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hine Normally RAW novel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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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우리의 빛 – 3. 인과
크론영지 최대의 가죽제작소를 운영하는 슈프티그는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작업장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가죽 제작할 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코에 닿았고 그는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렸다. 이런 냄새가 배이면 아들이 싫어할 것인데! 무흐잠 그 자식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인지! 슈프티그는 실로 억울하다 못해 화가 났다.
“어이! 작업반장! 어딨나!”
그는 무흐잠의 뒤를 이어 새로이 작업반장이 된 이를 불렀다. 그러자 헐레벌떡 뛰어오는 한 남자 보였다. 어째 무흐잠보다 더 하는 짓이 엉성한 것이 영 마뜩치 않았다.
“네, 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후우-”
심호흡을 하며 천장을 바라보는 슈프티그를 보며 작업반장은 떨리는 눈으로 그의 눈치를 봤다. 이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무슨 일로-”
“무슨 일? 무슨 일? 무스은 이일? 모르겠어? 어?”
슈프티그는 손에 들린 양피지 한 장을 작업반장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악!”
작업반장은 이마에 부딪친 양피지로 인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그에게 슈프티그는 몰아치듯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악? 네가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어?”
작업실에 있던 직원들은 슈프티그와 새 작업반장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요즘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들려오는 슈프티그의 말같지 않은 말을 흘러 들었다.
“품질이 떨어졌다고 항의가 들어왔다고! 도대체 작업 반장이면서 할 줄 아는게 뭐야? 어? 가죽 그까짓 것도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 어?”
“사, 사장님 그건”
“됐어! 변명 따위 집어치워! 이번 달만 해도 벌써 세곳이 항의가 들어왔다고! 도대체 돈을 받아처먹으면 그 만큼 일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일 시킬 애새끼들이 없어가지고 쓸데없는 놈들한테까지 돈 쥐어줘야 해서 골치 아픈데, 어?”
슈프티그는 답답함에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정말이지, 억울해서 요즘 살 수가 없었다. 가죽 질이 떨어졌다고 항의는 계속 들어오지, 빈민가에서 오던 공짜로 일 시킬 애들도 이제는 안 오지, 거기다가, 거기다가!
“무흐잠 그 놈이, 우리 아버지가 받아줘서 겨우 먹고 살 수 있었던 그 놈이, 은혜도 모르고 다른 년놈들까지 뺏어가버려서! 내가 지금 얼마나 억울하고, 어? 신이 이럴 수가 있나 싶은데! 그런 내 힘듦을 알면서도 일을 이따위로 해? 어?”
울상을 지으면서 듣고 있던 새 작업반장의 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힐끗 본 직원들은 더 시선을 돌렸다. 무흐잠이 인간 관계에 있어 소심했지만 일은 수준급이었다면, 이번 새 작업반장은-
“그건 사장님 잘못 아닙니까?”
“뭐?”
이번 새 작업반장은 일도 엉망이고, 소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말도 생각도 그냥 막 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무흐잠의 실력이 가져다 준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알면서도 그 자리를 한다고 탐냈겠지. 이번에도 역시나 황당으로 입을 떡 벌리는 슈프티그를 외면하며 직원들은 묵묵히 일했다. 이거 정말 소그나 다른 애들 따라서 무흐잠 가죽 제작소에 가야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그들은 대화를 흘러보내면서 머릿속 한켠에 하고 있었다.
“아뇨, 사장님. 무흐잠씨가 간다고 했을 때 붙잡았으면 될 거 아닙니까? 솔직히 우리 가죽 제작소가 무흐잠씨 실력 때문에 이름이 있었고 소그 총무 실력으로 운영되었잖습니까?”
“이, 이 자식이 지금!”
“맞잖아요! 솔직히 사장님은 그냥 이 제작소 건물이랑 땅 이름 주인이지, 능력이 없지 않습니까?”
“뭐, 뭐? 이, 이 놈이!”
슈프티그의 얼굴이 벌게지다 못해 터질 것 같아 졌지만 새 작업반장은 울상을 지으며 사장의 눈치를 보면서도 입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이렇게 저 구박 좀 그만하시고,”
“구박? 이게 구박이라고? 네가 개떡같은 가죽을 만드는 게 구박이라고?”
“그러면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제가 지금은 제일 잘 만드지 않습니까?”
그렇다. 새 작업반장이 울상을 지으면서도 제 할 말을 다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여기서 제일 가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이 작업반장이었다. 무흐잠이 그만 두면서 그를 따라간 두 명이 무흐잠 다음으로 잘 하는 두번째, 세번째 였고. 지금의 이는 네번째로 잘하는 이였지만 그 경력이나 실력이 앞선 세사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이, 이!”
