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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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빛 – 1. 겨울
똑똑똑-
서류를 살펴보고 있던 레이는 노크 소리에 입을 열었다.
“네. 들어오세요.”
레이의 답이 들리자마자 문이 급하게 벌컥 열렸고 레이는 그 소리에 들어오는 이가 누군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장님!”
역시나 워릭이었다.
마스코바도 판매를 담당하는 그는 늘 레이를 찾아올 때면 급하게 서둘렀다. 자신 나름대로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었지만 레이가 보기에는 별일 아닌 것들이 많았다. 오늘도 그렇겠지 싶어 레이는 편안한 마음으로 워릭을 맞이했다.
“네, 워릭씨.”
급하게 다가온 워릭은 일단 품에 있는 문서 뭉치들을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부사장님께서 보내신 보고서입니다.”
“아, 오늘 끝마을에서 마차가 오는 날이었죠?”
이제는 부사장이 된 끝마을 촌장 조지 모렌이 달꿈 직원을 통해서 보낸 보고서를 레이는 미소와 함께 받아들었다. 이미 실시간 통계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렇게 문서로 정리되어져서 받아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기분이 달랐고 쓰임이 컸다.
“사, 사장님! 그리고요!”
더 할말이 있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워릭의 모습에 레이는 그가 또 뭔가 작은 실수를 했나 싶었다.
“무슨 일인가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워릭씨.”
“네, 네. 제가 방금 전에 들은 건데요.”
“끝마을 직원들한테서요?”
“아뇨! 제 친구한테서요!”
“…네?”
예상과는 다른 대화의 흐름에 레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그 시선에 워릭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한번에 쏟아내듯이 말을 뱉어내는 그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보였다.
“제 친구가 제 1 상업지구에 건물이 하나 들어선다고 해서 거기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건물이 들어보니까 퀼 시레놀즈 건물이 될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거기다가 조청 판매점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조청차 판매점인 스오카 찻집 맞은편에요! 아주 크게 짓는다고 하는데, 그, 어떡하죠, 사장님?”
이번엔 다급할만한 문제네. 레이는 어찌나 걱정을 하는지 눈빛이 흔들리는 워릭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째 자신보다 더 걱정하는 것 같는 그 모습이 레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물론 가져다 준 소식은 다시 들어도 유쾌하지 않을 내용이지만.
워릭은 웃기만 할 뿐 별 말이 없는 레이의 모습에 더 다급해져서 말을 이었다.
“사장님, 진짜 크게 좋게 짓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 물건도 엄청 많다고 하더라구요.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그렇죠? 진짜 큰일, 예?”
말을 이어가던 워릭은 순간 멈추고선 레이를 바라봤고 그 시선에 레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시 한 번 더 말했다.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멀뚱멀뚱 두 눈을 깜박이는 워릭을 향해 레이는 말이 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답에 워릭의 표정은 더 의문으로 가득해졌다.
“그걸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공사에 참여한 제 친구도 오늘에 되어서야 감독관이 말해줘서 알았다고 하던데요? 그거 완전 기밀이었다고 아는 사람 얼마 안 된다던데요?”
“그 얼마 안되는 사람에 저도 포함이 되어 있었겠죠.”
그럴리가. 퀼 조청의 경쟁상대가 우리 달꿈이 아닌가. 물론 상대라고 하기엔 우리 달꿈이 정말로 더 더 더 대단하지만! 워릭은 레이의 대답에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결국 한 마디 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대단하십니다. 사장님.”
레이는 늘 이렇게 사장실로 다급하게 뛰어와 마지막에 저 말을 내뱉는 워릭의 변함없는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뭐, 이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와-”
연신 감탄하는 워릭의 어딘가 바보같은 모습에 레이는 웃다가 곧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핀씨와 워릭씨, 메튜씨를 불러서 전달을 하려고 했었는데. 다른 직원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도록 다독여주십시오.”
“네. 그거야 제 일이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핀씨와 메튜씨에게는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 그런데 사장님.”
