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n away from an SSS-class obsessed man RAW novel - chapter 119
그녀는 반질반질 광이 도는 표지를 매만지며, 곧 읽을 생각에 두근대는 가슴을 짚었다.
“이거, 완전 궁금한 데서 끝나서 엄청 아쉬웠단 말이야. 이번 편에 범인이 꼭….”
재희가 한껏 올라간 입꼬리로 흥분한 이유와 이 선물의 특별함에 대해 종알댔다. 세한은 듣고 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재희의 허리를 감쌌다. 그녀의 착각이 아니라면 그의 손길과 눈빛이 은근했다. 밀착한 몸. 세한에게선 특유의 씁쓰름한 향기 대신 비누 향이 나고 있었다.
“응, 더 말해 봐.”
“어…? 아무튼, 엄청… 고맙다고.”
“그래? 엄청 고맙구나. 근데 자기야, 기브 앤 테이크라고 혹시 아나?”
축축하다고 느낄 만큼 무거운 목소리가 묘했다. 재희의 허리를 더 바짝 당긴 세한 때문에 서로의 하체가 붙어 그녀의 아랫배 부근에 묵직한 그의 앞섶이 닿았다. 익숙한 패턴이었다.
“나, 이거 선물한다고 좀 고생했다? 이 시국에 제일 좋은 번역가 찾는 것도 그랬고, 최대한 다음 권처럼 주려고 표지 디자인한 것도 그렇고. 어때? 엄청 고맙지.”
그답지 않은 생색이었다. 그리고 세한이 이럴 때면 늘 원하는 것이 있었다.
감상이라도 하듯 재희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 내린 세한이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뺏어 옆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끝났지?”
아주 짧은 물음이었지만, 닿아 있는 몸에서 뿜어지는 열기와 욕망을 담은 눈동자에 그가 무엇을 묻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월경, 사실 이틀 전에 끝났지만 말해 주지 않았다. 그간 얌전히 제 배에 얼굴을 묻고 한숨만 쉬던 밤들이 머리에 스쳤다. 재희는 테이블에 놓인 책을 내려다보며 되물었다.
“이러려고 저거 선물한 거야?”
“응, 너 거절 못 하게 하려고.”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로 솔직한 대답에 그녀가 입을 벙긋거리며 인상을 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금 부근에 팔을 끼워 넣어 그대로 재희를 안아 든 세한이 콧노래를 부르며 침대로 향했다. 그녀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고, 조금의 틈도 없이 몸을 겹친 그가 입술을 포개 왔다. 마치 아직 살아 있는 사냥감의 숨통을 끊는 것처럼, 조급함이 느껴지다 못해 어딘가 포악하게 느껴지는 키스였다.
진득하게 섞이던 축축한 살덩이가 빠져나가자 재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세한 또한 숨이 거칠었다. 그러나 그녀와는 다른 이유일 게 분명했다. 그가 그녀의 목과 얼굴 부근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너무 흥분했다 싶을 정도로 뜨거운 숨결이 조금 예민해진 살갗에 스쳤다.
“구재희, 사랑해.”
“야, 읏, 잠깐…!”
마치 넣고 흔드는 것처럼 자신의 하체를 그녀의 허벅지에 비비던 그가 쇄골과 목을 핥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일주일째야. 기다리기 너무 힘들었어.”
“대체 뭐가… 윽…!”
세한이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재희의 허벅지를 매만지다 예고 없이 속옷 위를 꾹 눌렀고, 덕분에 ‘일주일이 뭐가 그리 오래라고.’라는 말이 삼켜졌다.
“하게 해 줘. 응? 너도 젖었잖아.”
아까부터 은근히 맞닿게 비비던 하체 탓이었다. 자존심에 부정하고 싶지만, 그녀 또한 세한이 뿜는 열기에 반응하고 있었다. 재희가 대답 없이 눈을 감자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속옷 안으로 파고들어 온 손이 곧바로 안을 휘저었다.
“이게 뭐야. 너 진짜….”
