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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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거꾸로 된 삼각형 – 6. 준비
“우와, 빌리. 너 출세 했다? 이런데서 일하고?”
“뭐 제가 조금 잘났어야 말이죠?”
“뭐? 하하하”
빌리는 끝마을에서 올라온 동네 형이 하는 말에 능청스럽게 답했고 그 말에 남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지금 프릴링 제작소에 와 있었다. 어제 도착하고 여독을 푼 후, 오늘 자유시간을 가지는 이들 중 몇명이 프릴링을 방문했다. 마을 출신인 빌리와 안느가 하는 일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제가 작업하는 곳인데, 비밀 유지를 해야 되서 저희 팀이 아니면 못 보여드립니다.”
“이야, 대단하네.”
빌리는 형들에게 설명할수록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빌리를 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안느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래도 보기 좋았다. 안느 역시 기분이 좋았으니까. 별로 친한 이들도 아니었는데 고향이 아닌 곳에서 마주하며 자신들이 일하는 곳을 보여준다는 게 묘하게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신난 빌리를 따라 신난 사람들이 뒤따라 가는 것을 안느는 미소와 함께 지켜보다가, 잠시 시선을 돌렸다. 슈멜츠와 레이가 있는 사장실. 그리고 쥬시 또한 함께 있는 곳.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그들을 안느는 잠시 상상했다. 힘내. 사장실을 향해 안느는 마음 속으로 응원의 말을 건넨 뒤, 다시 빌리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제대로 완성 되었군요.”
레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몇개의 상자들을 보며 말했다. 빌리가 디자인한 세련되고 저마다 다른 모양의 상자 속에 담긴 세트 상품. 이는 다른 곳에서는 하기 어려운 프릴링이기에 손 쉽게 가능한 세트 상품 형태 중 하나였다.
“그래, 네 말을 듣고 쥬시씨랑 기획 구상 팀에서 완성시킨 묶음이야.”
“이것도 충분히 좋은 점수 받을 거라고 봐요.”
“그래,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 아직 이런 식으로 묶은 사람이 적어도 크론 영지에서는 없었으니까.”
히든 카드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가산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특히 이 세트 상품의 경우에는 아마 판매에 들어가면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볼 부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외부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 많이 사가지 않을까 싶었다.
쥬시는 완성된 제품을 보는 레이의 표정이 좋아지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곧 시험 시간이 가까워져 옴을 깨닫게 되자 다시 점점 불안해 졌다.
슈멜츠는 레이를 향해 말했다.
“내일 너희가 오전에 하면 우리는 오후에 할 예정이야. 보니까 장소도 다 같더라.”
“형이 하십니까?”
“아니. 여기 쥬시씨가 하기로 했어. 우리 프릴링 대표 디자이너니까.”
슈멜츠가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레이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닿자, 쥬시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레이는 말했다.
“다행이네요. 제품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쥬시씨가 한다니 안심입니다.”
“뭐? 너 그 말 조금 이상하다? 다행이라니, 내가 하면 안 다행이고?”
“그렇지 않습니까? 제품을 개발한 사람이 말해야 제대로 제품을 보여주죠. 쥬시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네? 아,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개구진 표정으로 말하는 레이의 모습에 그리고 역시 장난스럽게 화를 내는 슈멜츠의 모습에 쥬시는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그래, 그건 자신이라고 쥬시 스스로 자부할 수 있었다.
레이는 표정이 조금 편안해진 쥬시를 향해 말했다.
“쥬시씨. 제가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걸 조금 잘하는 편이거든요?”
“암, 엄청 잘하지. 나보다 더 잘해!”
“형보다는 다 잘하지 않습니까?”
“아, 진짜!”
결국 쥬시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늘 다정하지만 어딘가 벽이 있어보이던 사장님의 전혀 다른 모습에 쥬시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저렇게 당하는 사장님이라니! 그 모습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레이와 슈멜츠는 웃는 쥬시의 모습을 보며 서로 눈짓을 했고, 그 둘은 씨익 웃었다. 이제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이는 쥬시를 향해 말했다. 오늘 슈멜츠 형의 부탁을 받아, 그리고 퀘스트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프릴링을 위해,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오늘 쥬시씨에게 제 기술을 조금 가르쳐 드릴려고 합니다.”
특훈을 하러 왔다.
장인 협회의 최고 위원이라는 타라. 그녀를 제품뿐만 아니라 말로 이기는 것이 쥬시에게 힘든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면접 때의 그 행동과 말로 보아, 조금만 조언을 해주면 충분히 좋은 제품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레이는 말했다.
“극적인 효과, 감동, 확신. 사람들을 집중 시키기 위한 극적인 효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자연스럽게 그리게 만드는 확신. 이것들이 제가 생각하는 발표의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쥬시는 가만히 새겨 들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바라보는 쥬시를 향해 레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의 제품에 대해서 명확하게 아는 것. 그리고 확신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레이는 쥬시를 향해 물었다.
“쥬시씨가 보는 프릴링은 어떻죠? 무엇이 프릴링은 남들과 다른가요? 당신은 어떤 프릴링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낍니까?”
퀘스트에서 한 말.
이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
레이의 물음은 끝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이 있죠. 왜 이 시험을 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퀘스트가 건넨 또 하나의 말.
