녕하세요. 초콜릿 잘 먹었습니다.”
“앗, 그러신가요? 맛은 어떠셨어요?”
“맛있었어요. 근데 초콜릿 안에 복숭아가 들어있던데요.”
“아앗? 어떠셨을까요?”
솔직히 깜짝 놀랐다.
우물거리고 있다가 과즙이 터져 나오는 느낌은 굉장히 낯설었다.
그리고 맛도 좀… 일반인들이 먹을 만하게 개량을 거친 것이 아니라 그냥 초콜릿 안에 생 복숭아를 때려 박은 터라,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괴이했다.
“괜찮았던 것 같네요. 근데 복숭아 초콜릿은 몇 개밖에 없는 것 같던데…”
“넷. 서른 개 중에서 세 개에만 넣어놓았답니다. 찾는 재미가 있지요?”
찾는 재미가 있는 게 아니라, 러시안 룰렛을 하는 기분이라 조금 겁이 난다.
그래도 세 개밖에 없다니까 다행이다.
“예, 재미있네요.”
“무후후… 발렌타인데이 때는 개수를 늘여보겠어요.”
그러지는 말아주라.
흠칫흠칫 놀라기는 싫다.
라는 말을 삼킨 나는 치나미의 모자 밑으로 삐져나온 옆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일단 탈래요?”
“어딜 가시려는 것일까요?”
“저희 집이요. 부장도 기다리고 있어요.”
“앗, 그런가요?”
“예.”
“집에서 무엇을 하시려는 건가요?”
“영화 보려고요.”
“아하.”
“따로 원하는 게 있으면 해도 되고요.”
“따로 원하는 것이요?”
“마사지 같은 거.”
그 말에 치나미가 모자를 푸욱 눌러썼다.
빨개지려는 얼굴을 감추려는 듯한 행동이었다.
“그, 그렇군요… 그것은 생각을 조금 해봐야할 것 같네요…”
“예. 부장이랑, 히요리랑 미유키랑 얘기 한 번 나눠봐요.”
“믓…! 다른 후배님들도 오시는 것이었군요.”
“그렇죠.”
“그렇다면 다음 기회에 한 번 진중한 토의를 해보겠어요…”
“왜 다음 기회죠?”
“아, 아직은 서로 잘 아는 게 아니다보니…”
“알겠습니다.”
“타도 될까요?”
“물론이죠.”
괜히 심호흡을 하며 차에 오르는 치나미에게 꼭 해야 할 것이 있었다.
톡.
“믕앗.”
그건 바로 그녀의 토실토실한 둔부를 만지는 것이었다.
이 엉덩이는 하루라도 안 만지면 에너지 충전이 안 된다는 말이지.
중독성이 너무 심하다. 이젠 매일 만질 수 있어서 좋다.
**
다음으로 데리러 간 사람은 히요리였다.
집 앞으로 가니 치나미마냥 모자를 눌러쓴 채로 날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보이는데, 깜찍함이 돋보이는 치나미와는 다르게 뭔가 어른스럽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철부지 소녀가 따로 없지.
히요리는 그런 사람이다.
덜컥.
“하이요.”
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온 히요리의 인사.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주억거린 내가 그녀를 불렀다.
“야.”
“왱.”
“초콜릿 잘 먹었다.”
“다 먹었어요?”
“그걸 어떻게 하루 만에 다 먹어? 엄청 많던데.”
“하긴, 다른 사람들 것도 있으니까 못 먹긴 하겠네요.”
“네 거 하나만이라도 다 못 먹어.”
“입이 좀 짧으신가보네요. 스티커는 휴대폰 뒤에 잘 붙여놨죠?”
스티커? 무슨 스티커를 말하는 걸까?
고개를 갸웃한 내가 반문했다.
“뭔 스티커? 박스 안에 넣어놨어?”
“아뇨? 바깥에 붙여놨잖아요. 외부에.”
“그런 거 없던데?”
“네…? 그럴 리가…?”
“노란 별 모양 박스 아니야?”
“맞아요.”
“없었어.”
“진짜요…?”
“어.”
“아이고…!”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 사람마냥 얼굴이 추욱 늘어지는 히요리.
여기가 바닥이었다면 아마 주저앉아 땅을 마구 쳐댔을 것 같다.
나는 기절이라도 한 듯 미동도 않는 히요리의 허리를 콕 찔렀다.
“너희 나 잘 때 몰래 안쪽으로 상자를 밀어 넣은 거 아니야? 그때까지 스티커가 있었으면 집 어딘가에 떨어져있을 것 같은데… 한 번 찾아볼게.”
“넹.”
금세 밝아진 말투로 돌아오는 히요리를 보며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친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고 보니 히요리, 렌카, 치나미… 이렇게 셋만 덩그러니 놔둔 적은 없지 않았나?
이참에 말이라도 더 트면 좋겠지 싶다.
“가서 선배들이랑 얘기 좀 하고 있어.”
“선배 집이 무슨 아동 보호소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버리는 느낌이에요.”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얌전히 가자.”
“알았어용.”
걱정이 단 하나도 없어 보여서 좋구나.
어디에 놔둬도 적응을 잘 할 사람이다. 히요리라는 사람은.
그렇게 히요리까지 내려다준 나는, 가장 가까운 미유키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와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
그냥 도착해서 연락하니 금방 내려왔고, 알아서 차에 타더니 내 입에 자신이 가져온 유부초밥 하나를 넣어주면서 애정을 표현했다.
말없이 물티슈로 손을 닦는 미유키를 스윽 쳐다본 나는,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 일이 잘 풀린다면 평일에도 다섯이서 모여야지.
앞으로 같이 살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서로 친구가 아니라 가족처럼 지내야하지 않겠는가?
영화만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 같이 요리를 하거나, 집 인테리어를 하거나…
더 나아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거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어보거나…
히로인들과 이러한… 아주 일상적인 것들을 하고 싶다.
그러면 더 바랄 게 없다. 내 최대의 행복은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내일은 완결편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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