슈프티그는 열불이 터졌지만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억울해서! 내가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이야! 그는 이렇게 자신에게 가혹한 상황에 억울해 미칠 것 같았다. 성질 같아서 사장에게 건방진 이 실력도 개떡같은 놈을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사람이 없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의 속만 답답해져 왔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일을! 아오!”
결국 슈프티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고함을 쳤고 새 작업반장은 상처받았다는 듯이 입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후우-”
직원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울려퍼졌고 직원들은 그 한숨에 자신의 한숨을 보탠 채 여전히 억울함을 토해내는 슈프티그와 작업반장을 외면했다. 기회를 봐서 진짜 때려치우던지 해야지. 직원들은 몇달 전을 떠올렸다.
‘저, 저 그만 둡니다!’
평소의 그 소심한 목소리로 외쳤던 무흐잠은-
‘뭐, 뭐? 무슨 헛소리야?’
화를 내는 슈프티그를 향해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를-
‘허, 헛소리 아니라 관둡니다! 자, 잘 먹고 잘 사십쇼!’
사직서를 집어던져버리고는 가죽 제작소를 뛰쳐 나갔다. 세상에, 소심한 작업반장이 사장한테 사직서를 던졌어! 다들 정말 놀랐었고 그 다음 달 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더 놀랐었다.
장인협회에 새로운 회원이 된 가죽 장인 무흐잠. 거기에다가 봄에 그의 가죽 제작소가 생긴다는 소식. 그 소식은 슈프티그 가죽 제작소를 뒤흔들었고 몇몇 사람들이 관두며 무흐잠을 찾아간다고 했다.
‘잘 생각해봐요. 여기가 아무리 커도, 십년. 아니 3년 뒤에도 이대로일 것 같아요?’
총무 소그가 슈프티그 가죽 제작소를 관두고 떠나면서 던지고 간 말이 직원들의 마음 속에 남아서 아직까지 되새겨지고 있었다.
“으아, 진짜 이게 다 무흐잠 그 은혜도 모르는 놈 때문이야! 그 자식 때문에 내가 이 냄새나는 작업장에 오고!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여전히 들려오는 슈프티그의 말같지 않은 말을 들으며 직원들은 생각했다. 자신들의 앞날을 위해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해. 하지만 이를 그들은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다만 마음 속으로 생각하며 기다렸다.
무흐잠 가죽 제작소가 열리는 봄을 말이다.
*
노스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인가? 우리야 그래주면 정말 좋지!”
무흐잠은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고 그 옆의 아내 다프네 역시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를 노스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무흐잠의 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무흐잠 부부는 여전히 쑥스러워하며 답을 하지 않았고 애매한 분위기가 된 순간, 무흐잠의 뒤에 있던 소그가 그의 어깨를 살짝 툭 치며 말했다.
“사장님! 답!”
“아, 아!”
소그의 매서운 눈빛에 정신이 확 든 무흐잠은 노스를 향해 빠르게 답했다.
“네, 가입하고 싶습니다! 그러려고 왔습니다! 그, 아직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받아주신다면 당장 하고 싶습니다!”
다다다 외운듯이 말을 내뱉고 난 뒤 무흐잠은 노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활짝 웃었다. 노스가 환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고맙네! 환영해! 안 그래도 레인시 내 장인들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가입해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정말 고맙구만. 장인협회에서도 된다고 하던가?”
“네. 쿠크스 어르신도 괜찮다고 하시고. 다들 그런 부분은 자유라고, 장인으로서의 모습만 지킨다면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작년에 영주성 퀼 시험 일 이후로 상인협회와는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니. 여튼 반갑구만.”
노스는 무흐잠뿐만 아니라 찾아온 다른 이들과도 악수를 하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레이와 켄트릭 역시 그들을 반겼다. 그 반응들에 무흐잠을 비롯한 가죽제작소에서 온 이들은 어깨를 쫙 피며 얼굴 가득 뿌듯함을 담았다.
하지만 기분 좋은 표정을 짓던 노스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개업하기도 전에 이쪽으로 선을 잡아버려도 괜찮은가? 큰 손은 제 1 상업지구나 상인협회 쪽에 많을 건데.”
