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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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거꾸로 된 삼각형 – 17. 발견
끝마을 달꿈 직원들은 평소와 다른 레이의 모습에 자꾸만 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갑자기 박수를 치거나 무릎을 탁 치더니 갑자기 한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며칠 째 왜 저러셔?”
“모르겠는데 나도.”
쿠온은 동료의 물음에 작은 목소리로 답하며 레이를 쳐다보다가 몸을 움찔하고야 말았다. 왜냐하면 이제는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으니까. 그 시선에 쿠온은 어색하게 웃어보였고 레이 역시 씨익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와 함께 눈빛이 빛나는 게-
‘뭐, 뭐지. 레이가 왜 저러는 거지?’
황급히 쿠온은 작업대로 시선을 돌리며 열심히 찌꺼기를 제거하였다. 그리고 레이는 그런 쿠온을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지금 그의 심정은 단 하나였다.
‘뒷산에 금광이 있는 걸 알면서도 놓친 바보가 나네.’
그의 눈에만 직원들 각각의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숫자들이 보였다. 이번에 본 분야는 유통과 재고 관리. 높은 수치는 없었지만 그래도 본래 처음 면접 때 보았던 손재주나 근력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레이는 며칠 간 푸른마을과 끝마을의 공장 안에 머물며 다양한 직무에 대한 모집 스킬을 사용했고 그에 따라,
‘보물도 몇명 발견했지.’
그 중에 하나가 지금도 자신을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는 메튜였고, 또한 쿠온과 호크도 있었다. 레이에게 호크는 의외의 재능이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잘 어울리는 직무이기도 했다.
“흐음.”
레이는 눈에 보이는 수치들 중 60% 이상을 기록하는 적은 수의 사람들을 그 수치와 함께 문서에 작성하기 시작했다. 며칠 간의 정리로 그간 쌓인 자료들이 꽤 되었다.
‘스킬을 너무 믿었어.’
레이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업무흐름도와 모집, 교육 스킬들의 맹점을 말이다. 업무흐름도는 생산에 한계를 두고 있고 모집도 레이가 정한 직무를 뽑는 것이며 교육도 정한 직무에 관한 스킬이었다. 물론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어찌되었든 한계가 있었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관찰하고 직원들에 대해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들에 소홀했다.
‘직원들을 챙긴다고 하면서 정작 월급과 기본적인 직무환경에만 신경썼지. 일을 통한 성취감이나 동기부여에는 조금 미진한 부분이 있었어. 그게 어쩌면 인적 자원 관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인데.’
직원 또한 내부 고객이었다. 그 사실을 레이는, 태성은 배웠음에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물질적인 보상과 안정감도 중요했지만. 달꿈과 직원들 모두를 위해 조금 더 그들이 성취감을 느끼며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정신적인 만족감도 중요했다.
‘달꿈의 직무가 확장되고 업무 분야도 넓어지니까. 맞는 걸 찾도록 도와줘야지. 단, 원하는 한에서.’
빠르게 기록을 해나가는 그의 귀로 세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잠시 20분 휴식 시간을 가진 뒤에 점심 시간 때까지 다시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독관님!”
“으아, 온 몸이 뭉쳤어!”
“아이고, 이제 한 숨 돌리겠네.”
레이는 큰소리로 답하는 사람들 사이로 들려오는 앓는 소리에 피식 웃었다.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 내뱉는 말이었기에 밉지 않았다. 물론 말을 내뱉은 이는 사장 레이가 있음을 깨닫고 ‘헉!’하면서 입을 다시 막았지만 레이는 이를 볼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직원 때문이었다.
“저, 사장님!”
“네! 무슨 일이신가요?”
중년 여성인 직원의 물음에 레이는 미소와 함께 바라봤고, 그녀는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
“그, 교수님이 말씀하신 울빛 말입니다.”
“아! 네, 네.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아, 그거 신청을 하려고 하면 도시에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망설이면서 말하는 모습에 레이는 순간 그녀가 왜 그러는지 짐작이 되었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이미 몇번 겪었기에 대답할 말이 준비된 레이였다.
“그 신청서는 조만간 가까운 도시에서 받아올 예정입니다. 도시 근처에 사시는 촌장님이 가져다주시기로 했거든요. 빠르면 이틀, 늦으면 삼일 뒤인데. 그 때 오면 다 같이 받아서 신청 하시면 됩니다.”
“그, 제가 글을 모르는데.”
“저랑 촌장님이 같이 대신 작성하니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아! 그렇습니까? 아이고, 고맙습니다.”