세한이 거보라는 듯 한쪽 입꼬리만 올려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찌걱찌걱- 손가락이 안에서 원을 그릴 때마다 외설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제 몸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을 만큼이나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그녀의 이성은 차분했지만, 몸은 착실하게 세한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던 모양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비 맞은 강아지처럼 끙끙대던 세한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난 네 몸이 너무 좋아. 어쩜 이렇게 솔직하고 귀여운지.”
“더 말하면 그만, 하읏… 흐. 한, 다.”
“이렇게 젖어서 그만할 순 있고?”
재희가 한껏 비아냥대는 세한을 쏘아보자 그는 알겠다는 듯 장난스레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해서 그녀의 안을 휘저으며 목덜미에 입술을 비볐다.
“네가 매일 배란기였으면 좋겠어. 넣어 달라고 보채는 거 진짜 야했는데.”
일주일 전의 잠자리를 떠올린 듯, 세한이 뜨거운 숨을 뱉으며 말했다. 생리 전, 한창 성욕이 왕성할 때. 재희가 잠자리에 적극적인 기간이었다.
“나만 맨날 발정기야. 이건 너무 불공평한 거 같아.”
“일주일이, 읏, 뭐가… 하아, 하윽…!”
“뭐라고 했어? 네 신음이 너무 커서 못 들었네.”
아래쪽 돌기를 꾹 누른 손길이 노골적이었다. 순간 아찔해진 눈앞에 재희가 반사적으로 몸을 버둥대자 그가 포박하듯 무게를 실어 몸을 짓눌렀다.
“맨날 이렇게 좋아하면서… 하기 싫대.”
“잠, 깐, 하윽….”
몰려드는 쾌락에 재희가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고개를 젖혔다. 머리가 뜨거워서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치밀어 오르는 충동이 성욕 때문임을 그녀도 자각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그녀가 불붙기 기다렸을 세한은 똑바로 눈을 맞춘 채 안을 휘젓던 손가락을 빼내었다. 밀려드는 아쉬움에 재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왜? 더 하고 싶어?”
세한은 놀리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이제 재희가 말할 차례였고, 그가 원하는 답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이미 승기는 세한의 것이었다.
“넣어 줘. 네 거, 넣고 싶어.”
씩- 시원하게 휘어지는 세한의 입매가 예쁘다고 생각할 때쯤, 그가 깊숙이 입을 맞춰 왔다.
힘이 들어간 혀가 조금 위험할 정도로 깊이 들어와 입천장을 쓸었고, 순간 온몸이 가려워졌다. 맞닿은 입술 새로 재희의 신음이 흐르자 자신의 하체를 그녀의 중심에 눌러 비비던 그의 움직임도 격해졌다.
“넌… 내가 세워 줄 기회를 안 주네.”
“네 애인이 아직 혈기 왕성해서. 고맙다고 해.”
속삭이는 듯한 대화에 작은 웃음소리가 섞였다. 세한이 재희의 원피스와 속옷을 능숙하게 벗겨 내고, 그녀의 귀와 목, 가슴에 차례로 입을 맞추며 자신의 허리띠를 풀었다.
재희의 몸은 한껏 달아올라 어서 빨리 그가 이 열기를 풀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콘돔이 어디 있더라.’
그녀의 시선이 침대맡 협탁으로 향했을 때, 밀부에 묵직한 열기가 닿았다. 그는 어느새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성기만 꺼내 그녀의 음부에 비비고 있었다. 마치 넣으려다 미끄러진 듯 잠시 그녀의 배 위로 올라온 세한의 페니스는 이미 쿠퍼액을 뱉어 내고 있었다.
“아… 씨발. 너무 오래 참았나.”
세한이 작게 욕을 읊조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재희는 자신의 배에 남은 그의 흔적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한아… 콘돔.”
이상한 일이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보다 더 피임에 신경 쓰던 그였는데. 세한의 귀두가 쿠퍼액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꼿꼿하게 선 검붉은 살 기둥엔 금방이라 터져 나올 듯한 핏줄이 서 있었다. 그녀의 불안함을 읽은 세한이 낮은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걸까, 아무런 의문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순간 그의 성기가 단번에 밑동까지 들어와 그녀의 안을 채웠다. 예상치 못한 삽입에 재희는 입을 벙긋대며 밀려들어 온 쾌감에 몸을 떨었다.