워릭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가만히 두고 볼 건가요? 친구의 감독관 말로는 품질도 높아져서 엄청나다고 하던데.”
그 말에 레이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퀼 공장에서 말하는 자기들의 엄청 높아진 품질 수준을 레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퀼과 붉은 마을의 다급함을 그는 알고 있었다. 다급한 사람과 여유로운 사람의 그 차이는 이번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판가름이 날 터.
“걱정 안하셔도 되요. 우리는 늘 해왔듯이 준비하고 일하면 됩니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별 일 아닌 것 마냥 답하는 레이의 모습에 워릭은 다급하던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레이는 한결 차분해진 그를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앞으로 남부 지역에 사는 이상, 퀼뿐만 아니라 영지 내의 혹은 다른 영지에서도,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도 언젠가는 달꿈의 제품들을 비슷하게 만들어 낼 겁니다. 언제까지나 우리가 독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달꿈의 제품들이 누구도 발견할 수 없는, 레이가 창조한 원재료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 아닌 이상 언젠가는 일어날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레이의 담담하던 목소리가 조금 더 묵직하게 변했고 워릭은 날카로워진 레이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당연한 일.
“그 사이에서 우리 달꿈이 최고의 자리를 영원히 가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워릭은 담담한 목소리로 내뱉은 레이의 말에 심장에 뭔가가 쿵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다시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날카롭지만 열기로 활활 타오르는 레이의 눈빛에 워릭은 심장이 뜨거워졌다.
“그러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알겠죠?”
레이는 워릭을 바라봤고 그 시선에 워릭은 힘차게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걱정 안합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최고여야지요. 맞아요, 하하하!”
씩씩하게 답을 하다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들뜬 목소리가 되어 웃는 워릭을 보며 레이도 따라 웃었다.
“그럼 사장님, 전 핀씨와 메튜씨한테 전달하러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워릭이 사무실을 나갔고 다시 조용해진 공간 속에서 레이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편안한 자세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몇 주 전 세번째로 받았던 빈 봉투.
그 속에서 이미 퀼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 레이였고 그 꼼수를 알고 있었기에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만 계획들이 진행된다면 방비는 끝날테니까. 자기 위치도 모른 체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어줍잖은 따라쟁이는 결국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오히려 다른 게 무섭지.’
오늘 아침 받은 6번째 편지. 그 내용을 떠올리며 레이는 칼스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 외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다행이기도 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저 손 놓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았다.
“가볼까.”
오전에 확인할 서류를 다 끝낸 레이는 자리에서 일어서 사무실을 벗어났다.
오늘 해야 할 나머지 일을 하기 위해 옮기는 그의 발걸음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고 평상시와 같았지만 거침이 없었다.
“아, 사장님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니깐, 우리가 최고라고 하시면서!”
한 사무실에서 튀어나온 워릭의 커다란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레이는 열기를 띈 채 복도까지 울리는 그 목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작게 웃었다.
“우리는 우리 할 일 착실히 하면 돼! 걱정하지 마!”
아까 사무실에서는 처음에 그렇게 전전긍긍하더니. 레이 자신이 한 말을 더 당당하게 힘차게 말하는 워릭 모습에 레이는 작게 웃었지만 왠지 큰 응원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레이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볼보트의 소개이자 부탁으로 잠깐 겨울 동안 울빛에서 수업을 진행하게 된 학자 아킬란은 요즘 잊고 있던 열정을 다시금 깨닫고 있었다.
수도의 체크란시 시립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관리보다는 교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교수는 커녕 그 조수 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귀족가나 부유한 평민 가문의 자제 과외로 전전하였다. 그런 아킬란에게 우연찮은 기회로 알게 되어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던 볼보트의 부탁은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킬란. 자네에게 할 부탁이 있어. 크론영지에 울빛이라는 곳에 가서 거기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글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었으면 하네. 그들의 세상을 넓혀주게나. 그리고 자네에게도 큰 도움이 될거야.’