여인이 기뻐하며 답하자 레이는 마주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단지 신청을 도와주고 울빛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을 뿐이었는데. 사람들은 레이에게 고마워했다. 그리고 레이는 그 때마다 부끄러웠지만 기뻤다.
“아닙니다. 별 일 아닌데요, 뭐.”
“아이고, 아니에요! 정말 모르고 넘어갈 뻔 했는데, 고마워요.”
연신 고맙다고 말하며 자신의 자리로 가는 직원의 모습에 레이는 괜히 볼을 긁적였다. 별 일 아닌데, 저렇게 고마워하는 사람은 처음 만나봐서 더 난감했다. 하지만 심장 근처가 간질간질한 게 기분이 좋았다.
“사장님, 좋은 일 있으십니까? 뭐 그리 웃고 계십니까?”
촌장 조지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다가오며 묻는 말에 레이는 씨익 웃은 뒤 장난스러운 말투로 답했다.
“은근히 할 일이 많아서요.”
달력에 적힌 많은 계획들이 레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은근히가 아니라, 엄청 많네.’
레이는 생각을 정리할수록 할 일이 많아 머리가 아프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조지는 그런 레이를 보며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할 일이 많은 게 좋은 일입니까?”
“촌장님은 안 그렇습니까?”
레이가 안 그렇냐고 담담하게 쳐다보자, 조지도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저한테는 좋은 일이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잠깐 물어볼 일이 있어 곁에 다가오고 있던 쿠온과 메튜는 레이와 조지의 대화를 듣고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표정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역시 일 중독자.’
‘저 두 사람이 최고지. 일만 하기로.’
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둘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 레이에게 물어보러 가는 그들도 쉬는 시간에 일 때문에 물으러 간다는 사실을. 그런 둘을 쉬고 있던 직원들이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것을 말이다.
“음, 쿠온 형 무슨 일이십니까?”
“아, 별 건 아니구요-”
9월 다시 레인시로 떠날 레이에게 쿠온과 메튜는 판매점 계획에 대해서 다시 물었다. 이를 레이는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주었고, 두 사람은 열심히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사람들 오면 같이 올라가시는 겁니까?”
“그렇죠. 같이 올라가는 길에 저는 레인시에서 갈라질 생각입니다.”
여러가지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 그들에게 답해주던 레이는 곧 세반의 목소리에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이제 3분 후에 다시 작업들어갑니다! 다들 슬슬 준비 들어갑시다!”
“이만 가야 겠는데요?”
“네.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나중에 뵙겠습니다, 사장님.”
“읏차, 저도 이만 가봐야 겠군요.”
공장 안을 울리는 세반의 큰 목소리에 레이는 말했고.
차례로 메튜, 쿠온, 조지가 다시 작업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이는 이들을 든든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곧 작업 시작을 알리는 세반의 목소리가 들렸고 다시 공장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자, 그럼 나도 다시 일을 해볼까.”
9월 중순 다시 레인시로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리고 9월 중순이 되기 전 달꿈에 찾아올 이들을 떠올리며 미리 정리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렇기에 레이도 달꿈직원들도 모두 바쁘게 자신의 일들을 해나갔다.
8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의 오전이었다.
*
집에 돌아와 겨우 한숨 돌린 레이는 아까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진짜 아저씨들이 장난이 아니네.”
그에 옆에 앉아있던 네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과 함께 말했다.
“진짜! 아빠까지 그럴 줄은 몰랐어!”
“나도. 아버지가 그렇게 신이 나서 하실 줄은 몰랐네.”
레이는 여동생 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난감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버지가 그렇게 하하하 큰소리로 웃으며 교수님을 끌고 가실 줄은 몰랐다. 이해가 되기는 되었지만. 의외의 행동이랄까?
“그래도 뭐 이해되기는 이해 돼. 모레 볼보트 아저씨 간다며?”
“교수님이야.”
“에이, 아저씨가 ‘교수님 소리 집어치워!’하면서 아저씨나 삼촌이라고 부르다고 하던대?”
“그럼 삼촌이라고 안 하고 왜 아저씨야?”
“내 맘이지!”
레이는 네트가 흥하며 도도한 척 고개를 드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이상하게 아버지 다음으로 볼보트 교수님과 잘 지냈던 사람이 네트였다. 교수님은 레이 자신보다 똘똘하다고 크게 될 아이라고 마음에 든다고 하시는데. 레이의 눈에는 아직까지 막내였다. 우리집 막내.
“여튼, 아저씨 간다고 하니까. 촌장님이랑 제임스 삼촌이랑 호크 아저씨랑 아빠랑 단체로 끌고 간거 아냐? 볼보트 아저씨는 완전 신나서 같이 가고!”
“그렇지. 교수님 가신다니까 마지막으로 인사는 해야지.”