무흐잠은 그 걱정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음새 자신들의 이익보다 무흐잠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그 모습에 자신이 잘 선택했음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무흐잠은 소그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앞으로 나서며 대신 답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가? 그런데, 누군지-”
“아, 저는 봄에 개업할 무흐잠 가죽 제작소에서 총무 및 각종 거래를 담당하게 될 소그 입니다. 반갑습니다. 어르신.”
“아, 그렇구만. 나도 반갑네.”
소그는 똑부러지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마저 말을 이었다.
“어차피 슈프티그 가죽 제작소에서 제 1 상업지구와 상인협회를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쪽으로 나설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슈프티그의 질이 많이 떨어졌고 우리 가죽장인이신! 무흐잠 사장님을! 다들 찾는다고 하더군요!”
무흐잠을 가리키며 소그는 자랑스럽게 말했고, 무흐잠과 그의 아내 다프네는 부끄러움에 볼을 긁적였다. 레이는 쑥스러움이 많은 사장 부부와 달리 당차고 약간은 뻔뻔한 직원의 조합에 괜스레 웃음이 나오면서도 잘 되었다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그가 이어서 말 할 내용을 알고 있는 레이는 무흐잠을 바라봤고 눈이 마주친 무흐잠은 작게 웃어보였다.
“프릴링에 가죽을 납품하기로 했기 때문에! 적어도 물량 남을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 나름대로의 계획이 많거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가게 안에 있는 이들 중에 가장 키가 작은 소그가 목소리를 높이며 걱정말라는 듯이 어깨를 쫙 펴자 노스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무흐잠이 조금 소심하여서 걱정이었는데 이 당찬 아가씨가 총무로 있는 한 걱정할 일은 그다지 없을 것 같았다.
노스는 무흐잠과 다프네를 보며 말했다.
“정말 잘 됐구만. 안 그래도 자네만큼 가죽을 잘 만드는 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잘 됐어. 어머니가 많이 좋아하시겠구만.”
쑥스러워하는 무흐잠 곁에 그의 아내 다프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어머님이 정말 많이 좋아하세요. 그 덕에 건강도 좋아지신 것 같아요.”
조곤조곤 작게 말했지만 그 목소리 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렇지! 우선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 몸에 병이 안 들지.”
“그렇죠?”
노스의 말에 다프네는 작게 웃으며 좋아했다. 무흐잠이 특유의 소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당당해져있었다.
“어르신, 그럼 언제쯤 오면 됩니까?”
“아, 우선 내가 명단에 올려 놓겠네. 으음, 우선 2월 말에 내가 연락하겠네.”
“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무흐잠은 노스가 명단에 적는 것을 본 뒤, 레이와 켄트릭에서 목례를 해보였다. 가죽 제작소 사람들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약재상 밖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때 켄트릭이 슬그머니 무흐잠 곁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아까 전 노스의 소개로 간단하게 인사는 한 그들이었다.
“저, 무흐잠씨.”
“아, 네.”
자신을 의아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무흐잠을 향해 켄트릭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프릴링에 납품할 것을 뺀 나머지 가죽 물량에 대한 계획이 알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
“제가 운반상을 하지 않습니까? 제가 슈프티그 가죽 제작소의 옛날 가죽을 아는데, 그게 무흐잠씨가 하신 것인지는 몰랐지만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해서 말입니다.”
켄트릭은 눈을 반짝이는 소그와 놀랐지만 뭔가 자신의 말에 호의를 보내는 무흐잠을 향해 말했다.
“우선 바쁘실테니 가면서 이야기 해보죠.”
“아, 네. 그럽시다.”
노스와 레이를 향해 켄트릭은 눈인사를 해보인 뒤 무흐잠 일행들을 따라 약재상을 나섰다. 남겨진 노스와 레이는 그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탁자 위에 놓여진 서류를 손에 들며 노스는 레이를 향해 말했다. 아까 전 상인협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그 근심이 조금은 사라진 얼굴이었다. 레이 역시도 그랬다.
“나는 명단 정리나 마저 해야 겠구나.”
“저는 그럼 이만 가게에 가볼게요. 자리를 좀 오래 비워두어서.”
“그래. 오늘 끝마을에서 사람들 올라오는 날이지?”
“네. 오늘따라 전해줄 게 많아서요.”
“그래. 이만 가보려무나.”
레이는 노스에게 인사를 하고선 약재상을 벗어나 달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까 전 약재상으로 오는 길에 지어졌던 쓴웃음이 그의 얼굴에 사라져 있었다. 여전히 쓰기만 한 사실도 눈에 담겼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걸음을 옮기는 레이의 귀에만 들려왔다.
하나 하나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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