웬만한 귀족가 세 곳에서 수업해야 얻을 수 있는 보수와 함께 전해진 부탁이 아니었다면 수도에 있던 그가 이런 촌구석 영지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에 오고 난 이후, 그에게 크론은 단순한 촌구석 영지가 아니었고 울빛은 그냥 돈 받으며 가르치는 곳이 아니었다.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네. 교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교수님, 내일 뵈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아킬란은 자신을 향한 눈빛 속에 담긴 즐거움과 고마움, 그리고 열정에 다시 한번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제 1 회 우리의 빛 지원 사업 합격자들 중 첫번째, 두번째 분야는 자율 신청으로 그리고 세번째 생활 지원 분야는 의무로 11월부터 2월까지 최소 30일 이상 아킬란의 수업을 들어야 했다. 낮에 한 번, 늦은 저녁에 한 번 진행되는 이 수업은 울빛에서 열심히 준비한 일이었다.
“교수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
“아, 다프네씨. 뭔가요?”
아킬란은 간이 칠판을 받아들이고선 차근히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은 적극적이거나 혹은 소극적이거나 그 태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아주 열정이 넘쳤다.
배움에 목마른 그들의 모습.
그것이 아킬란에게 큰 동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요즘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고 논문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논문 주인공은 울빛이었다.
경제학자이자 행정학을 부전공한 그에게 우리의 빛. 그 사업은 큰 영감을 주었다.
“교수님! 저도 궁금한 거 있어요!”
“아, 프리디양.”
가장 열정적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 가장 나이가 어린 소녀 프리디를 마주하자 아킬란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슬쩍 교실을 둘러보았다. 다른 이들은 질문을 다 한것인지 남아서 복습을 하거나 집으로 향했다.
“잠시 따라 올래요?”
“네?”
“연구실에 잠시만 갈래요? 프리디양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아, 네!”
아킬란은 프리디를 데리고서 연구실로 향했다. 가난한 학자 집안의 자식인 그에게는 처음 가져보는 자신만의 연구실이었다. 그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연구실과 책장을 구경하는 프리디에게 그가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자, 이거.”
“어? 이거 뭐에요?”
“뜯어보세요.”
프리디는 교수님이 내민 꾸러미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그러자 보인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칠판이네요? 그리고 이건 우와! 이쁘다!”
작은 간이 칠판과 이쁜 색깔의 분필들이 담긴 통이었다. 놀라서 쳐다보는 프리디를 향해 아킬란은 말했다.
“동생한테도 글을 가르쳐주어야 된다고 했죠? 교실에 있는 물건은 못 들고 가니까. 칠판이 하나 있어야 동생에게 잘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교수님이 주는 선물이에요.”
아킬란은 처음 프리디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열심히 배워서 동생한테도 가르쳐 줄거에요! 열심히 할 거에요!’
성 밖. 가장 멀리서 매일 걸어오는 프리디를 위해 아킬란이 주는 선물이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보답이기도 했다.
“이, 이렇게 비싸고 좋은 걸- 어떻게”
“프리디양이 열심히 하는 게 보기 좋아서 주는 거에요. 칠판은 내가 쓰던 거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쓰면 돼요. 겨울은 농장 일 많이 안 나간다고 들었어요. 그 동안 동생이랑 열심히 하면 되겠죠?”
“교수님-”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 눈빛에 아킬란은 프리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교수와 학자에 대한 꿈을 거의 포기하고 돈을 많이 주는 과외 자리만 찾아다니던 그에게 프리디의 이 열정은 그를 다시 일깨워주었다.
그는 요즘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깨달아가고 있었다. 도움이 될거라던 볼보트 교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림 책도 주는 건 어렵지만 빌려줄 수는 있으니까, 얼마든지 말하고. 알았죠?”
프리디는 자신을 보며 웃는 아킬란을 보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꼭 크면 교수님처럼 될 거라고. 그녀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답했다.