이 시험은 무엇을 위한 시험인가?
우리는 고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영지 관리들에게 특산품으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영지에 있어 이 시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돈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일까?
프릴링이라는 제품에 집중하라는 말.
레이는 그 말을-
프릴링이 만들어온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의미, 동기, 특징, 차별성, 미래. 그 모든 것들이 프릴링이라는 제품이었다.
생각에 잠겨있던 쥬시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저는-”
*
“오늘 고맙다.”
“당연한건데요, 뭘. 형은 남아서 더 보실거죠?”
“어. 그래야지. 쥬시씨가 준비하는 거 도와야지.”
슈멜츠는 고마움을 담아 레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신도 지금 정신 없이 바쁠텐데, 어쩌면 자신들보다 더 독한 퀼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할텐데도 흔쾌히 도와주는 것이 슈멜츠는 고마웠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서 준비해야 될 것 같아요.”
“어, 그래. 아! 잠시만!”
걸음을 옮기려던 레이는 슈멜츠의 모습에 걸음을 옮기려던 것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슈멜츠는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레이에게 내밀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내가 깜박하고 있었네.”
“뭡니까?”
“하나는 무티히한테서 온거고, 하나는 영주님이 보내신거야. 뜯어 봐봐”
레이는 영주 바렌으로부터 온 편지를 먼저 뜯었다. 무슨 소식일까. 노란 봉투인 것을 보아, 중요한 내용일텐데. 조금은 급한 마음으로 편지를 펼친 레이는 짧은 글이 적힌 편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네가 원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제 네 차례다.”
역시-. 원하던 소식에 레이의 입가에 미소는 더 짙어졌다.
조금은 여유로워진 손길로 레이는 두번째 편지를 뜯었다. 무티히로부터 온 편지. 그 중에 단 하나의 말이 레이의 눈에 들어왔다.
‘남부 마법 협회와의 만남.’
레이는 비로소, 퀘스트 보상의 의미를 하나 깨달을 수 있었다.
B급 스탯 증강제. 그 아이템의 사용 용도를 알았다.
“오, 좋은 소식인가봐?”
슈멜츠는 편지 두개를 받고 즐거운 미소를 짓는 레이를 향해 말했다. 그에 레이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답했다.
“네.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레이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
초제는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이 너무나 설레서 그런 것일까.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날이었다. 심장이 크게 쿵쾅거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영주성에 있을 시험에 퀼과 함께 초제와 부공장장이 함께 동행하기로 했었다.
영주님이 잘생기셨다고 하던대. 그 생각에 떨리는 걸까? 아니면 영주성에 가는 것 때문에 설레서 이런가? 초제는 뛰는 심장을 도저히 못 가라앉혔다.
“에이!”
초제는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침대의 푹신함이 괜히 짜증이 났다. 왜 이리 쿵쾅대? 초제는 자신의 심장을 향해 말했다. 심장 께로 손을 대자 더 거세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초제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눈에 옷장 앞에 옷걸이에 걸려져 있는 옷이 보였다.
내일 영주성에 가는 만큼 어느 때보다 비싼 옷들로 준비했다. 물론 퀼로부터 받은 장신구까지.
“으음, 신발이 조금 아쉽네.”
좋은 신발이 없다는 게 초제는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뭐, 내일 시험 끝나고 나면 돈도 생길테니 그 때 사면 되겠지. 순간 그녀는 승리를 장담하는 퀼과 역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부공장장을 떠올렸다.
심장의 떨림이 조금 가라앉았다.
역시 긴장해서 그런거였나? 어느 날부터 왜 이리 심장이 뛰는 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초제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한결 덜 뛰는 심장에 안도하며 그녀는 눈을 감았다. 여전히 심장이 뛰었지만, 이는 붉은 마을에 온 이후로 늘 그랬으니. 이제는 익숙해진 초제는 편안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레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사장이라고 봐주는 것인지, 혼자 방을 쓰게 된 레이는 한가지 고민으로 잠들 수가 없었다.
‘스킬을 써? 말어?’
프로모션 스킬을 쓸까? 아니면, 협상 스킬? 아니면 리더십 스킬?
어느 것을 사용하여도 단번에 전세가 변경될만큼, 큰 힘들이었다. 특히, 프로모션을 사용한 순간 얻게 될 효과들은 내일 있을 시험이라는 자리에도 크게 작용할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러면 수월하게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가진 바의 능력으로 원하시는 승리의 형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퀘스트에 적혀 있던 저 내용이 레이의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웬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정정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또한 레이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이 시스템이 나의 능력인가.
언제까지 나는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얻기 전까진 이 능력은 자신의 것이 아직 아니었다.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래, 안 써도 충분해.’
시스템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래, 조금 더 수월하게 이기냐 아니면 조금 어렵게 가냐. 그 차이였다. 레이는 시선을 돌렸다. 이 곳으로 오기 전 부탁했던 금고. 그 속에 담긴 것. 레이는 자신이 만든 조청을 믿었다. 그리고 영주 바렌의 편지를 믿었다.
하지만, 혹- 누군가가 비열한 방식으로 허튼 짓을 해서 망가뜨린다면,
레이는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내 것이든 아니든, 멍청하게 당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길 그는 바랐다. 레이는 눈을 감았다.
내일을 위해 자야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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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하는 하루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