“세, 세한아, 잠깐, 읏…! 안 돼.”
재희가 버둥대며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평소와 다른 세한의 행동에 아주 조금 공포심이 밀려들었을 때였다. 여유롭게 그녀의 손등에 입 맞춘 그가 달아오른 숨을 뱉으며 입을 뗐다.
“걱정 마, 이제 피임 안 해도 돼. 나 수술했거든.”
“뭐…?”
“아. 진짜 너무 좋다. 진작 할걸. 이제 아무것도 우릴 못 갈라놔.”
앞뒤를 따져 물을 새도 없이 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을 쑤실 때마다 나는 마찰음이 오늘따라 적나라했다. 낯선 자극이 두려우면서도 그녀의 입에선 달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가 고환까지 처박을 기세로 허릿짓을 하자 안쪽 고여 있던 무언가가 터지듯 뜨거운 쾌감이 퍼져 나갔다.
“하윽…!”
“어때, 너도, 윽, 좋지?”
세한은 재희의 몸을 잘 알고 있었다. 안쪽 깊은 곳만 찔러 댄 탓에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겐 절정이 찾아왔다. 머리가 아득해지고,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으며, 골반이 경련하듯 움직였다. 한껏 수축했던 질이 푹 젖어 드는 느낌과 함께 이완됐을 때, 그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
“좋다는 대답을 몸으로 해 주네. 같이 가고 싶었는데, 넌 항상 너무 빨라.”
“네가… 하아… 너무 세게… 으흣…!”
다시 한번 쳐올린 허리에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둘의 잠자리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재희가 먼저 절정에 다다르고 나면 세한이 사정할 때까지 끔찍한 쾌락이 계속된다. 한 번의 절정으로 열기가 가시지 않은 내벽에 문질러지는 커다랗고 딱딱한 살덩어리.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서 도망가려는 듯 그녀의 골반이 위아래로 흔들렸지만, 그는 가는 허리를 두 손으로 단단히 고정하고 깊이 처박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만, 윽…! 빨리… 빨, 리…! 가 줘, 아흣…!”
눈앞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어지러워졌을 때, 재희 입에선 흐느낌에 가까운 부탁이 흘러나왔다. 세한은 자신의 몸에 애원하듯 닿아 있는 손에 손깍지를 끼고, 그녀 위로 몸을 포개었다.
“재희야… 이름 불러 줘.”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세, 읏, 세한아.”
“더, 더 말해 봐.”
“하윽…! 김세한…!”
콱, 재희의 목에 이를 박아 넣은 세한이 거칠게 허릿짓 하기 시작했다. 뇌까지 퍼지는 고통과 척추를 타고 내리는 전류에 그녀의 고개가 좌우로 도리질을 반복했다. 제발 그만해 달라는 신호였다. 견디다 못한 그녀가 그를 밀어내기 위해 발버둥 쳤을 때였다.
“윽….”
세한의 입에서 외마디가 뱉어지고, 거칠게 움직이던 허리가 느릿하게 흔들렸다. 작게 움직이던 허리가 마침내 멈춰 서며 그가 절정에 다다랐음을 알렸다. 배 안쪽에 남은 열기, 예민한 내벽이 그가 움직이지 않음에도 아직 안에 있는 페니스를 어루만지듯 꿀렁거렸다.
“하아… 정말. 너무 좋다.”
그는 뜨거운 손으로 아직 자신의 것을 품은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작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엉덩이 사이로 뜨뜻미지근한 것이 흘러내렸다.
“진짜… 안에다 한 거야?”
이 느낌, 분명 예전에도 느껴 본 적 있었다. 자꾸만 흘러내리는 게, 보이진 않아도 엄청난 양이었다. 그도 그걸 느꼈는지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하며 웃었다.
“일주일만이라서 그런지 양이 좀 많다.”
“야…!”
