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180
0180 ==============================================
2부 거꾸로 된 삼각형 – 12. 바람
“아~ 너무 일찍 일어났나?”
찻집으로 내려가는 헬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어제, 본격적으로 달꿈 조청차를 판매하기 시작한 날은 평소보다 훨씬 더 손님이 많이 왔었다. 그래서 피곤했지만 이상하게 오늘 눈이 평소보다 더 일찍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헬이 한 생각은 하나 였다.
‘찻집! 얼른 문 열자!’
그 생각이 헬을 더 아침잠을 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도저히 신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제 그렇게 많이 오다니!
“아우! 진짜!”
헬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두 볼을 부여 잡았다. 그리곤 문득 떠오른 기억에 절로 꿈을 꾸듯 얼굴 가득 행복함을 담았다.
‘이렇게 분위기 있는 찻집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요?’
‘이야, 뭔가 차 맛이 다르긴 다르네요!’
‘여기 기부금이요. 정말 좋은 찻집이네요. 앞으로 후식으로 여기 와야 겠어요.’
“후후후후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기분이 최고야!
헬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오늘 내가 첫번째겠지?
헬은 할아버지가 일어나시기 전에 얼른 준비를 끝내놓고 놀래켜드릴 요량이었다.
하지만 계단을 다 내려가 일층 찻집에 도달한 헬은 저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어? 할아버지!”
평소 가게 문을 열기 한 시간 전인데 할아버지는 찻집에 와 계셨다. 헬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맥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 헬을 향해 맥스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뭐하러 이렇게 일찍 일어나?”
그에 헬은 특유의 개구진 미소를 짓더니 맥스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에이~ 할아버지도 저랑 같은 거 아니에요? 할아버지야 말로 한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셨네요?”
“크흠-”
그녀의 눈에 빨개지는 할아버지의 귀가 보였다. 헬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 더 커졌다. 맥스는 그런 헬을 외면하며 헛기침을 한번 더 하곤 말했다.
“크흠, 원래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져! 그래서 일찍 일어난거야!”
“아~ 그렇구나~ 이야~ 하루만에 잠이 그렇게나 없어질 수도 있구나~”
“커험, 그렇지!”
헬은 자꾸만 웃음이 실실 나왔다. 웃음 조절이 안되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팔에 팔짱을 끼며 애교 있는 표정으로 물었다.
“할아버지, 저 할 거 없어요? 저 문 빨리 열고 싶어서 일찍 일어났단 말이에요오-”
맥스는 자신의 팔에 매달리듯 팔짱을 낀 손녀를 힐끔 바라봤다. 손녀의 입가 가득한 미소가 자신에게도 건너오는 것 같았다. 괜히 미소가 지어지려고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헬도 일찍 일어났다는 게 그를 든든하게 만들었다. 역시 손녀는 가족이자 이제 자신의 최고의 동료였다.
그는 애써 다 들킨 미소를 지우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없다.”
“예? 진짜요?”
헬은 할아버지의 말에 진심으로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정말로 가게 청소까지 다 되어 있었다. 도대체 할아버지는 언제부터 준비를 하신거야? 놀라우면서도 설레여 했을 할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자, 뭔가 울컥했다. 점심 쯤 되어야 한 둘 오는 손님들때문에 늦게 열어도 되었는데 할아버지는 자신의 오래 전 기억부터 늘 똑같은 시간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문을 열게 될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녀는 너무나도 이해되었다. 그렇기에 헬은 티를 내지 않았다.
“아, 아쉽다. 오늘 저의 깜짝 놀랄만한 준비 실력을 보여 드릴려고 했는데!”
헬의 말에 맥스는 피식 웃었다. 그리곤 주방 안으로 고갯짓을 하며 헬에게 말했다.
“할 일 하나 있다.”
“어? 진짜요? 그게 뭔데요? 시켜만 주시면 아주 기똥차게 해내겠습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사장님!”
맥스는 헬의 개구진 모습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이렇게 밝고 신난 손녀의 모습이 그에게는 요즘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는 눈가에 따뜻한 빛을 매단 채 헬에게 말했다.
“좀 있으면 올 크론영지 여직원들 차 한잔이라도 끓여 놓거라. 고생하는데, 차에다가 다과라도 내어주어야지.”
그리고 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이어 말했다.
“조청차는 네 전문 아니더냐? 달달한 차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실력발휘 하거라.”
헬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알트 찻집에서 단 차 전문은 너니까.”