레이 자신이야 다시 금방 만날 사람이라 섭섭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같이 지냈던 끝마을 사람들은 그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는지 요즘 여기저기서 교수님을 불렀다. 그에 교수님은 귀찮아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찾아다녔고 오늘은 아예 아버지와 친한 어른들이 찾아와 데리고 나가셨다. 물론 어머니 루나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댔지만.
“후우-”
옆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레이는 힐끗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네트가 입술을 불퉁하게 내민 채 있는 것이 보였다.
안 그런 척 하지만 아마 아버지보다 더 아쉬워하는 게 네트이리라. 원래 네트는 그랬으니까. 툴툴거리고 왈가닥이지만 정을 잘 주고 정이 많은 아이. 그게 동생 네트였다. 네트는 툭 내뱉듯이 말했다.
“아쉽다.”
“그래?”
“응. 진짜 교수님이 맞기는 맞는지 아저씨 말하는 거 진짜 재밌었단 말이야. 안 가본 곳이 없다면서 저기 북쪽이나 사막에 대해서 말해주는데! 진짜 신기했었어!”
“오, 재밌었겠네.”
“응! 엄청 재밌었어!”
언제 입술이 불퉁했냐는 듯 신이 나서 말하는 네트의 모습에 레이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들어주었다. 볼보트에게 들은 것들을 하나하나 말하는 네트는 정말로 신이 나 보였다. 북쪽 지역에 대한 이야기나 칼펜 왕국의 수도, 그리고 사막과 정글, 제국과 서쪽 나라들까지. 들은 것들을 말하는 모습에 레이는 처음에는 같이 맞장구치며 웃다가 점점 놀라고 말았다.
“네트. 너 그거 다 교수님께 들은 거야?”
“응! 진짜 신기하지?”
“어. 근데 더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내가 이 재밌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기억을 다 못하겠어?”
결국 레이는 자신의 속내를 말하고 말았고 네트는 발끈했다.
“…너.. 기억력 안 좋잖아?”
“이, 이! 아냐! 가끔 조금 기억이 안 날 뿐이지! 기억력 좋거든?”
“… 아닌데-”
영 못 믿겠다는 듯 레이는 고개를 저어댔고 그 행동에 네트는 발끈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툴툴거리며 말했다. 왜냐하면 네트 자신도 신기했으니까. 이상하게,
“몰라. 이상하게 아저씨가 해주는 여행 이야기들은 막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단 말이야.”
“그래?”
“응. 재밌어. 듣다보면 막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고 두근두근대서 기억에 남아.”
네트는 툴툴거리면서도 그 순간을 생각하는 듯 말을 했고 그 때문인지 점점 표정이 밝아지더니 다시 레이를 향해 쫑알쫑알 말하기 시작했다.
“있잖아, 나 저번에 사막에 대한 이야기 들었을 때! 막 꿈에도 나왔어! 그래서 내가 아저씨한테 그날 꿈에 사막 나왔다고 막 설명했는데!”
“했는데?”
“사막은 안 그렇게 생겼대! 막 모래가 내 상상보다 더 많고 크고! 사막의 도시들에 가면 진짜 오아시스가 아름답대! 신기하게 사막은 밤에 추워진다더라? 근데 그 추운데도 오아시스 근처에 가면 달빛에 물이 반짝이는데! 진짜! 진짜! 이쁘대!”
두 주먹을 꽉 쥔 채 네트는 방방 거리며 말했고 레이는 절로 네트를 따라 상상을 하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신이 나서 한창 말하던 네트는 갑자기 고개를 훽 레이 쪽으로 돌리더니 여전히 꽉 쥔 주먹을 더 세게 꽉 쥐며 말했다. 네트의 눈빛이 어마어마하게 빛나고 있었고 무슨 불이 나는 것 같다고 레이는 느꼈다.
“나 갈거야!”
“어?”
레이는 멍하게 되물었다.
“나! 사막에! 갈거야! 그리고 정글도 갈거고! 제국도 갈거고! 눈 나라도 갈거고! 서쪽도 갈거고! 섬도, 바다도! 다아! 가볼거야!”
“어.. 음…”
불이 날 듯이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네트의 모습에 레이는 이거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이 구는 네트를 향해 레이는 겨우 말했다.
“어.. 네트.. 너 아직 어리잖아?”
“알아!”
네트는 이제 아예 자리에 서서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천장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볼보트 아저씨한테 물어 봤어! 그러니까 글도 배우고 공부도 많이 해서 15살까지는 참으랬어! 그래서 15살부터 일해서 돈 모아서! 내 스스로 인정을 받아서!”
레이와 네트의 눈이 마주쳤다.