이런 상황이 그저 당황스러운 재희가 일단 그를 밀어내려 했다. 가볍게 그녀의 손을 저지하듯 내리누른 그가 자신의 얼굴을 뺨에 부비며 달래듯 말했다.
“이따 내가 다 씻겨 줄게. 응? 지금은 그냥 너랑 미친 듯이 하고 싶어.”
세한이 작게 허릿짓 할 때마다 맞닿은 허벅지 부근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액에 끈적하게 젖어 질척였다. 그는 자신이 깨물었던 그녀의 목덜미를 살살 핥아 올리며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다 내 걸로 채우고 싶어. 너한테 내 냄새가 밸 때까지.”
“김세한, 넌 정말 이상해….”
“응, 이게 내 밑바닥이야. 욕심이 밑도 끝도 없이 나. 매 순간 널 갖고 싶어.”
재희는 손을 뻗어 세한의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마주한 그의 눈에선 갈증이 비쳤고, 내쉬는 숨에선 욕구가 느껴졌다.
“너랑 있으면… 나까지 이상해지는 것 같아.”
“…….”
재희가 고개를 살짝 들어 입술을 포개었다. 한없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입맞춤이었다.
“네 욕심이 끝없는 걸 알면서도 널 채워 주고 싶어. 나도 꽤 이상하지?”
그녀의 물음에 작게 미소 지은 세한은 대답 대신 깊게 입을 맞추었다. 배 안에서 그의 성기가 다시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질 때쯤, 다시 허릿짓이 시작됐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잘 안 날 만큼이나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몸을 섞었다.
접합부에선 언제 뱉어졌는지 모를 그와 그녀의 체액이 뒤엉킨 채 밀려 나와 하반신을 엉망으로 적시었고, 체위를 바꾸어도 맞춘 눈은 떨어지지를 않았다. 철퍽철퍽, 외설적인 마찰음이 계속되고, 재희의 입에선 저 자신조차 뭐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뇌가 녹아내리는 듯했고,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읏, 으, 으흐응…!”
몇 번째 오르가슴인지 알 수 없었다. 크고 작은 절정이 지나가, 하반신은 도무지 제 것이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허리는 기분 좋을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쾌락에 함락된 이성이 제 역할을 못 해 발정 난 짐승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젠 분명 한계였다.
세한은 제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재희를 올려다보며 느긋하게 배를 쓸어내렸다.
“아, 또 혼자 갔어. 같이 가자니까. 좀 더… 더 움직여 봐.”
“그만, 흐윽…! 미친 새끼야… 흐으…읏, 그만해…. 며, 몇 번을…!”
아까의 애틋함은 깨진 지 오래였다. 몸이 힘들자 재희의 입에선 자연스레 욕이 새어 나왔다. 마음이 편해서인지, 딱히 절정에 다다르지 않더라도 세한의 성기는 계속 꿀렁이며 정액을 뱉어 내고 있었다. 그의 붉은 살 기둥과 그녀의 대음순엔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생크림처럼 묻어 있었다.
“음, 글쎄. 콘돔이 없으니까 못 세겠네.”
세한은 추삽질을 할 때마다 조금씩 밀려 나오는 자신의 것을 매만지며, 천연덕스레 답했다. 그리고 얌전히 있기로 했던 약속을 깨고 자신의 골반을 쳐올렸다.
“으응…! 읏, 싫어. 이제, 으흣, 못 해…!”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
퍽퍽, 엇박자로 쳐올린 탓에 세한의 페니스가 예상보다 깊은 안쪽을 찔러 왔다. 또 한 번 쾌락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퍼지자, 그녀의 입에선 자지러지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세한의 복근에 힘이 들어가고, 그를 품은 음순 새로 또 끈적한 액체가 질질 새어 나왔다. 그가 움직임을 멈추자, 재희가 쓰러지듯 세한의 어깨에 이마를 박았다. 눈앞이 하얀 것인지 검은 것인지도 구분이 안 될 만큼 오감이 엉망이었다.
“하아… 재희야, 너 정말 미친 거 같아.”
“흐으… 읏.”