“네! 할아버지! 아주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힘차게 답한 헬은 주방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오늘 자신의 차에는 어떤 마음이 담길 지 알 것 같았다. 맥스는 주방으로 들어서는 손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오늘 쓸 찻잎들을 정리했다. 찻잎들을 정리하는 그의 손길은 경쾌하였고 그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알트 찻집에는 즐거운 설렘이 가득했다.
*
보좌관 펠은 오늘도 조청차를 한잔 마시며 눈 앞의 두 사람을 살펴봤다. 계약서를 손에 든 채 세심하게 읽어내려가는 모습이 꽤 보기 좋았다.
탁. 찻잔을 내려두며 그는 잭과 레이를 향해 말했다.
“혹 보고 질문하실 부분이 있으면 하시고 수정을 요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유를 듣고 함께 논의하도록 하죠.”
잭은 생각 이상으로 좋은 조건에 계약서에서 시선을 떼며 펠을 바라봤다. 이런 큰 규모의 투자를 할 줄이야. 잭은 시선을 돌려 레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는 무언가를 보며 고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러지?
하지만 레이는 잭의 의문 담긴 시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계약서의 단 한 곳. 그 곳을 보며 지금 레이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하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마스코바도 전용 공장을 하나 건설하여 투자금만큼 마스코바도를 왕궁에서 지정한 곳에 납품하며, 후에 투자금 이후의 생산량에 대해서는 왕궁의 구매 요청사항에 따라 가장 최우선으로 납품함을 조건으로 한다. 단, 선계약금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둔다.}
하나의 마스코바도 전용 공장.
그게 레이의 마음에 걸렸다.
그 규모는-
레이는 펠을 향해 말했다.
“엄청난 규모 군요.”
현재 건설 중인 푸른마을 제 2 공장의 두 배 규모.
엄청난 규모의 공장이었다.
“그 만큼은 있어야 수량 조달이 가능하리라 보았습니다.”
그 말에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계약서로 시선을 돌렸다.
푸른 마을의 두 배.
레이의 머릿속에 처음 든 생각은-
대박이다!
하지만 두번째 든 생각은-
이 규모면 끝마을 달꿈 공장 네개 네!
그리고 그 생각에서 레이의 생각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끝마을과 푸른마을에서 시작된 달꿈이 정말 더 커지기 위해선. 그는 시선을 돌렸다. 계약서를 보는 잭의 즐거워하는 눈빛이 보였다. 순수하게 달꿈의 계약을 기뻐하고 있었다.
펠의 말이 이어졌다.
“계약서에 명시된 곳들에 모두 납품하려면 그 정도 투자금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세번째로 레이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꼭 이렇게 한 곳에 크게 지어야 할까.
레이는 펠을 향해 말했다.
“보좌관님. 계약서에 명시된 수량만 조달하면 되는 것이 이 계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뭐, 그렇죠.”
펠은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를 바라봤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해보였다. 그 모습에 그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 계약서가 확정이 아니라 수정본이 확정입니다.”
레이는 펠의 편안해보이는 눈빛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잭은 레이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 투자금의 반으로 공장을 하나 짓고,”
잭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소린가.
펠은 가만히 레이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또 하나의 반으로 또 다른 공장을 하나 더 지었으면 합니다.”
펠의 눈에 이떤 이채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레이는 생각했다.
이 투자금으로 하나의 큰 공장이 아니라, 푸른 공장 규모의 두 공장을 두 마을에 짓게 된다면.
레이는 가정했다. 어느 것이 더 득일까. 자신과 달꿈과 크론에게.
달꿈에게는 마스코바도의 재료 공급과 직원 모집에서 두 개가 된다면 더 득일 것이다.
그리고 크론에게는 균형적인 영지 발전이 가능할 것이고,
끝마을 주위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과 함께 발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레이는 자신의 생각이 일부러 두 공장을 짓고 싶어하는 변명같은 이유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자신이 하는 생각이 더 비용이 많이 들고 바보 같은 제안인 것을 알지만.
그는 말했다.
“그래도 계약서에 명시해주신 기한 내에 공장을 지을 수 있으며 제품 납품까지 가능합니다. 충분히 달꿈에는 그런 역량이 있습니다.”
펠은 가만히 레이를 바라봤다.
왜 굳이 저럴까.