“네! 진짜 열심히 할 거에요!”
“그래요. 그거면 됐어요. 얼른 집에 가봐야죠?”
“네! 교수님, 안녕히 계세요오!”
땅에 닿일 듯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 뒤 신이 나서 춤 추듯이 연구실을 빠져나가는 프리디의 모습에 아킬란은 혼자 남았을 때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귀엽단 말이야.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웃는 아킬란에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교수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잠시만요.”
아킬란은 울빛의 사장 슈멜츠의 목소리에 황급히 일어나 연구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슈멜츠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아킬란은 그를 연구실로 들였다.
“잘 지내고 계신가 해서 들렀습니다.”
“아, 저야 정말 잘 지내죠.”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슈멜츠는 직원들로부터 그리고 수업을 듣는 합격자들로부터 아킬란에 대한 칭찬을 들었고 그 때문에 지나가다가 들리게 되었다.
처음 스승인 볼보트에게 슈멜츠가 이 수업에 대해 부탁을 했을 때, 볼보트는 교수 자리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하며 그 이유를 물었었다. 그 물음에 슈멜츠는 답했었다.
‘그냥 돈을 주는 것보다 계속해서 그들이 열정을 잃지 않고 이 돈이 단순히 ‘쓴다.’ 그 이상의 의미가 되어서 지속적으로 남아주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길을 제시해주어야 할 것 같았고 그 길 중에 하나가 배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답에 볼보트는 답장을 보내왔다.
‘구했다.’
그리고 그 구한 사람이 눈 앞의 아킬란이었다.
“불편하긴요. 오히려 너무 좋아서 계속 있고 싶습니다.”
“오, 그러면 저희 울빛에서는 환영 입니다.”
“그러면 계속 있어야 겠군요.”
둘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서로가 내뱉는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내뱉는 말은 진심이었다.
“논문 준비는 잘 되어가십니까?”
슈멜츠의 물음에 아킬란은 눈을 빛내며 답했다. 그 모습이 천상 학자로 보였다.
“네! 보여주신 자료 덕분에 정말 잘 되어갑니다. 아직 정리해야 할 부분이 많고 이제 시작이라 결과라고 할 만한 자료가 없지만,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큰 걱정은 없습니다. 분명 이 논문을 왕립학교에서 발표하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렇게 될 겁니다.”
아킬란은 확신하고 있었다. 울빛의 규모가 작고 이제 시작한 사업이지만 10년. 아니 5년만 이대로 유지한 채 성장한다면 하나의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슈멜츠는 자신보다 더 확신하는 아킬란의 모습에 작게 웃고선 물었다.
“학생들은 잘 따라옵니까?”
“네. 정말 열심히 다들 잘 따라옵니다. 남아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더라구요. 가르치는 맛이 납니다.”
“아, 정말 다행입니다. 걱정 많이 했었거든요.”
슈멜츠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들이 많아 아킬란이 수준 차이를 느끼거나 학생들이 못 따라가면 어쩌나 싶었는데. 역시 학생들 말대로 쉽게 재밌게 아킬란이 잘 가르치는 것 같았다.
아킬란은 슈멜츠의 안도하는 표정에 그가 아직 잘 모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냥 조금 열심히 했다면 아킬란 자신이 이렇게 열정에 감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 자신들의 본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슈멜츠는 향해 입을 열었다.
“기대하셔도 됩니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려 봄이 되면 아마 씨앗들이 그 싹을 틔울 겁니다.”
아킬란의 말에 슈멜츠는 가만히 그 말을 음미했다. 그리고는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리고 꽃을 피우고요?”
그 말에 아킬란은 시원하게 답했다.
“당연하죠. 피웁니다.”
둘은 서로를 보며 미소지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들판 곳곳에 피어난 봄의 작은 들꽃들처럼. 울빛은 그 작은 꽃들이 피어나도록 돕기 위해 또 다른 빛이 될 사람들과 함께 겨울을 이겨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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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