“20살 되면 다니래! 그러면 된대!”
“하아-”
순간 레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오늘 볼보트 교수님이 오면 오랜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레이는 이를 갈았다. 어디서 어린 애한테, 그것도 여자애한테 그런 헛바람을 들인건지!
골치 아파진 레이가 이마를 감싸쥐든 말든 네트는 말했다.
“물론 아저씨가 내 한 몸 지킬 힘을 키워야 된댔어! 그래서 베르오빠가 방학 때오면 검술도 배울거야! 내가 진짜 열심히 앞으로 9년 동안 해가지구! 엄마 아빠 허락 맡아서! 꼭 다 가볼거야!”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네트는 외쳤다.
“난 모험가가 될거야!”
레이는 그런 네트를 보지 않은 채 탄식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머리 한켠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마을의 유명한 말괄량이로 어디 돌아다니지 않는 데가 없고. 기억력이 안 좋은 편이면서도 다른 나라를 여행한 것에 대해선 귀신같이 다 기억을 하고.
그는 힐끔 시선을 돌려 네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움찔했다. 네트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으니까.
“오빠, 나 글 가르쳐줘! 오빠 바쁘니까 자주 안 가르쳐줘도 돼. 틈날 때 해줘!”
“… 알았어. 대신 하나만 약속하면 가르쳐 줄게.”
“뭐? 말만 해!”
레이는 활활 타오르는 네트의 눈빛을 보며 천천히 분명하게 말했다.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위험하게 여행다니면 안돼.”
“응! 그럴 생각이야!”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허락 맡기 전에 나한테 허락맡아.”
“응! 알았어! 근데 하나가 아닌데?”
“그리고, ”
네트는 진지한 눈빛을 한 레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여전히 들뜨고 신이 났지만 차분하면서도 담담한 큰오빠의 말에 점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기분좋은 콩닥임을 느낄 수 있었다. 네트는 씨익 웃었다. 역시, 분명 엄마한테 말했으면 머리부터 쥐어박혔을 건데. 오빠는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봐주었다.
볼보트 아저씨가 가장 먼저 말해준 조언이 있었다.
‘네가 가장 믿을 수 있고 닮고 싶은 사람의 조언을 먼저 들어봐. 모험가가 되기엔 넌 아직 너무 어리고 여자라서 어려운 부분이 많단다. 그리고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들이지. 그러니 그 미래를 위해 네가 준비함에 있어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물어보려무나. 분명히 가르쳐 줄거야.’
네트의 눈에 가장 큰 모험가는 큰오빠였다. 달꿈을 만들었고 네트는 가보지 못한 곳에 먼저 떠나봤고 지금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렇기에 네트는 가장 먼저 레이에게 말했었다.
믿을 수 있고 닮고 싶었으니까.
레이는 천천히 진지한 눈빛의 네트를 향해 말을 이었다.
“천천히 하나 하나씩 준비해. 베르 하는 것 봤지? 네 꿈이라면 천천히 느리게 가더라도 조금씩 준비하면 될 거니까 절대로 조급해 하지마. 지킬 수 있지?”
“응! 지킬 수 있어! 천천히 열심히 준비해서 멋진 모험가가 될거야!”
레이는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안으로 삼키며 대신에 네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평생의 꿈일지 혹은 내일이면 바뀔 꿈일지 알 수 없었지만 노력을 한다면 그걸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장 떠난다는 것도 아니고, 점점 자라면서 여자로서 모험가라는 자리가 가지는 어려움을 알게 되면 충분히 고민할 것이다. 현실적인 여러가지 어려움에 대해.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들을 크면서 알게 되리라.
그러니 자신은 우선 오빠로서 이 어린 동생의 꿈을 먼저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데.
“그래, 열심히 해보자. 우선 내일부터 오빠한테 글 배워.”
“응! 고마워, 오빠!”
환하게 웃는 네트의 얼굴에 레이는 골치아픔을 느끼면서도 기분 좋게 마주 웃었다. 하지만 오늘 볼보트가 들어오길 기다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당장 떠나라고 하지 않고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하라고 말해주어 다행이었지만. 뭔가 오빠로서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레이였다.
교수님, 오늘 한 번 긴 대화를 나눠봅시다.
레이는 나직하게 읊조리며 다짐했다.
“아싸! 신난다!”
하지만 곧 신이 나서 방방 뛰는 네트의 모습에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걱정이 되지만, 뭐 어찌되었든 꿈을 위해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한다는 건 뜻 깊은 일이니까. 그 뜻 깊은 일을 동생이 겪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뜻 깊은 일일 것 같았다.
레이는 신이 난 네트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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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오늘도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