두 공장으로 나누게 될 시, 규모도 작아지고 하나의 큰 공장을 짓는 것보다 더 비용이 많이 들며 노동도 중복되어 사용된다.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펠은 레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이는 잭이 건네고 싶은 물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잭과 레이의 눈이 마주쳤다. 언뜻 레이의 눈이 웃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잭은 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가까운 푸른 마을에서 끝마을까지도 새벽부터 걸어와야 겨우 오전 중에 도착했다. 다른 조금 더 먼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이 세워질 공장에 오려면 아예 끝마을로 이동해와야 할 것이다. 그것보다야-
“한 큰 공장을 지으면 달꿈과 한 마을만 살지만,”
크론영지의 남부 전역에 가득한 사탕수수처럼, 달꿈도 그렇게 퍼져 하나의 희망이 되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을 살리고자 했던 푸른마을의 차기촌장 제프같은 이들에게 마을은 정말 큰 의미였었다. 레이에게 끝마을이 그러했듯이.
“조금 더 작은 규모의 두 공장을 지으면 달꿈과 네 마을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잭과 레이의 눈이 다시 마주쳤다.
펠은 다시 어제 했던 의문을 떠올렸다.
무엇이 다시 크론영지를 일으켜 세우고 있을까-
그 답은 아주 명확했다.
펠은 레이의 확신에 찬 눈빛을 마주하며 답했다.
“왕궁에서는 투자금에 대한 수량만 정확하게 기한 내에 납품해주신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레이를 향해 냉정하지만 따뜻한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시, 모든 투자금은 다시 회수를 할 것입니다. 왕국과의 약속에는 그만한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단호한 말에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반드시 완수 하겠습니다.”
펠은 곧바로 이어진 확신어린 답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면 수정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죠. 하지만 그 전에,”
로다온은 이 크론영지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그것이 펠의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그는 오늘 아침 예상 계약서를 확인 받다가 깨달았다.
하지만- 뭐 이런 영지에 이런 조건을 내거는 건 나쁘지 않겠지.
펠은 미소를 지으며 진지한 눈빛의 레이와 어딘가 흔들리는 눈빛을 한 잭을 향해 말했다.
“최종 계약서에는 한가지 계약 조건이 더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는 거부가 불가능 합니다.”
둘의 눈빛이 함께 흔들렸다.
하지만 펠의 미소는 더 진해졌다.
“‘투자금 이후에 거래하게 될 마스코바도의 구입 경우에 왕궁에서는 본래 시중에 파는 구입 가격으로 구매하며 그에 대한 왕국 자체의 세금을 3년간 절반으로 줄인다. 다만 이는 왕실과의 거래에 연관되어 공급하는 마스코바도 양에 한정한다.’ 이 조건 입니다.”
순간 멍하게 있던 잭이 벌떡 일어나 펠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펠은 웃음이 나왔다. 달꿈의 사장이 아닌 그 영지의 관리가 더 기뻐 인사하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 웃음은 비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레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펠의 말을 다시 되새겼다. 그리고 답이 나왔다.
세상에-
그는 계약서에 명시된 1년 간 납품할 예상 마스코바도 양을 확인했다. 그리고 절반의 면세로 얻을 이익을 계산했다.
레이는 다시 생각했다.
세상에-
이건 대박이 아닌, 초대박이었다.
그리고 레이의 귓가로 이전에 들을 수 없어 의아했던 시스템 안내음이 들려왔다.
[퀘스트 보상 : 투자자 ‘로다온 왕세자’를 얻게 되셨습니다.]그 때, 누군가가 앉아있는 레이의 무릎을 손으로 두드렸다. 잭이었다. 둘은 눈을 마주했다. 서로의 기뻐하는 표정에서 많은 감정들이 오갔다. 두 동료는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자, 그러면-”
펠의 말이 이어졌다.
“수정된 최종 계약서는 나중에 오후에 찾으러 오시길 바랍니다.”
지금이 아니라 오후에 또 와야 한다니, 잭과 레이는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펠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펠은 일전에 잭에게 했던 말을 한 번 더 그대로 말했다.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 그에 대한 좋은 보답이 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잭과 펠의 눈이 마주쳤다.
펠은 그들에게 마지막 전달 사항을 말했다.
“관리들과 각 제품의 대표들 둘씩 대동해 다시 이 곳으로 저녁에 방문해주시면 됩니다. 옷은 최대한 깔끔한 정장이 좋으나, 없을 시 깔끔한 차림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는 어딘가 멍한 표정의 레이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오늘 저녁에 있을 작은 일정을 전달했다.
“이번에 신설하여 올해부터 계속 진행될 ‘제 1회 특산품 시장 명예의 영지’로 뽑힌 것을 축하드립니다. 상패와 증서 전달식에 참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레이와 잭은 서로를 바라봤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게 된 둘은 점점 멍한 표정에서 미소를 그리기 시작했다.
또 하나를 해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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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