미친 것 같기도 했다. 작은 쾌락이 여진처럼 아직도 그녀의 몸을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세한은 그 작은 움직임을 느끼며 재희의 척추를 쓸었다.
“네 안, 기분 좋아.”
재희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자, 세한이 늘어진 그녀를 억지로 바로 세웠다.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올리자 코르크 마개 뽑히듯 내내 안을 채웠던 그의 것이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회음부 사이로 하얀 액체가 줄줄 새어 나와 그의 허벅지에 떨어졌다.
“와… 이거 너무 야한데.”
세한이 감탄하듯 말했지만, 재희에게 대꾸할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속도 겉도 그의 것으로 엉망이었다.
“으… 며, 몇 시야.”
그 한마디를 묻는데도 발음이 다 뭉개졌다. 세한은 뭐가 그리 웃긴지 킥킥대며 웃음을 삼켰고, 그 작은 진동에 또다시 살갗이 마찰했다. 날 선 감각은 그마저도 자극으로 받아들였고, 그녀의 입에선 또 한 번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시 탁상 위의 시계를 확인하듯 고개를 돌린 그가 그녀의 허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세 시. 이제 씻어야지?”
“으, 읏. 너어… 허리 만지지 마.”
성감대를 자극하는 손길이 열 받도록 집요했다. 화를 내듯 말하자 순순히 떨어진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고 힘을 가했다. 그 때문에 조금 벌어진 음순 사이로 공기가 닿아 안쪽의 열이 식는 게 느껴졌다.
“예뻐 죽겠어, 구재희.”
“그만 만져. 하아… 나 너무 힘들어.”
“알겠어. 가자. 내가 씻겨 줄게.”
땀벅범에 정액 범벅이라 씻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지만, 늘어진 몸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세한은 그런 그녀를 눈치챈 듯 단번에 자신에게 들러붙은 몸을 떼어 내 일으켜 세우고, 다시 안아 들었다.
“너는… 너무 적당히가 없어.”
저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하는 그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은 그녀가 웅얼댔다. 시름시름 앓으며 말하는 재희는 환자가 따로 없었다.
“내가 이래서 하기 싫은 거라고. 알아?”
“오늘은 오랜만이니까. 게다가, 콘돔 없이 하는 거 너무 좋아서. 너도 평소보다 야했고.”
욕실에 도착하자 커다란 거울에 제 음부가 비쳤다. 언뜻 희미하게 보이는 백색 액체가 자신의 안을 채웠던 게 정액임을 실감케 했다.
“다리에 힘줘. 나한테 기대서 서 있기만 해.”
그가 조심스레 그녀를 내려놓으며, 서 있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듯 조금씩 받치고 있던 손을 빼내었다. 가뜩이나 좁은 샤워 부스 안에서 가까이 붙어 있자 몸에 또다시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재희는 그를 밀어내며 한숨에 가까운 목소리를 뱉었다.
“됐어. 내가 할게.”
샤워기를 들고 물 온도를 체크하던 그가 조심스레 그녀의 가슴에 물을 뿌리며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내가 씻길래.”
‘싫어’라니.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설마 그렇게 했는데 또 일이 벌어질까 싶어 그대로 놔두었다. 아까부터 뻑뻑한 눈꺼풀이 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려 왔다. 딱 따뜻한 정도의 미온수가 몸을 타고 흘러내리자 잠이 몰려들었다. 당장에라도 침대에 몸을 던지고 싶은데, 비누칠도 아직이었다.
“김세한… 이렇게 해서 언제….”
힘들어서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땐, 힘이 들어간 듯 선명히 보이는 복근 밑으로 반쯤 서 있는 그의 것이 보였다.
“이거, 왜….”
“그대로 서 있어.”
재희를 벽 쪽으로 몰아세운 그가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리고 다리 사이로 물을 뿌렸다. 한껏 예민해진 밑쪽을 두드리는 자극에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을 뻔했지만, 허벅지를 단단히 지탱한 팔 덕분에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으읏…! 안 돼, 그렇게 하지 마.”
“아니야. 이렇게 하는 거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